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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만 5년이 넘도록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6·15남북공동행사 개최 및 이희호 여사의 방북건이 불투명해지는 등 개선의 돌파구가 좀처럼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런 팽팽한 대치 국면에서도 남북 간 협력의 실마리를 놓지 않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문화 차원의 교류이다.

남북 언어학자들이 지난달 5~15일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사업을 위해 편찬 및 집필회의를 열었고, 남북 역사학자들이 엊그제 개성 만월대(고려 궁성) 공동발굴조사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특히 2007년 시작된 ‘만월대 공동발굴사업’은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6차례나 이어져왔다. 이번 합의에서는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60일 이하’로 한정되었던 공동발굴 기간을 6개월로 연장했다는 점이 뜻깊은 결실이다. 북한이 정치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대로 된 공동조사를 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성옛터’로 알려진 만월대는 2013년 개성역사지구의 이름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북한의 국보(122호)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관심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실 북한은 최근 들어 남북 간 문화유산 부문의 교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담화에서 “단군의 후손인 북과 남이 민족문화유산과 관련한 학술교류를 하는 것은 애국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북한의 대외주간지 통일신보는 남북 불교계가 힘을 모은 금강산 신계사 복원(2003년)과 북관대첩비 반환(2005년), 남북 학자들의 겨레말큰사전 편찬 및 만월대 공동발굴작업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김정은의 담화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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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만월대 (출처 : 경향DB)


결국 이번 공동발굴 합의는 꽉 막힌 남북관계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워줄 해법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정치적 변수가 많은 당국 간 현안은 별도의 문제로 두고, 상호 공감하는 문화유산 부문의 민간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이번에 합의된 만월대 공동발굴사업 외에도 남북 간 개성한옥보존사업이나 조선왕조실록 공동전시사업, 평양 고구려고분군 남북발굴사업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남북이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임하면 쉽게 답이 나올 사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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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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