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글로벌칼럼 (29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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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요즈음의 일들과 민주적 권력 2010.4.2 경향신문 이번엔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요즈음 일들을 종이에 써보았다. 먼저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가 있고,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점입가경의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이 있다. 또 봉은사와 관련해 돌출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의 좌파 발언도 있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천안함 침몰 사건이 있다. 이 리스트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권력이라는 단어가 공통점으로 떠올랐다. 권력이란 “내 의지를 남에게 관철시키는 것”이라고 막스 베버는 말했다. 그는 수단과 목적의 관계에서만 정치행위를 생각했기에, 권력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남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이런 식의 정치행위는 곧 통치행위요, 지배행위다. 권력은 나누어 가질 수 없고, 권력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 2010. 4. 2.
생명은 양지에서 싹튼다 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최근 한국에 낙태 논란이 있다기에, 옛날에 결론난 얘기가 왜 새삼 거론되나 하다가, 낙태 금지가 정부의 저출산대책 때문이란 사실을 알고 기겁했다. 정부의 이런 발상은, 자신은 술 취해 매일 밤늦게 들어오면서 월급봉투만 던져주면, 아내는 일도 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시부모한테 효도도 대신해주겠거니 기대하는 한국 남편들 모습과 닮았다. 가열되는 경쟁 교육, 살인적 등록금, 자살하는 아이들, 비정규직 900만, 세계 1위 성산업국…. 이 지경에서, 낙태만 금지하면 출산율은 상승한다? 지독한 가부장적 사고만이 이런 전근대적 발상을 감히 정책이라 부를 수 있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연 외신기자 간담회의 ‘룸살롱 사건’도 이 같은 정권의 무감각을 잘 대변해준다. 한 외신기자가 “한국 .. 2010. 3. 19.
당신의 행복을 찾으셨어요? 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과일가게에 들어가 과일을 골라 계산대에 놓는데, 가게 직원이 내게 묻는다. “당신의 행복을 찾으셨어요?” 그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해서, 내 인생에서 행복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순간 헤아려보았다. 심각해진 내 얼굴을 보며, “당신이 사고 싶은 물건을 골랐느냐”는 말이었을 뿐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이런 표현이 있다는 걸 모른다면, 이건 굉장히 심오한 질문이에요” 했더니, 그는 바로 응수한다. “그렇죠. 언제나 우린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해요. 예술을 통해서나, 사랑을 통해서나, 자신이 가치를 두는 어떤 일을 통해서. 결국 모두 뭔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건데, 사랑할 땐 다음날 죽어도 후회 없도록 사랑해야죠. 삶은 늘 죽음 옆에 있는 거니까, 내일 삶이.. 2010. 3. 5.
[사유와 성찰] 밴쿠버의 ‘브로큰 할렐루야’ 2010.3.5 경향신문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혁혁한 성과를 거두어 흥분과 기쁨 속에 며칠을 지냈다. 폐막식은 별로였지만 개막식은 인종과 지역을 초월한 세계인의 잔치다운 구성을 보였고 몇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개막식 공연 끝 부분에 ‘평화의 노래’가 연주될 것이라고 한 뒤 소개된 노래 제목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할렐루야’였기 때문이다. 할렐루야는 ‘신께 영광을’이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로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이런 제목의 노래가 어찌 다양한 종교를 가진 이들이 참여하는 올림픽에서, 그것도 평화의 노래라는 타이틀로 불릴 수 있는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잠시 후 K D 랭이라는 여가수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노래는 우리나라에서도 히트한 만화영화 에 삽입되었던 ‘할.. 2010. 3. 5.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오래 살자 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파리의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에콜 데 보자르) 외벽에 설치됐던 작품 하나가, 설치된 지 몇 시간도 안돼 철거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문제의 작품은 과거 프랑스에서 수학한 바 있는 중국 작가 고시우란의 것으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라는 내용의 글자를 검은 배너에 흰 글씨로 담고 있다. 누가 보아도, 2007년 사르코지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사용한 슬로건 ‘많이 일하고, 많이 벌자’를 비튼 문구다. 그대로 걸려 있었다면 ‘그렇군, 재밌군’ 하고 넘어갔을 설치작품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철거’되자, 이 나라의 어지간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팔짝 뛸 만큼 부끄러운 학교 당국의 처사가 삽시간에 인터넷 공간을 타고 프랑스 전역에 번졌다. 하필 중국 작가가 그 작품을 만들었다는.. 2010. 2. 19.
외규장각 도서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외규장각 도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화연대가 제기한 도서반환 소송에 대해 프랑스 행정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화연대는 즉각 항소를 결정하고 10만유로에 달하는 항소비용 마련을 위해 1만인 시민지원단을 모집하고 있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된다. 그때마다 우리는 약탈자, 제국주의자, 뻔뻔하고 오만한 프랑스를 신나게 욕해주기를 되풀이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법도 있고 도덕·상식 따위들의 룰이 있건만, 결국 가장 자주 우리 삶의 질서로 적용되는 것은 힘의 논리라는 사실을 매번 깨달으며 우린 긴 한숨을 내쉰다. 사람들은 종종 궁금해한다. 우리가 이렇게 분통 터뜨리고 있을 때, 프랑스 시민들은 과연 이 문제를.. 2010. 2. 5.
[사유와 성찰] 졸업하는 당신, 행복하세요? 2010.2.5 경향신문 2월은 졸업 시즌입니다. 그런데 이번 졸업식들은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각별히 어려워진 환경 속으로 졸업생들이 나가 어떻게 살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이렇게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저는 “행복하세요?” “행복한 졸업인가요?”라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보통은 “행복한 졸업식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축복하는 마음으로 말하겠지만, 이번에는 당신의 행복을 물어 보고 싶어요. 졸업식이 무어라고 거기에 잇대 행복을 물어보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졸업은 하나의 매듭이고 또 삶의 중간에 이루어지는 하나의 끝이니까 이때가 스스로의 행복을 점검할 최고의 기회라고 답하고 싶어요. 하이데거라는 철학자가 인생의 의미를 말하려면 삶의 끝인 죽음을 지금의 순간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 거.. 2010. 2. 5.
자유를 받아들이는 훈련 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은퇴 직후 1년간, 평균 10년이 젊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얘기다. 아침마다, 몸이 아파도, 폭설로 길이 덮여도, 이불을 걷어차고 정해진 시간까지 일터로 향해야 하는 노동의 ‘의무’를 벗어던진다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늦잠을 자도, 가고 싶은 곳에 가도,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도 되는 ‘자유’를 획득한다는 것은.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소식을 접하며 살짝 웃었다. 12년 전,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일의 중압감을 벗어던지고, 먼 나라로 훌훌 떠나왔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파리에 와서 체류증을 갱신하느라 찍은 증명사진을 한국에서의 ‘직딩’ 시절 증명사진과 비교해 보니, 전자가 10년쯤 젊어 보였던 것이다. 스물아홉에 낯선 나라에서 낯선 언어를 배우며 새로운 삶을 일.. 2010. 1. 22.
[사유와 성찰] ‘한명숙 사건’의 진실 2010.1.14 경향신문 진실은 결국 밝혀지게 마련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이 말은 옳지 않다. 진실은 은폐될 수도, 영원히 미궁 속에 빠질 수도 있다. 강의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동전 던지기를 예로 든 적이 있다. 동전을 던져 교탁에 떨어지게 한 뒤 손으로 덮고 어느 면이 위로 올라왔는지를 물어보았다. 진실은 앞면 혹은 뒷면 둘 중 하나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확인 없이 동전을 집어 호주머니에 넣는다. 진실은 은폐된 것이다! 내가 그것을 확인했더라도 별로 상관이 없다. 그것은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씨가 인사 청탁과 관련해 5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결정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 2010.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