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전날 공개한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 기지’와 관련해 “충분히 인지한 내용이며, 새로운 것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며 CSIS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대해서도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국가정보원도 14일 북한 삭간몰 미사일 기지와 관련해 “이미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통상적 수준의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 정부가 공히 문제의 보고서에 대해 새로울 것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북한 미신고 미사일 기지’ 의혹은 하루 만에 진화되는 양상이다.

 

CSIS의 보고서는 처음부터 부정확한 사실과 이미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반감을 가진 미국 조야와 한국의 반북세력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개발을 멈추거나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국내 보수세력들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사실확인 차원의 설명을 하자 “북 대변인 행태”라고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_AP연합뉴스

 

미국의 싱크탱크와 언론이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 건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그 분석과 전망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NYT가 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뜻밖이다. 부디 팩트 체크가 부족해 벌어진 실수였을 뿐, 정치적 저의가 없었기를 바란다. 

 

그간에도 미국의 싱크탱크나 언론이 대북 강경론을 부추기는 보고서나 보도로 북·미 협상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었다. 그런 만큼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미 하원을 장악한 정국구도 변화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메커니즘이 본격 작동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신속히 진화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사실을 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대북 회의론은 앞으로도 북·미 협상 과정의 틈새를 꾸준히 노릴 것이다. 이번 해프닝도 북·미 협상의 교착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이 커진 시기에 불거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기로 목표를 세운 이상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집중력 있게 협상을 이끌어나갈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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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반대하던 후보들은 패하고, 이를 지지하던 후보들은 승리했다. 이제 물러설 이유도 없으니, 미국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중국과 무역전쟁을 계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뭘까? 그리고 이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싸움의 본질은 미·중 간 패권다툼이다. 특히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확고한 우위를 얻고자 한다. 세계화의 역사를 통해 세계는 무역에서의 승리가 언제나 기술우위를 갖는 나라에 돌아간다는 것을 학습해왔다. 중국이 기술굴기를 위해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고안하고, 시진핑이 반도체 칩 제조기술 확보에 정부 보조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싸움 이면에서 ‘중국제조 2025’를 저지하고 ZTE(중싱통신)나 푸젠진화와 같은 중국 기술기업의 부상을 막고자 미국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자유주의 무역체계의 ‘규칙’을 따르겠다던 중국의 약속도, 트럼프의 ‘더 공정한 무역’이란 말도 이 싸움 앞에서 모두 공허하다. 중국은 WTO 협정을 어겨서라도 기술 자급력을 높이려 하고, 트럼프는 자국 경제의 미래에 실존적 위협이라며 WTO 협정의 빈 틈인 국가안보를 이유로 WTO 협정에 반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 ‘무역’은 기술우위를 점하기 위한 세계적인 싸움터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미·중 간 싸움이 봉합된다 해도 여전히 무역은 규칙 위반자들과의 덜 공정한 게임이 될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여러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는 우리는 이 싸움에서 특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세계화된 제조 네트워크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지만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조차 기술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기술융합과 트렌드 창출을 바탕으로 한 현재의 첨단기술은 전문성 있는 다수 기업이 협력하고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어야 발전한다. 그러나 우리 기술분야는 수직화되고 경직된 협력체계를 아직 못 벗어나고 있다. 무역에서 기술우위를 잃은 국가는 뒤처진 기술에서만 주로 고용이 창출되고, 뒤진 기술의 임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우리도 첨단기술 발전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과 체질 개선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막는 방패가 될 거라는 기대도 버려야 한다.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일본은 RCEP와 CPTPP를 통해 우리와 새롭게 자유화를 협상하게 된다. 일본은 여러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이 기술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 두 협정을 준비해왔다. 뒤진 기술분야의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에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무분별한 자유화는 성장 가능성을 없애는 일이다. 전문가와 협상의 달인들이 모여 자유화를 늦춰야 할 기술과 시급히 자유화해야 할 기술을 가리고 이를 정교하게 협정문에 반영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지켜낼 역량이 있어야 이 싸움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이지수 호서대 교수 글로벌통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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