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미국의 ‘군사적 요구’ 대처법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미국의 ‘군사적 요구’ 대처법

by 경향 신문 2019. 11. 12.

오는 15일 서울에서 한·미 군사위원회(MC)와 안보협의회의(SCM)가 열린다. 우리 측은 정경두 국방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 정석환 국방정책실장, 미국 측은 에스퍼 국방장관을 필두로 밀리 합참의장, 데이비슨 인도·태평양 사령관,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내퍼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참석한다. 이들에 앞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드하트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수석대표가 잇따라 한국을 방문했다. 


금년도 SCM은 한·미동맹의 방향을 결정지을 주요 쟁점들이 다뤄질 예정이어서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의제는 방위비 분담금 책정, ‘미래 국방비전’ 채택,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제1단계인 초기운용능력(IOC) 평가, 전작권 전환 뒤 한·미동맹의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를 넘어 미국 유사시까지 확대하기 위한 ‘한·미동맹 위기관리 각서’ 개정, 그밖에 중거리핵전력(INF)조약 파기에 따른 중거리탄도미사일 한국 배치,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한국군 파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문제 등이 있다.


이번에 미국이 SCM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미국 관리들이 각자 들고온 한·미동맹의 현안들 하나하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은 결국 하나의 목표로 수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전략(FOIPS, 인·태전략)’에 한국의 전면 동참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일단 봉합되면서 미국은 다음 단계로 동맹 재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017년 11월 미국이 인·태전략 동참을 요구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그 취지가 불분명하다면서 입장 표명을 유보한 바 있다. 금년 6월1일 미 국방부가 ‘인·태전략보고서’를 공개하자 6월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개방·포용·투명성이라는 역내 협력 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태전략을 조화롭게 추진키로 했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입장은 한·미·일 안보협력에는 적극 동참하되 지역동맹 전환에는 반대한다는 역대 한국 정부의 외교방침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한·미동맹 관계는 전통적인 허브·스포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안전을 위한 린치핀이라면,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동아시아 안보정세의 불안정에 대비한 안전판이다. 한국은 한·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일본의 태도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GSOMIA 종료를 취소할 수는 없다. 예정대로 GSOMIA가 종료된다면,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은 한·미·일 정보보호약정(TISA)을 활용한다면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도 불가결한 한 축이다. 아베 총리도 작년 10월 기업인 500여명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해 일대일로 구상 참여를 발표했다. 미 국방부가 이미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인 해상실크로드 구상을 ‘진주목걸이 전략’이라고 부르며 군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당시 야치 국가안보국장이 반대했지만 이마이 총리 정무비서관의 조언에 따라 일대일로 구상이 안보전략이 아닌 경제전략이라는 논리를 만들었다. 이러한 아베 정권의 태도는 중국시장이라는 경제적 실리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SCM에서 미국은 GSOMIA 종료를 용인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조건으로 한국이 인·태전략에 조건 없이 전면 참여하는 내용을 ‘미래 국방비전’에 담길 바랄 것이다. 이렇게 포괄적 합의를 해주면 앞으로 한국은 미국의 군사전략에 계속해서 ‘연루’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역외 군사협력 동참을 요구받았을 때 보여준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일본이 보통국가를 지향하면서 1999년과 2015년 추가로 개정돼 성격이 많이 변했지만, 1978년 미·일 방위지침을 처음 만들 당시 일본 정부는 자국 안보와 직접 관계없는 군사적 ‘연루’를 피하려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 


우리 정부는 ‘6·30 한·미 정상 합의’를 기본으로 삼으면서 인·태전략의 전면 참여 요구에 대해 포괄적 합의가 아니라 한·미 협력의 대상과 범위를 담은 세부목록을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다음, 미국이 제시한 세부목록 가운데에서 대한민국 헌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저촉 여부, 군사적 연루 위험성을 고려해 한국이 받을 수 있는 것과 받기 어려운 것을 선별해낸다. 최종적으로 선별된 항목을 미국과 재협의해 인·태전략과의 협력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가 아닌 한국과의 조율로 안보협력이 이루어질 때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하고 건전하게 발전할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반응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