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글로벌칼럼 (7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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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와 국제질서 요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옛 시대의 종언과 새 시대의 탄생 장면을 목격하는 게 반드시 가슴 벅차는 일은 아닐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자리 잡은 국제질서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라는 거창한 평가는 전쟁이라는 날것의 폭력 앞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방송 화면과 인터넷을 통해 봐야 하는 고통을 덮지 못한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이 13일째를 넘겼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와 군사장비 지원을 하되 병력은 들여보내지 않겠다면서 직접 군사 개입에는 일찌감치 선을 그은 대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에 대가를 물리겠다면서 강력한 제재를 쏟아내고 있다. 고국에서 목숨을 잃거나 이웃 나.. 2022. 3. 9.
[여적]국제 의용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 조지 오웰의 , 앙드레 말로의 ,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로버트 카파의 ‘어느 병사의 죽음’…. 모두 스페인 내전(1936~1939)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작가들 스스로 의용군·종군기자 등으로 공화군을 위해 총을 들고 싸우거나 작품으로 그들을 지원했다.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파시스트 군부·왕당파가 선거로 세워진 사회주의 공화정부를 뒤엎자 세계 지식인들은 분노했다. 스페인 공화정을 지키자며 전장에 뛰어들었다. 서방 정부들의 중립 표방을 비판하며 개인적으로 지원에 나선 것이다. 극좌파부터 아나키즘까지 다양한 이념의 소유자들이었지만 뜻은 하나,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였다. ‘국제여단’이란 이름의 의용군에는 50여개국에서 온 3만여명이 참전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국적과 인종·직업·.. 2022. 3. 7.
주목할 ‘유럽의 주4일제 실험’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며 높은 노동시간으로 인한 역기능(산재, 노동자 건강권 침해)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대선을 앞두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주4일, 주4.5일 근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4일제에 대해 시기상조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말하며 정책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기술 발전으로 인한 노동시간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이 논의를 반기는 입장도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비대면 근무 및 노동시간 유연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기업 및 정부가 주4일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 노동인구의 1.. 2022. 3. 3.
[김흥규의 외교만사]국론을 결집하고 플랜 B를 모색하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국제정치를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이제 러시아의 군사행동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던 주요 변수가 사라졌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긴장과 군사적 대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미국이 주도하였던 자유주의 패권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는 이제 크게 세 개의 서로 다른 국제질서 패러다임이 상호 충돌하면서 각축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분법적 진영관에 입각해 있다. 그 전략가들은 더 이상 미국의 단일 패권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트럼프 말기 냉전적 세계관을 계승하면서 민주주의 세력 대 권위주의 세력의 진영 간 경쟁을 추진하였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강화하여, 중국-러시아-북한-이란-.. 2022. 2. 25.
어느 후보든 다 그럴싸한 공약은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현안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실생활과 직접 연관된 이슈가 아니어서 유권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외교안보 문제는 선거가 끝난 다음날부터 냉혹한 현실로 다가온다. 국내 정치적 사안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뿐이지만 외교와 안보 문제는 국가 운명에 영향을 준다. 앞으로 12일 뒤면 누군가는 새로운 대통령이 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외교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점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선점 경쟁으로 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로 동북아시아 안보지형이 꿈틀거리고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북한·중국·일본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은.. 2022. 2. 25.
[정유진의 사이시옷]1996년의 미국과 2022년의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이 같은 상황이 ‘뉴노멀’이 됐다고 말했다. ‘신’냉전이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21세기의 일상이 될 것이란 암울한 예측이다. 러시아는 동독 국경 너머로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는 1990년의 구두 약속을 서구가 먼저 깨뜨렸다면서, 양보 불가능한 협상 조건으로 나토의 동진을 멈추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핑계일 뿐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진짜 속내는 소련 제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야욕이란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까지 팽창해 온 나토로 인해 러시아가 느낄 위협감 또한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논란의 불씨가 된 나토의 동진은 어떻게 시.. 2022. 2. 24.
올림픽이 한·중에 남긴 과제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잔치가 끝났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성공 개최를 자화자찬하고 나섰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사뭇 달랐다. 개회식 때부터 시작된 각종 논란으로 ‘지구촌 축제’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는 평가다. 개회식 한복 문제에서 시작해 쇼트트랙 편파 판정 시비로까지 이어진 이번 올림픽 논란은 국내 반중 감정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해 온 선수들이나 자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국민들로서는 심판의 편파 판정이나 오심을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쇼트트랙 경기에서의 석연치 않은 판정은 국민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만 개회식 한복 논란은 의외였다.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중국의.. 2022. 2. 23.
고령화 위기 맞은 ‘젊은 중동’ 중동, 북아프리카(MENA) 지역은 높은 출산율로 인해 ‘젊은 중동’으로 인식되어 왔다. 낮은 취업률과 불평등한 계급 문제 등으로 인한 젊은층에서의 불만이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대규모 시위의 주요 배경 중 하나였을 정도로, 젊은층의 많은 인구가 사회적 문제의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일부 중동 지역의 인구 고령화,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는 이집트의 인구가 가장 많고, 터키와 이란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고령 인구도 많지만, 안정적인 출산율로 인구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인구가 사회적 고민거리이다. 문제는 터키와 이란이다. 터키는 중위 연령 32.2세, 이란은 31.7세로 두 국가 모두 세계 중위 연령 .. 2022. 2. 16.
[아침을 열며]‘차이나 스탠더드’의 위험성만 보여준 올림픽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 위안화를 선보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다. 여기에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 역량을 자랑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국제결제에서 기축통화인 달러화 의존을 줄이고 위안화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올림픽 개최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이어 14년 만이다. 디지털 위안화 구상이 보여주듯이 그사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기술, 산업, 무역은 물론 군사, 안보, 외교 등 전방위에서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일 정도다. 중국은 이미 현 국제정세를 ‘백년에 없는 대변동’ 국면으로 정의한 상태다. 서세동점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중국식 세계질서를 만들어 나갈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2022.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