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9.03.29 [기고]새로운 동아시아로 가야 한다
  2. 2019.03.28 [여적]북한 대사관 습격사건
  3. 2019.03.27 부모 부양형 캥거루족
  4. 2019.03.25 [정동칼럼]하노이 이후, 북·미 협상의 한계
  5. 2019.03.25 [사설]북·미, 남북관계 상황관리 중요하다
  6. 2019.03.22 [사설]‘사후 상봉’까지 추진해야 하는 이산가족의 기막힌 현실
  7. 2019.03.19 [사설]새 ‘비핵화 해법’ 마련한 정부, 북·미 설득해야
  8. 2019.03.19 일본, 노인들 ‘쓰레기집’ 고민…정부가 쓰레기 치우기 돕는다
  9. 2019.03.18 [아침을 열며]트럼프와 김정은, 아직도 사랑한다면
  10. 2019.03.18 [사설]살얼음판 북·미 신경전, 대화의 판을 깨서는 안된다
  11. 2019.03.15 ‘하노이 노딜’은 싱가포르에서 시작됐다
  12. 2019.03.15 [사설]주한미군사령관은 “남북군사합의 지지한다”는데
  13. 2019.03.13 [기고]후쿠시마 사고 8년, 우리는 중대사고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나
  14. 2019.03.13 [조호연 칼럼]볼턴을 키운 것은 8할이 북한이다
  15. 2019.03.13 [사설]미 비건 대표의 비핵화 구상 발표, 북한도 심사숙고하길
  16. 2019.03.12 무엇을 ‘반일’이라 하는가
  17. 2019.03.12 [기고]동창리 발사장의 ‘수상한 징후’와 북한의 속내
  18. 2019.03.12 [세상읽기]누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죽였나
  19. 2019.03.06 4월 신학기 앞두고 '한국 성형투어' 동료 찾는 일본 여성들
  20. 2019.03.06 [이대근 칼럼]여우와 황새의 식사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추가적 대북 경제 제재는 없다고 선언했다. 남북연락사무소는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다시 지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연 어떻게 현실화될 것인가. 


의제는 명료해졌다. 미국이 요구한 빅딜론의 핵심은, 북한의 미래 핵 동결에서 멈추지 않고 완전한 현재 핵 폐기 단계로 연결을 짓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핵이 북한의 모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과연 대북 제재는 완전 해제되고 체제 안정을 완전하게 보장받으며,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적 지원을 보장받는가. 이를 미국이 명확하게 언급한 적은 없다. 북한도 비핵화와 보상의 단계적 이행만을 고려했다. 빅딜에 걸맞은 내용이 없다. 그래서 가령 마셜플랜 같은 무슨 ‘플랜’이라는 것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셜플랜은 냉전기의 세계 자유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과연 이 시대의 플랜은 무엇이어야 할까. 과연 과거의 세계전략, 과거의 동아시아 전략과 무엇이 다른가.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 이후 아시아는 제국주의 식민지에서 해방되었고, 일본은 추축국에서 미·일동맹하에 아시아의 관리자가 되었다. ‘지역’으로서 아시아가 형성되는 과정 자체가 미국의 세계전략 중 일부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양자 관계의 수직적 네트워크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고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트럼프의 TPP 탈퇴도 보통 사건이 아니다.


미어샤이머, 브레머 등 미국의 현실주의 정치사상가들의 진단은 옳았다. 자유주의 패권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불량국가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복해야 했고 세계 곳곳에서 매일같이 전쟁을 치러야 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사상 최악의 불평등을 낳았고 중산층을 해체해 버렸다. 미어샤이머는 그전부터 자유주의 패권전략은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면서 당장이라도 미군의 감축과 복귀를 주장했다. 브레머는 G2나 G7 같은 지도국가란 없는 ‘G-Zero’ 시대라며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이 종언을 고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현실주의 패권전략으로 전환했다.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미군기지 유지 부담을 동맹국에 떠넘기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도 이탈한다. 거의 모든 자유주의 무역협정에서 탈퇴하거나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용해지고 자유주의 패권전략이 무의미했다면, 또한 일본을 미국 패권의 아시아 독점적 대리인으로 삼는 것이 향후 불명확하다면, 세계는 또 아시아는 어떤 새로운 질서를 향해 가고 있는가 묻게 된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미국의 보다 진전된 현실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시아를 미국의 국익을 위해 중국과 싸우는 신냉전지역으로만 볼 게 아니다. 아시아를 중국 위주로만 파악할 필요도 없다. 아시아 전체를 보고 오히려 미국의 국익을 새롭게 확장하는 생산적인 지대로 파악해야 한다. 


새로운 동아시아는 무엇인가.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중국의 일대일로, 일본의 신대동아공영론,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남한의 한반도 신경제 노선 등이 각축한다. 동아시아의 혼돈과 위기를 안정과 경제발전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뛰어야 할 때다. 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당사자인 만큼, 문 대통령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시대적 의의와 새로운 아시아 질서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길 바란다. 


다음 북·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마침내 담대한 선언이 나온다면, 그것은 세계사적인 것이리라. 지구상에서 냉전을 완전히 해체한다는 것,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번영의 체제를 놓는다는 것, 그것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라는 새로운 질서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아시아 철도가 달리는 종착역은 암스테르담이 아니라, 바로 새로운 세계다.


<최민식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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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벌어진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은 한 편의 첩보영화를 연상케 한다. 멕시코와 미국, 한국 등 다국적자 10명으로 구성된 무리가 마드리드 외곽 한적한 곳에 있는 북한대사관을 향해 차를 몬다. 몇 달 전 사업가로 가장해 북한대사관 경제참사와 안면을 튼 주범이 대사관 경비의 주의를 끄는 사이 나머지 범인들은 안으로 침투한다. 그리고 대사관 직원들을 제압, 눈을 가린 뒤 지하실로 끌고가 심문한다. 그사이 스페인 경찰이 초인종을 누르자 주범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배지를 단 옷을 입고 나가 “별일 없다”며 돌려보낸다. 컴퓨터를 다 뒤진 범인들은 4개조로 나뉘어 정문과 후문으로 빠져나간 뒤 리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이번 습격사건은 여느 테러와 다르다. 우선 범인들이 마드리드에서 구입했다는 주 무기가 모의권총과 마체테(정글칼), 수갑 등이다. 진짜 총기는 없다. 또 테러범들은 창문으로 탈출하는 대사관 여직원을 막지 못했다. 범행을 주도한 반북단체 ‘자유조선’이 “우리는 습격한 게 아니라 초대받았고, 대사관 내 긴급상황에 대처했을 뿐”이라고 한 것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대사관의 경비가 강하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파악한 뒤 일부러 저강도로 테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범인들 구성과 범행 이후 대응도 석연찮다. 주범 아드리안 홍 창과 한국 국적자 ‘람 리’, 미국 국적자 ‘샘 류’ 등 한국계로 보이는 면면이 프로 공작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주범은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반북활동을 했다고 한다. 자유조선은 “미 연방수사국(FBI)과 비밀유지에 합의하고 잠재적 가치가 막대한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며 미국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도 일절 반응이 없다.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당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탈출시킨 반북단체 천리마민방위가 자유조선으로 이름을 바꿔 단 뒤 벌인 첫 공작에 대한 의도적인 무시일까. 하노이 협상이 깨진 후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다. 관건은 자유조선이다. 존재감을 과시하고 북·미 협상을 막기 위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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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성(蘇明成)식 캥거루족.’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인기와 화제를 끌고 있는 드라마 <도정호(都挺好)>가 유행시킨 신조어다. <도정호>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세 남매가 아버지를 부양하게 되면서 불거지는 갈등과 가족 간 화합을 그리고 있다. 소명성은 주인공 가족의 둘째 아들 이름이다. 모범생 형, 여동생과 달리 학업에는 뜻이 없지만 ‘효심’을 내세워 비위를 맞추면서 부모님의 지갑을 열게 한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결혼 자금은 물론 집안 인테리어비, 자동차 구매비용까지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됐지만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그는 형제들의 책망에 “집안 돈 가져다 썼지만 아버지를 모시지 않냐. 온갖 시중을 다 들고 있는데 내가 왜 캥거루족이냐”고 반문한다. 이 대사 때문에 ‘소명성식 캥거루족’ ‘부모 부양형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생겼다. 집안 재산을 거의 독차지하고 부양자금도 형과 여동생에게 받지만, 아버지 곁에 있기 때문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소명성식 논리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부모를 부양하는 일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무남독녀 소황제 자녀들이 느끼는 부양의 부담감, 현실에 맞지 않는 복지 제도, 점점 얕아지는 효 개념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얽혀 있다. 소명성의 가정은 14억 중국인 가정의 축소판인 셈이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중국은 초고령화사회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2018년 말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억4900만명이다. 국무원 발표에 따르면 2020년에는 2억5500만명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독거노인이다.

 

1970~1980년대 중국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따른 세대들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부양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1980년대 태어난 외동 자녀들이 결혼한 후 역시 한 자녀를 낳으면서 4명의 부모, 2명의 부부, 1명의 자녀인 ‘421가정’이 보편화됐다. 중국은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었다(未富先老). 효는 사라져가고 있는데 복지제도가 자리 잡기 전에 초고령화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부모 세대 부양과 자녀 교육의 부담을 동시에 져야 하는 중간 세대의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중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푸젠, 헤이룽장, 충칭, 쓰촨 등 14개 지역에서 외동 자녀에게 부모 간병 유급 휴가를 준다. 외동 자녀의 부모가 입원하는 경우 1년에 10~2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간병 기간 중 회사는 급여, 수당, 상여금을 공제할 수 없다.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간병 복지 대신 자녀들이 간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후커우(戶口·호적) 제도 때문에 거주 지역에서 의료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도 손을 본다. 자녀들과 도시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거주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제한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도시와 농촌 주민의 기본 양로금 최저 기준을 1인당 매월 70위안(약 1만2000원)에서 88위안(약 1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지방정부 재정 형편에 따라 지급이 달라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양로보험 기금을 중앙정부가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중국 물가를 고려할 때 양로금 최저 기준은 터무니없이 낮다. 그만큼 불만도 높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최근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주요 과업으로 노인 복지를 꼽았다. 주간 돌봄, 재활 간호, 식사 및 외출 도움 등 지역 복지 서비스 기관에 조세 비용 감면, 자금 지원 혜택을 주고 신규 주거 단지에는 노인 복지 시설을 세우겠다고 했다. 리 총리는 “어르신들의 노후를 행복하게 해준다면 젊은 세대들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미래가 노인 복지 문제 해결에 달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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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이유로 회담이 결렬되었는지도 불명확하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북한은 사생결단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미국이 입장을 누그러뜨렸지만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일촉즉발의 상황은 여전하다. 마치 제3자처럼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입장에 대해서는 일종의 무력감도 느낀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해답은 문제에서 나온다. 문제의 출발점부터 보자. 회담 시작과 회담 결렬 모두 미국의 결정이었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도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첫째, 대북 강경파인 백악관 안보보좌관 볼턴이 회담 마지막 날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된 자료를 들이대며 일괄폐기를 요구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회담이 결렬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해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모르고 회담을 추진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볼턴의 개인적 행동으로 회담이 결렬되었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볼턴의 행동으로 회담이 결렬된 것이 아니라, 회담 결렬을 위해 볼턴이 행동했을 뿐이다.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둘째, 북한의 핵포기 의사가 확실치 않다는 주장이다. 북핵 문제를 들여다본 사람 중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가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능력을 기정사실화하고 제재를 풀려고 했을 뿐이다. 미국도 북한의 속내를 다 알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회담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핵능력이 무작정 확대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보다 어떤 식으로든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셋째, 비건 대표는 영변핵 폐기의 범위가 정해지지도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회담 결렬과 관계없는 실무회담 실패의 고백일 뿐이다. 만일 미국이 위의 세 가지를 심각하게 고려했다면, 회담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아무리 북한이 세습독재국가라고 하더라도 정상회담장에서 실무회담에서 논의조차되지 않은 것을 들이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럴 것 같으면 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고 북한이 볼멘소리하는 것도 이유 없는 것이 아니다.

 

상기한 세 가지 모두 회담 결렬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미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지적처럼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이다. 코언 변호사의 상원청문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2차 북·미 회담 합의가 정치적 역풍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술수일 가능성이다. 셋째, 미국이 일괄타결식 북핵 문제 해결방식으로 원점 회귀했을 가능성이다. 미국 내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면, 북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강경한 입장의 민주당보다 현실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기가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의 의도를 짐작하기 어렵게 상반된 내용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회담이 결렬된 직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일부 중지와 함께 한국 정부의 중재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각종 전략자산을 배치하고 북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감행했다. 추가 제재도 언급했다. 북한도 처음에는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강력한 대응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의 입장이 뭔지 분명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런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회담 결렬 이후의 과정을 종합해보면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지금까지의 북·미 양자관계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튕겨 나갈지 모른다. 앞으로 북·미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비슷한 경우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마다 죽어나는 것은 우리다. 미국편만 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북한의 볼모가 되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북핵 문제 당사자로서 우리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양자보다는 3자가 훨씬 더 안정적이다. 당사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해서 미국에 불신받고 북한에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남북 교류와 협력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과 북한 눈치만 보는 것도 지겹다. 이번 회담 결렬을 통해 우리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북핵 협상의 당사자여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순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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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재무부의 추가 제재 계획을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가 주도해온 대북 압박흐름에 일단 제동을 걸어 북한이 협상 국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라는 액션을 취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대응으로 받지 않고 자제력을 보인 것은 바람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북·미 협상구도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정상의 2차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종료됐다. 하노이 _ AP연합뉴스

 

북한 역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 철수하면서도 남측 인원의 잔류를 허용하는 등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날 추가 제재 등 미국의 대북압박 강화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는 정도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도 북한도 협상의 파국을 원치 않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물론 하노이 회담 결렬의 파장이 워낙 큰 만큼 북·미가 당장 대화를 재개할 상황은 아닐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좀 더 정세를 분석하고 대응방향을 숙고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대화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도록 남·북·미 모두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한 만큼 당분간 대북 추가 제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의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북·미 협상이 올 상반기 중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미국의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협상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서도 대북 제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하노이 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의 포괄적 로드맵을 합의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현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북·미 양측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의지가 있다면 대화 복귀를 준비하면서 이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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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가 22일 이산가족의 고령화와 사망률 증가에 따라 이산 1세대의 기록보존과 ‘사후 교류’에 대비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 사업에 15억7500만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2014년 시작된 유전자 검사 사업은 이산 1세대가 북녘에 두고 온 가족을 생전에 만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혈액과 모발을 채취해 유전자 정보를 보관해두는 것이다. 사망한 뒤에라도 북한의 후손들이 부모의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산가족의 ‘사후 교류’라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1988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상봉신청을 한 이산 1세대는 13만3272명이지만 이미 절반이 넘는 7만7751명이 사망했다. 2월 한달 동안만 223명이 세상을 떠났다. 생존해 있는 5만5521명도 24%가 90세 이상이고, 80대 비율은 41%로 고령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리운 가족들 생각에 애를 태우다 끝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이런 기막힌 비극이 또 있을까.

 

2000년 6·15선언을 계기로 지난해 8월까지 대면상봉이 20차례, 화상상봉이 7차례 열렸다. 행사를 통해 남북의 4677가족, 2만3519명이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났다. 너무나도 더딘 진행이지만 그나마 남북관계가 순탄하지 못하면 몇년씩 중단되곤 한다. 지난해 8월 금강산에서 치러진 상봉행사도 2015년 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열렸다. 그러는 사이에 많은 이산 1세대들이 한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남북은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에서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한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이른 시일 내 개소하는 것을 추진하고, 우선적으로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비무장지대 전방초소가 시범철수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복원되면서 이산가족들의 가슴도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되고 남북관계도 올 들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이산가족 문제는 다시 후순위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화상상봉을 위한 상봉장 개·보수 작업도 대북 제재 등으로 지연됐다.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도 열리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북미 ‘기상도’에 영향받지 말고 최우선으로 풀어나가야 할 인도적 과제다. 남북은 조속히 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 머물지 말고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근본적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설 면회소 설치와 상봉 정례화는 물론이고, 전면적 생사확인 등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 개선을 피부로 체감하고, 북한의 남북화해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무엇보다 이산 1세대들이 한을 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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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17일 북·미 협상과 관련해 “포괄적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해내고, 그 바탕 위에서 ‘스몰딜’을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한 수준의 거래)’로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한두번의 연속적인 ‘조기수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하노이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서 청와대가 북·미 절충에 나설 의지를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

 

청와대의 ‘조기수확론’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고 있는 ‘빅딜식 일괄타결론’이 북·미 간 ‘강 대 강’ 대치만을 초래할 뿐 현실적인 접근법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절충안이다. 미국의 ‘빅딜식 일괄타결론’은 ‘나쁜 거래보다는 거래하지 않는 게 좋다’는 식으로 변주되면서 대북 협상 회의론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이런 태도로는 북·미 협상이 장기 교착을 벗어날 수 없고, 협상 동력마저 소진시키며 한반도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한반도 상황을 위해서는 조그마한 거래라도 성사시키려는 능동적 태도가 필요하다. 합의된 거래를 성실히 이행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이 쌓여 더 큰 거래를 해나갈 수 있다. 청와대가 ‘한·미 공조 균열’로 비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은 미국의 ‘빅딜식 일괄타결론’이 국제사회의 대북 접근법으로 굳어져가는 상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고민이 반영돼 있다. ‘조기수확론’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해 가다듬은 현실성 높은 방안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의 입장에 기울어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단계적인 스몰딜에 앞서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마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북·미 양측의 입장을 균형있게 절충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 시일 내 북·미 양측을 만나 이번 절충안을 설명하고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야당과 보수세력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뜻이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대북협상 회의론을 퍼뜨리는가 하면 시대착오적인 ‘핵무장론’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분별한 정치공세는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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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 부부가 쓰레기 내놓는 걸 계속했으면 나자빠졌을 겁니다.” 일본 지바(千葉)현 나가레야마(流山)시에 사는 한 노인(86)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의 쓰레기 배출 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다. 현관 앞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어두면 청소업자가 매주 1회 무료로 수거해간다. 쓰레기 분리는 도우미가 거들어준다. 그전까지는 집에서 35m 떨어진 쓰레기장까지 가져갔다. 폐기종을 앓고 있는 그에겐 고역이었다.

 

나가레야마시가 쓰레기 배출 지원을 시작한 것은 2012년 4월. 이용자는 100가구에서 140가구로 늘었다. 하지만 이는 65세 이상 인구(약 4만5000명)의 0.4%에 지나지 않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8일 전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사회 문제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고미야시키(쓰레기집)’다. ‘노인대국’ 일본에선 생활의욕 및 근력 저하, 인지증(치매) 등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2017년 10월 현재 일본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28%로, 이 중 절반가량이 독거노인으로 추정된다. 특히 2036년에는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기 힘으로 쓰레기 처리가 곤란한 고령자가 늘면서 집에 쓰레기가 쌓이고, 고립·소외감을 느끼는 등 지역사회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령자에 대한 쓰레기 배출 지원 제도를 확충하기로 했다. 환경성이 전국의 쓰레기 처리 지원 상황을 조사하고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운용지침을 내년 3월까지 작성할 예정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이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고령자의 집을 방문해 쓰레기를 회수함으로써 고독사를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 나가레야마시는 65세 이상 고령자나 장애인 단독세대로 이웃이나 가족의 협력을 얻을 수 없는 경우 시에서 위탁한 청소업자가 집 현관까지 가서 쓰레기를 수거한다. 후쿠시마(福島)시는 시 직원들이 직접 고령자 집으로 찾아가 쓰레기를 버려준다. 센다이(仙台)시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마을자치회나 자원봉사단체에 1가구당 140엔(약 1420원)을 지원한다.

 

다만 이런 지자체는 전체의 4분의 1 정도이고, 지원 대상도 극소수다. 국립환경연구소의 2015년도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쓰레기 배출 지원 제도가 있는 지자체는 23%였다. 반면 쓰레기 배출이 곤란한 주민이 늘 것이라고 답한 지자체는 87%에 이르렀다.

인력과 예산도 부족한 상황이다. 후쿠시마시는 지원 제도를 시작한 2007년에 비해 이용 가구 수가 2.5배인 1000가구로 증가했다. 시 담당자는 “이대로 계속 늘어나면 직원만으로는 손이 모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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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만남 이전에 친서 외교가 있었다. 트럼프에겐 너무도 사랑스러웠던 편지. 어느새 ‘꼬마 로켓맨’은 ‘위대한 지도자’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하노이로 가는 길, 미국 내 다수가 김정은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덜컥 그의 손을 잡지 않을까 걱정했다. 트럼프는 ‘여태껏 실패만 한 것들이 뭘 알아. 협상은 나한테 맡겨’라는 태도였다. 김정은의 66시간 기차 여행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을 것이다.


하노이에선 가망 없는 제안들이 오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봤다. 트럼프는 영변을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생산시설을 완전히 폐기해야 유엔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김정은을 설득했다. 김정은은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을 어렵게 하는 제재 몇 개만 풀어주면 ‘북한 핵개발의 상징’인 영변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영변 이외 시설은 대상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점심도 먹지 않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빈손으로 돌아섰으니 전 세계가 놀랐다. 그럼에도 2차 정상회담 결렬이 파국으로 평가되진 않았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됐고, 얼굴 붉히지 않고 돌아섰으니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아니냐는 것이다. 훗날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하노이 회담 후 20일이 지났다. 지금 서로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부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노이 _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전략을 재수정하지 않았다. 협상의 문턱을 올리면 올렸지 내리진 않았다. 실무협상을 이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우리는 점진적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 “북한이 WMD와 관련 프로그램 제거를 전적으로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적’이란 표현은 지워버렸다. 만날 생각은 있으니 현명하게 결정하란 얘기다. 북한은 15개월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해서 비핵화 의지를 충분히 보여줬고, 영변 폐기를 약속했다고 반박한다. 그런데도 제재를, 전부도 아니고 몇 개만 풀어달라는데 안된다면 만나봐야 무슨 얘기를 하겠냐는 식이다. 미국의 셈법, 북한의 셈법은 평행선이다. 지금, 위험한 교착 상태임을 직감케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진다. 두 사람의 사랑도 변하는 것일까. 트럼프는 ‘밀당의 귀재’를 자처한다. “나는 거래를 하는 사업으로 수십억달러를 벌었다. 협상은 내가 잘하는 일”이라고 호언하는 트럼프에게 협상은 그의 정체성과 다름없다. 남들은 이쯤에서 되지 않을까 할 때, 던져버리는 ‘노딜의 기술’을 선보인다. 그는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중대 전환점이 된 합의를 줄줄이 깼다.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시킨 미소의 1987년 11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해 유럽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이란 핵 합의 탈퇴로 중동 정세를 흔들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사례는 널려 있다. 실상 그는 세계 평화에 쿠데타를 번번이 일으키는 인물이다.


트럼프가 있던 합의는 잘 깨지만 새로운 합의 만들기에는 성과가 시원찮다. 상대를 협상장에 끌고들어온 뒤 결정적 순간, 상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제안으로 놀라게 하는 것이 ‘거래의 기술’일지는 모른다. 우군이 별로 없는 북한엔 강하게 나갈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도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길을 달려왔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일부 비핵화로 제재 완화를 얻어낸 뒤 돌변하는, 북한의 ‘먹튀’에 미국의 조야가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를 고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더 분명하다. 과거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고 비핵화를 달성할 방법은 있을 것이고, 이를 찾아야 한다. 크고 빠른 걸음으로 가려고 해도 다리는 신체조건이 허락되는 선에서만 최대로 뻗을 수 있다. 잘못하면 가랑이가 찢어지고 뛰기는커녕 걷지도 못할 수 있다. 한 발을 크게 뻗은 다음, 또 한 발을 크게 내디딜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미의 요구 수준을 조정하는 일이다. 미국은 더 작게, 북한은 더 크게 가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한 방 전략을 판깨기 전략과 같은 말로 인식한다. 미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핵무기를 만든 만큼 마지막 도장을 찍을 때 내놓을 카드로 본다. 이를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단언하긴 곤란하다. 북한도 트럼프라는 말만 나오면 으르렁대는 미국 야당이 빈손으로 귀국한 트럼프를 칭찬한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영변만으로는 트럼프가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하노이 이후에도 서로를 신뢰한다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라면 말 대신 증표를 보여줘야 할 때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출발이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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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보름 넘게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강도 같은 태도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나서 “북한은 비핵화할 준비가 안돼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자칫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협상이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는 백척간두의 형국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정상의 2차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종료됐다. 하노이 _ AP연합뉴스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및 선 제재 해제 주장의 간극은 크다. 북·미가 서로 신뢰가 부족한 데다 비핵화 개념과 방법에 대한 견해가 달라 당분간 양측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다음 행동이 북·미 협상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하노이 핵담판 후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한 강경 대응 유혹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 단속에 나설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재개를 선언할 경우 그 결과는 파국적이다. 협상이 위기에 처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정세가 급속도로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미국 내에서 협상 회의론이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언명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먼저 약속을 파기하면 정상국가 이미지도 물거품이 된다.


김 위원장은 4월 초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즈음 북핵 협상에 대한 결심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이 미사일·핵 실험에 나서지 못하게 미국은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밝힌 대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미에 이어) 이번에는 남북 간 대화 차례가 아닌가 한다”면서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유치해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적절한 발상이다. 마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도 강한 대북 제재로 인도적 지원에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에서 제외되는 철도연결사업 등 가능한 일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어떻게든 대화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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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어쩌면 필연이다. 두 정상이 회담장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이한 대화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인식 차이가 하노이에서 비로소 충돌했다는 것이 직접 원인이다.   


‘하노이 노딜’의 씨앗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뿌려졌다. 싱가포르 합의는 신뢰구축을 통한 새로운 관계수립-평화체제-비핵화의 순서로 정리돼 있다. 미국의 ‘선(先)비핵화’ 요구를 차단한 김정은의 승리이자, 준비 없이 회담장에 들어간 트럼프의 패배다.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그 합의에서 벗어날 길을 찾았다. 지난해 북·미 대화가 일시중단되고 위기를 맞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합의를 덮어버릴 새로운 합의가 필요했다. 반면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2차 회담이 필요했다. 하노이 회담은 북한에는 ‘싱가포르 합의 굳히기’였고 미국에는 ‘싱가포르 합의 바로잡기’였다. 


미국의 접근법은 현실적으로 변했다. 완전한 핵신고, 핵탄두 반출과 같은 1차 때의 황당한 발상을 접었다. 하지만 그것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기조와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월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싱가포르 합의를 동시·병행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말은 싱가포르 합의를 순차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동시에 하겠다는 뜻이다. 후순위로 처져 있는 비핵화를 앞으로 끌고 나오겠다는 선언이다.


트럼프는 하노이에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동결과 폐기 약속’을 요구했다. 싱가포르 합의에 담지 못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바로 그 내용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완화’만을 반복했다. 비핵화는 싱가포르에서 이미 정리됐으니 이번에는 그 연장선에서 신뢰구축의 이행, 즉 제재완화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큰 선물’을 내주면 트럼프가 반색할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트럼프에게는 영변 핵시설보다 WMD 폐기 약속이 더 절실했다. 그 약속이 없으면 영변도 소용없다. 만약 영변 폐기만을 들고 미국으로 돌아갔다면 트럼프는 ‘죽은 말’을 또 사왔다는 비난과 영변 이외의 핵시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공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WMD 폐기 약속을 받으면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격했던 반대파들에게 할 말이 생긴다. 영변 폐기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이지만, 정치적으로는 WMD 폐기 약속이 훨씬 잘 팔리는 상품이다. 트럼프가 그런 약속이 없는 영변 폐기를, 그것도 유엔제재의 핵심요소를 풀어주고 받아올 수는 없었다.


트럼프의 제안도 북한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경제적으로 밝은 미래’를 보장하겠단 말로 북한의 WMD 포기 약속을 받아내려 했지만, 체제보장과 안보환경 변화가 정교하게 제시되지 않은 WMD 포기 약속에 김정은이 도장을 찍을 리 없다.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보여준 태도는 변덕도, 갑작스러운 전략 변화도 아니다. 싱가포르 합의 이후 지속적으로 추구했던 내용이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합의를 구체화한다는 레토릭을 앞세워 실제로는 ‘싱가포르 합의 형해화’를 시도해왔음을 파악하지 못하면 지금 미국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원하는 바를 얻지는 못했으나 상황을 싱가포르 합의 이전으로 되돌리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물론 ‘하노이 노딜’이 끝은 아니다. 하지만 험난한 여정의 원점으로 되돌아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1년간 북·미는 요란하게 친분을 과시했지만 행동으로 이뤄진 것은 없다. 핵무기는커녕 중고차를 거래할 정도의 신뢰도 아직 없다. 이것이 북·미 대화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가 맞닥뜨리고 있는 냉엄한 현실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방문을 쾅 닫아버리고 나가지 않았다는 점, 서로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비로소 알게 됐다는 점이 위안거리일 뿐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미국은 비핵화 과정에 북한의 의무뿐 아니라 자신들이 해야 할 의무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자신들의 마지막 카드가 핵무기인 것처럼 미국의 마지막 보루는 제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미국 내 여론이 북한과의 대화를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는지, 트럼프가 지금 정치적으로 얼마나 무모한 길을 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염두에 둬야 할 것도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매우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트럼프가 앞으로 이 문제에 급격히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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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9·19 남북군사합의에 어떤 의문도 없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남북군사합의에 주한미군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보수세력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최근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을 폐지하고 다른 훈련으로 대체한 것을 놓고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하자 단호한 어조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한·미 간 현안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불식시킨, 인상 깊은 인터뷰였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인터뷰 발언은 해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미군은 전적으로 한국과 입장이 같으며, 한·미 연합방위태세에도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전문가가 아니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박했다. 잘 모르면서 함부로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당시 발언의 맥락이 잘못 전달됐다”며 “주한미군의 주둔은 (한·미)동맹의 결정으로, 향후 체결 가능성이 있는 평화협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입맛대로 해석해 보도한 언론과 이를 그대로 받아 한·미동맹 균열을 주장한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남북군사합의서 이행을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 간 물자 수송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가진 유엔군사령관으로서 향후 남북철도 연결 등에 협력한다는 뜻이다. 전폭적으로 이 발언을 환영한다.

 

이제 남북군사합의를 둘러싼 한·미 간 균열은 근거 없는 주장임이 확인됐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군인 명문가 출신에 소신파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의 견해는 미군의 공식 입장이다. 보수파들은 더 이상 남북군사합의가 북한을 이롭게 했느니 마느니 시비 걸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날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부의 과속과 맹신으로 안보체제는 무너지고 한·미동맹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건전한 비판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정치적 이해에 매몰된 색깔론은 배격되어야 마땅하다. “미국이 비공식적으로는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는 말이 들리지 않기 바란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말대로 유엔군의 지원 아래 남북군사합의가 착착 이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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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났다. 2011년 3월12일 전 세계인들은 TV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검은 연기와 함께 폭발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그 장면은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대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원전에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기와 물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했다. 핵연료에서 발생되는 열이 원자로 내부의 냉각수를 가열함에 따라 격납용기의 압력이 증가했고, 결국 수소폭발이 발생해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원전 외부로 유출됐다.


원전은 다양한 사고에 대비해 설계하도록 되어 있다. 설계기준 사고는 원전 설계 시에 고려된 사고를 말한다. 설계기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원자로 용기 및 격납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핵연료의 손상과 방사성물질의 방출을 억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설비들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원전산업의 태동기에는 설계기준 사고만 고려됐고, 원자로의 노심이 손상되는 중대사고는 발생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스리마일 사고,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등 벌써 세 번에 걸친 원전의 중대사고를 경험했고 중대사고는 실제 존재하는 위협이 되었다.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체르노빌 사고는 설비문제와 인적 요소가 결합되어 발생했고 후쿠시마 사고는 극한 자연재해와 설비, 인적 요소가 결합되어 발생한 복합사고였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국제원자력사건등급(INES) 3등급 이상의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원전 사건에 대한 등급평가가 시작된 1993년 이후 발생한 404건의 원자로 관련 사건은 대부분 경미한 고장인 0등급 사건이었으며, 고장에 해당하는 2등급 사건은 3건 발생했다. 


중대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하는 것은 안전한 원전을 위하여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후쿠시마 사고 교훈을 토대로 빈 선언을 채택하는 등 중대사고 예방을 위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를 계속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법률적인 규제로 공식화하기 위해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 사고관리계획서 제출 의무 등을 담은 중대사고 규제를 법제화했다. 이의 시행을 위해 한수원은 모든 원전에 대한 사고관리계획서를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6월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사고관리계획서에는 원전별로 발생가능한 사고의 목록, 사고 대응 설비, 노심·격납건물 손상 확률 등 사고관리 능력에 대한 평가 결과와 지진 등 극한 재해 완화 지침서, 중대사고 지침서를 포함한 사고관리 전략과 조직체계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올해 8월부터 원전 지역별로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사고관리계획에 대해 국민들에게 상세히 알릴 예정이다. 또 이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을 사고관리계획서의 심사과정에서 활용하는 등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원전 사고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원전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민의 안전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요인을 없애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고, 중대사고 관리체계의 구축은 이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다.


<엄재식 |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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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시시포스를 떠올리게 했다. 신들을 기만한 죄로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바위는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아래로 굴러떨어져 형벌은 영원히 되풀이된다. 북·미 협상도 9부 능선에서 갑자기 바닥으로 추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항우의 가랑이 밑을 기어간 한신’ 소리까지 들어가며 만든 자리 아닌가. 그보다 한반도 평화의 소중한 기회가 무산된 것이 더 실망스럽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멈추는 순간 우리의 운명은 또다시 남의 손에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은 늘 오해의 게임이었다. 도발하면 언제나 미국이 움직일 것이란 북한의 오해, 제재하면 북한이 협상 무대로 나올 거란 미국의 오해가 합세해 진전을 막았다. 하노이에서도 이런 맹신이 진지한 협상을 방해한 듯하다. 마지막 기회였다면 트럼프가 일괄타결을 밀어붙이지 않았을 테고, 김정은은 회담을 연장해서라도 파국을 막으려 했을지 모른다. 회담을 낙관한 우리 정부도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월28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정상의 2차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종료됐다. 하노이 _ AP연합뉴스


하노이합의 실패의 또 다른 요인은 미 국내 정치였다. 트럼프가 ‘빅딜’을 밀어붙인 것도 정치적 곤경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2005년에도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도출한 바로 다음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했다. 대북 강경 노선의 조지 부시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 공동성명을 파기하려 한 것이다. 비핵화는 무산됐다. 김정은도 다르지 않다. 2012년 2·29합의 직후 느닷없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했다. 신생 세습 정권이 세를 과시하고 권력입지를 다지기 위해 합의를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다. 


국내외 정치의 연계는 흔히 불신과 반목의 축적을 낳는다. 대화론자들이 물러나고 강경론자들이 득세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추후 협상이 성사돼도 이런 현실이 발목을 잡기 십상이다. 30년 역사의 북핵 문제가 냉·온탕을 오가며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한 이유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예고 당시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대화를 포기했고, 상처받은 대북 대화파는 매파로 옮겨갔다.


국내외에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비난하는 말이 나온다. 하노이에서 다 된 밥에 재를 뿌려 판을 깼다고 보는 것이다. “재수없는 사람”이란 거친 표현도 등장했다. 그가 북핵의 고비마다 등장해 악역을 맡은 것은 사실이다. 제2 북핵 사태나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무산위기도 볼턴의 간여 속에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비난에 100% 동의하기 어렵다. 그는 선제타격을 주장할 정도의 대북 강경론자이지만 하노이 협상을 망친 당사자가 될 수는 없다.


볼턴은 물속에 거대한 밑동을 숨긴 채 겉에 노출된 빙산 같은 존재다.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 주류사회에는 수많은 ‘볼턴’이 활동하고 있다. 어디 미국뿐인가. 하노이합의 실패에 반색한 일본 정치권과 한국의 보수 야당에도 ‘볼턴’은 존재한다. 이들은 남북 및 북·미 간 불신과 반목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서정주 시인의 말을 빌리면 볼턴과 그의 ‘동기들’을 키운 것은 8할이 북한이다.


지금 북·미에 필요한 것은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구체적인 조치로 신뢰를 쌓고 그것을 토대로 다음 단계의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노이에서 얻은 교훈도 비슷하다. 평양은 핵폐기에서 실질적 진전이 없으면 제재타파 문제의 진전도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워싱턴 역시 북한의 행동에 맞춰 한반도 평화구축과 제재 해제를 추진하지 않고는 비핵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태생적 볼턴’은 아니라도 최소한 ‘변심한 볼턴’들의 마음을 달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북핵은 한반도 정세의 암덩어리이지만 그것을 제거한다고 해서 한반도 문제가 완전 해소되지 않는다. 이는 북핵이 없던 시기에도 한반도에 평화가 없었다는 사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불신과 반목이 해소돼야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풀리고, 평화·번영의 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과 미국 모두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 제재가 일반 국민경제는 물론이고 통치자금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상황을 오래 견디기 힘들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더 이상의 핵개발을 저지해야 화급한 이유가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핵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 북한의 핵탄두가 100기가 넘어가면 이른바 ‘최대억제’ 국가로 올라서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전략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 간 ‘간보기’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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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1일(현지시간)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주최 좌담회에서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토털 솔루션(일괄해결)을 원한다”고 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대북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빅딜(일괄타결)’ 목청을 높이더니 ‘협상파’로 분류되던 비건 특별대표마저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가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책임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일괄타결 원칙이 트럼프 행정부의 ‘포스트 하노이’ 전략으로 공식화됐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1월31일 스탠퍼드대학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기조를 강조했고, 핵신고에 대해서도 속도조절을 시사하는 등 단계적 접근법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던 그마저 ‘일괄타결’ 원칙으로 후퇴한 것은 적어도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 등을 떼어내 단계별로 합의하고 이행하는 북한식 접근법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일괄타결 방침을 공식화함으로써 북·미 협상 구도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협상하려면 북한이 태도를 완전히 바꾸고 들어오라는 고압적인 태도도 걱정스럽다. 그나마 미국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협상전략을 정리하며 채비를 갖추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12일 대외선전 매체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면서 “하노이 수뇌회담에서 논의된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며 비핵화와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국제사회가 동창리 위성 발사장 등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바람직하다.  

 

양측 간 입장차가 크지만 절충의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비핵화 눈높이’가 자신들과 현격히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비핵화의 범위와 최종목표가 분명히 드러나는 포괄적인 로드맵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미국도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단지 전체 폐기의 무게감을 다시 잴 필요가 있다. 하노이의 실패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양측이 한 걸음 다가서려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양측 입장에서 접점을 찾아내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그럴수록 중재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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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괜찮았니?”

반 년간의 한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1일 일본에 돌아온 이노마타 슈헤이에게 어머니가 가장 먼저 한 말이라고 한다. “외무성에서 ‘주의’가 나왔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28일 ‘3·1운동 100주년 즈음한 데모 등에 관한 주의 환기’라는 제목의 ‘스팟 정보’를 냈다. 한국에 체재 중이거나 갈 예정인 일본인은 데모 등을 피해가고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만에 하나’ 피해를 당하거나 일본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정보를 접하면 대사관에 알려달라고도 했다. 

 

이노마타는 “한국이 위험하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에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한국은 정말 일본인에게 위험한 곳일까. 그는 유학 중 ‘반일(反日) 사상’에 맞닥뜨린 적이 없다고 했다. 위안부 집회 등 ‘반일적’이라는 곳에도 가봤지만, 일본인이라고 위협하는 사람은 없었다. 헤이트 스피치(특정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에 접한 적도 없다. 이노마타는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한 증오와 원한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위안부 집회 등도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대상의 전부를 몹시 싫어하는 ‘반일’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라고 전했다. 이어 “뭘 가지고 ‘반일’이라는 걸까. 일본 정부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면 반일일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대학생들이 만드는 인터넷매체 ‘아라타니스’에 실린 글을 소개하는 것은 일본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분법이나 흑백논리로 사물과 사상을 재단하는 정치인이나 일부 언론보다는 직접 현지를 경험한 대학생의 시각이 더 균형잡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 본행사가 끝난 뒤 어린이들이 합창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강윤중기자

 

앞서 ‘스팟 정보’와 흡사한 내용을 주장했던 일본 정치인에 대한 일본 누리꾼들의 ‘쿨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일본 자민당 나가오 다카시(長尾敬) 중의원은 지난 1월 트위터에 “지금의 한국처럼 상식을 벗어난 나라에 가면 일본인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한국인에게 무슨 일을 당하는지’ 알려주는 리트윗이 잇따랐다.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가 ‘일본인? 이렇게 먹으면 맛있어’라며 고기 굽는 걸 도와주거나, 길을 헤매면 서툰 일본어로 알려줘 너무 힘들어.”

“더 먹으라고 반강제로 리필도 해주고 선물이라며 김치와 한국 김을 담아줬으니 한국에선 정말 뭘 당할지 몰라.”

 

뒤틀리고 선동적인 주장을 그야말로 넌지시 뒤집어서 되돌려준 것이다.

지난해 한·일 간 인적 교류는 사상 최고인 1000만명을 기록했다. 양국 간 정치·외교 갈등에도 불구하고 민간 차원의 교류는 지속되고 있다. 이런 교류가 편향·왜곡된 담론에 휘둘리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는 시민의식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일 저녁 일본 도쿄 신주쿠역 광장에서 일본 우익세력들이 욱일기, 일장기를 흔들면서 ‘한일 단교’, ‘3·1 운동은 폭동’ 등을 주장하고 있다. 도쿄_김진우특파원

 

다만 이런 움직임들이 언제까지 지탱될 수 있을지 우려될 정도로 최근 한·일 관계는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에 대한 반감과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일본에선 ‘실언’이나 ‘망언’으로 치부되던 일부의 극단적 주장이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주장하게 됐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징용공 판결, 초계기·레이더 갈등 등 잇따라는 현안을 두고, 모든 게 ‘반일’이라는 한 마디 말로 묶어 한국 때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이 말하는 ‘반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들 눈에는 폭력적인 억압과 부조리한 지배에 이의를 제기한 3·1운동을 기념하는 것도 ‘반일’일까. 오히려 ‘반일’ 딱지를 붙이고 증오를 부추기는 것을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도심 한복판에서 “조선인 나가라” 등 증오·혐오 집회가 버젓이 열리고, 서점에는 혐한(嫌韓) 책들이 경쟁하듯 진열돼 있는 곳에서 새삼 되묻게 된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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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작년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후에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동창리 발사장 및 액체엔진시험장을 일부 해체했다. 하지만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촬영한 위성 영상은 이들 시설이 복구돼 정상 가동상태로 진입한 걸로 보인다.

 

북한은 왜 이 시점에 동창리 발사장과 로켓엔진시험장을 복구했을까? 언론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대미 압박 차원의 반발로 해석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저강도 도발이나 평화적 목적의 위성 발사를 가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도발을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화의 판을 깰 수 있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할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동창리 서해발사장은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시설로 구축된 것이지 미사일 발사장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공격용 미사일을 발사할 때 각국의 정찰위성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고정 미사일발사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은폐된 지하시설인 사일로(Silo)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를 사용한다. 동창리 발사장은 위성 발사장으로의 활용이 주목적이다.

 

동창리 발사장의 복구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주장하며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개연성을 보여준다. 물론 대미 압박 차원의 효과도 고려할 수 있다. 북·미협상 중단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북한은 언제든 위성 발사 준비를 중단할 수도 있다. 북한은 실제로 통신위성과 정찰위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산악지역이 많은 북한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통신 인프라의 구축을 위해서는 통신위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미사일과 각종 무기체계를 개발하면서 미국 및 주변 국가의 공격 목표에 대한 지형정보 등의 필요성으로 정찰위성의 획득도 절실하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위성 발사를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리라 주장하면서 미사일 개발과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면서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작년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동창리 발사장의 폐기를 제안했고 선제적 조치로 매우 부분적인 해체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북한의 주장대로 동창리 발사장이 위성 발사장이라면 비핵화의 조치로 불필요한 행위인데 폐기하겠다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음이 분명하다.

 

만일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의 복구와 함께 위성발사체를 이용하여 위성을 올린다면 어떤 유형의 발사체를 사용할까. 화성-15 ICBM에 장착했던 백두산 쌍둥이 엔진을 사용하여 위성 탑재체 중량을 늘리는 위성발사체 옵션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1단에 4기의 노동 엔진을 조합한 은하 3호 위성발사체는 발사중량에 한계가 있으며 재래식 엔진을 사용하므로 성능 측면에서 실효성이 낮다. 물론 백두산 엔진의 4기 클러스터링 엔진을 개발하여 정지궤도 위성발사체인 은하 9호 발사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제재 해제의 절박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위성발사체 개발 및 발사 도발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위성체 및 발사체를 준비해야 한다. 북한은 2016년 2월 광명성 4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 위성발사체를 발사했기 때문에 후속 발사체 및 위성체를 개발할 수 있는 기간은 충분해 보인다. 통상적으로 발사장에서 위성 발사를 위한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은 4~8주 정도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일 발사장에서 더 이상의 발사 징후가 없다면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불만 차원의 반발일 듯하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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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모두 서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았을지라도 비핵화가 순조롭게 실현되기란 힘들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 회담은 A4 용지 두 장의 짧은 합의문이라도 있었지만 하노이 회담에서는 예정된 오찬마저 취소하고 합의문도 없이 헤어졌다. 산토사 회담은 성공했고, 하노이 회담은 실패했다. 어긋남은 이미 예견됐다. 북은 일관되게 단계적 비핵화를, 미국은 핵무기에다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대량살상무기(WMD) 동결 내지 해체까지를 포함하는 비핵화를 요구했다. 다행히도 트럼프와 김정은은 헤어지면서도 애써 적의(敵意)를 감추려 했다. 어디서 틀어진 것일까.

 

미국은 북한이 요구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기본적으로 전면 해제로 간주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량파괴무기를 직접 타깃으로 한 제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제재를 해제해주는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의 일부를 폐쇄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의 제재 해제 요구를 부분 해제로 인식했다. 영변에 대해서는 “다 내놓는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정리하면, 북·미는 이번 회담에서 4개 축(軸)의 하나였던 비핵화 정의를 제외하곤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을 포함하는) 평화체제, 북한 내 미군 유해 송환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접근을 봤다. 다만 제재 완화와 관련, 상호 간 의견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 가장 크게 부각됐다. 제재 해제 항목을 두고서는 북·미 당국뿐만 아니라 국내외 전문가들 간에도 견해가 엇갈린다. 북한은 특성상 인민경제와 군(軍)경제 간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영변 핵시설의 폐기 범위를 두고서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으며, 영변 이외 또 다른 장소까지 거론되는 것과 동시에 산음동 위성체 제작기지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기지 복구 움직임 등으로 비핵화 협상은 더욱 꼬여가는 양상이다.

 

미국의 비핵화협상 목표가 ‘전부가 아니면 무(All or Northing)’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트럼프는 변심한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트럼프는 ‘원 샷 딜’을 일관되게 주장한 것인데 이를 북한과 한국이 오독(誤讀)한 걸까?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20%에 이르면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영변과 미사일 발사 시험장을 포함해서 20% 정도만 해체돼도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해제를 해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었다. 100%를 모르면서 20% 운운은 모순적이긴 해도 트럼프임을 감안하면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트럼프는 핵실험이 없는 한 비핵화 협상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로켓실험도, 핵실험도 없고 미국인 인질들과 미군 유해도 돌려받았다고도 했다. 하노이 만찬에서도 김정은이 로켓이나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음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로서는 김정은의 약속이 유지만 되더라도 만족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반면 북한은 무기력했고, 무기력한 만큼 비분강개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야밤에 기자회견을 할 이유가 없었다. 대미협상 경험이 많은 최선희 북한 외교부 부상은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미국 측의 반응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일찌감치 한 자락을 깔았다.

 

그렇다고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이 단기간 내 고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양 정상이 겉으로는 좋게 헤어진 것이 나쁘지 않은 신호다. 북·미는 따라서 당분간 비핵화 협상의 종언을 고하는 관에다 대못을 박는 발언은 자제하면서 협상의 모멘텀을 모색할 것이다. 그럼에도 비핵화에 대한 북·미 양국의 극명한 인식 차이 때문에 북핵 문제가 단기간에 완전히 해결될 가능성은 영(零)이다.

 

낙관적 전망으로 코언 변수 등을 놓쳐 결과적으로 정보실패를 자초한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의 순류(順流)·역류(逆流)가 복잡하게 엉킨 불확실한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는 걸 상상해야’ 하는 중대 도전에 직면했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야기할 것까지 감안해’ 비핵화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위중한 때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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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가 성형이라 너무 불안해요. 차나 식사를 함께 할 수 있으면”, “첫 방한, 첫 나홀로 해외여행이라 불안해요.식사나 DT로 산책 할 수 있는 분은 꼭!”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근 이런 내용의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신학기 등이 시작되는 4월을 앞두고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젊은 여성들이 사전에 정보를 교환하거나 현지에서 함께 지낼 동료를 찾고 있는 것이다. ‘DT’는 수술 후 부기가  빠지기까지의 ‘휴식시간(downtime)’을 의미한다.

 

4일 NHK에 따르면 내달 대학 입학을 앞둔 ㄱ씨(19세)는 이달 중순 한국에 건너가 코와 얼굴 윤곽 성형 , 지방흡입 수술을 할 예정이다. 그는 “첫 해외이고 말 도 모르기 때문에 식사나 상담을 할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조금은 불안이 없어질까” 생각해  SNS에 글을 올렸다.

 

2013년 8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 구내에 성형외과 광고판들이 붙어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모델을 하고 있는 20세 여성은 지난달 한국을 찾아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달 한국에 다시 가서 얼굴 윤곽 성형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트위터나 설명회 등에서 실제 성형을 받은 사람과 만나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상담이나 성형 투어도 성행하고 있다. SNS에서 ‘한국성형투어’ 등을 검색해보면 한국 성형외과나 중개회사가 일본에서의 무료 상담회나 ‘미용성형 투어’ 등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 적지않게 확인된다. 일부 ‘미용성형 투어’에선 일정액 이상의 수술을 받는 고객에겐 항공권·호텔 예약,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환송·배웅을 해주고, 병원 상담시 통역 동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개회사에 따르면 일본인 여성은 신년도(4월) 전인 12월~3월 수술을 받는 경향이 있고, 개인 참가가 많다. 눈·코 성형이 인기라고 NHK는 전했다.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성형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ㄱ씨의 경우 성형비용을 약 100만엔(약 1005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항공비나 체제비를 포함해도 일본보다 10만~20만엔 싸다.  또 한국에선 19세가 성인으로 수술시 부모의 동의가 필요없다는 점도 거론된다. 일본에선 현재 성인 연령은 20세다. 미용성형 투어를 기획하고 있는 한 회사는 “케이팝 아이돌이 일본에서 트렌드인 것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면서 “상담할 때 한국 여성 아이돌 사진을 갖고 오는 일본인도 있다”고 NHK에 밝혔다.

 

다만 ‘한국 미용성형 투어’에 대한 경계감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국민생활센터에는 “지금 지불하면 15% 할인, 취소시 예약금 전액 반환이라고 했는데 취소하려니까 한국까지 받으러 오라고 했다” 등의 민원이나 “턱 수술 후 좌우가 비대칭이 됐다” 등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일본미용외과학회의 아오키 리쓰(靑木律) 홍보위원장은 “해외의 의사가 끝까지 수술 책임을 지지 않고 실밥 제거를 일본에서 하면 수술 정보가 없어 상처가 커지거나, 언어 문제로 미묘한 뉘앙스를 전하지 못해 수술 결과가 생각과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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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회담이 과자라면, 여러 쪽으로 부서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자 조각을 다시 맞춰보려니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원래 과자 모양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각자 의견이 다르다. 조각 하나하나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먼저 단계적·동시적 해법. 미국 주류는 ‘일부 핵폐기, 일부 대북 제재 해제’로 시작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느린 차는 가다가 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북핵 묵인으로 끝날 걸 의심한다. 그래서 시동을 걸자마자 시속 100㎞로 내달리는, 성능 좋은 자동차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으려 한다. 문제는 탑승자가 북한이라는 사실이다. 

차와 운전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도 없는데 북한이 터보 엔진을 장착한 차에 몸을 싣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눈 질끈 감고 달려 갈 수는 없다. 김정은·트럼프 간에는 약간의 신뢰가 있는 것 같지만, 미국인과 김정은 사이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북한이 생각하는 미래는 경제 번영을 하되 정권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비핵화의 최종 단계까지 체제 불안 요인이 없는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나아가야 한다. 그걸 무작정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고 나서 나중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조각이 어긋난다.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은, 북핵 의제를 모두 한 바구니에 담아 한 번에 해치우자는 트럼프의 일괄타결과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김정은·트럼프 간 정상 담판 결과가 그걸 입증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담판에서 김정은은 이미 실무협상 때 미측 팀이 반대한 영변 핵과 제재 해제 맞교환이라는 단계적 방안을 내놓았고, 트럼프는 북한 수용 확률 0%라고 참모들이 반대한 일괄타결안을 제안했다.

 

김정은이 핵시설의 중요한 부분인 영변 핵 폐기안을 초기 조치로 제시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2016년 이래 5건의 제재 해제, 즉 사실상의 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영변 핵폐기는 사실상 불가역적 조치에 해당하지만, 핵심 제재를 마지막 순간 풀겠다는 미국 입장과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 결국 공평하게 트럼프는 김정은 안을, 김정은은 트럼프 안을 거부했다. 단계적 과정이 없는 일괄타결,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없는 단계적·동시적 해법은 서로 엮일 수 없다. 그건 여우가 저녁 식사에 초대한 황새에게 바닥 넓은 접시에 수프를 주고, 황새는 호리병에 물고기를 담아 여우를 대접한 것과 같다. 그런데 두 방안의 차이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차이는, 해결 의사가 없다면 협상을 포기하기에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지만, 해결 의사가 있다면 충분히 좁힐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목표만 있고 과정이 없는 일괄타결, 과정만 있고 목표가 없는 단계적 해법은 서로 보완할 수 있다. 흩어진 조각, 맞출 수 있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말했다. ‘우리의 목적은 마지막 핵무기가 북한을 떠나고, 제재가 해제되고, 상대국 대사관에 국기가 오르고, 협정에 서명하는 걸 같은 시간에 하는 것이다.’ 핵폐기, 관계 정상화 및 제재 해제, 평화체제 구축은 그 의제 하나하나가 여러 단계로 구성된 데다 의제 간 서로 얽혀 있다. 하나, 둘, 셋 하는 순간 달러와 마약을 동시 교환하는 건 조폭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단계를 밟지 않고, 준비와 원인 없이 어느 순간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물리법칙에도 어긋난다. 일괄타결은 칭찬에 굶주린 트럼프가 국내정치를 위해서는 쓸 만한 카드겠지만,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아니다. 단계적·동시적 해법은 그 장점만큼 결함도 있다. 최종 목표와 그 목표에 언제, 어떤 방법으로 도달하는가에 관한 포괄적 구상이 없다. 그렇다 보니 북한은 신뢰 수준에 맞게 단계적으로 하면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말만 한다. 

초기 단계에 과감하게 영변 핵폐기를 제시했더라도 영변 외의 핵 문제에 침묵한다면, ‘비핵화 의사가 없다’는 미국 주류의 선입견은 씻을 수 없다.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일괄타결안을 망라한 종합판이 필요하다. 단계적·동시적 해법의 속도를 좀 높이고, 일괄타결에 시간 개념을 도입하면 가능하다. 포괄적 구상 아래 로드맵에 따라 실행하기. 그건 이렇게 보면 단계적·동시적 해법으로, 저렇게 보면 일괄타결로 보이는 마법을 연출한다. 여우와 황새가 함께하는 첫 식사는 실패했더라도 실패 이유를 안다면, 다음 식사는 서로 만족스럽게 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북핵 해결이 가능하다는 낙관적 사고와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어떤 묘약도 소용없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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