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글로벌칼럼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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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낙태권 판결과 보수의 승리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권(낙태권)을 합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사건은 미국 보수주의 운동이 거둔 승리다. 이뿐 아니라 공공장소 권총 휴대 허용, 미란다 원칙 미고지 경찰관 피소 면제, 공립학교 미식축구 코치의 경기 후 공개 기도 허용 등 최근 대법원이 내놓은 판결들은 진보 진영이 쌓아온 결실을 허물고 있다. 이런 판결들은 대체로 미국 사회의 여론과도 배치된다. 대법원이 투표권, 동성결혼 등 다른 영역에서도 기존 권리와 자유를 침식하는 판결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유와 진보의 대명사 미국은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 보수가 거둔 승리의 첫 번째 비결은 연대였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충격을 받은 사회적 보수주의 진영은 경제적 보수주의 진영과의 .. 2022. 6. 29.
EU, 유리천장 깨기 가속페달 최근 유럽연합은 상장기업의 상임·비상임 이사를 각각 33% 또는 비상임 이사의 40%를 과소대표된 성, 즉 여성으로 임명하는 ‘여성 이사 할당제’를 2026년 6월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2년 여성이사 할당 지침을 발표하며 할당제를 위한 초석을 닦았으나 법적 개입이 아닌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기대하던 독일, 영국 등 주요 회원국들의 반대로 오랜 기간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다수의 회원국이 2020년까지 목표로 했던 이사회 내 여성 비율 40% 달성에 실패하자 반대 입장에 섰던 국가들이 할당제에 지지를 표하며 논의가 급진전됐다. 특히 법적 구속력을 가진 할당제를 갖춘 국가들이 여성 이사진 비율 확대에 더 나은 성과를 보이자 회원국들은 그 효과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유럽.. 2022. 6. 22.
홍콩의 6월, 절망과 희망 사이 2019년 6월9일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의 서막이었다. 시민들은 당시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던 송환법이 홍콩의 인권운동가나 민주 인사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6월12일 시위대는 송환법 심의 저지에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 등을 동원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홍콩 정부는 사흘 뒤 송환법 제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6월16일 시위대는 200만명으로 불어났다. 시민들은 송환법 완전 철회와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시위는 격화됐다. 경찰이 실탄을 쏘고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전시를 방.. 2022. 6. 15.
[김흥규의 외교만사]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과 직면한 도전들 2022년은 과거 어느 시기 못지않게 많은 변화와 외교·안보적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북한은 기존의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하던 태도를 바꿔 이미 수차례 미사일 실험을 단행하였다. 핵실험마저 조만간 실행할 기세이다. 북한은 한·미의 현재 및 가까운 미래 방어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는 역량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미국 본토를 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유사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주저하게 할 역량도 갖추었다. 한국에서는 보수적인 윤석열 정부가 출현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기존의 맹목적인 대북 평화추구 전략을 포기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제시할 수 없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명백한 반발이다. 금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간 미·중 전략경쟁.. 2022. 6. 10.
칸의 여배우가 고국에 쏜 ‘고언’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낭보가 전해져왔다.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같은 무대에서 여우주연상은 이란 출신의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Zahra Amir Ebrahimi)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고국의 매체는 침묵을 지켰다. 왜일까? “이 영화는 여성에 대한 영화입니다. 여성들의 몸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들의 얼굴, 머리, 손, 발, 가슴, 섹스 그리고 이란에서는 볼 수 없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치스러웠지만 제 곁에는 영화가 있었고, 고독했지만 영화가 있었습니다. 어두웠지만 영화가 있었어요. 오늘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기쁨의 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은 이란의 .. 2022. 6. 8.
방향만 있고 좌표 없는 윤석열 정부 대외전략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은 미국이 대외전략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문제가 중국 견제임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미국의 관심은 세계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을 따돌리고 현재의 격차를 유지·확대하는 데 집중돼 있다. 미국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힘을 합쳐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의 규칙을 만들고, 현재의 질서에 현상 변경을 가하려는 중국을 배제하려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직후인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조지워싱턴대 연설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매우 구체적으로 설파했다. 블링컨 장관이 연설에서 핵심 요소로 강조한 것은 ‘투자(invest)·공조(align)·경쟁(compete)’이었다.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첨단기술에 투자해야 하고, 권위주.. 2022. 6. 3.
총기 문제와 미국의 실패 딱 하루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약속에서 후퇴하는 데 걸린 시간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가 해왔던 일과 내가 취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고 계속 그런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나는 무기를 불법화할 수 없고, 신원조회 규정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이 숨진 텍사스주 유밸디를 방문했을 때 “뭐라도 하라”는 시민들의 항의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총기를 규제하려면 의회가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데 미 의회는 일체의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공화당에 가로막혀 10년이 넘도록 유의미한 총기 규제 .. 2022. 6. 2.
하이브리드 워크의 그늘 유럽 각국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잠잠해지면서 원격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워크가 보편화되고 있다. 프랑스 장조레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21~2022년 독일 노동자 중 51%, 이탈리아 노동자 중 50%, 영국 노동자 중 42%가 주중 최소 한 번은 원격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사 간 협의를 강조하는 재택근무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고자 하였으며 이는 노동자의 재택근무 사용 권리를 법률로 보장하려는 선제적인 조치로 평가받았다. 영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가 새로운 근무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유고브(YouGov Poll)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 금융업계 종사자 중 86%는 사무실이 더 이상.. 2022. 5. 25.
불안과 공포에 짓눌린 일상 “16~18일 3차례 핵산(PCR) 검사를 계속 진행합니다.” 어김없이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매일같이 아파트 단지 임시 검사소에서 진행되는 코로나19 검사를 3일간 또 연장한다는 안내다. 지난달 25일부터 이틀에 한 번 진행되던 검사 횟수는 어느 순간 하루 한 번으로 늘었다. 얼마전 중국인 친구가 요즘 베이징의 일상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짤막한 글을 보내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젠캉바오(健康寶·방역용 건강코드 애플리케이션)를 확인한다. 다음으로 샤오취(小區·주거구역)에 코로나19 검사 대기줄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한다(매일 전 주민이 검사를 받다 보니 한 시간씩 줄을 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검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나면 불안감이 몰려온다(검사 결과는 48시간 내에만 유효하다).” 현재 중.. 2022.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