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담 후세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장남 우다이, 차남 쿠사이다. 사담이 권력 획득과 유지를 위해 뭐든지 하는 인물이라면, 그 유전자는 두 살 터울인 두 아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졌다. 형제는 절대군주인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권력 승계를 위한 충성 경쟁을 하며 괴물이 됐다. 우다이는 ‘늑대’, 쿠사이는 ‘뱀’에 비유됐다. 눈에 거슬리는 사람들은 마구 죽였다. 뒤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어떤 짓을 해도 거리낄 게 없었다.

 

사담은 두 아들 중에서 쿠사이를 마음에 들어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일까. 쿠사이는 아버지의 옷차림, 콧수염 같은 용모를 따라했다. 시아파에 대한 대규모 숙청과 각종 암살을 주도했다. 반면 즉흥적, 쾌락적 성향으로 진즉에 아버지의 눈 밖에 난 형은 동생을 시기하고 증오했다. 형제는 미국의 대공습 때 북부 모술의 빌라에 함께 있다 한날한시에 죽었다. 2003년 7월의 일로, 그때 나이 39세, 37세였다.

 

리비아의 철권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도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자식이었다. 아들 7명, 딸 1명인데 이들 대부분을 영국, 덴마크,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유학시킨 뒤 정부 요직을 나눠줬다. 자식들 중에서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이 후계 구도에서 가장 앞섰다. 런던 정경대(LSE)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이프는 개혁가를 자처하고 서방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아랍의 봄을 통해 독재자 2세의 DNA는 여실히 드러났다. 2011년 2월 혁명의 물결이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에 상륙하자, 자식들이 ‘카다피 가문’의 리비아를 지키기 위해 총대를 멨다. 사이프도 전투기로 시민들을 폭격했다. 분노한 민심에 형제들의 반은 죽고, 반은 옆 나라로 도망갔다. 카다피 왕국은 42년 만에 무너졌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형이 살아 있었다면 영국에서 안과의사를 계속했을지 모른다. 후계자인 형이 교통사고로 죽고, 6년 뒤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가 사망하면서 35세 때인 2000년 대통령직을 물려받았다. 그는 취임 이후 국영기업 민영화, 시장경제 도입, 정치범 석방, 부정부패 추방 등을 추진해 혁신적 지도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화학무기로 무고한 민간인을 죽인 최악의 학살자가 됐다. 철권통치자인 아버지보다 더한 독재자가 됐다. 사이프와 바샤르에게 개혁은 포장이었다. 권력의 기반을 다져 장기 집권으로 가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지난 두 달 동안 국제 뉴스의 중심에 있었던 2세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의 아들이자 실권자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이다. 권력을 향한 집요함과 공격성으로 무장한 폭주기관차다. 그는 온건 이슬람 표방, 여성의 운전 허용, 탈석유 시대를 위한 ‘비전 2030’ 등 개혁적 행보로 서방의 눈길을 끌었다. 반면 사촌형 무함마드 빈나예프를 감금해 왕위 계승권을 빼앗고 잠재적 라이벌인 사촌들을 체포해 항복을 받아냈다. 예멘 내전, 카타르 단교 등으로 중동 정세를 뒤흔든 것도 무함마드다. 이런 그를 비판하는 재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달 2일 피살되자 국제사회는 무함마드를 바라봤다. 대낮에, 외국의 공관에서 카슈끄지를 죽였다는 건 최고위층의 지시나 묵인 없이 불가능하다는 합리적 의심이었다. 사우디는 남들이 비웃건 말건, 무함마드는 ‘레드 라인’이니 건들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사우디의 영향력이 미치는 중동국가들은 사건 초기부터 사우디 왕실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번 일이 무함마드의 권력 승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고, 무함마드가 집권하면 적어도 30년 이상 갈 텐데 밉보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최종 입장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보국(CIA)이 무함마드 지시로 결론내렸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가 관여했든, 몰랐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트럼프의 면죄부는 보편적 가치 대신 사우디의 전략적 가치를 앞세운 결과다. 트럼프는 사우디를 핵심축으로 놓고 이란 고립·봉쇄 등 중동 전략을 짜왔다. 여기에는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무함마드 라인이 있다. 무함마드 입장에서도 궁지에 몰린 자신을 ‘믿는 척해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이다.

 

무함마드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등을 방문한다. 무함마드의 무관함을 믿어준 나라들이다. ‘보은 방문’인 셈이다. 무함마드는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서방 지도자들이 무함마드를 어떻게 대할지 궁금해진다.

 

<안홍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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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3일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를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기로 의결했다. 한국 정부가 철도 공동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 물품을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을 안보리 대북 제재에서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하자,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이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남북협력 사업이 북핵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한 데 따른 조치이다.

 

청와대가 이번 조치를 “남북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고 평가했는데 그럴 만하다.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유엔의 제재 면제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한 물품 반입이 있었지만 이는 기존 시설을 보수·확장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새로운 사업을 승인한 것으로, 남북은 다음주 철도 연결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게 되며, 나아가 연내 착공식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북 제재 해제 조치가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유엔사가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지지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내년 봄 독수리훈련의 범위 축소를 밝힌 데 이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북·미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청신호를 잇따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아쉬운 것은 이번 제재 해제 조치가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남북이 공동조사 후 철도연결 사업에 본격 착수하려면 별도로 제재 면제를 신청해 예외로 인정받아야 한다. 남북사업에 대한 제재 해제의 폭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남북 간에 합의된 협력 사업 전반에 걸쳐 제재 면제를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인 목적이 대북 제재가 아니라 비핵화인 만큼 무리한 발상이 아니다.

 

다음주 아르헨티나에서 한·미·중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북·미 고위급회담도 열릴 수 있다고 한다.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북·미 간 협상이 더딘 것은 양측 모두 오랜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제는 북·미가 비핵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과감한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철도연결을 위한 대북 제재 해제가 양측 간 신뢰를 쌓는 든든한 초석이 되어 향후 북·미대화 진전을 촉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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