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글로벌칼럼 (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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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집단학살은 ‘제노사이드(genocide)’로 불린다. 라틴어로 인종을 뜻하는 제노스(genos)와 살인(cide)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대량살육을 넘어 인종청소와 민족말살을 동반한 반인류적 범죄를 일컫는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로 가족을 잃은 폴란드계 유대인 법학자 라파엘 램킨이 1944년 이 용어를 제안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군사재판에서 나치 전범들은 제노사이드 혐의로 기소됐고, 다음해 유엔 총회에서 제노사이드는 ‘문명세계가 비난하는 국제법상 범죄’로 규정됐다. 그럼에도 나치의 교훈을 무색하게 하는 제노사이드는 끊이지 않았다. 캄보디아 크메르 루주 정권은 1975년부터 4년간 200만명을 학살했다. 1994년 르완다에서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 2021. 4. 26.
바이든의 ‘루스벨트 되기’ ‘조 바이든은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의 반열에 오를 것인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이 다가오면서 미국 호사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때이른 질문이다. 루스벨트는 12년 임기 중 대공황과 2차 대전이라는 ‘내우외환’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지도자다. 워싱턴 백악관 맞은편 벚꽃으로 유명한 ‘타이달 베이슨’에 있는 루스벨트 기념비에 가보면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깊은 존경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루스벨트에 비유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역사학자 존 미첨이다. 미첨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사 작성에 관여했으며,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역사학자들의 비공개 회동도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와 경기침체, .. 2021. 4. 21.
북·미 대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난의 행군’이다. 그는 지난 8일 6차 세포비서대회 폐회식에서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은 북한 역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북한 상황이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대외전략·경제·내부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김 위원장의 직접 언급과 북한의 발표 등을 통해 이미 드러나 있다.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북한의 계획은 미국과의 협상, 경제 회복, 내부 장악력 등 모든 분야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고난의 행.. 2021. 4. 16.
[여적]아프간 전쟁 20년 2001년 9·11테러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애당초 시한이 없는 전쟁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조지 W 부시는 “(미국은) 지구상의 어느 테러조직이라도 찾아내 활동을 저지하며 격퇴시킬 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첫 공격 목표가 된 것은 피할 수 없었다. 9·11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10월7일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이 20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 아프간은 동서문명의 교차로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제국의 오랜 침탈 대상이었다. 기원전 알렉산더 대왕의 침략에서부터 이슬람과 몽골족, 인도 등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아프간은 침략자의 무덤이 됐다. .. 2021. 4. 15.
[여적]‘외조의 왕’ 필립 영국 역사에서 여왕은 6명뿐이다. 메리 1세(1516~1558)가 처음이고, 엘리자베스 1세·메리 2세·앤·빅토리아 여왕을 거쳐 현재의 엘리자베스 2세가 1952년부터 왕실을 이끌고 있다. 여왕 남편의 공식 칭호는 ‘The Prince Consort’다. 첫 여왕 메리 1세의 남편인 펠리페 2세는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끈 국왕으로 더 유명하다. 엘리자베스 1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여왕의 남편으로 부를 수 있는 첫 인물은 앨버트공이다. 대영제국 최전성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다. 그는 미혼으로 즉위한 빅토리아 여왕과 결혼한 뒤 죽기 전까지 21년간 보필했다. 하지만 결혼 17년이 지나서야 여왕의 남편 칭호를 받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다. 세계 최장수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공이 10.. 2021. 4. 12.
[아침을 열며]미얀마의 내전만은 막아야 한다 3월27일은 미얀마 국군의날이다. 1945년 3월27일 일본에 맞서 무장항쟁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이 그 무장항쟁의 주축이었다. 국군의날 76주년이던 지난달 27일 미얀마 군의 총구는 외세가 아닌 자국 시민들을 향했다. 군부는 전국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무차별 총격에 어린아이들의 희생도 잇따랐다. SNS상에는 피 흘리는 아이들과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부모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넘쳐났다. 이날 하루에만 114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그야말로 ‘피의 일요일’이었다. 군부는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대규모 국군의날 기념 열병식을 갖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중국, 러시아, 태국, 인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라오스 등 .. 2021. 4. 12.
[여적]‘SNS 시민군’ 깃발 든 반크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해결한 사건이 있다. 2015년 초 발생한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이다.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한밤중에 귀가하던 남편이 무단횡단하다 뺑소니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유일한 단서인 현장 폐쇄회로(CC)TV는 화질이 좋지 않아 수사는 난항에 빠지지만 사고자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SNS는 바로 들끓었다. 누리꾼들이 ‘SNS 수사대’를 꾸려 CCTV 동영상을 추적하고 여론을 조성한 것이다. 결국 추적이 겁난 범인은 사건 발생 19일 만에 자수한다. ‘SNS 수사대’가 미궁에 빠졌을지도 모를 뺑소니 사건을 해결한 셈이다. SNS는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도 됐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시위가 대표적이다. SNS가 독재정.. 2021. 4. 5.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미·중 사이 전략적 선택의 기준은 바이든 행정부는 국정 전반에 걸쳐 ‘트럼프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중 정책만큼은 트럼프 때의 중국산 제품 고율관세 유지는 물론 오히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로까지 반중 전선을 확대했다. 미·일·호·인 4개국협의체(QUAD) 정상회담과 한·미, 미·일 2+2 전략대화를 통해 동맹국과 우방국의 결속에 나서고 있다. 미·중 경쟁이 심해질수록 우리 외교는 전략적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의 경제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당면한 안보위협 대응, 통일 비전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익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대외정책의 방향도 좌우된다. 미국과는 동맹,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동맹은 분단과 지정학적 위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현상유.. 2021. 3. 30.
[기고]쿠바 한인 디아스포라의 이민 100년 지난 25일은 쿠바 한인 이민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쿠바는 미수교국이지만 양국의 인연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네켄 농장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구한말이던 1905년 5월14일. 제물포항을 떠난 한인 1033명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시 외항인 프로그레소 항구에 도착했다. 그들은 가시 돋친 선인장(에네켄) 농장의 뙤약볕에서 4년의 계약노동이 끝난 뒤 멕시코 전역과 쿠바로 흩어졌다. 일제 식민지가 된 조국은 돌아갈 곳이 못되었다. 300여명의 한인들은 1921년 3월25일, 자신들이 도착했던 프로그레소 항구에서 쿠바행 배에 올랐다. 그 여정이 100년의 디아스포라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는 이달 중순 프로그레소를 방문해 에네켄 이민을 기념하는 동판 설치의.. 2021.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