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19.08.30 [여적]중국의 ‘큰손 아줌마’
  2. 2019.08.29 [사설]미국의 과도한 GSOMIA 압박, 동맹국 자세 아니다
  3. 2019.08.28 ‘한국 때리기’의 구조
  4. 2019.08.27 [사설]우려스러운 홍콩사태, 경찰이 시위 군중에 발포하다니
  5. 2019.08.26 [사설]최악으로 치닫는 미·중 무역 갈등
  6. 2019.08.23 GSOMIA 종료는 ‘준비된 조치’인가
  7. 2019.08.22 [경향의 눈]‘일본회의’라는 망령
  8. 2019.08.21 홍콩 민주화 시위의 ‘속살’
  9. 2019.08.20 [사설]한·미 훈련 종료, 비건 방한, 한반도 대전환 시동 계기로
  10. 2019.08.16 [세상읽기]한·일 문화 내셔널리즘을 넘어서
  11. 2019.08.16 [사설]새 일왕 “과거 깊은 반성”, 아베 총리는 안 들리나
  12. 2019.08.14 ‘죽음의 도구’와 통제능력
  13. 2019.08.13 핵미사일과 공격용 소통…시험대에 오른 인간의 통제 능력
  14. 2019.08.13 [사설]격화되는 홍콩 사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15. 2019.08.12 [사설]북·미 대화 재개 임박, 남북대화도 복원돼야
  16. 2019.08.09 [사설]동맹이라면서 잇따라 지나친 청구서 내미는 미국
  17. 2019.08.08 [한·일 경제전쟁 특별기고]먹어삼키거나 갈라놓거나…일본의 한반도 관리구도는 안 변했다
  18. 2019.08.08 [사설]북한의 군사도발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19. 2019.08.08 [사설]수출규제 품목 추가하지 않은 일본, 살라미식 전술인가
  20. 2019.08.07 [조호연 칼럼]한·일 갈등, 병 주고 약은 주지 않겠다는 미국

27일 상하이에서 문을 연 코스트코 중국 1호점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회원제 할인매장은 인파가 몰려 개장 5시간 만에 영업중단을 선언했다. 10~20% 싼 식료품과 온라인보다 저렴한 술·화장품, 명품 패션·가방들이 금세 동난 것이다. 전동 셔터가 올라갈 때 사람들이 바닥으로 기어 달려갔고 계산대에서는 1시간을 기다렸다. 문전성시·인산인해·품절로 이어진 대륙의 소비력이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애국’을 선창해 온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의 아줌마 경제는 글로벌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썼다. ‘큰손 아줌마’를 뜻하는 ‘따마(大마)’를 신드롬(현상)에 빗댄 것이다.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개점한 미국의 회원제 마트 코스트코 매장 내부가 개장 첫날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상하이 _ AFP연합뉴스


따마가 세계 뉴스로 등장한 것은 2013년 4월. 순금 값이 20% 급락하자 미국 월스트리트로 몰려가 싹쓸이 쇼핑에 나섰을 때다. 열흘 만에 17조원을 뿌리며 순금 300t을 사들여 금값이 반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영어단어 ‘DAMA’를 만든 해였다. 따마는 다음해 제주도 부동산 구매자의 90%를 점했다. 2017년엔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자로, 2018년엔 중국은 참가 못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싹쓸이 쇼핑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금·주식·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투자도 소비도 공격적으로 몰려다니는 큰손이다.


따마는 중국 도시에 살며 직장 은퇴 후 손주와 가사를 돌보는 약 1000만명의 50~60대 주부를 칭한다. 1960년 전후 마오쩌둥 시대에 태어나 1980년대 개혁·개방 시대에 사회에 진출하고, 이때까지 무상으로 받은 직장인 아파트가 1990년대부터 폭등하고 재개발되며 경제적 여유가 커진 중국의 고령사회 진입세대다. 광장무(舞)를 즐기는 그들은 집단적 사고와 비교·모방 심리도 강한 세대로 묘사된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하는 ‘아줌마’는 체면·집착보다 자기만족을 우선하는 ‘합리적 경제인’이다. 2010년 타임지가 ‘쉬코노미(She+Economy)가 왔다’며 주목한 세계의 큰손 주부들은 강남 아줌마(한국), 소피아 부인(유럽), 스미스 부인(미국), 와타나베 부인(일본)을 지나 이제 따마가 대세다. ‘코스트코 품절’ 사태를 이끈 그들은 중국 내 온라인 여행상품 구매 상승률도 가장 높다. 무역분쟁 속 세계의 눈이 너나없이 따마의 돈과 동선에 꽂혀 있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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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 정부를 향해 연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복원을 압박하고 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한국 정부의 GSOMIA 종료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 뒤 정부와 미 의회 책임자들까지 나서 공식·비공식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의 독도 훈련까지 비판했다. 급기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이런 불만 표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GSOMIA 종료에 대한 우려는 이해한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한국과 일본이 GSOMIA를 종료하는 것이 결국 중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장치인 GSOMIA가 종료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인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틀어질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과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비아리츠 _ AFP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GSOMIA 복원을 압박하는 것은 여러모로 잘못된 판단이다. 우선 이 사안은 일본의 공세로 출발했다. 일본은 안보상 이유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고, 한국도 불가피하게 GSOMIA 종료를 결정했다. 따라서 이 일을 초래한 당사자와 행위는 그대로 둔 채 한국만 탓하며 GSOMIA 복원을 요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과거사를 겸허하게 반성하지 않고 삼권분립의 정신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을 두둔하는 것이 과연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는 일인지 묻고 싶다.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미국이 한국군의 독도 훈련을 비판한 점이다. 독도는 명백한 한국의 영토이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주권국가가 자국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군사훈련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 


한국인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의 지정학적 처지를 잘 알고 있으며, 이 점에서 한·미동맹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국의 이익이 미국과 늘 일치할 수만은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청와대는 GSOMIA 종료를 선언하면서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달라진 안보 현실을 반영하면서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키자는 것, 이것이 한국민의 뜻이다.


미 국무부는 28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강행에 또다시 “미국은 두 동맹국이 진지하게 이 문제를 풀 것을 장려할 것”이라고만 했다. 미국이 앞으로도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더 이상 요구해서는 안된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보복 조치를 철회하면 GSOMIA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미국이 태도 변화를 요구할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GSOMIA 복원을 요구한다면 한국민은 이를 방위비 분담금 등 동맹비용을 더 받아내려는 의도로 간주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임을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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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가 잘 팔리나?”


“당연히 ‘한국 때리기’지.”


이달 초 도쿄 중심가에서 우연히 듣게 된 대화 내용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각의(국무회의) 결정하면서 한·일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던 때였다. 대화 내용으로 미뤄볼 때 언론·출판계에서 일하는 이들인 듯했다.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이런 대화를 하는 데 놀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요즘 일본 매체들의 ‘한국 때리기’는 도를 더하면 더했지, 전혀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여론에 영향이 큰 방송의 행태가 가관이다. 최근 한국에서 공분을 산 화장품기업 DHC의 자회사 ‘DHC TV’의 역사 왜곡과 한국 비하가 공중파 방송에까지 번진 모양새다.


뉴스나 연예 정보 등을 가볍게 다루는 ‘와이드쇼’들은 “한국 괘씸하다” 일색이다. 해설자로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야유 섞인 말을 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한국 정부나 국민에 대해 “반일이다” “유치하다” 등으로 비난한다. “한국인은 감정적이어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등 헤이트스피치(특정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도 서슴없이 등장한다. 반면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 보복조치의 문제를 짚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일본 방송은 한국 없이는 먹고살지 못하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실제 그런 모양이다. 일본의 한 민간방송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시청률 때문이죠. 매번 시청률 그래프를 봐요. 시청률이 뚜렷하게 떨어지기 전까지는 계속하는 거죠.”


결국 ‘시청률 지상주의’가 문제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한국 때리기’를 하면 기꺼이 TV를 보는 일본인들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왼쪽)이 19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를 외무성으로 불러 일본이 요청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한국이 응하지 않는 데 대해 항의하고 있다. 도쿄 _ 김진우 특파원


이런 흐름에는 아베 정권 들어 뚜렷해진 역사수정주의와 우경화 움직임이 작용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역사와 책임을 부인하려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이 일본 국민의 ‘반한(反韓)’ ‘혐한(嫌韓)’ 감정을 부채질하고, TV도 거리낌 없이 ‘한국 때리기’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술은 대부분 사라졌다. 지난 3일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지가 된 것은 과거 일본군의 전시 성폭력을 부인하는 역사수정주의에 기반한 정치가들의 궤변과 여기에 동조하는 이들의 협박에 따른 것이었다. 아베 정권은 인권 문제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측의 대응을 압박하고, 사실상의 경제 보복조치를 취했다.


끊이지 않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적인 언동의 근저에는 결국 과거 식민지였던 한국·조선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감히’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에 ‘한번 손을 봐줘야 한다’는 식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이런 태도는 고노 다로 외무상이 지난달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에게 “무례하다”라고 한 것에서도 엿보인다. 전 외무성 관료는 이 발언이 과거 사무라이가 일반 서민이 ‘무례’를 범했을 경우 죽여도 처벌받지 않았던 ‘기리스테고멘’의 연장선에서 하는 말이라고 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한 재일동포는 “일본은 적대시할 상대방이 있어야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나라”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으로 한·일관계는 더욱 들썩이게 됐다. 일본에서 ‘혐한’이 더욱 기승을 부릴 건 자명하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일본 측에서 ‘위에서 보는 시선’으로 자주 사용하는 ‘숙숙(肅肅)하게(담담하게)’ 맞서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혐한’에 ‘혐일’로 대응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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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지난 25일 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 경고사격을 했다. 하늘을 향해 쏜 위협사격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6월 초부터 시작해 석 달 가까이 이어져 온 홍콩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에는 홍콩 시위 사상 처음으로 물대포까지 투입되는 등 대치 양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러다 평화시위는 고사하고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스크를 한 홍콩 아이가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구호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26일 완차이 지역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여성의 품에 안겨 있다. 홍콩 _ EPA연합뉴스


홍콩 경찰은 이날 발포가 시위대의 공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날 흥분한 일부 시위대가 각목을 휘둘렀고, 경찰관 6명이 권총을 빼들었으며 이 중 한 명이 경고사격했다. 또한 경찰관들은 총구를 시위대뿐 아니라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까지 겨눴다. 경찰의 과잉대응이 분명하다. 경찰이 실탄으로 사격을 가한 것은 시위대를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의심케 한다. 평화시위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중국이 홍콩 시위에 무력개입하기 위해 명분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홍콩에서 동란이 일어나면 중앙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과거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어록을 소개했다. 중국은 이미 홍콩과 이웃한 광둥성 선전에 무장경찰을 집결시켜놓고 있다. 중국 당국이 당장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홍콩 경찰이 25일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공식 집회가 끝나고 난 뒤에도 췬안 공원에서 시위를 계속 이어나가는 이들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다. 경찰은 12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위에서 이날 처음으로 실탄 경고 사격을 했다. 홍콩 _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이처럼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은 오는 10월1일 건국 70주년 행사 전에 ‘홍콩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콩 시위는 9월에 결정적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당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강경 진압을 해서는 안된다. 홍콩 시위 현장에서 ‘독립’이라는 구호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에 반대하는 이면에는 자유가 축소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정책에 따라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갈수록 자치권을 잠식해왔다. 중국은 자치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홍콩 시민들은 스스로 평화집회를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건국 7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 전 세계가 중국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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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3일 밤 중국은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5% 혹은 10% 관세를 9월과 12월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그동안 보류했던 미국산 자동차에 25%, 자동차 부품에 5%의 관세를 12월부터 물리기로 했다. 그러자 미국도 가만있지 않고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미국은 10월부터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세율을 25%에서 30%로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달부터 부과될 나머지 중국산 제품 3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양국은 ‘갈 데까지 가 보겠다’는 태도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물론 미국의 야만적인 수단에 중국의 반격은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해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세계 G2국가의 대결이 갈수록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되는 양상이다.


주지하다시피 미·중 간의 무역전쟁 이후 세계 경제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국채 금리가 역전되면 어김없이 경기 침체가 나타난다. 중국 산업생산증가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8%에 그쳤다.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독일과 영국은 지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세계 주요 경제의 동시 불황 공포가 커졌다.


한국 경제도 예외일 수 없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출부진을 보완할 투자는 감소하고 내수도 견고하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한·일 갈등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등 안보 분야로 확산된 상태다. 국내외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충실히 해둬야 한다. 단기적으로 경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에 대비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경쟁력 강화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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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한·일이 충돌하면서 생긴 불똥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태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GSOMIA 연장 시한을 이틀 앞두고 이 협정 종료를 결정했다. 결정 배경은 한·일 갈등과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이지만 GSOMIA 종료 결정은 한·일 갈등과는 또 다른 차원의, 그리고 한·일 갈등 못지않은 중대한 파장을 낳을 새로운 문제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GSOMIA는 사실 한·일 간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협정이 아니다. 한국은 30여개국과 GSOMIA를 체결하고 있다. GSOMIA는 국가 간에 오가는 군사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정보를 공유하도록 의무화하지 않는다. 다만 정보를 주고받을 때 GSOMIA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안원칙·제공경로·관리방법·보호의무 등을 따르라는 것이다. 음식을 담아 나르는 그릇이나 자동차가 빠르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고속도로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NHK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도쿄 _ 연합뉴스


일본과의 GSOMIA가 국민정서에 안 맞는 것도 사실이다. GSOMIA가 체결되기까지 국내에서 벌어진 갖은 우여곡절이 이를 상징한다. GSOMIA로 인해 일본이 더 큰 정보상의 이득을 본다는 주장도 있고 GSOMIA가 한·미·일을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로 묶기 위한 기제이므로 한국이 아닌 미·일의 안보를 위한 거라는 주장도 있다. 2016년 GSOMIA 체결 이후 지금까지 파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종료 배경에 대해 일본이 ‘안보상의 신뢰’를 문제 삼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고, 이런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다루는 협정을 일본과 지속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GSOMIA가 없어도 한·미 연합자산과 다른 한·미·일 정보공유 기제를 통해 일본과 협력이 진행될 수 있기에 정보·감시 공백은 없다고 했다. 일본을 제외한 주변국과 공조가 훌륭하고 남북군사합의로 군사적 긴장도가 낮아진 점, 북·미가 대화 국면에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안보상황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 말대로 되려면 앞으로 한·미 공조가 더욱 공고해져야 하고 남북군사합의는 계속 효력을 발휘하며 작동해야 한다. 또한 북·미는 계속 대화를 이어가면서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올스톱 상태다. 북·미는 대화를 재개키로 합의했지만 이른 시간 안에 성공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GSOMIA 종료로 한·미 공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GSOMIA에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 깊이 얽혀 있다. 어떤 의미에서 GSOMIA는 일본보다 미국에 더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는 졸속적으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한 데 이어 이듬해 콩 구워 먹듯 일본과 GSOMIA를 체결했다. 그리고 몇 달 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모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압박해 순차적으로 이뤄놓은 것들이다. GSOMIA가 미국의 아시아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GSOMIA를 한국이 종료시키면 미국도 큰 피해를 입는다. 미국의 국익에 손상이 가는데 한·미관계에 영향이 없을 리 없다. 물론 한국이 GSOMIA를 깨겠다면 미국은 한국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그에 따른 책임은 한국이 진다. GSOMIA 종료가 미국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내린 결정이며 미국도 한국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미 공조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이 맞는지 여부는 앞으로 벌어지는 일을 봐야 알 수 있다. 


청와대가 처음 GSOMIA 카드를 들고나왔을 때 미국이 한·일 갈등 중재에 나서도록 압박해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GSOMIA를 종료시켜 미국을 움직이기 위한 카드가 아님을 입증했다. 어쨌든 이제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GSOMIA 중단으로 빚어질 파장이 매우 심대할 것임은 자명하다. 청와대는 정치·안보·국민정서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말대로 이번 GSOMIA 중단 결정은 모든 것에 대비하고 검토한 ‘철저하게 준비된 조치’여야 한다. 준비없이 시작했다 갈 데까지 가게 돼서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아베마리아를 외치며 시도하는 ‘헤일매리 패스’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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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침략에 대응하는 ‘진실의 연대’가 작동하고 있다. 일본의 노동·시민사회단체, 법조계, 양심적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수탈적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반성, 배상이 이뤄져야 한·일관계가 정상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최근 펴낸 <탈대일본주의>에서 “일본은 사죄를 통해 대국주의의 헛된 욕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한국의 시민사회와 연대해 맞선다면 ‘일본의 도발’을 무위로 돌릴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아베의 일본’은 단단하다. 그 구심점에 일본회의가 있다.


일본회의는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1997년 통합·결성한 극우단체다. 도쿄 등 240여개 본·지부에 정·재·학·종교계 주요 인사를 포함해 수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일본회의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영국 ‘가디언’ 등 해외언론이 먼저 알렸고, 아사히신문이 2016년 연재를 시작하면서 ‘대중의 의식’ 안으로 진입했다. 이후 일본회의를 파헤친 출판이 이어졌다. 국내에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조국 전 민정수석이 <일본회의의 정체>를 들고 참석하면서 관심은 점증됐다. 이 책은 교도통신 서울특파원을 지낸 아오키 오사무가 일본회의 소속 인사들과 양심적 역사가 등을 인터뷰한 기록을 정리한 고발서다.


아오키는 일본회의의 정신적 지주를 신도(神道)로 파악하면서 사상의 원류는 ‘생장의 집’으로 분석했다. 신도는 8만여 신사를 거느린 일본 고유의 민속신앙이다. 아오키는 메이지유신 이후 태평양전쟁 패전 직전까지 80년 가까이 국가의 비호를 받으며 성장한 ‘국가 신도’에 주목했다. 일왕 숭배의 국가신도는 제국주의 전쟁의 ‘구동장치’였으나 전후 미국에 의해 ‘국교’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일본회의는 이의 부활을 꿈꾼다. 생장의 집은 신흥종교단체다. 교조 다니구치 마사하루는 <황도령학강화>에서 “날 때부터 신이 지도자로 정한 일본 황실이 세계를 통일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다니구치의 ‘자민족 중심 정치사상’은 전후 일본 우익에 계승됐다.


일본회의의 기본운동방침은 ‘황실 존숭(尊崇)’ ‘보통의 군대’ ‘역사 교과서 수정’ ‘헌법 개정’으로 집약된다. 그런 일본회의에 우익 정치인들이 집결해 있다. 일본회의 소속 국회의원은 전체 참·중의원의 40%가 넘는 280여명 이라고 한다. 지방의원도 2000명에 가깝다. 이들 대부분은 신사본청 산하 신도정치연맹(신정련) 소속이다. 4차 아베 내각 각료 19명 전원이 신정련, 그중 15명은 일본회의 소속이라고 한다. 아베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 야마모토 준조 국가공안위원장,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 모리 에이스케 중의원 헌법심사회장, 에토 세이치 총리 보좌관, 이나다 도모미 총재특별보좌역 등 일본의 내각과 입법기관의 주요 자리에 일본회의 멤버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이 한국에 대한 경제침략을 주도하고, “한국은 매춘하러 가던 곳” “메이지유신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일본회의는 제국주의 일본으로의 회귀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해왔다. 기원절(건국기념일) 부활과 원호법제화(일왕 원호 사용을 법으로 규정)를 이뤄냈고, 일본 신편사 편찬·(식민 지배) 사죄 결의 반대·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지지 운동 등을 펼쳤다. 애국적 역사교과서 편찬과 교육기본법 개정에도 성공했다. 이들은 1970년대 ‘전학공투회의’로 대표되는 진보 좌파와 대항해 승리했고, 이후 중앙·지방 정치계와 학계·재계·문화계를 장악하면서 차근차근 ‘전쟁 전의 일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일본회의의 이런 배타적 주의·주장, 불관용이 일본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아오키는 “문제는 아베 정권이나 일본회의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사회 전체가 병에 걸렸다”고 단언했다. 도쿄대 명예교수 시마조노 스스무는 “매우 위험하다. (일본회의가) 정교 분리를 짓밟고 있어서 이는 전쟁 전으로의 회귀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회의의 최종 목적은 ‘전쟁을 포기하고, 이를 위한 군대는 보유할 수 없으며 교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헌법 9조의 삭제다.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고, 일왕 숭배를 법으로 못 박으려는 것이다. 아베의 일본이 원하는 것을 얻으면 동아시아의 맹주로의 회귀를 꿈꿀 것이다. 방관할 수 없고 방관해서도 안된다. ‘진실의 연대’는 더욱 단단해져야 하고, 논의의 장을 전 지구적으로 넓혀야 한다. 경제침략을 넘어 제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의 일본’이 도발을 멈출 때까지.


<김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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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중국 대륙은 드라마 <장안십이시진(長安十二時辰)>으로 뜨거웠다. 새로운 줄거리는 아니다. 당나라 수도 장안성에 자객들이 침투해 장안성이 위험에 빠지자 군인 출신 사형수를 비밀 투입해 위기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옛 시간 단위 ‘시진’을 끌어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미국 드라마 <24시>에서 구성을 따온 듯한 이 드라마가 ‘중국판 짝퉁’으로 전락하지 않은 것은 철저한 역사 고증 덕분이다. 시간적 배경이 되는 정월대보름의 풍속을 상세히 묘사하고 당나라 시대 화장법과 복식 등은 원형에 가깝게 고증했다. 단순한 역사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라는 찬사가 나왔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기록을 근거로 제시한다. 직책이나 풍속을 설명하는 자막이 유독 많다.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했지만 정사(正史)만 따르지는 않았다. 원작 소설 작가는 안녹산의 난에 대한 민간의 기록인 ‘안녹산 사적’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아무리 훌륭한 역사라도, 혹은 참혹한 일이라도 기록돼야 기억된다. 많을수록 정확해진다. 당나라 황실로서 안녹산의 난은 반역의 역사다. 편파적일 수 있는 기록은 안녹산 사적이라는 민간의 목소리가 보완한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지 않고, 관영 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목소리를 기록해 팔던 서점이 홍콩에 있었다. 홍콩 쇼핑몰이 밀집한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퉁러완 서점이다. 중국 본토에서 구할 수 없는 금서(禁書)를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 비화를 담은 서적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왕치산 부주석 등 지도자들을 풍자하는 책도 팔았다. 중국 정부로서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2015년 이 서점의 주주와 직원 5명이 갑자기 실종됐다. 몇 달 만에 나타난 서점 점장은 중국 공안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서점은 문을 닫았다.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가 통과되면 제2, 제3의 퉁러완 서점 사건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일국양제로 홍콩의 자치권이 보장될 줄 알았지만 중국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하나의 중국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홍콩인들이 직접 뽑지 않고 중국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행정장관 선거 제도 문제도 지적한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보통 선거를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번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18일 밤 정부청사 앞 차도에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혀 있다. 강윤중 기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이 출판·언론의 자유가 충분치 않았던 시절에 자신도 책을 사러 홍콩에 갔다고 했다. 자유의 공기가 가득하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자유를 잃었다. 금서를 살 수 있는 곳은 홍콩에서 대만으로 바뀌었다.


지난 17일 퉁러완 서점을 가봤다. 대로에 있는 푸른색 간판은 여전했지만 철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 밑에는 ‘홍콩 힘내라’ ‘지지한다’는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서점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 문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오성홍기를 흔드는 친중국 시위를 적극 보도한다. 친중국 시위는 단체 참여가 많다. 지난 17일 집회에서는 후이저우, 충칭, 광저우 등 중국 각 지역의 향우회가 플래카드를 들고 와 여기저기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중국 매체들은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최대한 적게, 일부분만 기록한다. 주로 폭도나 폭력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18일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많은 이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노트북을 켰을 때 누군가 다가와 말없이 물을 건넸고, 우산을 씌워줬다. 난간을 넘을 때 손을 내밀어 잡아줬고, 한국어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까지는 기사에 담지 못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더 자세히 기록돼야 한다. 폭도라는 짧은 단어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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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한국을 방문한다. 이날은 열흘간 일정으로 진행돼온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는 날이기도 하다. 비건 특별대표가 이 시점에 맞춰 방한하는 것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속도를 내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윗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에서 이 훈련이 끝나는 대로 실무협상의 재개를 희망했다고 전한 바 있다. 북·미 양측 모두 실무협상을 조속히 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셈이어서 비건 대표의 방한을 대화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는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반년가량 멈춰 있던 ‘한반도 평화시계’의 재작동을 의미한다.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을 방문할 예정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고위급회담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로이터 연합뉴스


관심의 초점은 비건 대표가 한국에 머무는 사흘간 판문점에서 북한과 물밑접촉을 갖거나 실무협상을 전격 재개할지 여부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국면에도 북·미 간 소통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비건 대표의 전격 평양 방문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어떤 형태가 됐든 중요한 건 양측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성과를 위해서라면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 


물론 ‘하노이’ 이후 양측이 비핵화 최종상태 및 로드맵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혔다는 징후는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번에는 북한이 ‘체제안전보장’이라는 의제를 들고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게다가 북한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유지해온 비건 대표가 오는 10월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로 부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걸리는 대목이다. 미국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중차대한 협상 도중 대표가 교체되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니다. 만약 사실이라고 한다면 비건 대표가 추후 협상에 혼선이나 차질이 없도록 이번 방한기간 중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남·북·미 대화 국면을 거론하며 “지금의 이 기회를 천금같이 여기고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한반도 주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북·미 모두 이번에 반드시 성과를 내 한반도 대전환의 시동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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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4일,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2019 ‘표현의 부자유전(展) 그 후’에 출품된 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본 극우파들의 위협이 예상되어 관객의 안전을 위해 주최 측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란다. 


전시회의 주제는 이미 논란을 예고했다. ‘평화의 소녀상’뿐 아니라 일본이 금기시하는 일왕과 군국주의를 문제 삼는 작품이 주되게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함을 알리려는 전시회는 역설적이게도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허망하게 침해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 중단 사태가 갖는 특별한 점은 검열과 표현의 자유의 주체를 우리가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있다. 전시를 중단시킨 자는 누구인가? 


실제 전시 중단을 결정한 사람은 전시회 실행위원장을 맡은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이다. 그런데 오무라 지사는 애초에 이 전시를 승인한 사람이다. 반면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전시 중단을 오무라 지사에게 요구했다. 오무라 지사는 처음에는 그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본 극우파의 테러위협이 가중되자 관객의 안전을 위해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나중에 오무라 지사는 이 결정이 일본 헌법 2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검열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일본 극우파들의 협박이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가 예술제 보조금 삭감을 시사하며 전시 중단을 압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 중단을 내린 실질적인 주체는 누구일까? 오무라 지사인가? 가와무라 시장인가? 일본 극우파인가? 아베 정권인가? 아니면 일본인들 그 자체인가? 오무라 지사가 실제로 전시 중단 결정을 내렸지만, 모든 책임을 그에게 전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안에는 포스트 군국주의 욕망을 둘러싼 일본 내부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내재해 있다. 


이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자는 누구인가? 김운성 작가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검열을 당했다. 그 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의 박찬경, 임민욱 작가도 자발적인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번 전시 중단 결정에 대해 일본 측 전시 실행위원들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질의서를 오무라 지사에게 전달했다. 일본의 양심적인 문화예술인들도 이번 사태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의 38개 문화예술단체들도 일본의 끔찍한 검열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자들은 비단 한국 작가들, 한국 문화예술인들만이 아니고 일본의 문화예술인들, 이번 전시에 참여한 72명의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다.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 보상을 확정 판결한 후에 곧바로 가해진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는 사실상 21세기 군국주의 부활의 욕망을 품은 정치적 조치이다. 이 조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으로 이어지는 한·일 문화냉전의 대결구도로 이행했다. 


아베 정권이 노리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네이션’,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세계 시민’ 사이의 대결을 조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21세기 군국주의 부활과 그 효과로서의 문화내셔널리즘을 재생산하는 문화냉전 세력들이다. 


검열은 일본이 했고, 표현의 자유는 한국이 지켰다라는 일방적인 문화내셔널리즘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 안에도 검열의 주체들이 있고, 그들 안에도 표현의 자유의 주체들이 있다.


‘평화의 소녀상’ 사태가 주는 교훈은 아베의 포스트 군국주의가 재생산하려는 문화내셔널리즘을 경계하면서, 국경을 넘어 표현의 자유의 보편성을 위해 함께 연대하는 세계 시민의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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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새 일왕이 15일 도쿄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태평양전쟁 패전 74주년을 맞는 날 “두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간절히 원한다”며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깊은 반성’은 지난 4월 퇴위한 아키히토 상왕이 2015년 추도사부터 해온 말이다. 갓 출발한 레이와(令和) 시대에도 부친이 견지해온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아베 정부의 경제·역사 도발로 한·일 두 나라가 얼굴을 붉히는 광복절이어서 새 일왕의 메시지는 다행스럽고 울림도 작지 않다. 


나루히토 일왕 내외가 15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해 아베 신조 총리의 추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 일왕의 8·15 추도사는 어느 때보다 그 표현과 수위를 세계가 주목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일왕이고, 석달 전 즉위식 후 짧은 소감에서도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과거사엔 말을 줄인 그였다. ‘깊은 반성’은 4년 전 아키히토 상왕이 ‘깊은 슬픔’에서 사죄 수위를 격상시킨 표현이다. 그 촉발점도 그해 나온 아베의 담화였다. 아베 총리가 “전쟁과 아무 관계 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선 안된다”며 전쟁과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무력화하자 일왕이 직접 견제·비판한 것이었다. 그 표현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새 일왕도 이어받았다. 국정에 간여할 수 없는 ‘상징적 국가원수’ 지위이지만, 침략국의 흑역사에 선을 그으려는 양심세력의 정점에 일왕 스스로를 매김한 셈이다. 일본 극우세력의 폭주에 또 하나의 ‘심정적 제동’이 걸리길 기대한다.


다시 눈은 오불관언하는 아베 총리로 향한다. 그는 오늘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내고, 300만명의 전몰 희생자 성격만 열거하며 가해자의 책임은 사죄하지 않았다. 이틀 전엔 외할아버지인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묘소를 다녀오며 개헌 논의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한 터다. 군국주의로 달려가는 ‘아베의 관성’과 ‘양심세력의 거울’이 공존하는 일본이다. 아베 총리는 그토록 새출발의 뜻을 키우려 했던 레이와 시대의 일왕까지 이어받은 ‘평화’ 메시지를 무겁게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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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미사일과 공격용 소총. 작동 원리와 파괴력이 판이한 두 무기가 최근 사람들의 근심거리로 새삼 떠오르며 이목을 끌었다.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함으로써 세계 군축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찢어냈다. 32년 전 미국과 소련은 INF를 통해 사거리 500~5500㎞ 탄도·순항미사일을 실험·생산·보유·배치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이로써 핵미사일 능력을 제한해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해줬던 기둥 하나가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INF가 무너진 것과 거의 같은 시기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아이오와주 데이턴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총기난사 사건이 일상화되다시피 한 미국이라지만 15시간의 시차를 두고 32명이나 숨진 사건의 충격은 컸다.

 

두 사건은 죽음의 도구를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묻는 시험대에 인류를 올려놓았다. 배경에 자리잡은 발달한 기술, 변화된 환경, 파편화된 세계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INF 탈퇴 이유로 러시아가 INF 금지 미사일을 개발하고, 중국이 INF 바깥에서 미사일을 자유롭게 개발·배치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이런 불만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2014년 7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INF를 위반했다고 공식 항의한 이후 문제제기를 해왔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군축 합의들이 전 세계 핵무기 비축량과 핵무기에 접근할 수 있는 행위자들이 늘어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시효가 2년 앞으로 다가온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의 연장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극초음속 미사일, 핵추진 순항미사일, 핵탄두 탑재 수중 드론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군축 논의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은 충격적이다. 기존 군축 합의를 보완하고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기보다 조약 자체를 허물어 버렸다. 미국의 선택이 새로운 군축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한 ‘창조적 파괴’인지, ‘신군비경쟁’의 신호탄인지는 시간이 판명해줄 것이다. 미국이 INF에서 탈퇴하자마자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안타깝게도 전자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국 사회에서 재연된 총기규제 논쟁도 변화된 현실과 제도 사이의 괴리를 타고 흐른다. 엘패소와 데이턴의 총격범은 공격용 소총을 사용했다. 특히 데이턴 총격범은 30초 만에 41발을 쏴서 9명을 죽였다. 그는 총알이 100발이나 들어가는 탄창을 가지고 있었다. 더 빨리, 더 많은 총알을 더 멀리 보내 더 많은 이를 죽일 수 있도록 개발된 무기가 대형마트·유흥가에서 시민들을 죽이는 데 사용된 것이다.

 

이제 공격용 소총은 총기난사 사건의 필수 구성요소나 다름없다. 말 그대로 전쟁터에서나 사용될 법한 치명적인 총기류가 민간에 퍼져 있다. 그런데도 미국 연방의회는 지난 25년간 새로운 총기규제 법안을 단 한 건도 성공적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대책은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그는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같은 근본적 대책은 외면하고 총기난사범 사형 구형, 정신질환자 총기 소유 제한 등 사후적이고 소극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월 하원에서 총기거래자 신원조회 전면 확대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미국에서 총기규제는 민주당 지지자 78%가 지지하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불과 18%만 찬성(2017년 퓨리서치 조사)할 정도로 당파적인 주제다. 대선을 15개월 앞두고 새롭게 불거진 총기규제 논쟁의 향배는 미국 사회와 정치권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공통의 인식에 도달할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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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미사일과 공격용 소총. 작동 원리와 파괴력이 판이하게 다른 두 무기가 최근 사람들의 근심거리로 새삼 떠오르며 이목을 끌었다.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공식 탈퇴함으로써 세계 군축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찢어냈다. 32년 전 미국과 소련은 INF를 통해 사거리 500~5500㎞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을 실험·생산·보유·배치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이로써 핵미사일 능력을 제한해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해줬던 기둥 하나가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INF가 무너진 것과 거의 같은 시기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아이오아주 데이턴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총기난사 사건이 일상화되다시피한 미국이라지만 15시간의 시차를 두고 32명이나 숨진 사건의 충격은 컸다.


불법 총기류 근절을 요구하는 미국 시민들이 1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불법 총기류 범람 중단을 위한 행동 청원’ 기자회견에서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뉴욕_AFP연합뉴스


두 사건은 죽음의 도구를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묻는 시험대에 인류를 올려 놓았다. 배경에 자리잡은 발달한 기술, 변화된 환경, 파편화된 세계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INF 탈퇴 이유로 러시아가 INF가 금지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중국이 INF 바깥에서 미사일을 자유롭게 개발·배치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이런 불만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2014년 7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INF를 위반했다고 공식 항의한 이후 문제제기를 해왔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체결하고 탈냉전 후 러시아가 계승한 군축 합의들이 전세계 핵무기 비축량과 핵무기에 접근할 수 있는 행위자들이 늘어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시효가 2년 앞으로 다가온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의 연장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극초음속 미사일, 핵추진 순항미사일, 핵탄두 탑재 수중 드론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두 기존 군축 논의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은 충격적이다. 기존 군축 합의를 보완하고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기보다 조약 자체를 허물어 버렸다. 미국의 선택이 새로운 군축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한 ‘창조적 파괴’인지, ‘신군비경쟁’의 신호탄인지는 시간이 판명해줄 것이다. 미국이 INF에서 탈퇴하자마자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새로 배치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안타깝게도 전자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국 사회에서 재연된 총기규제 논쟁도 변화된 현실과 제도 사이의 괴리를 타고 흐른다. 엘패소와 데이턴의 총격범은 모두 공격용 소총을 사용했다. 특히 데이턴 총격범은 30초만에 41발을 쏴서 9명을 죽였다. 그는 총알이 100발이나 들어가는 탄창을 가지고 있었다. 더 빨리, 더 많은 총알을 더 멀리 보내 더 많은 이를 죽일 수 있도록 개발된 무기가 대형마트와 유흥가에서 시민들을 죽이는데 사용된 것이다.


이제 공격용 소총은 총기난사 사건의 필수 구성요소나 나름없다. 말그대로 전쟁터에서나 사용될 법한 치명적인 총기류가 민간에 퍼져 있다. 그런데도 미국 연방의회는 지난 25년 간 새로운 총기규제 법안을 단 한건도 성공적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대책은 이유를 짐작케 한다. 그는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같은 근본적 대책은 외면하고 총기난사범 사형 구형, 정신질환자 총기 소유 제한 등 사후적이고 소극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월 하원에서 총기거래자 신원조회 전면 확대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미국에서 총기규제는 민주당 지지자 78%가 지지하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불과 18%만 찬성(2017년 퓨리서치 조사)할 정도로 당파적인 주제다. 대선을 15개월 앞두고 새롭게 불거진 총기규제 논쟁의 향배는 미국 사회와 정치권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공통의 인식에 도달할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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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 주말에도 도심 곳곳에서 범죄인 송환법 완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6월9일 100만명이 시위에 나선 이후 10주째 주말시위를 이어나갔다. 일부 시위대는 화염병을 사용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마침 시위 전날 홍콩 바로 옆 중국 도시 선전에서는 장갑차와 물대포로 무장한 중국의 무장 경찰이 집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러다가 홍콩 시위대와 중국 중앙정부의 경찰·군대 간 충돌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12일 시위대의 점거로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홍콩 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출·도착 안내 게시판을 지켜보고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반발해 연좌시위를 벌이면서 폐쇄됐던 홍콩 국제공항은 13일 오전 일찍 운영을 재개했다. 연합뉴스


시위대 일부가 화염병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등 시위의 폭력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시위대가 중국의 국가 휘장을 훼손하고 국기인 오성홍기를 바다에 버린 것은 중국 중앙정부를 긴장시킬 만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이 지나치게 폭력적이었다. 더구나 지난달부터 중국 본토 출신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시위대를 마구 폭행하는 이른바 ‘백색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들을 해산하기는커녕 비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송환법 반대에 집중되던 시민의 목소리가 최근에는 ‘진정한 보통선거 실시’ 등으로 확대되는 등 시위가 반중국, 반정부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시위를 둘러싼 국제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자 중국은 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내정간섭으로 몰아붙였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12일 홍콩 국제공항 터미널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대 점거로 공항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5시30분부터 폐쇄조치에 들어갔다가 13일 오전 7시부터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원래 예정에 없던 시위였지만, 전날 침사추이 지역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경찰이 사용한 진압장비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갑자기 공항에 몰려들었다. 홍콩 _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이 특별행정구역으로 중국의 일부인 것은 맞다. 홍콩 기본법 18조는 홍콩에 안보상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매체들이 연일 시위대를 향해 경고하며 “홍콩 경찰은 반드시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 이 시위는 중국 당국이 반정부 서적을 다루는 홍콩 시민을 체포해 구금고문한 데서 출발했다. 민주사회라면 시위를 주도한 시민이 살해 협박을 받고 백주에 백색테러를 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특정 국가의 민주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발언하는 것도 당연하다. 홍콩 시위는 어떤 경우에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만일 중국이 홍콩의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엄청난 지탄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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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친서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서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매우 친절하게 말했다”면서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을 보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북·미 정상이 친서외교를 통해 ‘훈련 후 협상 재개’ 의사를 확인함으로써 북·미 실무협상의 재개가 임박했다. 실무협상은 20일까지 열리는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 뒤인 이달 하순이나 9월 초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이 6월 말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협상 재개 시점보다 한 달 이상 ‘지각’하게 됐지만, 그런 만큼 더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한다. 실무협상이 다음달 하순 유엔총회를 전후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 간 고위급회담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 대화여건은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줄곧 유연한 태도를 강조해왔다. 그가 주장해온 ‘동시적·병행적’ 접근법도 북한의 ‘동시적·단계적’ 해법과 괴리가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을 마친 뒤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제재가 해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이나, 북한의 잇따른 군사행동에도 미국이 자제력을 잃지 않은 것은 북·미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북한이 미국과 협상할 의지는 뚜렷하게 보이면서 한국 정부에 비난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북한은 11일 외무성 국장 담화를 통해 한·미 훈련을 즉각 중단하거나 이에 관한 해명 등을 하기 전에는 남북 간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최첨단 무기 도입과 한·미 훈련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함으로써 실무협상에서 체제안전 보장 의제를 부각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청와대까지 겨냥해 거친 언사를 퍼붓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본축은 북·미 대화에 있다. 그러나 ‘통미봉남(通美封南)’식 태도가 한국 정부의 입지를 좁히고 대북여론을 악화시킨다면 자신들에게도 이로울 게 없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틔우는 데 문재인 정부가 들여온 공을 생각해서라도 이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북한은 대남 비방을 삼가고 남북대화를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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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일 서울 국방부에서 회담을 열어 안보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 회의가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에 부담스러운 의제들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군불을 땠다. 앞서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에 방위비분담금을 지금보다 5배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한·일 갈등, 북핵 문제 등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을 공략해 방위비를 올리도록 한 뒤 여타 동맹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태도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당혹스럽다. 미국은 한국이 기왕에 제공한 방위비분담금도 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다시 과도한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동맹을 ‘돈벌이 대상’쯤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싶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8월 9일 (출처:경향신문DB)


미국은 또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부담스러운 요구들을 이번 회담에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긴장은 이란 핵 합의를 미국이 일방 파기하면서 촉발된 것이고, 유조선 피격사건도 진상이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 구성과 활동에 한국군이 참여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 자칫 이란과의 관계 파탄은 물론 친이란 중동국가들과의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 중거리 미사일 배치도 수용할 수 없는 문제다. 이로 인해 한국이 미·중 간 군비경쟁에 휘말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국은 이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혹독한 보복을 당했다. 중국은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며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반발해 북핵 문제 해결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천명해야 한다. 


미국은 2011년 3월 이후 북한 방문 경험자의 미국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테러방지법에 따른 행정절차라고는 하지만 그 대상에 한국인이 가장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기축이라는 점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동맹의 처지를 배려하기는커녕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미국의 행태를 접할 때마다 ‘무엇을 위한 동맹’인지 혼란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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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일본 지배층과 식자들은 옛적부터 국력이 강해지거나 내분이 생기면 어김없이 해외팽창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여 침략전쟁을 일으켰다. 삼국시대 이래 왜구침략, 16세기 후반 7년간의 임진왜란, 20세기 초의 35년 식민지배 등이 꼽힌다.


아베 신조 정부의 무모한 경제도발은 이 같은 사력의 연장선상이다. 27개 화이트리스트 대상국 중 유일하게 한국을 찍어 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사실상 경제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1965년에 체결한 한일기본조약 전문의 “선린관계 및 주권상호존중의 원칙에 입각한 양국 간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파기에 속한다. 


아베 정부가 처음에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응이라 했다가 전략안보물자 관리 문제라고 말을 바꾼 것은 저들 스스로도 ‘주권상호존중’ 원칙에 위배되는 내정간섭임을 알기 때문이다. 말을 바꿨다고 본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아베의 도발에는 치밀한 준비와 배경이 있다. 첫째는 국내용이다. 평화헌법을 버리고 ‘보통국가’라 쓰고 ‘전쟁국가’로 해석되는 헌법 9조를 개정하여 침략전쟁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 상황이다. 자신들의 음모로 한반도가 분단되고 동족상쟁까지 치렀는데 남쪽은 어느새 ‘5030클럽’에 가입하는가 하면 촛불혁명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두 전직 대통령과 사법부 수장을 재판에 넘기는 민주화를 이루었다. 북한은 경제적 곤궁의 처지에서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일본과 미국을 위협한다. 남북의 통일은 일본으로서는 끔찍한 공포의 대상이다. 해서 문재인 정부를 흔들어 내년 총선을 겨냥하고 궁극적으로는 친일정권을 세우려는 음모가 깔렸다. 


셋째는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미·중 간의 무역전쟁 등 상황이 바뀌고 있는 동북아 판세에서 갈수록 왜소화되는 자국 자존심과 위상을 세우고자 약한 고리 한국을 치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먹거리’로 불리는 반도체 전 공정을 표적으로 삼았다. 한국 정부가 경제적 곤경에 빠지면 남북화해 정책의 추동력을 잃게 되고, 북·미 화해도 막히면서 종전대로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의 구도가 확보된다. 그리하면 일본은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심축이 되고 한국을 하부구조로 거느릴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한반도 관리구도는 패전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힘이 세면 먹어 삼키고 역부족이면 분단 또는 중립화 획책이다. 임진왜란 때 세가 불리해지자 명나라에 조선 8도를 양분하여 나누자는 제안, 1882년 청국과 조선에서 패권을 다툴 때 미·영·프·독 4개국 협정을 통한 한반도중립화론, 러일전쟁을 앞두고 러시아에 한반도 양분 제안 등이 이에 속한다.


일본의 한반도 분단 음모가 성공한 사례는 2차 세계대전 말기다. 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1945년 8월6일과 9일 원폭이 투하돼 자국민 16만명이 희생되었는데도 즉시 항복하지 않고 기회를 노리다가 소련이 참전을 선포한 후에서야 항복을 했다. 소련군이 참전하여 만주를 거쳐 한반도로 진격하면 전후처리 과정에서 대가를 요구할 것이고, 그 결과로 한반도가 분단될 것을 노린 것이다. 결국 연합국의 편에서 일제와 싸운 한반도는 분단되고 전범국가 일본은 무사해졌다. 당초 미합참본부의 비밀 보고서 ‘JWPC 358-1’은 미·영·중·소 4국이 일본을 분할점령한다는 전략이었다. 원폭 투하로 상황이 바뀌고 엉뚱하게 한반도가 두 쪽이 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외교무능이 해방 후 대일관계를 망친 측면도 보인다. 흔히 ‘외교에는 귀신, 내정에는 등신’이라 불리는 이승만은 1951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48개국이 참가한 세계대전의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평화조약에 일본의 훼방으로 참가하지도 못했다. 이로써 35년 식민지배에 대한 정당한 배상권을 놓치고, 초안의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와 독도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협정 내용에서 ‘독도’가 빠지게 되었다. 


박정희 정부의 한일협정도 굴욕적이었다. 무상 3억달러, 차관 2억달러에 35년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주었다. 그나마 일본은 청구권 자금이 아니라 ‘독립축하금’이라고 내세웠다. 국제적 관례는 국가 간의 청구권과는 별도로 개인청구권이 인정받고 있음에도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짧은 기간 침략지배한 필리핀에 5억5000만달러, 미얀마에 2억달러, 남베트남 3900만달러, 인도네시아에 2억2300만달러를 지불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는 한·일 갈등을 중재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포츠담선언에서 명시한 일본군의 무장해제, 전쟁범죄자 처벌, 군수산업 금지 등의 처리에 소홀히 했다. 도쿄전범재판을 주도하면서 다수의 전범을 풀어주고 사실상 침략전쟁의 우두머리인 천황제를 용납했다. 그리고 재무장과 군수산업에 눈감고, 지금 한국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에 딴지를 걸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을 상수로, 한국은 종속변수로 여긴다. 


아베의 폭주는 민주노총의 성명대로 일본제국주의 부활이다. 그나마 굴욕적인 채 유지된 ‘1965년체제’를 파기하고, 한국을 적대국으로 대하는 사실상 포탄 없는 전쟁을 획책한다. 이를 제어하는 길은 그나마 양심적 지식인과 국회뿐이다. 


‘지식인선언’이 보다 확산되고 의회가 나서야 한다. 일본 국회(중·참의원)는 1995년 6월6일 ‘종전 50주년’을 맞아 ‘역사를 교훈으로 평화에의 결의를 새롭게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수많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적 행위에 생각이 미쳐 우리나라가 과거에 행한 이러한 행위와 타국민 특히 아시아 제 국민에게 안긴 고통을 인식해 깊은 반성의 염을 표명한다. (…) 본원(本院)은 일본 헌법이 내린 항구평화의 이념 아래 세계 각국과 손을 잡고 인류공생의 미래를 열어나갈 결의를 여기에 표명한다”는 내용이다.


아베 내각은 불장난으로 자칫 제2의 원폭(핵) 투하와 같은 참화를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한민족은 결코 1세기 전과 같은 유약한 민족이 아니다. 올해는 3·1혁명과 임시정부 100주년이고, 조선의열단 창설 100주년이다.


<김삼웅 |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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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6일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 발사를 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했다고 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우리나라 서부작전비행장에서 발사된 전술유도탄 2발은 수도권 지역 상공과 중부내륙 지대 상공을 비행하여 조선 동해상의 설정된 목표 섬을 정밀타격하였다”며 “김 위원장이 한·미 군사훈련에 적중한 경고를 했다”고 선전했다. 합참은 이 신형무기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분석하면서 당 지도부가 대거 참관한 것으로 볼 때 완성 단계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위협이 한층 증가한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 표출과 함께 북·미 협상을 앞둔 대미 협상력 제고, 내부 결속 등을 노린 것이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끝끝내 우리를 겨냥한 합동군사훈련을 벌려놓았다”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과거와 성격이 판이하다.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넘겨받기 위한 능력을 검증하는 성격이 가미된 데다 실병력의 기동이 없다. 이런 훈련까지 시비를 거는 것은 지나치다. 게다가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 이튿날 미사일을 쐈다. 북·미 간 중재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남측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은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면서 상대방이 훈련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최근 동북아 정세는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러의 동해 합동 비행훈련 및 독도 영공 침범과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지역 배치 언급 등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군사적 긴장만 높일 뿐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달 25일 이후 보름 동안 네 차례나 된다. 협상하겠다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도발을 즉각 중지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는 게 옳다. 진정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경제개발을 하고자 한다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협상의 기회는 늘 오지 않으며, 남측과 미국의 인내심도 마냥 지속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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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그동안 일본은 전략 품목의 수출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와 나머지 국가로 나누어 관리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A, B, C, D 등 4부류로 구분하는 체제로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기존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던 국가 가운데 26개국은 A그룹에 포함시켰지만 한국은 B그룹으로 강등시켰다. 현안을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살라미식’ 협상 전술을 연상케 한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을 구체적으로 적시할지였다. 일본은 앞서 지난달 초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했으며 이후 이들 품목은 아직 한국에 수입되지 않고 있다. 한국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연관된 부품의 부족으로 해당 기업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데 개별허가 품목이 추가되면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번에 일본은 개별허가 대상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반도체 관련 부품 외에 추가적인 수출규제 품목은 없다는 얘기다. 일단은 기업들이 추가적인 피해는 보지 않을 것 같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8월 8일 (출처:경향신문DB)


그러나 일본이 경제전쟁의 확전을 유보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일본의 대한국 압박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에 일본이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이 보복조치가 아니라는’ 명분 쌓기용 제스처일 수 있다. 국제사회의 비우호적인 여론을 감안한 조심스러운 접근인 것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대응과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 여론 등 상황을 살펴가면서 대응하겠다는 수위조절 의도가 다분하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일본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정밀한 수출관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한국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조치일 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한국과의 대화를 거절하면서 ‘대법원의 징용소송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번에도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한·일관계의 책임을 또다시 한국 측에 돌렸다.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하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가 일본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경제보복 중단은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일본은 언제라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고시를 바꾸고, 법적 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국 기업들의 목을 죌 카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조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가이익을 지킬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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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산물이다. 한·일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경제침략 사태도 한·일 갈등이라는 표면을 한 꺼풀 벗겨보면 미국의 족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사태는 당연히 한·일 양국이 풀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도 결자해지의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 경제의 높은 일본 의존도 탓에 가능했다. 그 같은 구조가 형성되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1950년대 미국은 한국에 매년 2억여달러의 원조자금을 제공했다. 원조자금으로 일본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일본을 공산권 견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 아래 일본의 경제부흥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은 자립경제 정책을 추구했지만 미국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한국은 일본 상품의 소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이런 지위를 이용해 한국을 괴롭혔다. 이를테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무연탄과 고령토, 해산물 등의 반입을 억제했다. 한국에 필수적인 비료는 유독 한국에만 비싸게 팔았고, 어업수송선은 한국에만 수출을 금지했다. 전쟁의 늪에 빠진 데다 자립경제 기반이 전무한 신생국가 한국을 길들여 일본 의존도를 높이려는 의도였다. 지금의 경제보복과 많이 닮았다. 한국 덕에 패전의 늪에서 빠져나와 국가재건을 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치졸한 행태를 보인 탓에 한국인들로부터 ‘대국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 결국 한국은 일본 경제 예속을 피하지 못했고, 일본은 70년 넘게 한국의 유일한 무역적자국이 되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이 책임져야 할 첫 번째 사유다.


한일협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주선과 개입, 압력에 의해 시작되고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일 양자협정이라기보다 ‘한·미·일 3자협정’에 가깝다. 한국은 당초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받고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부정하는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일제 식민시기의 인권탄압과 착취는 미국의 ‘한·미·일 반공 안보체제 구축’ 전략에 묻혔다. 그런 점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억지로 ‘역사의 창고’에 구겨넣어졌던 진실이 분출한 것뿐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불거진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도 미국의 연출로 이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합의 없이 한·일 정상회담은 없다”고 선언하자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전방위적 한국 압박에 나섰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공개 선언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의 봉합이 중요했던 것이다.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 미국으로부터 ‘중국 편향’ 의심을 사던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결국 ‘대일 강경발언’ 2년 만에 위안부 합의에 동의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 자신이 애초 공언했던 “당사자가 수용하고 국민이 납득하는” 위안부 문제 해결 원칙과는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이 합의에 피해 할머니들은 피눈물을 흘렸지만 오바마는 “정의로운 결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어떻게 한국인들을 역사의 피해자로 만드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침략 사태를 중재하거나 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미 고위 관리들은 “한국과 일본 간 문제”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사태를 해결하려면 일본은 과거를 성찰하고, 한국은 그것을 전제로 대승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일 갈등의 원인 제공자로서 미국이 방관하는 것도 중대한 직무유기다. 병 주고 약은 주지 않겠다는 태도 아닌가. 


인내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한·일 갈등은 양쪽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한·미 및 미·일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존립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곧 중대한 도전에 봉착할 것이다. 명분으로나 이해관계로나 미국의 방관은 오래가기 어렵다. 


미국에 당부한다. 이번 사태에 개입하려거든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과거처럼 또다시 ‘한국 차별, 일본 우대’로 할 양이면 차라리 개입하지 말기 바란다. 일본은 한국전쟁 특수에 한국 원조자금 특혜를 받으면서 경제대국으로 거듭났음에도 여전히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만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다. 이번에야말로 미국이 진실의 편에 서기 바란다. 그것이 인권을 보장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공명정대한 길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3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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