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글로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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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가 열어준 ‘기회의 창’ 지난 한 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채 비밀 작전처럼 이뤄졌다. 방문 계획이 알려진 후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 악화와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를 우려해 미국 정부도 만류했지만 그는 결국 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의 하원의장으로서는 25년 만에 처음 대만 땅을 밟았다.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남겼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하거나 대만 착륙을 방해하기라도 할 것처럼 으름장을 놨지만 결국 그의 대만행을 막지 못했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누리꾼들은 ‘능력이 없으면 힘을.. 2022. 8. 10.
[여적] 푸틴의 홍차 러시아 경제개방을 설계한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경제고문이 이탈리아 휴가 도중 중태에 빠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크렘린에서 사임한 최고위급 인사인 그는 뇌 신경 염증질환인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현지 검찰은 독극물 중독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배신자와 정적을 독살한다는 의혹으로 악명이 높아서다. 이른바 ‘푸틴의 홍차’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리트비넨코가 2006년 호텔 레스토랑에서 옛 동료들과 차를 마신 지 3주 뒤 건강 악화로 숨진 게 대표적이다. 청산가리 독성의 200만배인 방사성물질 폴로늄-210 중독이었다. 그는 KGB 후신 연방보안국(FSB)이 독성물질 연구소를 비밀리에 운영 중이며, 우크라이나 대선 때 유셴코.. 2022. 8. 8.
[여적]양안에 불 댕긴 펠로시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문제가 며칠째 양안(兩岸)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가 지난달 말 ‘대만 방문 여부는 보안상 밝힐 수 없다’고 말하고 아시아행 군용기에 오르기 직전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 미국에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고 이후 전투기를 대만해협에 출격시키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인권 문제에서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위협에 고개를 숙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백악관도 1일(현지시간) “우리의 행동은 위협적이지 않다. 이번 ‘잠재적’ 방문은 전례가 있고, 어떠한 현상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며 같은 민주당인 펠로시 편에 섰다. 펠로시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방문을 마친 2일 밤늦게 대만.. 2022. 8. 4.
[아침을 열며]제3정당 실험이 반복되는 이유 숫자 3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안정이나 완전함을 상징한다. 주역의 정(鼎) 괘는 세발솥을 의미하는데, 이 솥은 세 개의 다리가 안정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국가의 권위를 상징한다고 한다. 성서에서도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를 말한다. 3은 신화에서도 공통으로 등장한다. 게르만 신화에서 최초의 신들은 오딘, 빌리, 벨 삼형제다. 힌두 신화에서는 브라마, 비슈누, 시바 등 3대 주신이 있다. 정치에서도 3은 변화와 완전함의 추구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때가 많다. 제3정당이 대표적이다. 양당 제도가 굳어진 미국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이 제3정당 운동으로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데이비드 졸리 전 공화당 하원의원, 크리스틴 휘트먼 전 뉴저지 공화당 주지사,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앤드루 양은 지난 .. 2022. 8. 1.
힘내라,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비전 제시와 솔선수범을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 같다. 그는 2020년 11월7일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에서 “나는 우리 미국이 지구의 등대라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기의 힘(power of example)’은 힘을 앞세워 남이 따르도록 강압하기보다 남보다 앞장서서 행동함으로써 남들이 스스로 따르게 하는 솔선수범의 다른 표현이다. 이후로도 그는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재건을 언급할 때마다 본보기의 힘을 입버릇처럼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바이든 대통령이 생각하는 솔선수범을 통한 미국의 리더십 복원 계획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가 취임 이후 첫 조치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그.. 2022. 7. 27.
지속가능 사회 꿈꾸는 EU 지난 7월6일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그린 택소노미 법안이 유럽연합 의회를 통과했다. 이번 그린 택소노미 법안 통과는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현 정부의 선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는 원전산업 강국인 우리나라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언론과 산업계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와 더불어 추진 중인 소셜 택소노미는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유럽연합의 소셜 택소노미는 2021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속가능금융 플랫폼에서 초안을 발표한 이후 올 2월 최종 보고서를 발간해 그 내용이 구체화되었다. 소셜 택소노미는 환경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 기존의 그린 택.. 2022. 7. 20.
한·미·일 군사협력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미·중의 전략경쟁이 가속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가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전략의 핵심은 동맹국들과의 연대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현상변경 세력’인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현재의 국제질서를 지켜내는 것은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모든 국가들에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으므로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논리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한·미·일 협력은 이 같은 미국의 세계전략의 한 부분이다. 미국에 매우 우호적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은 한·미·일 협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열흘 만에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 2022. 7. 15.
‘탈중국론’과 대중 정책 중국 외교부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례브리핑 내용에는 당초 브리핑에서 나오지 않은 질의응답이 하나 추가됐다. 브리핑 이후 기자의 추가 질문이 있었다며 외교부가 공개한 내용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발언에 관한 것이었다. 공개된 질문 내용은 이렇다. “최 수석은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간 언론브리핑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내에서 ‘탈중국론’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측은 어떤 논평이 있나?” 이날 추가 질문이 있었는지는 불명확하다. 외교부가 하고 싶은 얘기를 질의응답 형식을 빌려 끼워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답변은 이랬다. “지난해 한·중 간 교역은 전년.. 2022. 7. 13.
중동도 낙태법 ‘뜨거운 감자’ 지난 6월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이 있었다. 바로 여성의 임신중단(낙태) 자기결정권을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50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 판결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현재 미국 내에서는 이 결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법적 권리가 낮다고 인식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여성들의 낙태자기결정권의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여성들에게도 역시 적절한 임신중단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 메나(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낙태 수술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져 여성들의 생명은 위협받고 있다. 메나 지역에서 여성들의 임신중단권을 인정하는 국가는 이스라엘, 튀르키예, 그리고 튀.. 2022.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