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에 해당되는 글 38건

  1. 2019.07.31 톈안먼과 조기
  2. 2019.07.31 [사설]일본, 전면전 원치 않는다면 ‘화이트리스트’ 도발 멈추라
  3. 2019.07.29 [사설]아베 정부, 일본 지식인들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4. 2019.07.26 [편집국에서]세 살 아이에게 ‘소피의 선택’ 강요한 미국
  5. 2019.07.26 [세상읽기]참의원 선거가 보여준 세 가지 일본
  6. 2019.07.26 [사설]북한 또 미사일 발사, 협상 동력 깨면 안된다
  7. 2019.07.25 [사설]영토 도발·백색국가 제외, 일본 ‘루비콘강’ 건너지 마라
  8. 2019.07.24 트럼프의 백인 정체성 정치
  9. 2019.07.23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1965년체제 종식과 새 한·일관계
  10. 2019.07.23 [사설]참의원 선거 개헌선 확보 실패, 아베 ‘폭주’ 멈추라는 뜻이다
  11. 2019.07.22 [김택근의 묵언]두려운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12. 2019.07.19 [사설]‘중재위’ 시한 만료, 이제 한·일 모두 협상에 나서 풀어라
  13. 2019.07.18 [경향의 눈]죽창가와 서희
  14. 2019.07.17 아베, 스텝이 꼬이지 않으려면
  15. 2019.07.17 [사설]아베, ‘경제보복’이 자유무역 해친다는 NYT 보도 새겨야
  16. 2019.07.17 일본발 ‘가짜뉴스’
  17. 2019.07.16 [사설]미 의회의 한국전쟁 종전촉구 결의 환영한다
  18. 2019.07.15 [여적]환대와 오모테나시
  19. 2019.07.15 [사설]일본, 말바꾸기와 억지 그만하고 한국과 협상 나서라
  20. 2019.07.12 [사설]정작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건 일본이었다니

29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국기게양대에는 오성홍기가 깃봉에서 한참 내려와 달려 있었다. 지난 22일 사망한 리펑(李鵬) 전 총리의 영결식이 이날 치러졌다. 톈안먼 광장의 조기는 오롯이 리 전 총리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게양됐다.


리펑 전 총리. 그는 ‘톈안먼 학살자’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인 톈안먼 사태 때 그는 총리였다. 계엄령을 선포했고 탱크를 앞세운 군부대를 투입했다. 중국 당국이 밝힌 희생자는 수백명이지만, 1만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이 톈안먼에서 사라져 간 지 30주기 되던 6월4일, 중국 당국은 톈안먼 광장의 경계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어떤 추모 행사도 열리지 못했다. 중국 영토 중에서는 겨우 홍콩에서만 톈안먼 희생자를 기리는 집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학살 주범’으로 지목받는 리펑은 톈안먼 광장에서 대대적이고 공개적으로 추모됐다.


톈안먼 광장에서 국무원 기자회견장까지는 2㎞ 남짓이다. 이날 국무원 산하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이곳에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40분의 기자회견 동안 법치라든가, 법률 및 기본법 준수 같은 말이 20여차례 나왔다. 대변인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법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주장의 목표가 아무리 숭고하다고 해도 폭력은 폭력이고 위법은 위법”이라고 했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를 폭력 시위로 규정했고, 법의 잣대에 의해 처벌하겠다고 했다. 


리 전 총리는 톈안먼 시위 유혈 진압 외에도 논란이 많다. 1992년 생태계 파괴 우려에도 홍수 예방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싼샤댐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광둥성 다야만 핵발전소 건설도 그의 재임 기간 중 이뤄졌다. 1998년 창강에 큰 홍수가 나자 모래주머니로 방지둑을 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국인들은 ‘중국에서 가장 큰 풀주머니(草包·차오바오)’로 홍수를 막자고 했다. 리 전 총리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중국어에서 차오바오는 바보라는 뜻이 있다.


리 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이었다. 그러나 10년간 총리를 지낸 후에도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하며 권좌를 누렸다. 장남인 리샤오펑은 2016년부터 교통운수부 장관을 맡아 권력의 대를 이었다. 


법치를 강조하는 중국은 리 전 총리의 수많은 논란과 과오는 한번도 객관적 잣대로 평가한 적이 없다. 법으로 판단받은 적은 더더욱 없다. 법치는 때때로 특정한 곳에서 강력하게 작용한다. 


장커우커우는 13세 때 어머니가 이웃에게 맞아 죽는 것을 직접 보았다. 그러나 살해범이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판결을 받자, 군에 입대해 특공무술을 익혔다. 지난해 춘제 때 고향으로 돌아가 살해범과 그 가족을 죽이고 자수했다.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목도한 그는 성장과정 내내 괴로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미성년 범죄 처벌에 대한 비판과 구제 여론이 높아졌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문에서 “법원이 인간의 연약함을 헤아려 자비심을 가지고 역사에 남을 위대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법에 따라 17일 사형이 집행됐다.


보통의 중국인들에게 법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중국의 법치가 지도자들에게도 엄격하게 작용할까? 


리 전 총리는 생전 기고문에서 논란 속에 강행한 톈안먼 시위 진압, 싼샤댐과 핵발전소 건설 등 3대 결정은 모두 덩샤오핑의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리펑이 죽은 후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그가 “1989년 정치적 풍파 당시 결단력 있는 조치로 소란을 억제하고, 반혁명 폭동을 진압해 국내 정세를 안정시켰다”고 했다. 또 “전심전력으로 인민을 위해 봉사한 일생이었다”고도 했다.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들의 주장이 공허하기만 하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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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3대 품목 수출규제가 국제통상 규범에 위배될 뿐 아니라 일본 스스로가 국제사회에서 취해온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는 증거들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30일 일본이 수출품 통과제한을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과 관련해 지난 4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의견서를 공개했다. 


일본은 의견서에서 “WTO 회원국들이 자국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가진 재량권은 무제한이 아니다”라면서 안보상 예외조치를 규정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1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수적 안보이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고 무역조치와 필수적 안보 사이의 합리적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던 일본이 몇 달 만에 입장을 뒤집어 합리적 연관성에 대한 설명 없이 ‘안보상 예외조치’를 내세워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7월 31일 (출처:경향신문DB)


송 변호사가 전날 공개한 일본 경제산업성 고시를 보면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취한 반도체 3대 품목을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 수출할 경우에는 3년에 한번만 허가를 받도록 하는 포괄허가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국가·지역은 모두 생화학무기 국제통제체제인 호주그룹(AU)뿐 아니라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미사일국제통제체제(MTCR) 등 전략물자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보다 전략물자 수출관리가 허술한 나라에도 포괄허가를 내주면서 한국을 개별허가로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로, WTO 협정 위반이다. 한국 수출규제가 애초부터 무리였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처럼 수출규제에 논리적 정당성이 없으니 일본이 WTO 이사회에서 한국의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고 피해다닌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8월2일 각료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막가는’ 결정을 내린다면 한국도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이날 국회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유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상황 전개에 따라 (협정 폐기) 검토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양국이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신뢰의 기반 위에서 운용돼야 할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사 갈등이 경제를 거쳐 외교·안보로까지 비화되는 전면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일본은 추가도발을 중단하고 부당한 조치를 되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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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지식인들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오카다 다카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 여성학자 우쓰미 아이코 등 77명은 지난 25일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수출규제 철회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직 외교관, 의사, 작가, 언론인 등도 포함된 참가자들은 ‘한국은 적인가’라는 성명을 내걸고 8월15일을 1차 기한으로 서명자를 모집하고 있다. 양국이 정면충돌의 파열음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경제도발 철회와 대화에 의한 문제해결을 촉구한 것은 의미가 크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22일 (출처:경향신문DB)


이들은 성명에서 “반도체 제조가 한국 경제에 갖는 중요한 의의를 생각하면 이번 조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를 “적대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식민지로 지배한 역사를 거론하며 “한국과 대립하더라도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성명은 또 아베 신조 총리가 올해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아예 언급하지 않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생략한 것을 지적하면서 “마치 한국을 ‘적’처럼 다루는 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잘못이다.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하고 있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징용공들의 소송은 민사소송이고, 피고는 일본 기업”이라면서 그런데도 처음부터 일본 정부가 뛰어들면서 국가 대 국가의 다툼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인 강제연행·강제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들과 중국인 피해자들 간에 화해가 이뤄졌을 당시 일본 정부가 민간의 일이라며 개입하지 않았던 것을 들어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이율배반임을 부각시켰다. 


최근 일본의 분위기로 볼 때 성명이 다수의 목소리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성명의 지적 어느 하나라도 사실에 어긋난 것이 없다. 한·일관계를 직시하면서 아베 정부의 태도를 바로잡으려는 세력이 일본 시민사회에 건재한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베 정부의 폭주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한·일관계는 돌이키기 힘든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아베 정부가 지식인들의 고언을 무겁게 받아들여 추가 도발을 멈출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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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어린 아들딸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한다. 소피의 미모에 호감을 가진 수용소 장교가 수작을 건다. 그가 묻는다. 폴란드인이냐 공산주의자냐고. 소피는 답한다. 유대인도 아니고, 가톨릭 신자라고. “공산당원이 아니라고? 기독교인이라고?” 하지만 장교는 단호하다. “예수는 아이들을 나에게 보내지 않았다.” 그는 한 아이를 선택하라고 한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며. 소피가 선택할 수 없다고 하자 선택하지 않으면 둘 다 죽이겠다고 한다. 소피의 입에서 “내 딸을”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한 군인은 울부짖는 딸을 안고 가스실 쪽으로 간다. 그런 딸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소피….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영화인 <소피의 선택>(1982)의 명장면이다. 반인륜적 선택을 강요하는 극단적 상황에서 의지와 무관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소피의 그 후 삶은 사는 것이 아니었다. 죄의식에 빠져 절망과 슬픔의 심연 속에서 몸부림치던 소피의 선택은 자살이었다. 


미국 망명을 기다리는 중남미 출신의 다섯 살 소년 하산 부스틸로가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동부 타마울리파스주 국경도시 마타모로스의 국경다리 근처에서 식량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마타모로스 _ AFP연합뉴스


영화 같은 일이 최근 미국에서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의 주인공도 소피다. 어린 자식에게 부모 중 한 명을 선택하게 한 점은 영화와 다르다. 사건은 이달 중순 텍사스주 국경 도시 엘파소의 한 불법이민자 수용시설에서 있었다. 남편, 세 아이와 함께 온두라스에서 악명 높은 갱단 MS-13의 살해 위협을 피해 온 타니아는 직원에게서 기막힌 말을 들었다. “가족이 미국에 체류하려면 부모 중 한 명이 멕시코로 돌아가야 한다.” 불법체류자는 ‘멕시코 땅에 머물러야 한다’는 이민정책 탓에 두 차례나 멕시코로 쫓겨났다가 돌아온 터였다. 타니아는 가족 모두 가야 한다며 버텼다. 직원은 세 살 막내딸 소피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 중 누구와 함께 가고 싶니?” 소피는 “엄마”라고 대답했다. 아빠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아이들은 울며불며 아빠에게 매달렸다. 직원의 다음 말은 말문을 막히게 했다. “왜 우니? 네가 엄마와 가고 싶다고 했잖아?” 다행히 미국판 ‘소피의 선택’은 희극으로 끝났다. 건강 사유가 있는 경우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규정 덕분이었다. 소피는 심장 수술 전력이 있었다. 이 사실은 미 공영라디오 방송 NPR의 지난 15일 보도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에는 국경순찰대원이 수용소 아이들을 조롱하는 일도 있었다. 네 살에서 열 살까지 아이 열 명이 “엄마, 아빠”를 부르며 울었다. 부모와 떨어진 지 24시간이 채 안된 아이들이었다. 한 직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 오케스트라가 있군. 지휘자만 있으면 되겠군.”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의 폭로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정책, 인종주의 등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행진(Women’s March)’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미국 전역에서 열린 이 시위에는 5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로스앤젤레스 _ AFP연합뉴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이민자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이민정책을 도입한 후 벌어지는 반인권적인 장면들이다. 그 후 2300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졌다. 네 살이 안되는 아이들도 100명이 넘는다. 열악한 수용시설과 아이들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는 끔찍하다. 지난달 말 수용시설 두 곳을 돌아본 소아과 의사는 “고문시설 같다”고 abc뉴스에 말했다. 24시간 내내 불이 켜져 있었고, 아파도 의료시설에 접근할 수 없었다. 기본 위생관리는 물론 적절한 물과 음식조차 공급되지 않았다. 그는 “당신의 아이들이 거기 있다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22년간 활동해 온 이민 변호사는 여덟 살 아이가 네 살 아이를 돌보는 상황을 AP통신에 고발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104명 정원에 약 350명이 수용돼 있는 현실을 폭로했다. 그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비인간적인 걸 보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용시설이나 그곳에서 나온 뒤 숨진 아이만 7명이나 된다. 


오죽하면 최연소 하원의원인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수용시설을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비유했을까. 나치의 강제수용소 언급은 미국에서도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그 비유가 지나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때 간첩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일본계 12만명을 수용소에 감금했다. 8만명은 시민권자였다. 시민권자조차 보호하지 않은 전력이 있기에 비시민인 불법이민자에게 헌법적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걸 당연히 여기는 걸까.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계산적인 반인종·반여성 혐오 발언은 극성을 부릴 게 뻔하다. 최근 오카시오코르테스를 비롯한 민주당 여성 초선 의원 4인방을 겨냥해 “너희 나라로 가라”고 한 말이 단적인 사례다. 유색인종이 미국을 지배할 것이라는 백인들의 우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다. 미 여성 작가 리베카 솔닛은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에서 “모든 것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핵심 작업”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정확히 보고 이야기하는 게 정의 실현의 시작이다.


<조찬제 국제·기획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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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어느 더운 오후 아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랑>을 골랐죠. 내친김에 다음날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인 <아키라>를 봤습니다. 한국뉴스에 아베 총리가 나와 한·일관계에 대해 설명을 해준 뒤였습니다. 한편으로 일본에 비판적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는 아빠의 모습에 아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보입니다. 식민지 역사 해석을 두고 시작한 갈등은 결국 양국 간 무역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정부 사이 거친 말이 오가고, 감정도 격해졌습니다. 덕분에 21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 한국 사회의 관심이 이례적으로 뜨거웠죠. 실권 있는 중의원 선거도 아니고, 일본 유권자의 참여도 시들했지만 말이죠. 선거 결과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논의가 좀 덜 된 부분 세 가지만 돌아보겠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참의원 선거 승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웃고있다. 도쿄 _ AP연합뉴스


첫째, 무역분쟁 원인으로서의 선거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에칭가스 등 세 품목에 대한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포문을 열었죠. 당황스러웠고 그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곧 그럴듯한 설명 하나가 나왔습니다. 바로 참의원 선거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한국을 때려 반한 감정을 자극, 우파표 모아 의석 3분의 2를 차지, 평화헌법을 개헌해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 건설. 아베의 잘 알려진 숙원을 고려할 때 앞뒤가 딱 맞아 보였습니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선거용이었던 수출규제는 끝나야겠죠. 하지만 그럴 기미는 안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무역규제 뒤에 선거 말고 다른 그 무엇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그것에 대한 탐구와 토론이 당장 있어야겠죠. 그래야 더 명확한 사태 이해, 더 효과적 대응이 나올 테니까요. 하지만 기존의 주장이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한 사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둘째, 일본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선거였습니다. 일본 사회는 획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은 집단에 희생하고 그 안에서 비슷하게 살려는 구심력이 강합니다. 태평양전쟁에서 보여준 전투력, 남을 배려하는 공공질서 준수, 외국인에 대한 차별 등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죠. 그 반작용일까요. 의외로 놀라울 정도의 다양성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말이죠. 입헌민주당의 이시카와 다이가는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한 후 당선됐습니다. 루게릭병을 앓는 후나고 야스히코, 뇌성마비 장애인인 기무라 에이코도 당선됐죠.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소수자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게 현대사회의 척도라면 이번 선거는 일본의 위상을 돋보이게 한 것이죠.


셋째, 일본 정치구조도 잘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일본 선거, 정당구조는 한국과 아주 다릅니다. 어디가 더 낫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죠. 하지만 눈에 확 띄는 장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입니다. 우리는 일본 공산당의 존재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7석을 얻어 13석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한 석 줄어들기는 했지만, 전체 의석의 5%를 차지하고 있죠. 중의원에서도 12석(전체의석의 2.5%)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침은 있지만, 공산당이 의석 획득에 실패한 경우는 전후 딱 한 번밖에 없습니다. 한국에는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유는 많지만, 그중 하나는 국가보안법 때문임에 이견이 없을 겁니다. 국가보안법의 모델은 일제의 치안유지법이었습니다. 공산주의, 민주주의 등에 맞서 ‘천황제’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대표적 악법이었죠. 전후 일본에서는 사라졌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국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마저 일본이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죠.


결국 일본은 크고 복잡한 나라입니다. 아베 정부가 주요 세력이지만 거대 사회의 일부일 뿐이죠. 뜨거운 ‘전쟁’의 대상인 일본은 게이, 한인, 공산주의자, 평화주의자, 방탄소년단 팬 등을 포함합니다. 서방 경제 제재가 북한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한 데서 볼 수 있듯, 경제 제재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수출규제도, 불매운동도 마찬가지죠. 유연한 사고와 깊은 성찰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성찰은 우리가 어떤 모습인가를 돌아보는 데도 미쳐야 합니다. 우리의 발전이 저들을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니 말이죠.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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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오전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지난 5월9일에 이어 77일 만이다. 한·미 군당국은 두번째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690㎞로, ‘5월 미사일’보다 270㎞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자 정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좀 더 정밀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지만,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군사행동은 어떤 이유에서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최근 북한의 행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다음달 2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담에 리용호 외무상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ARF에 세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무상을 파견했던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이로 인해 리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간 회담이 무산되게 생겼다. 지난 23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만든 잠수함을 시찰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그 이틀 뒤 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이 예상 관측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북한은 지난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에서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중지를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연합훈련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세계식량기구를 통해 지원하려던 쌀 5만t을 받지 않을 뜻까지 비쳤다. 한·미 군사훈련을 집중 비판함으로써 북·미 협상에서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의제를 부각시키려는 ‘기싸움’의 의도도 엿보인다.


미국은 합동 군사훈련 중지 약속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협상하자면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미 양국은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훈련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단거리 발사체’로 규정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관련 동향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의주시해 왔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해 한·미 당국이 절제된 반응을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북한은 이런 군사행동이 한국의 대북 여론에 미칠 악영향을 간과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 여론을 무시하는 것은 북·미관계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이 기회에 유념하기 바란다. 북한은 대화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군사행동을 자제하고 조속히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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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로 시작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도발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3일 한국 공군이 독도 영공을 침범해 들어온 러시아 공중조기경보기를 향해 경고사격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러시아기의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자위대 군용기가 긴급 발진했다고 밝혔다. 공세의 범위를 교역을 넘어 영토 분야로까지 확대시킨 것이다. 24일에는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을 마감했다. 다음달 하순이면 한국이 지난 60년간 받아온 대일 수출간소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한·일 양국 간 갈등이 결정적으로 악화될 기로에 서 있다.


일본 정부의 독도 영공에 대한 언급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망발이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는 어수선한 틈을 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행위는 치졸하다.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히 한국의 영토이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가장 먼저 희생됐다가 회복한 한국의 영토에 대해 일본은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일본의 주장은 더욱 억지스럽다. 일본은 한국 법령에 재래식 무기 제조에 이용될 수 있는 물자의 수출규제를 위한 ‘캐치올’ 조항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조사 결과 또 다른 화이트리스트인 캐나다 법령에도 캐치올 조항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와 같은 조건에 있는데도 한국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의 전략물자 통제 수준이 일본보다 더 높다는 미국 전문기관의 조사결과도 있었다. 일본이 이렇게 자기 원칙과 기준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한국을 차별한다면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독도에 대한 망동을 거두어야 한다. 정부는 24일 백색국가 제외 방침이 부당하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정부에 보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 미흡 등 일본 측이 내세운 이유들이 모두 근거가 없다며 사전협의 없이 입법 예고를 강행한 일본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이 이대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양국 관계는 수습하기 어려워진다. 양국의 경제 및 안보 파트너십을 이렇게 쉽게 허물어뜨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한 중인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한·일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진정 막다른 길로 몰고 가려는 생각이 없다면 수출무역관리 시행령 개정 시도를 철회해야 한다. 일본의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며 향후 대응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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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가 ‘멜팅폿(melting pot)’이다. 인종의 용광로, 즉 다양한 인종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란 의미다. 강대국 미국에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스타벅스를 가도, 동네 마트를 가도, 영화관을 가도 뜻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언어가 들린다. 나의 두 아들은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립학교를 공짜로 다녔다. 초등학생 둘째 아들은 같은 피부색의 일본, 베트남 친구와 자주 어울렸지만 프랑스 여자 친구도 있었다. 큰아들은 공립학교이지만 인도, 중국 출신 학생들이 대부분인 고등학교에 다녔고 점심시간 식당에는 카레 냄새가 가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인종적 다양화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가 2018년 미국 인구통계를 인종별로 분류한 데 따르면 백인은 전체의 60.5%였다. 유권자 중 백인 비율은 아직 절대 다수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전체 투표자 중 백인 비율은 72.8%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젊은층에서 비백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2045년이면 백인 인구는 49.7%로 과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절대적 우위를 상실하고, 미국이 그야말로 소수민족의 나라가 되는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백인들 사이에는 이 같은 미국 사회의 변화가 싫은 이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백인들의 지위, 미국 사회의 구조와 주류 문화가 달라지는 게 두려운 이들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은 버지니아 북부 지역에서도 피부색이 다른 이들을 향해 별 이유 없이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는 백인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 불만의 백인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이란 굴레를 벗어던지고 노골적인 백인 중심주의를 외칠 수 있게 해준 이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역대 공화당 정치인들도 백인 유권자들을 선동했지만 특정 그룹만 속내를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는 ‘도그 휘슬(dog whistle)’ 정도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다르다. 이제 이민자 출신 비백인 여성 하원의원까지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대놓고 공격한다. 그는 지지자들이 “그녀를 돌려보내라”고 외치는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지켜본다. 트럼프 자신도 독일 이민자의 후손이고, 세 부인 중 두 명이 이민자다. 그가 공격한 여성 하원의원들이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와 다른 점은 피부색 하나뿐이다. 결국 트럼프는 미국은 백인 중심 나라이니 불만이 있는 비백인 이민자들은 본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정말이지 뼛속까지 인종주의자다.


잇따른 인종주의 선동은 ‘정체성 정치’의 변종이다. 정체성 정치는 성, 종교, 인종, 성적지향 등 공유되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정치적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를 말한다. 여성운동, 민권운동, LGBT운동 등으로 표출됐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 사회의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백인들 사이에서 사회적 소수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는 현실을 활용한 백인 정체성 정치를 재선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트럼프와 참모들은 여기에 더해 민주당 여성 의원 등 비백인 이민자들을 향해 미국을 사랑하지 않는 급진좌파, 사회주의자라고 공격을 퍼붓는다. 자신의 정적에 빨간 딱지를 붙이는 색깔론이자 매카시즘이다.


트럼프의 백인 정체성 정치가 시대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누구도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 미국은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이민자들의 나라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국 포크 음악의 아이콘 우디 거스리의 노래처럼 “이 나라는 너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종주의와 색깔론에 기대는 트럼프의 재선 전략은 위험하다. 멜팅폿 미국 사회에서 인종적 조화를 어렵게 하고 사회의 건전성을 망가뜨릴 수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의 비판처럼 트럼프는 재선을 위해 미국의 사회 조직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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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도쿄를 거쳐 23일 서울에 온다. 그는 서울에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동참 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 가능성을 시사한 한·일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갈등이 증폭된 직후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한·일 양국을 방문했지만 이렇다 할 중재는 없었다.


한·일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양국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때문에 당장 미국이 중재에 적극 나설지도 의문이지만, 나서더라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작금의 한·일 갈등은 단순한 이해조정으로 해결될 수 없는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한·일관계를 1965년체제라고 부르고 있다. 1965년 체결한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 등 4개 협정이 양국관계의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식민지 지배의 법적 문제와 보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군 성노예, 근로자 강제동원에 대한 한국 측 문제제기로 양국관계의 법적 근간이 훼손됐다며 반발한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 정부가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은 데서 모든 문제가 파생했다고 본다. 일본 정부가 여전히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에 따른 진정한 사과를 회피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일청구권협정에서 다루지 않은 개개인에 대한 인권유린 등 불법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판결은 별개라는 인식이다.


이같이 양국 갈등이 일본산 전략물자의 수출규제로까지 미치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1965년체제의 성립에 미국이 깊이 관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할에 한계가 있다. 당시 미국은 지역통합전략에 따라 일본을 핵심파트너로 삼고 한국, 대만 등을 참여시켜 역내 냉전을 관리할 샌프란시스코체제를 구축했고, 1965년 체제도 그 일환으로 지원했다. 미국의 안보우산으로 경제건설에 매진할 수 있었고 일본의 청구권자금이 종잣돈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와 상황은 크게 변했다. 그동안 샌프란시스코체제는 변화를 거듭했다.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뒤 이후 일본과 미국이 중국과 수교했고 남북 간에는 7·4공동성명이 발표됐다. 1990년대 초 냉전체제 해체로 한·러 및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고 남북한도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는 등 공존의 모색이 시작됐다. 최근 중국의 급부상은 샌프란시스코체제의 해체를 촉진하고 있다. 


1965년체제의 근간도 흔들려 왔다. 한국의 경제력이 급속히 향상되어 작년 말 국민총소득 GNI가 3만600달러로 일본의 80%에 근접했다. 인구 5000만명에 GNI 3만달러를 의미하는 ‘5030클럽’에도 세계 7번째로 가입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6011억달러로 일본을 1315억달러 차이로 바짝 쫓고 있다. 세계 제4위의 수출대국 자리를 놓고 한국이 일본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재강화와 해체의 상반된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무역 및 기술전쟁, 최근 들어 군비경쟁을 본격화했다. 다른 한편으로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새로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수립되는 등 한반도 평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베 정권은 전후 부흥의 토대가 된 샌프란시스코체제와 불평등한 1965년체제를 토대로 전전 일본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것 같다.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 진행은 북한 위협론을 근거로 재무장을 서둘러온 아베에겐 커다란 도전이다. 아베 정권이 줄곧 북·미 정상회담에 시비를 건 배경이다. 한국 주도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일본 패싱에 대한 불편한 심경은 이번 경제도발의 한 원인이 됐다.


그렇다면 현 한·일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법은 간단하다. 일본은 경제도발을 멈추고 한국의 국력과 지위를 인정하는 데 기초해 새로운 한·일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는 별도의 외교채널을 마련해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도록 한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 당시 한·일 역학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면, 현재의 변화된 역학관계에 맞춰 새로운 한·일관계를 맺는 것이 국제정치의 순리다. 


아베 정권의 목표는 한국에 타격을 가해 1965년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4년간 일본은 700조원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기록했는데도 부품·소재의 기술우위만 믿고 도리어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도발은 한국에 여러모로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이 탈일본화에 성공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일본 경제의 퇴행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1965년체제의 종식은 샌프란시스코체제의 해체도 가속화해 동아시아 평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일본의 경제도발에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조성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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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21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얻는 데는 4석이 모자라 실패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승리한 것이라고 목표를 설정했지만, 내심 꿈꾸던 개헌 발의선 확보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반쪽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베 총리가 유권자의 뜻을 존중한다면 개헌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또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단행했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역시 선거가 끝난 만큼 철회를 재고하는 게 순리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완승이 확실시되자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들의 이름에 붉은 리본을 붙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도쿄 _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이런 선거 민심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22일 “다른 정당 및 무소속 의원들과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일관계를 생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며 한국에 대해 ‘신뢰의 문제’까지 거론했다. 전날 개표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될 것”이라고 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초강경 자세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의 전략물자에 대한 관리체계 미비에 대비한 것일 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라고 또다시 억지를 부렸다. 일본 유권자들의 뜻에도 반하고 사실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청와대도 아베 총리에 대해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게 양국민을 위해 할 일”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선거 후 일본 측의 태도가 누그러질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한·일 갈등은 더욱 격화될 판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교역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은 일본에도 이롭지 않다. 한국의 전략물자 대북 밀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망신당한 처지에 한국의 신뢰를 거론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한·일은 23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불법성을 놓고 논리 대결을 펼친다. 또 일본은 이달 말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법제화한다. 아베 총리는 선거 민의를 수용해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공세를 멈춰야 한다. 일본의 공세는 단순히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 공조를 깨뜨림으로써 동북아 평화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행위이다. 아베 총리는 개헌 작업을 중단하고, 양국 간 갈등을 외교적으로 풀자는 한국의 제안에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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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독립선언 100주년 만세소리가 아직 쟁쟁한데 다시 일본이다. 이제는 경제전쟁이다. 정부는 일본의 기습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그렇다면 미국도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일본이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한국에 팔지 않겠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대뜸 지난 5월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이 떠올랐다. 당시 트럼프와 아베의 포옹은 진했다. 레이와(令和)시대를 선언하며 첫 국빈으로 트럼프를 맞아 볼을 비볐다. 아베는 골프를 치며, 스모를 관람하며, 선술집에서 잔을 부딪히며 이런 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한국은 박근혜 정부와 맺은 위안부 문제 합의마저 이행하지 않습니다. ‘불가역적’이란 문구를 집어넣었는데도 그렇습니다. 유엔과 오바마 대통령도 환영했던 합의입니다. 우리 인내에도 한계가 왔습니다.”  


구로다 가쓰히로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최근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경제보복이 외교적인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또 1965년 일본이 제공한 3억달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했는지 알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젊은 세대, 한국 국민들이 과거를 모른다고 했다. 우리가 주먹을 쥐고 외치는 ‘과거’를 구로다 또한 태연히 입에 올리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과거란 지금 한국의 번영이 일본 없이 이뤄졌겠느냐는 빈정거림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5일 (출처:경향신문DB)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는 지난 세기 일본을 “태양을 향해 날고 있는 이카루스”라고 했다. 일본은 섬나라를 벗어나 대륙을 날고 싶었지만 태양은 날개를 녹여버렸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날개를 붙여 크레타섬을 벗어나려 했지만 태양에 너무 가깝게 갔다가 밀랍이 녹는 바람에 추락하고 만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일본의 야망인 동시에 한계였다. 그 절망의 잔해가 고스란히 떨어진 곳이 한반도였다. 일제가 강점했던 한국은 지옥이었다. 그 후 일본은 한국을 예(禮)로 대한 적이 없다.  


아베는 전쟁에 대한 반성만 할 뿐 한국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는다. 강대국에는 몇 번씩 사죄해도 식민지 지배에는 사죄할 생각이 없다. 일본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도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다른 강대국에는 직접 찾아가 사과했지만 한국만은 외면하고 있다. 일본은 이렇듯 한줄기로 엮여있다.     


일본은 군국주의와 결별했음에도 전전(戰前)의 문서들을 공개하지 않는다. 특히 1935년에서 1945년 사이의 기록들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서가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이 두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다수 역사가들은 제국주의 역사를 정직하게 평가하는 작업을 회피하고 있다. 제국주의 잔영이 아직 어른거리고 있음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경제전쟁에 돌입한 문재인 정부는 이 난국을 어찌 극복할 수 있을까. 아마 미국은 우리 편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묘책은 없다. 그럴수록 정도(正道)로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기습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질책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경제 문제로 과거사에 굴복할 수는 없다. 위안부, 징용 문제는 다른 모든 과거사와 연계되어 있다. 절세의 독립운동가들, 만세를 부르다 죽어간 양민들, 간도에서 학살당한 동포들, 타국에서 죽어간 이주민들…, 그들의 피눈물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그들이 있어 대신 살아남은 자들이다. 당장 나라 형편이 어려워지더라도 그들을 우리 정의와 양심의 울타리에서 내칠 수 없다. 또 적당한 타협은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일본에 없는 것들이 있다. 바로 독재와 타락한 정권을 물리친 민중의 혁명이다. 그래서 일본보다 앞선 민주주의가 있다. 일본은 전승국 맥아더가 시켜서 민주주의를 도입했지만 우리는 국민들이 쟁취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까 경제전쟁 같은 아베의 폭주를 시민의 힘으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역사에 지름길은 있어도 생략은 없다고 한다. 어차피 일본이 한국을 계속 부정한다면 맞붙어 결론을 내야 한다.  


엄중한 시국이다. 함부로 말하지 말자. 대안이 있다면 떳떳이 말하고, 대안이 없으면 적어도 침묵하라. 문재인 정부가 미워도 일본을 받들 수는 없지 않은가. 문재인 대통령도 아직은 국민의 이름을 불러서는 안된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싸우다가 마지막에 부를 이름이 국민이다. 우리 국민들은 참을 때와 진격할 때를 안다. 일본이 닌자의 칼을 숨기고 슈퍼마리오를 내세워(아베는 올림픽기를 인수하며 슈퍼마리오로 변신했음) 도쿄 올림픽에서 비상을 꿈꿀 것이다. 그러나 바다 건너의 인권과 정의를 바라보지 않으면 아베의 날개는 태양에 녹아내릴 것이다. 두려울 것 없다. 두려운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김택근 시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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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지난 17일(현지시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원 외교위는 ‘공동의 이익 추구를 위한 한미·미일 간, 그리고 3국 간 협력의 중요성과 활력에 관한 하원의 인식’에 대한 결의를 전체회의에서 가결했다. 엘리엇 엥걸 위원장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이 결의안이 이 시점에서 통과된 것은 한·일 간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최근 상황을 우려하는 미 의회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KPF) 주최로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일관계’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남 교수, 유의상 식민과냉전연구회 이사(전 주영 한국대사관 총영사). 김정근 기자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은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갈등이 수위를 넘어설 경우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17일 발언에서도 이런 인식이 엿보인다. 그는 “미국은 가까운 동맹인 한국·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미국은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으로서 ‘해결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우려 표명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된다.


18일은 일본이 제안한 ‘제3국을 통한 중재위원회 구성’의 답변 시한이다. 청와대가 이미 수용거부 입장을 밝혔는데도 일본은 아랑곳없이 답변을 채근하고 있다.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시한을 그어놓고 이를 도발의 빌미로 삼으려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 중재위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쌍방 간에 분노만 키울 뿐임을 일본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중재위 대신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외교협상에 나서야 한다.


일본이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한국도 협상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본은 한국 정부 관계자가 17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건설적 제안에 열려 있고 융통성을 발휘하려 한다.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일본과 물밑에서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의향이 있음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일본은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한국과의 외교협의에 나서야 한다.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등 추가도발은 삼가야 한다. 한국 정부도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폭넓은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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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무대에는 문명과 야만이 공존한다. 대화·타협·배려·상호존중·설득에서는 문명이, 협잡·배신·모욕·완력·이기심에서는 야만이 얼굴을 내민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불만을 가진 국가가 만족하는 나라를 상대로 집적거리는 무질서한 세상”이라는 폴 케네디의 말을 빌리면, 문명보다는 야만의 힘이 우세한 세계임이 틀림없다. 이른바 문명국가라고 자부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한·일 갈등은 대부분 과거사 문제에서 출발했다. 과거사에 대한 공감의 정도에 따라 한·일관계는 춤을 추었다. 요즘 상황도 궁극적으로는 과거사 정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1965년 한·일 양국은 모호한 내용을 놔둔 채 청구권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은 이를 자국의 입맛대로 해석했고 국민 설득에 이용했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음으로써 일본이 한일합병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일본은 불법성과는 무관하게 경제원조라고 풀이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은 한일합병이 불법이었고 따라서 일본이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은 이미 청구권협정으로 5억달러를 한국에 지불함으로써 모든 배상이 끝났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반발은 불 보듯 했다.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행위들이 이뤄진 마당에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양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한·일관계는 청구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 한·중, 한·미, 나아가 동아시아와 글로벌 이슈에 머리를 맞대고 협조해야 할 국가다. 


그런데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과 일본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일본이 한국 정부에 한국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협의를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일본의 반격 가능성을 전문가들이 정부에 경고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일 간 정면충돌에 정부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아무런 외교적 협의나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일본이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허를 찔렸다. 일본은 무역보복 조치를 감행했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가지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에 나섰다. 한국이 절대적으로 일본에 의존하는 소재다. 규제 이유는 ‘북한 화학무기나 독가스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얼토당토않다. 하지만 문제는 일본이 갖은 이유를 대면서 앞으로도 보복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은 수출규제를 하면서 적어도 2가지를 각오하고 있다. 먼저 한·일 간 신뢰관계의 균열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한·일 정부 간 믿음에 금이 갔고, 기업 간 수십년 동안 쌓아온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신의 골은 깊어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이 자국 기업의 피해를 각오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 기업은 국제분업의 사슬에 매여 있다. 서로가 필요한 공생관계다.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으면 일본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자해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이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했던 방식을 원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가장 아파할 곳을 찔렀다. 미국이 타깃으로 삼은 중국 화웨이는 미래산업인 5G산업의 총아다. 미국은 화웨이 규제 이유를 ‘미국 안보 위협’이라고 했다. 일본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산업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이유도 ‘일본 안보 위협’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규제 강도를 높이면서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저항하자 관세규제 대상을 전체 수입품으로 확대했다. 일본도 수출규제 품목은 3가지로 출발했으나 대폭 늘어날 것이다. 당장의 대처 방안이 없다. 시간은 공격자의 편이다.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의 올 2분기 성장률이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교는 도덕이 아니다. 정의(正義)도 각자의 해석에 달려 있다. 한·일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미래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피해가 일본보다 크다. 자신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문제라면, 더 큰 문제는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반일감정이나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대책이 아니다. 우리 기업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위정자는 감상이나 울분이 아닌, 냉정한 시각으로 세상을 진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죽창가가 아니라 거란 소손녕의 입을 틀어막고 강동6주를 획득한 서희의 외교술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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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데자뷔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수출규제로 반발한 가운데 66년 전에도 한·일 간에 역사 문제가 통상 갈등으로 비화된 적이 있다. 바로 1953년 열린 국교정상화 교섭에서였다. 한국이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자 일본 측 수석대표인 구보다 간이치로는 “일본도 철도·항만에 대한 청구권을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일본이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에 점령돼 더욱 비참한 상태에 놓였을 것”이라고도 했다. 격분한 이승만 정부는 즉각 일본과의 무역중단을 선언했다. 이른바 ‘구보다 망언’ 사건이다.


구보다 망언사건은 일본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부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이 때문에 불법성을 주장하는 한국과 갈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시사한다.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타협할 수 없는 역사문제의 하나가 되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법원이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일본이 한국에 지불한 3억달러로 모든 청구권이 매듭되었다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고, 일본이 이에 반발해 일으킨 것이 이번 사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1953년의 한·일 무역분쟁과 수출규제 사태는 공통점 외에 차이도 있다. 무엇보다 양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일본은 여전히 동북아 강국이지만 한국은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일본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국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을 힘으로 윽박질러 해결하려 드는 태도가 여전하다. “국제정치의 본질은 권력(힘)”이라고 주장한 정치학자 한스 모겐소 신봉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런 모겐소도 힘의 본질과 한계를 인식하고 협상 등 외교적 수단을 고수하라고 권장했다.


이번 사태를 돌아보면 과연 ‘준비의 일본’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경제와 안보 분야를 한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간주하고, 이 분야를 포괄하는 반도체를 콕 집어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부터가 용의주도하다. 반도체를 집중 공격하면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한국 정부를 ‘종북’으로 몰아 무릎을 꿇릴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한 것 같다. 특히 대북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보수 세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운 이른바 ‘김정은 대변인’ 프레임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과거 진주만 공습 1년 전부터 어뢰투하훈련을 했다는 나라이니 이런 정도는 약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의 스텝은 시작부터 꼬였다. 한국에 대한 ‘대북제재 불이행 의심국가’란 일본의 의혹제기는 1주일도 안돼 근거 없는 허위로 판명났다. 오히려 일본이 레이더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수출규제 명분은 무너지고 한국으로부터 국제기구의 대북제재 위반 조사를 받자고 역공당하는 처지에 몰렸다. 자유한국당의 ‘초당대처’ 방침으로 ‘종북몰이’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워졌다. 수출규제 조치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점점 더 불분명해지고 있다. 근거 없는 주장과 억지 논리의 끝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 간과한 대목은 더 있다. 국제사회는 정글 같은 곳이지만 동시에 이성과 상식이 여전히 통용되는 무대란 점이다. 역사를 통상 문제와 엮는 것은 21세기 자유무역질서에 반하는 행동이다. 여태껏 자유무역을 주장해온 일본의 태도와도 모순된다. 따라서 이런 시도는 성공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현시점에서 일본의 한국 보복이 실패할 것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비록 수출규제 명분이 약화됐어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지금 일본을 지배하는 것은 ‘약속을 안 지키는’ 한국 정부를 혼내줘야 한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가능하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은 66년 전의 만만한 국가가 아니다. 혹시 일본이 미국에 차이고 중국에마저 추월당해 구겨진 자존심을 세울 상대로 한국을 선택했다면 잘못 고른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국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국가다. 같은 아시아 경제 블록의 주요 국가로, 서로 부품과 완제품 제공국가로 종횡으로 얽혀 있다. 북한 등 동북아 안보 문제에 대해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다. 더구나 관광과 한류 등 양국 민간 교류도 긴밀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신봉하는 동북아 ‘유이(有二)’의 국가들이기도 하다. 양국 갈등으로 인해 이런 소중한 공유자산을 훼손하지 않기 바란다. 이들 가치는 식민지배의 불법성 문제와 연계해 논의할 수도 있을 터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이 대목에 유의했으면 한다. 일본 참의원 선거가 열리는 21일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닫아둔 마음의 문을 열기 바란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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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력 신문 뉴욕타임스(NYT)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를 세계무역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를 따라 하며, 한국에 대해 무역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통해 일본이 확실하지도 않은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또 아베 신조 총리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상대국에 관세폭탄을 안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모방하고 있다는 표현도 썼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2일 (출처:경향신문DB)


NYT의 이 보도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일본의 조치가 자유무역이라는 오랜 가치와 모순된다고 지적한 점이다. NYT는 아베 총리가 지난달 말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주최국 의장으로서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는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근간”이라며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해놓고 이틀 뒤에 한국을 상대로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런 조치로) 아베가 자유무역에 타격을 가한 가장 최근의 세계 지도자가 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이 제3자의 시각에서 하는 비판을 일본과 아베 총리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이 신문은 일본이 ‘한국과의 신뢰 관계’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 등을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도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정치와 무역 등 경제 활동은 분리하는 것이 지난 수십년간 국제 경제를 발전시켜온 근간이었는데 일본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일본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3번째로 안보를 무역에 연관시켜 보복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은 핵·화학 무기 제조에 쓰이는 불화수소를 몰래 북한으로 밀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슬며시 거둬들였다. 일본이 억지 논리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자유무역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임을 이번 보도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측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16일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을 매각하면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다음 조치로 한국과 산업 기술교류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1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이기면 더 공세를 펼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지금 할 일은 추가 대응이 아니다. NYT 보도 같은 국제사회의 객관적인 지적을 새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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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일본 신문이나 TV를 보는 게 심란했던 적이 없다.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를 두둔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억측과 중상, 불만과 조롱이 넘치는 내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이나 ‘촛불혁명’ 등을 두고 일본의 ‘한국 깎아내리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도가 지나치다.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관리가 의구심이 간다는 억지뉴스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보복조치의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을 들면서 확인되지 않는 얘기를 흘리고 북한과의 연관 의혹까지 제기한다.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일본 정부·여당 관계자발로 전략물자의 ‘북한 유출설’을 흘린다. 아베 신조 정권과 가까운 신문·TV가 근거 없이 한국의 수출관리가 엉망이라는 보도를 내보낸다. 사린가스나 VX 같은 생화학무기 제조에 전용 가능한 물자 유출설도 곁들인다. 정부·여당과 일부 언론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국을 ‘안보 문제국’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뉴스나 연예 정보 등을 가볍게 다루는 TV <와이드쇼> 프로그램들이 이런 내용을 반복해서 다룬다. VX가 북한이 김정남(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을 암살할 때 사용됐다고 설명하면서 사건 당시의 자극적인 화면을 내보낸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도 등장해 이번 조치를 정당화한다. 생각해볼 내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은 불신과 냉소다.


이번 조치가 “안보상 우려에 따른 무역관리 재검토”라는 일본 정부 주장을 답습한다. 일본은 냉정하게 이야기하는데 한국은 왜 감정적으로 반응하냐는 것이다. 한국의 수출관리 문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제대로 수출관리를 하고 나서 국제사회에 호소하라”고 비아냥댄다. 한국에서 일본 맥주가 인기가 많으니 맥주수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엔 실소만 나온다.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다.


지난 12일 한·일 당국 간 첫 실무회의에서 일본 측은 ‘부적절한 사례’가 북한 밀반출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야말로 ‘치고 빠지기’ 식이다. 이미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의 안보 문제를 건드려 ‘코리아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런 억지주장은 ‘신문·방송 → 와이드쇼 → 주간지 등 잡지’ 순서로 확대되면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보수 매체와 우익 댓글러들의 합작으로 ‘한국 때리기’ 기사는 야후저팬 같은 인터넷포털 뉴스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정부의 조치가 ‘타당하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한국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여론에 불신과 혐오의 연료를 대고 불을 붙이면서 ‘한국 때리기’의 구조를 짠 게 누구인지 곱씹어봐야지만, 이런 사회 분위기에 있는 일본과 마주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데 이번 전개 과정을 보면 “한국을 손봐줘야 한다”는 것을 빼곤 무슨 명분과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조치가 일본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일본 기업에도 피해가 되돌아오는 “극약 같은 조치”라는 지적은 이미 수차례 나왔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한국이 두 손을 들 거라고 보는 건 판단 미스”라고 했다. 오히려 한국 여론을 강경하게 만들어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 일본 측이 20년 전 외환위기 때 일본에 손을 벌리던 한국을 상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한국을 괴롭히고,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는 냉소도 나온다. 


그게 아니라면 일본은 무얼 노리는 걸까. “한국에 일본의 불신을 명확하게 전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나갔다. 일본을 추월할 한국의 산업성장을 막고, 나아가 동북아 질서에서 한국을 제치고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걸까. 자꾸 기어오르는 한국을 밟아주고 쥐락펴락하겠다는 걸까. 이런 생각이 맞다면 일본은 위험한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이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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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서 의미 깊은 결의가 지난주에 채택됐다. 미국의 내년 국방예산안인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외교를 통한 대북 문제 해결과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가 포함된 것이다. 이 조항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하원 전체회의의 구두표결로 가결됐다. 미 연방의회가 한국전쟁의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를 의결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결의에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북한과의 군사충돌을 피하기 위한 노력,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북한 억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고 69년간 지속한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해 지속적이고 신뢰할 만한 외교적 노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의회의 인식’이라는 단서가 붙어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의 법안에 삽입된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이번 결의의 가결은 미 의회에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고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의회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립각을 세워온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미 의회의 이번 결의는 북·미 실무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이 갖춰지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공개리에 언급한 것은 미 의회의 결의와도 부합하는 취지여서 주목된다.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경제제재 해제보다 체제안전보장을 더 강조해온 만큼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대화 분위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외교경로를 통해 북측에 실무협상을 이번주에 열자고 제의했지만 북한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을 어떻게 뗄지를 놓고 전략을 가다듬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월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미 고위급회담이 내실 있게 진행되려면 늦어도 다음주에는 실무협상이 열려야 한다. 북·미 정상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을 통해 하노이 이후 교착상태를 해소한 만큼 실무협상도 속도감 있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 의회까지 가세해 마련된 대화동력을 살려나가려면 북한은 실무협상 제의에 조속히 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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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여행기다. 오디세우스는 여행 도중 만난 괴물이나 식인종들을 물리치고 10년 만에 귀향에 성공한다. 그가 난관을 극복하고 귀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지략과 담력 때문이었겠지만,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환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오디세우스는 그들이 제공한 숙식과 향응 덕분에 긴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이면서 그리스인들의 환대담이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첫 실무회의에 참석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왼쪽)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오른쪽)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환대’는 인간 문명화의 핵심가치다. 인간은 환대를 통해 관계를 맺고 사회를 발전시켰다. 옛사람들은 나그네나 이방인을 외면하지 않았다. 인류 최초의 환대는 아브라함이 방문객들을 극진히 영접한 일이다(<구약성서> 창세기). 이는 결과적으로는 하느님을 접대한 일이었지만, 당시 아브라함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방문객들을 환대했다. 동양에서 낯선 이방인은 귀한 손님이었다. 인도 출신 허황옥을 김수로왕의 부인으로 맞이하고, 바다를 건너온 석탈해를 신라의 임금으로 떠받든 것은 고대인들에게 이방인을 환대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대로 환대는 ‘인간의 근원적인 덕목’인지 모른다.


환대에 관한 한 일본만큼 자부심 강한 민족도 없다. 일본인들은 자국 문화의 특징으로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를 꼽는다. 오모테나시란 ‘최고의 환대’를 말한다. 식당이나 료칸(旅館)에서 무릎을 꿇고 안내하는 종업원처럼 때론 지나친 오모테나시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오모테나시 정신은 일본 접객 문화의 모델로 활용되고 있으며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한·일 통상당국 실무자 회의가 열렸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호스트격인 일본은 한국 대표단을 환대하기는커녕 노골적으로 냉대했다. 참석자 명패도 없는 회의장은 썰렁했고, 양국 대표 간의 인사말이나 명함교환도 없었다고 한다. 명백한 ‘외교결례’다. 환대(hospitality)와 적대(hostility)의 어원이 되는 프랑스어 ‘hote’에는 ‘주인’과 ‘손님’의 뜻이 다 있다. 일본인의 ‘환대’는 ‘적대’의 다른 얼굴일까.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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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이유와 관련해 말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등에 따른 ‘양국 간 신뢰훼손’ 때문이라고 하더니 얼마 안 가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등 ‘안보 우려’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거꾸로 일본이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전력이 드러나자 ‘안보 우려’ 주장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도쿄신문은 지난 12일 열린 한·일 양자 실무회의에서 일본이 수출규제를 이유로 제기한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 “북한 등으로의 물자 유출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고 13일 보도했다. ‘한국이 전략물자를 북한으로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공세를 펴다가 거꾸로 일본이 북한 유출 혐의를 받게 되자 ‘꼬리를 내린’ 셈이다. 수출규제 이유가 애초에 정당했고, 자신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스텝이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말바꾸기 행각이 안쓰러울 정도다.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관리에 허술했던 정황은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 10건을 분석한 결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들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수출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14일 보도했다. 품목 중에는 레이더, 기중기, RC수신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레이더는 대함 미사일 발사능력을 갖춘 군함에 장착돼 있었고, 기중기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BRM) ‘화성-12호’를 발사대로 옮기는 데 사용됐다. 무인기에 쓰인 부품들도 여럿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9일 (출처:경향신문DB)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일본 산케이신문 2009년 3월21일자 기사가 ‘일본이 북한 핵물자를 대주는 짐꾼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보면 일본 내에서도 이런 우려가 오래전부터 있었던 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가장 호들갑을 떨던 일본이 정작 자국 기업들의 ‘뒷거래’는 방치해왔던 것이다. 그래놓고 한국이 전략물자를 북한에 넘겨온 듯한 의혹제기를 하다니 이런 적반하장도 없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지난 1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나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체제 위반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고 제안했다. 국제기구 검증을 통해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자는 이번 제안에 일본 정부는 성실히 응해야 한다. 아니면 그간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 대해 정식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입장이 궁해지니 억지주장까지 펴며 대화를 기피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도쿄의 양자 실무협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부터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철회’라는 말은 없었다”고 했다. 일본 보복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 일본까지 찾아간 한국 정부 대표가 철회 요구를 하지 않았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속기록에 ‘철회’라는 글자가 없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듣고 싶은 것만 기록한 모양이다.  


일본은 한국이 제안한 추가 실무협의 요청도,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제안한 한·미·일 고위급 협의도 응하지 않을 태세다. 이런 식의 태도는 일본의 국격만 떨어뜨릴 뿐이다. 일본은 당장이라도 한국과 대화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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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에 대해 불화수소 북한 밀반출 의혹을 부풀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이 불화수소를 북한에 밀반출하다 적발된 사례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일본의 사단법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의 ‘부정수출사건개요’ 자료를 확인한 결과 1996년부터 2013년까지 30건이 넘는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는 일본 기업이 1996년 1월 오사카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나트륨 50㎏, 2월 고베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수소산 50㎏을 각각 선적해 북한에 밀수출했다가 20만엔의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4월 직류안정화전원 3대가 경제산업상과 세관장 허가 없이 태국을 거쳐 북한으로 수출됐으며, 2004년 11월에는 주파수변환기 1대가 화물 항공편으로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갔다.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문제 삼아야 할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을 상대로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리다니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말 그대로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본이 과거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사실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일본 정치권과 언론들은 한국 기업이 불산을 북한에 유출한 의혹이 있다는 설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1면에 한국이 “생화학무기를 포함해 대량파괴무기 제조로 전용 가능한 물자를 시리아, 이란 등 북한의 우호국에 부정수출했다”며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산업부 조사결과 국내 일부업체가 무허가로 수출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며, 문제의 불산은 일본에서 수입한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산케이가 무허가 수출 건수가 2016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42건에 달하는 등 적발건수가 많아 수출통제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한 것에 대해 산업부는 “이는 무허가 수출 적발건수가 많은 미국의 수출 통제제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총 적발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 사례만 선별해서 공개하는 일본이야말로 수출통제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지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본 정치권과 언론들은 더 이상 한국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아무리 분쟁 중이라고 하지만 가짜뉴스까지 동원해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의 근거 없는 음해공세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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