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까지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관리 강화,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제외 등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해결 방안을 밝히라고 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자 내놓은 조치다. 산업부는 “지금 상황이 당초 WTO 분쟁해결 절차 정지의 조건이었던 정상적인 대화의 진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11월22일 잠정 정지한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수출규제 문제를 양국 간 협의로 풀지 못하고 WTO 제소로 가게 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일본이 지난해 7월 수출규제 조치 이유로 든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과 관련해 한국은 재래식 무기규제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 3월 대외무역법 개정을 완료했다. 수출관리 조직을 무역안보과에서 무역안보정책관으로 확대 개편한 데 이어 심사 인력도 25% 늘림으로써 제도상의 우려를 해소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 개선 조치를 완료했다고 해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좀 더 지켜보겠다는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국 행정체계와 집행을 불신하고 또 낮춰 보는 태도에서 오만함이 느껴진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조치 관련 WTO 절차 재개를 발표하는 브리핑을 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그러나 일본은 수출규제가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만 초래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수출규제 이후 한국은 대체 수입경로 개발, 정부의 국내 소재·부품·장비업체 지원으로 생산 차질을 거의 빚지 않은 반면 일본의 관련기업들은 매출이 격감했다. 그럼에도 수출규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수출규제라는 쐐기가 박힌 탓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이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 평가받고 있는데도 일본은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제한을 다시 연장하는 속 좁은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명분도 실익도 없는 수출규제를 조속히 해제해 양국 관계복원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수출규제 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WTO 제소 절차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일본이 결자해지하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끌기가 계속된다면 한국도 추가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수출규제 문제 해결 없이는 강제징용 해법 도출도 기대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Posted by 경향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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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토피아 2020.06.28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과의 국교 단절만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