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9.04.30 [사설]새 일왕 즉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출발점 되길
  2. 2019.04.30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김정은 ‘새로운 길’의 한계
  3. 2019.04.29 [동서남북인의 평화찾기]‘정상적인’ 한·일관계란 무엇인가
  4. 2019.04.26 [사설]북·러 정상회담서 남북관계와 북·미 협상 강조한 푸틴
  5. 2019.04.24 [사설]북·러, 중·러, 미·일 정상회담 개최, 주변국 관리 중요하다
  6. 2019.04.24 [기고]남북 민간교류와 한반도 비핵화
  7. 2019.04.23 ‘일본 대단해’론의 함정
  8. 2019.04.22 [아침을 열며]브렉시트와 리더십
  9. 2019.04.22 [사설]북·미 교착 속에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을 주목한다
  10. 2019.04.19 ‘굿 이너프 딜’은 왜 문제인가
  11. 2019.04.18 [여적]노트르담의 목재 들보
  12. 2019.04.17 [여적]추락 F-35A 잔해 찾기 각축전
  13. 2019.04.17 [사설]노트르담 성당 대화재, 역사유적 보존 경종 삼아야
  14. 2019.04.17 [이대근 칼럼]김정은 계산법은 틀렸다
  15. 2019.04.17 중국의 칭찬 단톡방
  16. 2019.04.16 [사설]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공식화한 문 대통령
  17. 2019.04.15 [사설]3차 회담 의지 밝힌 북·미 정상, 창의적 중재가 필요하다
  18. 2019.04.12 [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19. 2019.04.12 [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20. 2019.04.10 [사설]남·북·미 정상, 비핵화 협상 성공 위한 결단 필요하다

일본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30일로 퇴위하고 다음날인 5월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새 일왕에 즉위한다.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30년 만에 막을 내리고 ‘아름다운 조화’를 의미하는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린다. 


일본 사회는 27일부터 시작된 열흘간의 ‘골든위크’ 연휴가 겹치면서 들뜬 축제 분위기다. 히로히토 일왕의 사망으로 일본 전체가 ‘자숙’ 분위기에서 시작된 헤이세이와 달리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 퇴위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가뿐한 기분으로 맞게 된 것이다. 헤이세이 30년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경제불황과 3·11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재난으로 얼룩졌다. 전쟁과 전후 고도성장의 경로를 숨가쁘게 달려온 쇼와(昭和) 시대의 피로증이 사이비 종교인 옴진리교의 사린가스 테러사건 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이런 전후(戰後)유산과의 단절을 소망하며 레이와 시대를 맞고 있다. 


아키히토(왼쪽), 나루히토. AFP연합뉴스


나루히토 새 일왕은 1960년생으로 전후에 출생한 첫 일왕이다. 아베 신조 총리도 1954년생으로 전쟁을 겪지 않았다. 총리에 이어 전후세대 일왕의 등장으로 주변국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본을 지향하는 흐름이 뚜렷해질 가능성도 있다. 부친의 전쟁을 곁에서 지켜본 아키히토 일왕은 ‘평화주의’를 평생의 신념으로 삼았고,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와 군사대국화 움직임을 견제해 왔다. 새 일왕도 평화주의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버지만큼 또렷하게 목소리를 낼지는 두고봐야 한다. 


일왕교체라는 시대 전환을 맞는 이웃 일본을 지켜보는 심경은 복잡하다. 한·일관계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 초계기 레이더 논란 등이 겹치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간 외교갈등이 경제 분야로 옮겨붙는 정황도 나타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새 일왕의 즉위를 맞아 앙금을 훌훌 털고 관계개선을 시도할 엄두조차 못 낼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방치하는 것은 양국 정부 공히 직무유기다. 양국은 레이와 시대의 개막을 계기로 출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오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도 관계복원의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 새 연호에 담긴 평화정신에 걸맞게 아베 정부가 좀 더 겸허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도 바람직한 양국관계의 미래를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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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이 윤곽을 드러냈다.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그는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이고 “세계 모든 평화애호역량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작년 3월26일 중국, 11월3일 쿠바, 금년 3월1일 베트남, 4월25일 옛 사회주의 종주국인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하는 등 국제연대 재구축에 나섰다. 동시에 김정은은 “조·미 대결의 초침”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하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라고 촉구하며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놓으려 하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즈음해 북한 매체들은 한·미동맹을 비난하며 남북관계의 자주적 해결을 촉구했다. 작년 6월12일 첫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잘못을 인정한 “그릇된 관행들”이 되살아난 느낌이다.


김정은은 4월16일 공군부대 비행훈련, 다음날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하는 등 이틀 연속 군사행보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25일 북한 조평통은 한미연합공중훈련이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항의하고, 27일 조선중앙통신은 축소 실시된 ‘동맹-1연습’을 침략전쟁 연습이라며 “북남, 조·미 수뇌상봉들에서 이룩된 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비난하였다.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평화기류가 공고한 것이 아니라며 북한군에 “강력한 군력”을 촉구한 것과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새로운 길’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김정은이 주요국 정상들에게 핵 포기를 약속하고 작년 당 전원회의 때 핵실험, 중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결정한 순간부터 북한은 악자(惡者)에서 약자(弱者)의 지위로 내몰렸다. 북한이 아무리 자력갱생 구호를 내걸고 국제연대를 복원해 ‘새로운 길’을 가려 해도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병진노선으로 돌아가 약속들을 깨는 순간, 네 번이나 찾아가 어렵게 회복한 북·중관계와 새로 구축한 북·러관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북한이 전략도발을 재개하면 북·미 대화가 단절되고 한반도는 다시 군사충돌의 위기상황에 빠져들 것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속화하는 명분을 얻고 북한은 경제번영의 기회를 잃게 되고 남북의 평화공존과 통일은 더 멀어지게 된다. 연말까지는 북한이 병진노선이라는 ‘옛길’로 돌아가지 않겠지만, ‘새로운 길’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남측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상황은 트럼프가 북·미 비핵화 협상 타결을 2021년 제2기 출범 이후로 미루고, 내년 대선 때까지 상황관리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주도의 엄격한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남북관계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더러 “좌고우면하지 말라”고 겁박한다고 한국이 국제제재망에서 홀로 이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네 번이나 만나 ‘한 참모부’를 약속하고 푸틴 대통령과 ‘다자 안전보장’의 지지를 얻었어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조차 대북 제재망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국제현실이다.


북한은 연말까지 기다리다가 미국이 북측 희망대로 계산법을 바꾸지 않으면, 내년 봄부터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 등 전략도발을 벌여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재를 뿌리고 한국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오히려 트럼프의 강경대응으로 보수파 결집을 이뤄 대통령선거에 영향도 못 미치면서 한국 내 평화세력만 궁지에 몰아넣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갖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쉽게 입장을 바꾸기 어렵고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면 입장을 바꾸기가 더 어렵다는 점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 미국 입장을 유연하게 하려면 중재자든 당사자든 한국의 역할을 믿고 다시 한번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 정부도 비핵화 동력을 살리고 협상 타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일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 한·미관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이 북·미 협상을 후순위로 미루지 않도록 설득해 비핵화 동력을 유지하고 대화 재개를 이끌어내야 한다. 4월11일 한·미 정상회담은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었다. 둘째, 비핵화 타결을 이루기 위한 창의적 해법을 만든 뒤 이를 근간으로 미국과 북한을 견인해야 한다. 창의적 해법을 만들기 위해선 민관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셋째, 맞춤형 대북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당분간 남북 교류협력은 대북 제재와 무관한 분야에 국한하되, 정치·군사 분야에서 속도를 낸다. 평화협정 논의 착수와 군비통제 이행으로 한반도 비핵화 여건의 조성과 실질적 평화공존체제 구축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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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가 비정상이고 최악이라고 한다. 국교정상화 이래 한·일관계는 계속 풍파를 겪어왔으나, 작년 가을부터 극도로 악화되었다. 


최근 크게 부각된 쟁점은 ‘징용공’(강제동원 노동자) 문제다. 작년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금 지불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일본 총리와 외무대신은 한일조약과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를 재삼 들고나왔다며 크게 반발했다. 일제의 강제동원 문제는 제기된 지 오래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고,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같은 해 최종 승소했다. 이에 앞서 신일철주금은 2012년 주총에서 한국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통해 화해하려고 했고, 이전부터 일본 전범기업의 불리했던 상황에 영향받은 독일은 2000년 연방정부와 6000개의 전범기업들이 총 101억마르크의 절반씩을 부담하여 나치에 의한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을 위해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란 이름의 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2007년까지 100여개국  7700만 강제노동자들에게 배상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한국의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원고와 화해하려는 일본 기업에 제동을 걸었다. “버릇이 되어 다른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아베가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고, 이후 대법원 판결로 ‘최악의 한·일관계’에 이른 것이다.


다음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2017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12·28 한·일 합의’에 의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문제다. 이 문제도 박근혜가 무책임하게 국회 비준도 없고, 문서 공개도 없이 이면 합의까지 더하여 구두로 합의를 발표한 것이다. 국제적 비난을 면하기 위해 아베는 이 합의를 이용했으니 작년 11월21일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에 크게 반발했다. 속임수로 상대로부터 받은 증서를 가지고 모질게 빚 독촉을 하는 아베의 행동은 정의의 집행인인 양 행세하는 악독한 고리대금업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웃기는 것은 작년 12월20일 한국 구축함이 일본 자위대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했다고 하여 일본이 난리를 떤 일이다. 누가 먼저냐는 진실공방은 차치하고, 레이더를 쏘았다는 게 대단한 문제라고? 독도 근해에서 북한의 표류선에 대한 구조활동을 하던 한국 해군함정에 일본 초계기가 위협적으로 근접 비행한 것은 외교 범절에도 벗어나고 ‘평화헌법’을 가진 전후의 일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행동이다. 일본의 군사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는 도발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들에서 기인한 일본에서의 ‘한국 때리기’ ‘혐한’ 풍조는 절정에 올랐다.


이런 상태를 두고 “한·일관계가 비정상”이라면서 국내 일부 정치인과 관료, 학자들은 한국도 잘못을 뉘우치고 한·일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한·일관계는 정상이었는데, 한국의 잘못으로 비정상화가 되었는가? 정작 ‘도대체 정상적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라는 것은 무엇일까?’란 물음에 대한 답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일단 이론적으로는 정상적 국가관계란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대등한 외교관계를 맺고 교류함을 말하는데, 각 나라가 독립적이고 자주적이어야 한다.


한·일관계는 일본과 한국이 미군 지배하에서 외교주권을 가지지 못한 시기에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청산도 없이 어물쩡 시작되었다. 그런데 한국은 애초부터 분단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미국 지배권에 편입되어 동서냉전의 한 축이 되었고, 한국과 일본은 모두 ‘반공’ 우방국의 틀에 묶였다. 미국은 베트남전쟁 수행의 필요성 때문에 1965년 한일조약으로 ‘국교정상화’를 양국에 강요했다. 1960~1970년대 한국에는 일본에서 생산한 전자제품 등이 쏟아져 들어왔고 거리에는 기생관광을 온 일본인들이 활보했다.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서 일제(일본 제품)가 일제(일본 제국주의)를 압도하고 회자되었다. 거시적으로 보면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구도 속에서 한국은 일본의 하위에 자리하면서 ‘대공산주의 방파제’의 구실에 안주했다. 그리고 ‘한강의 기적’ 속에서 목숨을 마멸시키는 장시간 저임금의 고한(苦汗) 노동으로 원색적인 욕망들만이 요동치는 야만의 시대를 겪었다. 일제에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 출신의 독재자의 나라에서 일본은 대접을 받고 돈벌이도 실컷 하면서도 기술적 우위를 무기로 한국을 계도하는 교만을 즐기는 시대가 ‘정상적인 한·일관계’의 시대였던 셈이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 도약은 일본의 ‘아시아 넘버 원’ 자리를 위태롭게 했다. 여기에 한국의 민주화, 특히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평화와 통일의 눈부신 아이콘이 되고, 그래서 과거 일본의 지배를 받던 조선이 국제적으로 각광을 받자, 일본 극우세력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시기와 질투, 증오심을 느끼며 극단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을 상전으로 모시는 한·일관계로 결코 되돌아갈 수도 없고, 되돌아가서도 안된다. 민주적 주권국가인 한국 그리고 새로운 남북의 ‘평화시대’에 걸맞은 한·일관계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서승 동아시아평화연구소장·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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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러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협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3시간에 걸친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만찬 연설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역내 핵문제뿐 아니라 여러 이슈를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유일한 효율적 해법”이라며 비핵화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조·러(북·러) 친선관계 발전과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전 보장을 위한 문제들, 공동의 국제적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두 정상의 발언으로 볼 때 이번 회담에서는 북·미 협상 교착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비핵화 문제 및 북·러관계 발전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짐작된다. 러시아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을 지지해왔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회담에서도 이런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_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 모두발언과 만찬 연설에서 “북남대화를 지지하고 현재 조·미(북·미)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한 점은 눈길이 쏠린다.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 협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의 유효한 해법임을 강조한 셈이다. 푸틴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북·미 협상에서 북한의 체제안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경우 6자회담체제가 가동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북한이 북·미 협상궤도 속에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푸틴 대통령이 대국(大局)적인 견지에서 비핵화 문제에 현실성 있는 태도를 보인 것을 평가한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남북·북미 대화구도로 복귀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전통 우방국 등과의 외교다각화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비핵화를 위한 최종 담판장은 북·미 협상임을 푸틴과의 대화에서 확인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조속히 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편에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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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 방문을 대내외에 사전 예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북·러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의 일단을 보여준다. 이번주에는 북·러뿐 아니라 중·러, 미·일 간에도 정상회담이 예고돼 있는 등 동북아 외교가 바쁘게 전개된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회담한 직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워싱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전날인 23일(현지시간) 전용열차 도착 예정지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역 주변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위 사진). 북·러 정상회담장이자 김 위원장 숙소로 알려진 극동연방대학 스포츠동 건물(가운데 사진). 고려항공 특별기로 운송된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 리무진이 극동연방대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_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본격화되던 1년 전 세계의 시선이 판문점에 쏠렸던 것과 비교해 보면 착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북·미 간에는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입장 차가 확연한 상황이고, 남북관계도 소강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을 지렛대로 북·미관계를 추동하는 외교전략이 먹혀들지 않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는 27일 4·27 판문점선언 1주년 행사에 북한은 여태껏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아 빛바랜 행사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그렇다면 판문점선언 1주년을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복기하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남북, 북·미 관계에 외교자산을 집중하느라 주변국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일본은 이날 한·일관계가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외교청서를 확정했다. ‘한국 탓’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정세 진단은 틀리지 않다. 대중국 관계도 매끄럽다고 할 수는 없다. 한반도 평화구축에 우군이 돼야 할 일본·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한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악의 한·일관계부터 손 대야 한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6개월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공식 외교라인의 접촉도 중요하지만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도 정상회담에만 힘을 쏟을 일이 아니다. 당국 간 관계가 소강상태라면 민간교류 활성화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 국내 대형교회 4곳이 북한에 모내기용 비닐박막을 지원키로 했다는 경향신문 보도는 이런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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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해결이야 북·미와 우리 정부 차원의 문제이지 남북 민간교류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인 북핵 문제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후 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발표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방미 시 한·미 정상이 나누었던 구체적인 북핵 해법에 대한 논의 내용은 현재로선 알 길이 없지만,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노력은 분명 북·미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게 하고 북·미의 협상 재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향후 북·미 협상에서 미국의 유연성 있는 변화된 태도도 요구되지만 북한의 더 큰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인 것 같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등 미 외교안보 정책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북핵 문제는 북한의 체제에 대한 안전 담보 문제와 미국과 국내 보수진영의 북한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여 신뢰를 구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부 차원의 만남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활발한 민간교류는 남북 간 신뢰를 조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아가 민간교류 차원에서 구축된 신뢰가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선 안될 것이다. 함께 행복하게 잘 살자는 남한 주민의 진정성을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취약계층에 800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보류시킨 조치나 국내 대북지원단체나 민간체육문화교류단체들의 사업 추진을 대북 제재 조치라는 틀 속에서 제한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여년간 정권 차원에서 올인하여 구축한 현재의 핵 시스템을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북한이 포기할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정부 차원의 남북, 한·미 간 대화와 협상 노력과 함께 민간 차원의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과 문화예술·체육 등 사회문화교류를 통해 남쪽 주민들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전함으로써 미래를 함께할 공동체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핵이 없어도 안전하게 남북이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이는 나아가 북한 당국이 핵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근래 북한 매체 보도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며 실망감을 표하는 것 같다. 북·미, 남북 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로 핵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북 간 주민의 활발한 접촉이 당국 차원의 대화에 윤활유를 부어주고 무엇보다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공고화시키고 대결의식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비핵화를 위한 압박·제재라는 수단에 너무 집중하다가 남북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더 높은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성원 | 남북체육교류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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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밤(한국시간) ‘인류 사상 첫 블랙홀 관측’ 소식이 전 세계에 타전됐다. 세계 13개 연구기관, 200명 이상의 연구자가 참가한 ‘사건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 프로젝트팀이 처녀자리 은하단에 있는 M87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블랙홀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번 관측은 블랙홀 연구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언론도 이를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한국도 참여’라는 대목을 빼놓지 않았다. 역사적인 프로젝트에 한국도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주요 신문들은 11일자 조간 1면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 국립천문대를 비롯한’ 국제연구팀의 성과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보수·우익 성향 <산케이신문> 제목이 묘했다. ‘블랙홀 포착’ 제목 밑에 ‘세계 최초 국립천문대팀 촬영’이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이번 성과를 오롯이 일본의 ‘위업’으로 오인하게 할 제목이다.


오는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지난해 12월23일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도쿄 왕궁에 모여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_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을 돋보이게 하려는 사례는 또 있다. 이번 관측을 설명한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기자회견장. 미 주간지 <타임>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일본 NHK 기자가 “이번 건이 엄청난 공동협력이라고 알고 있다. 각국, 특히 일본의 기여에 대해 세부사항을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 기자가 국명을 밝히자 “잠시 머뭇한 뒤 다른 기자들의 부드러운 웃음소리들이 뒤따랐다”고 일본 영자일간지 <재팬타임스>는 전했다. 


이 기자의 질문에 대해 쉐퍼드 도엘레만 EHT 단장은 “일본은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각 나라, 각 지역, 각 그룹, 각 연구소가 그들의 전문지식과 작업들을 갖고 왔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경을 넘어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이룩한 성과에서 ‘특히 일본’의 역할을 찾으려는 기자의 ‘우문’에 ‘현답’을 한 셈이다.


일부 문제로 치부할 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일본 스고이(대단해)론’을 자주 접하는 건 사실이다. <세계가 놀란 일본, 대단하네요>처럼 외국인이 일본을 상찬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서적들이 넘친다. 국제대회에서 일본 선수가 우승하면 “일본인 대단합니다”라는 진행자 멘트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본 대단해론’이 부상하게 된 것을 일본의 위상과 사회 변화에서 찾고 있다.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1995년 한신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 잇따른 자연재해, 중국의 추월 등에 따른 불안감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고도성장을 이뤄내 ‘재팬 애즈 넘버원(Japan as number one·1등 일본)’으로 불렸던 ‘좋았던 그 시절’을 돌아보는 작품이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국수·복고주의 경향은 앞으로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달 1일 새 일왕 즉위를 앞둔 ‘개원(改元·연호가 바뀜)’ 열기가 이를 방증한다. 일왕 퇴·즉위 행사는 일왕이 ‘인간신’으로 군림했던 전전(戰前) 회귀를 꿈꾸는 우익들에겐 기회다. 개원 이후엔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9월 럭비 월드컵, 내년‘ 7월 도쿄 올림픽 등 대형 행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2006년 1차 내각 발족 당시 ‘아름다운 나라로’를 내걸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국수주의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일본 대단해론’의 맞은편엔 혐한·혐중 책이 넘쳐난다.지난 21일 끝난 통일지방선거에선 극우 세력들이 유세에서 혐한 발언을 쏟아냈다. ‘불편한 진실’에는 눈을 감고 자국의 훌륭함만 미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배타주의에 빠지기 쉽다. 과거 일본이 전쟁으로 치달을 때 ‘신의 나라 일본’이나 ‘일본 대단해’ 논리가 넘쳐났다. 하지만 이런 ‘정신승리’가 파국을 막지는 못했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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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과 전후 혼란기에 9년간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위대한 영국인’이다. 2002년 BBC의 100만명 대상 ‘100명의 가장 위대한 영국인’ 조사에서 찰스 다윈, 윌리엄 셰익스피어, 아이작 뉴턴 등을 제치고 처칠이 1위를 했다. 그는 유럽통합주의자일까, 유럽회의주의자일까.


처칠은 1930년부터 ‘하나의 유럽’을 고민하고, ‘유럽합중국’을 구상했다. 1차 세계대전을 성찰하면서 유럽 내 이동과 상호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각국이 자국의 보호적 조치를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유럽평의회 건설에도 기여했다. 유럽연합(EU)은 홈페이지에서 이런 처칠을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초대 총리, 로베르 쉬망 전 프랑스 외무장관 등과 함께 ‘유럽통합의 아버지’로 소개한다.


그러나 처칠은 유럽통합 과정에선 입장이 모호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 양차 대전을 겪으며 쇠락한 상태에서 그는 유럽을 ‘구질서’로, 경제성장이 폭발적인 미국을 ‘신질서’로 봤다. 정치적으론 ‘하나의 유럽’을 구상했지만 경제적으론 미국과의 단일 시장을 대안으로 여겼다. 영연방국가, 미국, 유럽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한다는 이유로 유럽공동체 가입을 꺼렸다. 그가 유럽회의주의자로 평가받는 데 주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영국은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창설 6년 뒤인 1973년 가입했다. 영연방과의 네트워크에선 경제적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영국은 가입 2년 만인 1975년 오일 쇼크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자 EC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EC 틀에서 얻을 게 많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민 67%가 잔류를 선택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했다. 브렉시트는 영국이 양극화와 불평등에 대한 내부 불만을 ‘이게 다 EU 때문이야’라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비롯됐다. 어쨌건 영국은 필요하면 EU에 남고,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발을 뺀다는 인상을 줬다. 현재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인 나이젤 파라지는 3년 전 “영국이 유럽과 대서양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언제나 대서양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처칠의 말을 인용해 브렉시트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자체를 평가할 생각은 없다.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은 한동안 혼란을 겪을 것이다. EU 내에서 회원국 간 물품·서비스·자본·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지만 새로운 조건으로 바꿔야 한다. 브렉시트에 부정적인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이참에 영국에서 분리·독립하겠다고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터져나올 수 있다. 나중에 최악의 오판으로 평가받는다 해도, 영국이 감당해야 할 일이다.


국가의 백년지계를 논의하는 과정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낸다. 정치는 제 역할을 못하고,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브렉시트 날짜를 3월29일로 받아놨지만 의회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EU에 거듭 요청해 4월12일로, 다시 10월 말로 연기됐다. 가을이 되면 ‘미친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영국 정부는 3년 동안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브렉시트 이외의 다른 정책 현안들은 뒷전이다. 2017년 10월을 목표로 잡았던 사회복지 개혁 작업은 미완이다. 수년 전부터 칼을 사용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사회 불안 요소가 됐지만 경찰력 충원 등 관련 예산 확보가 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대책도 지지부진하다. 영국 언론들은 이런 사례들을 들며 정부가 기본적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디언은 ‘정부 부재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의회민주주의의 발원지라는 영국의 자부심은 나라 안팎에서 조롱을 듣는 처지가 됐다. 집권 보수당은 사분오열이다. 여당 의원들은 총리 말을 듣지 않고, 총리는 의원들을 적극 설득하지 않는다. 노동당 등 야당은 총리 흔들기에 바쁘다.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에 관한 수십 건의 표결을 진행했지만, 통과된 것은 ‘노딜 브렉시트’는 안된다는 것뿐이다. 영국은 암흑 터널 안에서 헤매고 있다. 처칠이 살아 있었다면 그의 사망 8년 뒤 유럽공동체 가입에 대해, 또 EU 탈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처칠 같은 정치지도자가 없어 이런 총체적 난국에 빠졌을까.


리더십의 위기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정치 무대에서 기성정당은 외면받고 있다. 경제·사회적 위기에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주류 정치에 대한 심판이다. 유권자들은 정치적 선명성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당, 이민·기후변화 등에 진보적 색깔이 분명한 녹색당이 동시에 지지세를 넓혀가는 것이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기성정당의 쇠락과 분열은 유럽 정치의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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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북·러 정상회담이 이번주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자 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문제, 지역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회담이 4월 말에 열린다고만 밝혔으나 일본 언론들은 러시아 극동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4~25일 열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회담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대외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북·미관계 냉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북·러 정상이 8년 만에 만나 비핵화를 논의하기로 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공화국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친선과 협조의 유대를 강화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며 외교 다변화 방침을 밝혔다. 그 첫 행보가 전통 우방국인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인 셈이다. 그런 만큼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강화를 북·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제재 완화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을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이 내세우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지지해 왔고, 소련연방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의 비핵화를 이끈 경험도 있다. 미국에 맞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가 비핵화 문제에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출처:경향신문DB


아무쪼록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가국인 러시아가 비핵화에 적극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주변국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회담이 자칫 한반도에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경계한다.  


북한이 외교 다변화를 꾀하는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비핵화는 북·미 협상에서 최종 해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넬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CNN 보도를 주목하기 바란다. 문 대통령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조속히 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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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북 협상을 ‘미국의 방식’으로 주도하기로 작정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보여준 태도는 1년 전 싱가포르 합의에서 나타난 신뢰구축과 관계개선, 평화체제, 비핵화로 이어지는 순차적이고 단계적인 협상에 대한 분명한 거부 의사다. 미국의 방식은 먼저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개념을 정리해 놓고 최종단계까지 가는 로드맵을 만든 뒤 그에 따라 행동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말로는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단계적 구조의 싱가포르 합의를 대체할 ‘포괄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 같은 근본적 접근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시작부터 그랬어야 했다. 정상회담을 2차례나 하고 이미 정상 간 합의도 해놓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 할 말은 아니다. “올바른 합의가 필요하다”는 트럼프의 말은 자신이 덜컥 도장을 찍어준 싱가포르 합의가 ‘잘못된 합의’라는 고백인 동시에 더 이상 그것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골대를 옮긴 것이니 북한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북한은 협상에서 한 수 삐끗하면 끝장이지만 미국은 실수를 해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


당황한 것은 북한뿐 아니다. 청와대도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태도는 돌변한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합의 직후부터 이어졌던 것이다. 청와대가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북·미관계가 앞으로 나가기만을 원했을 것이다. 부실한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그 위에 남북 경제협력 등의 구조물을 올리고 북·미가 모두 되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빨리 통과하기를 기다리다가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북·미는 협상의 방식을 논하는 초기 단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청와대는 북한의 단계적 방식과 미국의 포괄적 접근법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 한다.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으로 절충점을 모색하려는 생각인 듯하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미국의 입장은 ‘포괄적 합의를 위한 동시·병행적 추진’이다. ‘동시’는 상응조치의 시퀀싱(배열)을 의미하는 것이며 ‘병행’은 비핵화·관계개선·안전보장 등 협상의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입체적으로 다뤄나간다는 말이다. 언뜻 보기에는 단계적 접근과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려면 협상의 모든 요소들이 다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접근법은 근본적이긴 하지만 합의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트럼프는 하노이에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의 최종적 모습을 보여줬다.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려면 김정은도 자신이 원하는 비핵화의 최종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양측이 비핵화 조치, 관계 정상화 방안, 구체적 체제안전 보장책 등 모든 요소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합의해야 한다. 군사적 문제는 물론 주한미군이나 핵우산 제공과 같은 문제들도 포함된다. 


북한이 미국의 방식을 따를지도 불투명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합의에 이르는 것은 더욱 어렵다. 트럼프가 지금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북한도 조기에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는 생각을 접고 ‘자력갱생’을 외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조기 수확’이 절실히 필요한 청와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북·미관계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현재의 평화 상태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빠른 진전이 아니라 뒷걸음치지 않는 견고한 진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기 내에 결실을 보려는 생각을 버리고 초석을 놓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비핵화를 완성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1~2년 사이에 이뤄질 일은 결코 아니다.


특히 청와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본전제인 비핵화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비핵화 자체보다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한 한반도의 미래에 집중해왔다. 지금도 북·미를 만나게 하고 어떤 방식이든 북·미가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그것을 기초로 한반도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청와대에서 ‘굿 이너프 딜’과 같은 무책임한 표현이 나오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한반도의 미래는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앞서 모든 것의 전제가 되는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정교한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는 게 먼저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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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르네상스인들의 눈에 13·14세기 중·북부 유럽의 교회건축물은 야만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이 교회건축물을 ‘고딕(Gothic)’이라고 표현했다. 게르만족 이동 때 로마를 파괴한 야만인 고트족 양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고딕건축물은 11·12세기를 풍미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보다 기술력은 오히려 뛰어나다는 평가다. 그 대표적 건물이 노트르담 대성당, 슈테판 성당, 쾰른 대성당 등이다.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최대 관광명소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 오후(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고 있다. 나무와 납으로 이뤄진 96m 높이의 첨탑은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전소됐다. 파리 _ AFP연합뉴스


고딕의 특징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첨탑과 기둥, 커다란 창, 그 창을 찬란하게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력을 극복하고 하늘로 가까이 가겠다는 노력의 산물이다. 당시의 기술로 높은 회랑과 천장은 큰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하중을 견디지 못하면서 벽체가 무너지는 시행착오가 계속됐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천장의 궁륭에 목재를 사용했고, 벽체의 외벽에 버팀기둥을 세웠다. 그래서 외부에서 골조가 갑각류다리처럼 지탱하는 독특한 모양을 갖게 됐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최종 진화된 16일(현지시간) 불에 탄 지붕 잔해인 나무기둥, 돌무더기가 성당 내부로 떨어져 제단 앞에 쌓여 있다. 제단 쪽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가운데 성모마리아가 예수를 끌어안고 슬퍼하는 피에타상 뒤로 황금색 십자가가 빛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화재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천장 일부가 소실됐고 목재 첨탑이 붕괴됐다. 아직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 파편과 못, 성당 외벽의 가고일 석상의 안전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스테인드글라스, 가시면류관, 종탑, 성루이의 튜닉(상의)은 안전하다고 한다. 가시면류관은 예루살렘에 있던 것을 프랑스 루이 9세가 사들여 이곳에 보관 중이었다. 화재 때 성당 유물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신부와 소방관이 헌신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한 기부금이 답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억만장자들을 포함해 국제단체의 지원약속과 소액기부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복원비용은 수억유로로 추정되지만 기부가 쏟아지면서 자금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용이 전부가 아니다. 노트르담 대성당 천장에 사용된 800년 전의 목재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성당 천장의 목조 들보는 원시수림의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대체할 큰 나무가 프랑스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짜 맞춘다 해도 원본과 복제품은 다를 수밖에 없다. 파괴된 문화재는 돈으로 복구할 수 없다. 남아 있을 때 소중히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 게 최선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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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2일, 미 해군 특수전부대(Navy Seal·네이비실)의 오사마 빈 라덴 급습 작전은 처음부터 꼬였다. 실 팀원들을 태우고 출동한 헬기 중 1대가 옥상 위에 착륙하다 와류에 휘말리면서 불시착한 것이다. 이에 실 팀은 지붕과 1층으로 진입하려던 계획을 변경, 벽과 문을 폭파하면서 저택으로 들어갔다. 빈 라덴 사살 후 그의 시신과 컴퓨터 등 자료까지 확보한 실 팀이 마지막으로 부여받은 임무는 “불시착 헬기를 폭파하라”였다. 실 팀은 임무를 완수했다고 보고했고, 미 당국은 빈 라덴 사살의 개가를 전하며 “작전 중 기계적인 결함으로 불시착한 헬기 1대를 폭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튿날 헬기의 꼬리 부분을 찍은 사진이 보도되면서 헬기의 스텔스 기술을 적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폭파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키스탄은 그제서야 자국의 방공망이 미군 헬기를 탐지하지 못한 이유를 알고 미국에 항의했다. 파키스탄은 막판까지 잔해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해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당시 중국이 이 헬기 파편을 입수해 스텔스 헬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일본 아오모리현 동쪽 해상에서 지난 9일 추락한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35A 전투기의 잔해를 놓고 국제적인 각축이 벌어지고 있다. 최첨단 전투기는 물론 그 안에 들어있는 스텔스 기술까지 보호해야 하는 미·일은 B-52H 전략폭격기와 U-2 고공정찰기까지 총출동시켜 수색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자국에 위협적인 미국 스텔스 기술을 빼낼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미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냉전 이후 최대의 해저 첩보 작전”이라고 말했다. 이 전투기는 개발비 4061억달러에 대당 가격이 1억달러(약 1200억원)에 이른다. 또 전투기가 추락한 곳은 공해상이다. 공해상에서는 물건을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다. 미·일에는 핵심적 군사 이익이 걸린 절박한 사안이지만, 중·러에는 밑져야 본전인 장사다. 그런데 이 잔해 찾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 공군도 이 기종의 전투기 2대를 지난달 말 인계받았고, 2021년까지 모두 40대를 도입하게 돼 있다. F-35A 전투기 13대가 시험·훈련 비행 중 긴급착륙한 사례가 모두 7건 있었다고 하니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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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인류의 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저녁(현지시간) 발생한 화재로 성당의 지붕과 첨탑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수백년 역사유적이 한순간에 불길 속에서 주저앉는 모습을 지켜본 파리 시민은 물론 세계가 모두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신속한 화재 진압으로 성당이 전소되는 것을 막고, 가시면류관과 같은 성당 내 귀중 유물을 구해냈다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노트르담 대성당은 유럽 초기 고딕양식의 대표적 건축물이다. 규모가 웅장하고 사적이 깃들어 있어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는 명소이기도 하다. 1163년 착공해 1345년 완공됐지만, 프랑스 대혁명으로 파손되면서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쳤다. 노트르담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으로도 유명하다.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로 일하는 꼽추와 집시 여인의 사랑을 그린 소설은 뮤지컬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에서 아직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노트르담은 역사문화유산이 문학과 대중문화의 콘텐츠로 되살아난 좋은 사례다.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최대 관광명소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 오후(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고 있다. 나무와 납으로 이뤄진 96m 높이의 첨탑은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전소됐다. 파리 _ AFP연합뉴스


노트르담 성당 화재는 지구 건너편에서 발생했지만, 우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11년 전 숭례문 방화라는 전대미문의 문화재 참사를 겪었다. 노트르담 화재를 보면서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숭례문과 노트르담 대성당은 모두 화재로 목조 지붕이 소실되는 등 크게 훼손됐다. 숭례문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5년여의 작업 끝에 원형을 찾았지만, 노트르담의 복원은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이른 시일 내에 온전히 재건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15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에서 불길에 휩싸인 대성당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파리의 교회들은 조종을 울려 슬픔을 나타냈다. 파리 _ AFP연합뉴스


노트르담 화재사건은 우리 문화재의 보존·관리를 돌아보게 한다. 화재 피해는 숭례문뿐만 아니다. 2005년에는 양양 산불로 낙산사 전각들이 불타고 동종(보물 제497호)이 녹아내렸다. 가깝게는 지난 7일 서울 인왕사 보광전이 화재로 전소됐다. 국내에 목조건축 문화재는 모두 469건이다. 이 가운데에는 종묘와 궁궐, 전통사찰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도 들어 있다. 화재에 취약한 목조 문화재는 상시적인 소방점검과 현장관리가 필요하다. 문화재는 평소 관리가 잘 이루어지더라도 방심하면 순간 잿더미가 된다. 노트르담 화재를 교훈 삼아 문화재청은 물론 국민 모두 역사유적 보존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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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비핵화를 말하던 그의 입에서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이 튀어나왔다.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는, 무례한 언사도 있었다. 지난 12일 김정은의 날카로운 시정연설은 어느새 화해의 언어에 익숙해진 우리의 귀에 화살처럼 박혔다. 하노이 실패가 그에게 안겨준 좌절감의 반영일 것이다. 


그 기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남쪽에 화풀이하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남쪽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미국을 향해 대북 제재 완화와 남북 경제협력을 허용해달라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그렇게 한 이유는 그런 성의에 북한이 일부 비핵화 조치로 화답하면, 제재 완화·남북경협 예외 인정을 받아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왜 경협을 못하느냐고 문 대통령의 등을 떠밀었지만, 애초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경협 여부는 문 대통령이나 국제사회가 아니라, 김정은의 행동, 즉 비핵화 조치에 달려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5일 (출처:경향신문DB)


김정은은 남한이 미국에 쓸 카드를 손에 쥐여주지도 않았다. ‘영변 핵 폐기와 상응 조치’는, 하노이에서 확인한 대로 좋은 카드가 아니었다. 김정은은 폐기 대가로 전면 제재 해제와 다름없는, 거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걸 원했으면서도 문 대통령에게는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트럼프를 만나 그 카드를 불쑥 내밀었다가 거절당하는, 하노이 실패를 자초했다. 미리 남한과 협의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실수를 한 것이다.


김정은의 실수는 그뿐 아니다. 그는 미국의 태도가 마음에 들면 남북 합의 사항을 이행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미국의 태도에 종속시킨 것이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외세 의존’ 운운하며 남한을 비난했지만, 남북관계를 미국에 종속시킨 쪽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는 비핵화와 관계없는 남북 교류·협력도 유보했다. 그건 남한을 대미 압박의 지렛대, 혹은 도구로 이용할 생각을 했을 때나 가능한 태도였다. 


김정은은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가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해결 방안과 미국의 일괄타결안의 절충인 줄은 알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사전 남북 접촉을 통해 미국을 설득할 묘수를 함께 짜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사전 접촉을 피했을 뿐 아니라,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발표된 12일 시정연설을 통해 ‘제재 해제 집착 않는다’ ‘조건부 3차 북·미 정상회담 용의 있다’는 내용을 일방 발표했다. 그러고서도 어떻게 문 대통령에게 “우리의 립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라고 당당할 수 있나?


김정은은 트럼프에게도 진지하지 않았다. 트럼프를 유인해 참모로부터 떼어낸 뒤 타결지으려는 얕은수를 썼다. 그런 계산법은 결국 하노이에서 통하지 않았지만 성공했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합의가 보장되고 이행되려면 야당인 민주당, 미국 의회, 미국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 모든 상대를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협상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손에 쥔 것은 막연한 약속 하나, 허술한 방법 하나뿐이다. 점점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한,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완결성을 결여한 단계적, 동시적 해법. 이 둘의 한계는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간 논쟁 과정에서 다 드러났다. 그럼에도 최종 단계가 어떤 것인지 북한은 아직도 설명을 못하고 있다. 일단 출발하면 ‘그곳’에 갈 수 있다지만, 외부세계는 그곳을 전혀 볼 수 없다. 그 누구도 올바른 경로인지 확인도 않고 무작정 길을 나서지는 않는다. 


최종 단계에 관한 모호성은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전략일 수도 있다. 상대가 비핵화 약속을 믿는다면, 그 전략은 쓸모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전략적 이익이 없다. 북한이 주장하는, 신뢰 수준에 맞는 단계적 비핵화도 마찬가지다. 말인즉 옳지만 핵협상은 비핵화 약속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최종 단계의 부재로 비핵화는 믿기 어려운 일이 됐고, 그 때문에 신뢰는 거의 바닥났다. 신뢰가 없어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모호성 때문에 신뢰가 훼손된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말대로 일괄타결의 미국 계산법은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 계산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김정은 계산법을 바꿔야 한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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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안 좋아도, 이성 친구와 헤어져도, 혹은 취업을 못하더라도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상황이든 칭찬받을 수 있는 무적의 칭찬 단톡방이 있기 때문이다. 이 단톡방에서 조롱·딴지는 금지다. 누구든 ‘칭찬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단톡방 멤버들이 무한 칭찬을 보낸다. 중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진 ‘콰콰췬(誇誇群)’이다. 콰콰췬에서는 인생 문제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모든 것이 칭찬 대상이다.


“친구들은 다 꽃구경 떠났는데 나만 빈 기숙사에서 외롭게 있어. 칭찬 좀 해줘”라고 올리면 “독립심을 키울 좋은 기회야” “면벽 수행으로 인류의 영웅까지 될 수 있어”라는 칭찬과 위로가 올라온다. 


우산을 분실했단 글엔 “사람은 안 잃어버렸으니 최고지” “새 우산을 살 수 있게 됐어!” “휴대폰은 안 잃어버려 여기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잖아”라고 위로해준다. 무엇을 하든 지지와 격려를 받는다. 


콰콰췬은 개강 직후인 지난달 초 시안교통대학 학생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숙사 방을 쓰는 친구 3명이 컴퓨터가 고장나 낭패를 겪은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시작이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중국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위챗) 단톡방 제한 인원 500명이 다 찼다. 칭화대, 난징대, 푸단대, 저장대 등 여러 학교들로 퍼졌다. 현재 대학별로 수십개의 콰콰췬이 만들어졌다. 친구를 위로해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칭찬 단톡방은 이제 대학 캠퍼스를 넘어 회사, 지역 커뮤니티로 번지고 있다. 


콰콰췬에서 칭찬을 듣고 안정과 힘을 얻었다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 모르는 이들이 건넨 칭찬이다. 가족이나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친구,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설교’가 많은데, 콰콰췬의 무조건적인 지지가 ‘힐링’을 준다는 것이다. 서로 칭찬을 주고받으면서 생활 속에서 누적된 스트레스가 풀린다. 특히 이전 세대보다 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정신적으로 기댈 데를 찾기 힘든 젊은 세대들의 필요에 부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사범대학 자오융 교수는 신화통신에 “인터넷 시대의 특징인 가벼운 사회적 상호작용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콰콰췬에서 이뤄지는 교류가 완전한 진심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또 완전한 거짓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완전한 진심과 거짓의 중간 정도의 교류는 교감은 원하지만 간섭은 싫어하는 인터넷 세대의 교제 행태에 딱 부합한다. 


반면 영혼을 찾기 힘들고 말장난에만 치우친 칭찬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도 있다. 칭찬의 가치가 폄훼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지 않는 칭찬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고, 이런 패스트푸드식 칭찬은 마음을 더 공허하게 할 뿐이라는 우려도 있다.


콰콰췬의 시작이 20대 초반 젊은이들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더 치열해진 경쟁에 내몰렸지만 제대로 된 칭찬이나 비판을 해줄 멘토를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지난달 중국 명문대인 상하이교통대 교수가 단톡방에서 지도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뭇매를 맞았다. 전자전기공학과 소속의 이 교수는 지도학생들이 있는 단체채팅방에서 “매일 실험실에 나와 연구해야 하고 주말에도 쉬어서는 안된다. 너희들은 쉴 자격이 없다. 쓰레기, 문맹, 백치다. 너희들이 쓴 것은 다 똥 같다”고 학생들을 몰아세웠다. 스승이라면 단톡방에서 학생들에게 쓰레기라고 욕하기 전에 자신의 교육 방식을 먼저 반성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등한 인격을 가진 사제 사이에 일방적 지시와 욕설은 틀렸다. 콰콰췬에서의 무조건적 칭찬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온라인 시대에는 칭찬조차 일회용처럼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단톡방이 불법 영상 공유 같은 범죄에 이용되고 있는 요즘, 어떤 식이든 좋은 말만 오간다는 점은 칭찬할 만한 일이 아닐까.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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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앉아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볼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여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추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용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힘에 따라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등 미 외교안보 정책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남북 정상이 협의할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의 창의적인 해법 마련,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포함한 남북관계 발전방안이 될 것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4월 들어 전환기를 맞이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스몰딜(작은 거래)’ 여지를 열어뒀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협상안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파악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을 전달하면서 북한의 구상도 확인해볼 기회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그림을 함께 그릴 필요도 있다.  


올 들어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복원돼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나 개최됐고,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등 두개의 굵직한 남북합의가 만들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남북관계가 언제나 북·미관계의 영향을 받는 ‘천수답(天水畓)’ 상태여서는 곤란하다.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미국의 영향을 지나치게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화답한 의미가 있다. 말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상회담 추진과 병행해 남북관계를 활성화할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계획해온 8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민간교류도 힘있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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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지도자로서는 29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인민회의에서 육성 연설을 통해 미국과 협상할 뜻을 표명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며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2월 말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 후 두 정상이 모두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면서 3차 회담에 대한 의지를 밝혀 다행스럽다.


시정연설 ‘TV 방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13일 김 위원장의 연설 영상을 방영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두 정상의 대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으며, 그것도 연말까지만 기다리겠다고 압박했다. 단계적 비핵화라는 기존 해법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도 불사할 의지까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빅딜’을 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최종단계를 명확히 하면서 로드맵을 설정한 뒤 협상하자는 요구를 재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은 남측과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를 받아들일지도 낙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태도가 강경하다. 


중재역을 맡은 문 대통령의 어깨가 다시 무거워졌다. 문 대통령이 북·미 두 정상 간 신뢰와 톱다운 협상의 이점을 활용하면서 북·미 간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빅딜을 원칙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도 단계적 해법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여지를 활용하면서 양측을 설득해낼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연말까지 남은 8개월간 북·미 간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비핵화 방안을 중심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중재가 성공하려면 북측의 호응이 절대적이다. 북측은 현실적인 비핵화 해법을 위해 기존의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이외에 추가 조치 등을 준비해야 한다. 당장 문 대통령이 15일 발표하는 대북특사와 4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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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북·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이 ‘자력갱생’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중적이다. 먼저 미국을 향한 도발 없이 경제발전 노선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나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최고지도부의 결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협상 결렬 후 강경노선 회귀’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뜻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27차례나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를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80세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교체한 것도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자면서도 밖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희망적이다. 북·미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할 기회가 다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만능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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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북·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이 ‘자력갱생’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중적이다. 먼저 미국을 향한 도발 없이 경제발전 노선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나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최고지도부의 결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협상 결렬 후 강경노선 회귀’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뜻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27차례나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를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80세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교체한 것도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자면서도 밖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희망적이다. 북·미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할 기회가 다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만능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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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평양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가 개막하고, 12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정치 행사가 잇따라 열리는 것이다.   


우리의 국회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가기관 인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직 재추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다 주목되는 건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일 것이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북·미 협상을 되돌아보고 향후 전략을 가다듬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은 시간상으로 최고인민회의 직후에 개최되는 만큼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하노이 이후 기로에 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의 향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는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그 여파로 남북관계에도 ‘노란불’이 켜진 상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이후에도 비핵화 문제를 직접 풀겠다는 ‘톱다운 해결’ 의지를 보이면서 대북 추가 제재를 철회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미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의지를 재천명함으로써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비핵화 방법론의 차이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론’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론’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포괄적 비핵화 합의와 단계적 동시 이행’이라는 절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 방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내게 된다면 회담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비핵화 완료 시까지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한국 정부도 동조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중차대한 국면에서 남·북·미 정상은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재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노이 결렬 이후 내부적으로 일고 있는 대미협상 무용론을 불식하고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에 탄력을 부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북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올 오어 나싱(전부 아니면 전무)’식 태도를 버리고 실사구시적인 대북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특히 ‘제재만능론’에서 벗어나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해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대북정책의 발언권을 복원해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비핵화에 보조를 맞춰야 하며 한국도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문대로만 움직이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에서 한국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비핵화 절충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대북 제재에 대한 태도 변화도 이끌어낼 것을 희망한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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