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글로벌칼럼 (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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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아카이빙 민주주의’의 단면 ‘미디어 정치’는 정치인들이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지지를 획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디어의 발달과 변화가 정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인터넷의 보편화는 정치인과 정치집단이 전통 미디어에 기대지 않고 시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시민 입장에서도 인터넷은 정치인에게 지지·반대·압력을 보낼 수 있는 통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를 지명하고 공화당이 인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아카이빙 민주주의 시대의 단면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별세한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후임 대법관 후보자 지명을 예고했다. 그리고 며칠 뒤 에이미 코니 배럿 제7.. 2020. 10. 7.
[여적]‘트럼프 서프라이즈’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스스로 확진 사실을 밝혀 전 세계에 긴급뉴스로 타전됐다. 전날 만찬 행사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고 말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였다. 군 병원에 입원한 트럼프는 하루 뒤 “많이 좋아졌다”는 영상 메시지를 냈지만 언제 회복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이다. 74세 고령이고 비만 체형이라 고위험군에 속해서다. 입원 당일 산소호흡기를 썼다는 보도도 나왔다. 향후 48시간이 중요하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미국 대선 정국은 한순간에 혼돈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가족들의 유세까지 중단되고, 대선 캠프 핵심 인사들도 속속 양성 판정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이 선거전 막판 향방을 가르는 주요 사건을 뜻.. 2020. 10. 5.
[여적]긴즈버그의 유산 지난 18일 세상을 떠난 미국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BG)는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법조인으로서의 긴즈버그의 삶은 ‘여성 차별과의 투쟁’ 그 자체다. 그의 최대 유산이기도 하다. 변호사 시절은 물론 대법관 시절, 그는 성차별적 법률을 폐지하며 여성권 신장에 앞장서왔다. 연방대법원 구성의 성비 불균형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비판했다. “나는 가끔 질문을 받는다. ‘연방대법원에 여성이 충분할 때가 언제인가.’ 내 대답은 ‘9명 있을 때’이다. 사람들은 놀란다. 하지만 9명 모두 남성이었을 때 아무도 그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의 또 다른 유산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삶’이다. 긴즈버그는 ‘노토리어스(악명 높은) RBG’로도 불린다. 그가 대법원에서 “나는.. 2020. 9. 28.
[특파원 칼럼]가난 물려받은 ‘싼허청년’ 중국의 싼허(三和)청년들은 하루 일해서 번 돈으로 사흘간 논다. 싼허청년은 선전시 싼허인력시장에 모이는 20∼30대 농민공을 뜻한다. 인력시장에서 택배배달, 경비, 건설노동 등 일용직을 구한다. 매일 출근을 싫어하기 때문에 월급 주는 직장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싼허청년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중국의 사회 문제가 수십년간 얽히고설키면서 탄생한 ‘괴물’이라는 정체가 드러난다. 톈야라는 작가가 6개월간 싼허청년과 합숙하면서 쓴 에 따르면 이들은 착취와 압박, 차별 때문에 정규직을 갖기 싫어한다. 개혁·개방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공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와 차별은 심각했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하루 12시간씩 공장에서 일했다. 공장이 제공한 숙소에서 사는 이들에게 출퇴근 경계도 모호했고 개인.. 2020. 9. 23.
[여적]상왕 아베 지난 16일 제99대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총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왼쪽에서 세번째)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도쿄|교도연합뉴스일본의 전통 인형극 분라쿠(文樂)를 공연하는데 ‘구로고(黑衣)’는 필요불가결한 배역이다. 검은 옷으로 전신을 가린 채 인형을 뒤에서 붙잡고 조종하거나 무대에 소도구를 옮기는 역할을 하는 이가 구로고다. 관객들은 극에 집중하기 위해 구로고를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구로고 덕분에 인형들은 인간 못지않은 섬세한 동작을 펼쳐보일 수 있다. 과거 일본 정치도 총리(인형)를 실세 정치인과 관료들이 뒤에서 조종하는 ‘구로고 정치’였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기 파벌을 움직이며 막후에서 실권을 휘두르는 상왕(上王)들이 드물지 않았다. 1972년부터 2년 반 총리.. 2020. 9. 21.
[여적]‘흑색 표지’ 타임지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의 상징은 ‘붉은색 표지 테두리’다. 창간 4년 뒤인 1927년 도입돼 2001년 ‘9·11 테러’ 전까지 예외 없이 지켜졌다. 9·11 직후 제작된 호외판 테두리는 검은색이었다.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정규호 테두리는 다시 붉은색으로 돌아왔다. 그 후 표지 테두리에는 녹색과 은색도 등장했다. 녹색은 2008년 ‘지구의날’ 기념호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쓰였다. 은색은 9·11 10주기에 처음 등장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2012년)로 선정했을 때,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을 선정(2016년)했을 때까지 세 차례 선보였다. 타임의 파격적인 편집은 표지 테두리 색깔 변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5월 말에는 처음으로 테두리에 문자가 들어.. 2020. 9. 14.
미시마를 생각한다 도쿄대학 대학원에 다니면서 학부과정 헌법 수업을 들었다. 수업시간표에 강의실이 900번 교실이라 적혀 있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서는데도 눈에 익었다.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와 도쿄대 전공투가 토론을 벌인 50년 전 그 장소다. 이 토론회는 전공투가 제안하고 미시마가 수락했다. 극우와 극좌로 불리는 미시마와 전공투는 일본 사회를 변혁한다는 같은 목표가 있었다. 토론회를 앞두고 “미시마를 논파하여 연단에서 자결케 하라”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양측은 서로를 설득하지도, 일본 사회를 설득하지도 못했다. 이듬해 전공투는 사라졌고 미시마는 할복했다. 미시마가 죽은 1970년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김윤식이 도쿄대학 외국인 연구원으로 있었다. 미시마 죽음에 관한 평론을 한 편 썼는데, 세월이 흘러 괜한 일을 했다고.. 2020. 9. 2.
[여적]관방장관 지난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부상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2012년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때부터 관방장관을 맡아 내각 운영을 총괄해온 핵심 인사인 만큼 아베 총리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에서 내각관방은 총리를 보좌·지원하는 조직으로, 정부 주요 정책의 기획, 조정 및 정보 수집 등을 담당한다. 그 수장인 관방장관은 국정 현안을 해당 부처 및 여당과 조율하고, 현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견해를 발표한다.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비서실장, 정책실장과 대변인을 합친 막중한 자리다. 2014년에는 내각 인사국이 설치되면서 관방장관이 각 부처 국장급까지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본래 관방(官房)은 군주의 .. 2020. 9. 1.
[여적]NBA 파국 막은 조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은 숱한 명언을 남겼다. “누구라도 실패는 하기 때문에, 나는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시도조차 않는 건 용납 못한다.” “성공하려면 이기적이라야 한다. 최고 수준에 오르면 이타적이어야 한다.” “나이키는 흑인도 신고 백인도 신는다”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역사는 조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도 한다. 불세출의 슈퍼스타인 그는 스포츠계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리더로도 꼽힌다. 올봄에 나온 10부작 다큐멘터리 는 그의 화려한 전설과 코트 밖 일상을 재조명해 주목받았다. 현역 시절 조던은 민감한 사회 문제에 말을 아꼈다. 1990년 흑인 최초로 노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하비 겐트의 지지연설 부탁을 거부해 비난에 휩싸였다. 민권 .. 2020.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