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일본 지배층과 식자들은 옛적부터 국력이 강해지거나 내분이 생기면 어김없이 해외팽창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여 침략전쟁을 일으켰다. 삼국시대 이래 왜구침략, 16세기 후반 7년간의 임진왜란, 20세기 초의 35년 식민지배 등이 꼽힌다.


아베 신조 정부의 무모한 경제도발은 이 같은 사력의 연장선상이다. 27개 화이트리스트 대상국 중 유일하게 한국을 찍어 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사실상 경제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1965년에 체결한 한일기본조약 전문의 “선린관계 및 주권상호존중의 원칙에 입각한 양국 간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파기에 속한다. 


아베 정부가 처음에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응이라 했다가 전략안보물자 관리 문제라고 말을 바꾼 것은 저들 스스로도 ‘주권상호존중’ 원칙에 위배되는 내정간섭임을 알기 때문이다. 말을 바꿨다고 본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아베의 도발에는 치밀한 준비와 배경이 있다. 첫째는 국내용이다. 평화헌법을 버리고 ‘보통국가’라 쓰고 ‘전쟁국가’로 해석되는 헌법 9조를 개정하여 침략전쟁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 상황이다. 자신들의 음모로 한반도가 분단되고 동족상쟁까지 치렀는데 남쪽은 어느새 ‘5030클럽’에 가입하는가 하면 촛불혁명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두 전직 대통령과 사법부 수장을 재판에 넘기는 민주화를 이루었다. 북한은 경제적 곤궁의 처지에서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일본과 미국을 위협한다. 남북의 통일은 일본으로서는 끔찍한 공포의 대상이다. 해서 문재인 정부를 흔들어 내년 총선을 겨냥하고 궁극적으로는 친일정권을 세우려는 음모가 깔렸다. 


셋째는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미·중 간의 무역전쟁 등 상황이 바뀌고 있는 동북아 판세에서 갈수록 왜소화되는 자국 자존심과 위상을 세우고자 약한 고리 한국을 치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먹거리’로 불리는 반도체 전 공정을 표적으로 삼았다. 한국 정부가 경제적 곤경에 빠지면 남북화해 정책의 추동력을 잃게 되고, 북·미 화해도 막히면서 종전대로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의 구도가 확보된다. 그리하면 일본은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심축이 되고 한국을 하부구조로 거느릴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한반도 관리구도는 패전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힘이 세면 먹어 삼키고 역부족이면 분단 또는 중립화 획책이다. 임진왜란 때 세가 불리해지자 명나라에 조선 8도를 양분하여 나누자는 제안, 1882년 청국과 조선에서 패권을 다툴 때 미·영·프·독 4개국 협정을 통한 한반도중립화론, 러일전쟁을 앞두고 러시아에 한반도 양분 제안 등이 이에 속한다.


일본의 한반도 분단 음모가 성공한 사례는 2차 세계대전 말기다. 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1945년 8월6일과 9일 원폭이 투하돼 자국민 16만명이 희생되었는데도 즉시 항복하지 않고 기회를 노리다가 소련이 참전을 선포한 후에서야 항복을 했다. 소련군이 참전하여 만주를 거쳐 한반도로 진격하면 전후처리 과정에서 대가를 요구할 것이고, 그 결과로 한반도가 분단될 것을 노린 것이다. 결국 연합국의 편에서 일제와 싸운 한반도는 분단되고 전범국가 일본은 무사해졌다. 당초 미합참본부의 비밀 보고서 ‘JWPC 358-1’은 미·영·중·소 4국이 일본을 분할점령한다는 전략이었다. 원폭 투하로 상황이 바뀌고 엉뚱하게 한반도가 두 쪽이 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외교무능이 해방 후 대일관계를 망친 측면도 보인다. 흔히 ‘외교에는 귀신, 내정에는 등신’이라 불리는 이승만은 1951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48개국이 참가한 세계대전의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평화조약에 일본의 훼방으로 참가하지도 못했다. 이로써 35년 식민지배에 대한 정당한 배상권을 놓치고, 초안의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와 독도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협정 내용에서 ‘독도’가 빠지게 되었다. 


박정희 정부의 한일협정도 굴욕적이었다. 무상 3억달러, 차관 2억달러에 35년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주었다. 그나마 일본은 청구권 자금이 아니라 ‘독립축하금’이라고 내세웠다. 국제적 관례는 국가 간의 청구권과는 별도로 개인청구권이 인정받고 있음에도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짧은 기간 침략지배한 필리핀에 5억5000만달러, 미얀마에 2억달러, 남베트남 3900만달러, 인도네시아에 2억2300만달러를 지불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는 한·일 갈등을 중재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포츠담선언에서 명시한 일본군의 무장해제, 전쟁범죄자 처벌, 군수산업 금지 등의 처리에 소홀히 했다. 도쿄전범재판을 주도하면서 다수의 전범을 풀어주고 사실상 침략전쟁의 우두머리인 천황제를 용납했다. 그리고 재무장과 군수산업에 눈감고, 지금 한국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에 딴지를 걸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을 상수로, 한국은 종속변수로 여긴다. 


아베의 폭주는 민주노총의 성명대로 일본제국주의 부활이다. 그나마 굴욕적인 채 유지된 ‘1965년체제’를 파기하고, 한국을 적대국으로 대하는 사실상 포탄 없는 전쟁을 획책한다. 이를 제어하는 길은 그나마 양심적 지식인과 국회뿐이다. 


‘지식인선언’이 보다 확산되고 의회가 나서야 한다. 일본 국회(중·참의원)는 1995년 6월6일 ‘종전 50주년’을 맞아 ‘역사를 교훈으로 평화에의 결의를 새롭게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수많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적 행위에 생각이 미쳐 우리나라가 과거에 행한 이러한 행위와 타국민 특히 아시아 제 국민에게 안긴 고통을 인식해 깊은 반성의 염을 표명한다. (…) 본원(本院)은 일본 헌법이 내린 항구평화의 이념 아래 세계 각국과 손을 잡고 인류공생의 미래를 열어나갈 결의를 여기에 표명한다”는 내용이다.


아베 내각은 불장난으로 자칫 제2의 원폭(핵) 투하와 같은 참화를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한민족은 결코 1세기 전과 같은 유약한 민족이 아니다. 올해는 3·1혁명과 임시정부 100주년이고, 조선의열단 창설 100주년이다.


<김삼웅 |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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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6일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 발사를 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했다고 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우리나라 서부작전비행장에서 발사된 전술유도탄 2발은 수도권 지역 상공과 중부내륙 지대 상공을 비행하여 조선 동해상의 설정된 목표 섬을 정밀타격하였다”며 “김 위원장이 한·미 군사훈련에 적중한 경고를 했다”고 선전했다. 합참은 이 신형무기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분석하면서 당 지도부가 대거 참관한 것으로 볼 때 완성 단계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위협이 한층 증가한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 표출과 함께 북·미 협상을 앞둔 대미 협상력 제고, 내부 결속 등을 노린 것이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끝끝내 우리를 겨냥한 합동군사훈련을 벌려놓았다”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과거와 성격이 판이하다.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넘겨받기 위한 능력을 검증하는 성격이 가미된 데다 실병력의 기동이 없다. 이런 훈련까지 시비를 거는 것은 지나치다. 게다가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 이튿날 미사일을 쐈다. 북·미 간 중재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남측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은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면서 상대방이 훈련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최근 동북아 정세는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러의 동해 합동 비행훈련 및 독도 영공 침범과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지역 배치 언급 등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군사적 긴장만 높일 뿐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달 25일 이후 보름 동안 네 차례나 된다. 협상하겠다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도발을 즉각 중지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는 게 옳다. 진정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경제개발을 하고자 한다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협상의 기회는 늘 오지 않으며, 남측과 미국의 인내심도 마냥 지속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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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그동안 일본은 전략 품목의 수출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와 나머지 국가로 나누어 관리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A, B, C, D 등 4부류로 구분하는 체제로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기존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던 국가 가운데 26개국은 A그룹에 포함시켰지만 한국은 B그룹으로 강등시켰다. 현안을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살라미식’ 협상 전술을 연상케 한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을 구체적으로 적시할지였다. 일본은 앞서 지난달 초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했으며 이후 이들 품목은 아직 한국에 수입되지 않고 있다. 한국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연관된 부품의 부족으로 해당 기업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데 개별허가 품목이 추가되면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번에 일본은 개별허가 대상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반도체 관련 부품 외에 추가적인 수출규제 품목은 없다는 얘기다. 일단은 기업들이 추가적인 피해는 보지 않을 것 같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8월 8일 (출처:경향신문DB)


그러나 일본이 경제전쟁의 확전을 유보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일본의 대한국 압박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에 일본이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이 보복조치가 아니라는’ 명분 쌓기용 제스처일 수 있다. 국제사회의 비우호적인 여론을 감안한 조심스러운 접근인 것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대응과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 여론 등 상황을 살펴가면서 대응하겠다는 수위조절 의도가 다분하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일본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정밀한 수출관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한국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조치일 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한국과의 대화를 거절하면서 ‘대법원의 징용소송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번에도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한·일관계의 책임을 또다시 한국 측에 돌렸다.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하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가 일본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경제보복 중단은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일본은 언제라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고시를 바꾸고, 법적 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국 기업들의 목을 죌 카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조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가이익을 지킬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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