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글로벌칼럼 (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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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에 선 한국 외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2개월이 지나면서 대외정책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처한 위협과 대처 방식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적지 않은 견해차를 보이지만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경각심만큼은 공유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잠정 지침’에서 중국을 “경제, 외교, 군사, 기술력을 결합해 안정되고 열린 국제 체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잠재력을 지닌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당파성과 세계관 차이,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평생 정치인으로 살아온 바이든 대통령의 이력 및 성격 차이가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보다는 크지 않은 것이다. ‘인도·태평양’이라는 전략 개념으로 중국과의 경쟁에 접근하는 것도 트럼프 행정부와.. 2021. 3. 24.
[여적]‘돼지 같다’는 비유 2008년 미국 대선 두 달 전, 난데없이 ‘돼지 립스틱’ 논란이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돼지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도 돼지는 돼지”라고 한 말이 발단이었다. 공화당은 첫 여성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을 겨냥한 성차별적 비방이라며 발끈했다. 페일린은 며칠 전 수락연설에서 자신을 자식 뒷바라지에 여념 없는 하키맘에 비유하며 “하키맘과 투견의 차이는 립스틱을 발랐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이 강조하는 ‘변화’가 소용없다는 의미로 사용했다며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매케인도 한 해 전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보험 계획을 비판하면서 똑같은 비유를 했기 때문이다. 미 정가에서 자주 쓰이는 ‘돼지 입술에 립스틱’이라는 표현은 .. 2021. 3. 22.
[여적]이민자 차별 서독은 2차 세계대전 후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고속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자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의 인력 부족을 이주노동자로 해결했다. 2만여명의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가 독일로 간 배경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현지에 정착해 이민자로 살았다. 흔히 독일에서 이민자라고 하면 터키를 떠올린다. 숫자가 가장 많은 데다 대부분 무슬림으로 독일의 기독교 문화에 잘 융화하지 못했다. 지금도 차별 등 이슈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이민자 중에서 독일을 빛낸 사람도 적지 않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독일 우승의 주역인 축구선수 외질이 대표적이다. 그는 터키 이민 2세로 밤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게임 체인저’ 백신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화이자 백신 .. 2021. 3. 22.
[여적]샤를리 에브도의 ‘도발’ 정치만평의 생명은 풍자다. 그래서 만평 속 정치인은 사실과 달리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거나 과장되기 일쑤다. 한 컷의 만평엔 촌철살인하는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어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반대로 논란 탓에 사라지기도 한다. 2019년 4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다룬 뉴욕타임스의 정치만평이 그랬다. 트럼프를 유대인 모자 야물크를 쓴 ‘맹인’에, 네타냐후 총리를 안내견에 빗댄 내용이었다. 반유대적이라는 항의가 쏟아지자 그해 7월1일자부터 정치만평을 없앴다. 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 조롱 만평으로 유명하다. 무슬림은 무함마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걸 신성모독으로 여기며 금기시한다. 그럼에도 2006년 2월 시작된 이 매체의 무함.. 2021. 3. 15.
[여적]‘북한 정보’ 사이트 북한 동향을 전할 때 종종 등장하는 ‘38노스(38 North)’라는 미국 매체가 있다. 안보전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 산하의 이 매체는 민간상업위성이 찍은 북한의 사진을 분석해 핵과 미사일 실험, 군사시설 증강 등의 징후를 알리면서 유명해졌다. 최근에도 영변 핵시설 내 석탄 화력 증기 발전소의 굴뚝에서 약 2년 만에 연기가 나왔다며 “북한이 핵무기에 필요한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준비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웹사이트 ‘비욘드 패러렐(Beyond Parallel)’도 비슷한 성격의 매체다. 이곳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 북한 동창리 발사장의 엔진 시험대와 발사대가 복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매체들은 위성 사진을 .. 2021. 3. 12.
억지 명분으로 분담금 더 주는 게 동맹 강화인가 제11차 한·미 SMA(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올해 한국은 이전보다 13.9% 늘어난 1조1833억원을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또 향후 5년의 협정 유효기간 동안 매년 국방비 증가율만큼 분담금을 더 내도록 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중기국방계획에 따라 해마다 평균 6.1%의 국방비를 올리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은 ‘한국은 매년 분담금을 6~7%씩 늘리기로 한다’는 문장을 협정문에 명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결과 협정 마지막 해인 2025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했던 50% 증액이 이뤄지게 된다.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5년 뒤로 미뤄 들어주는 셈이다. 국방비 증가율을 연간 분담금 변화에 연동시킨 것은 명분도 근거도 없다. 따라서 전례도 없다. ‘국방비 연동’ 이유에 대해 정부.. 2021. 3. 12.
[경향의 눈]바이든, 군사 개입 백지수표 AUMF를 폐기하라 지난달 25일 미국이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공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군사작전이었다. 앞서 있었던 일련의 이라크 내 미군 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이었다.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미국과 연합군이 하루 평균 46차례씩 감행한 수십만 건의 공습 중 하나였지만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바이든의 약속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안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바이든은 군사작전 감행 근거로 자위권을 보장한 유엔헌장(51조)을 내세웠다. 하지만 더 확실한 근거가 있었지만 들먹이지 않았다. 바로 ‘무력사용권한(AUMF)’이라는 법이다. 이 법은 2001년 9·11 테러 일주일 뒤 발효됐다. 이 법의 핵심 조항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문장으로.. 2021. 3. 11.
만리방화벽과 통제사회 베이징에 온 지 한 달. 3주 격리를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지 열흘이 지났다. 모든 게 낯선 환경이지만 특히나 적응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인터넷 속도다. ‘빛의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며칠 속을 끓이다 무선공유기를 새것으로 바꾸고 나서야 그나마 조금은 안정적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속도가 아니었다. 중국에 왔음을 가장 실감케 한 건 말로만 듣던 ‘만리방화벽’의 위력이다. 해외 사이트 등을 차단하는 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을 거대한 만리장성에 빗대 부르는 말이 만리방화벽이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쓰던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무용지물이 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서.. 2021. 3. 10.
[여적]룰라의 귀환 ‘좌파의 아이콘, 노동자의 대통령,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그리고 부패한 정치인.’ 그의 이름 뒤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른다. 21세기 첫 10년을 지배한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76)의 이력에는 질곡의 브라질 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가난이 구두닦이 룰라를 노조활동에 눈뜨게 했고, 노조지도자가 되어서 군부독재에 맞선 경험은 그를 정치인으로 거듭나게 했다. 3전4기 끝에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보우사 파밀리아’ 같은 빈곤층 보호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쳐 세계적인 정치인으로 도약했다. 퇴임 직전 지지율 87%만큼 그의 8년 집권을 잘 보여주는 척도는 없을 터이다. 그런 그가 퇴임 8년 뒤 감방에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룰라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패였다. ‘세차작전.. 2021.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