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2일 지면기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경질을 알리는 트윗에서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아프가니스탄,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문제 등에서 이견을 노출해 왔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란과의 직접 협상과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 일원으로 복귀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해왔다. 특히 지난 8일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도자들 간 비밀회동이 전격 취소된 것은 이에 반대하는 볼턴 측이 이를 언론에 유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군사력에 기반한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네오콘’ 출신의 볼턴은 지난해 4월 백악관에 합류한 이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론을 주도해왔다. 그는 ‘선 핵포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앞세워 북한을 줄곧 압박해 왔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북한 핵무기를 테네시주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해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면서 회담이 무산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도 볼턴의 책임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볼턴의 강경일변도 대북 노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 차질을 빚게 하는 요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할 당시 볼턴을 몽골에 보낸 것은 북한의 반감을 의식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차관이던 2002년 북·미 제네바 합의 파기에도 개입했고, 유엔 대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대북 강경책을 주도하는 등 북한과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슈퍼 매파’ 볼턴의 퇴장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임박한 북·미 대화에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실무협상을 할 뜻을 밝힘으로써 하노이 이후 반년 만에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의심하면서 일괄타결 방식의 ‘빅딜’을 고수해온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미국이 북한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올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최근 대북 발언도 전향적이다. 새롭게 열린 기회를 북한이 놓쳐선 안된다. 실무협상에 능동적으로 임해 비핵화 방법론에서 양측 간 이견을 좁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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