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일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가 발표했다. 이번 방북의 핵심 예상 의제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 및 의제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당일치기로 방문한 뒤 서울로 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일정이 확정됨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협상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기는 당초 관측보다 앞당겨졌다. 그만큼 성과를 내려는 북·미 간 의지가 강해 보인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가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 대화를 지속할 만큼 자신감을 느낀다”고 한 것은 미국의 기대감을 엿보게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이 사전에 정해진 점도 양측이 물밑 대화에서 상당한 정도로 의견을 접근시켰으리라는 관측을 낳는다. 폼페이오는 지난 7월 3차 방북 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했다. 8월에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 계획이 아예 없었으며 결국은 방북 계획 자체가 취소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을 전후해 일본,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하기로 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관련국들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수준의 중대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하에 영구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과 영변 핵시설 폐기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희망하는 일부 핵무기의 조기 폐기 방안이 협의될 가능성도 있다.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이 요구해온 종전선언과 제재완화에 대한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 대화가 교착된 이후 미국과 북한은 각기 상대방의 요구와 기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비핵화가 ‘일방주의’식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고, 북한도 핵문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체감했을 것이다. 북·미 협상 2라운드는 보다 현실적으로 상호 간의 요구를 거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선(先) 비핵화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압박적 태도를 풀고, 북한도 국제사회를 납득할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제시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빅딜’을 이뤄내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과를 내고,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로드맵을 마련하는 역사를 쓰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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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백악관은 2차 정상회담에 열려 있고,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혀 양측이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교착상태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두 정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의 목표에 합의했으나 이후 석달간의 후속 협상은 ‘디테일의 악마’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예정된 방북일정을 취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양측은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가졌다.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이 탐색전의 결과로 양측이 주고받을 현실적인 타협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거나, 그럴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협상교착의 원인인 ‘핵신고-종전선언’ 대립이라는 난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정상들이 만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7일 (출처:경향신문DB)

 

두 정상이 다시 만나야 할 필요성은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협상에서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만큼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북·미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 가면서 외부투자와 지원을 받아내 경제성장의 마중물로 활용하려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이 11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지난 5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두 정상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던 결과이기도 하다. 실무협상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서도 상호 존중심을 잃지 않고 친서외교로 신뢰를 쌓아온 것이 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이 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상 간의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때 엇박자 평가를 받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의 궤도로 복귀하게 된 것도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해야 할 ‘빅딜’을 위해 남북이 지혜를 모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사단 파견을 시작으로 중재역에 다시 시동을 건 문재인 정부의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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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이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탄 수출국이다. 작년에 1억8000만t의 석탄을 수출했다. 이 중 한국은 유연탄과 무연탄을 합해 2600만t을 수입했다. 러시아산 석탄은 러시아 관세법에 따라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가 발급한 러시아 원산지 증명서과 함께 한국으로 수입된다. 러시아산 석탄을 수입하는 한국 수입업자로서는 러시아 기관이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를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안에 북한산이 섞여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어떤 수입업체가 북한산 석탄인지 알면서도 일부러 러시아산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해 관세청에 신고했다면 이는 관세법 위반 사건이다. 보통의 원산지 위반 사건으로, 관세청이 조사해서 밝히면 된다. 러시아도 자신의 석탄산업에 해가 되지 않게 하려고, 석탄 원산지 증명서 발급 절차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것이다. 석탄 문제는 한국과 러시아의 관세당국이 철저하게 조사해서 막으면 된다. 특히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가 원산지 증명서 발급을 제대로 하도록 하면 된다.

 

그러니 지금은 석탄보다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자. 바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다.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군인들의 ‘판문점 체제’를 넘어서는 일이다. 남과 북이 함께 만드는 상시적인 상호 신뢰의 틀이다. 남과 북이 상시적 공동연락사무소 조직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함께 포괄적 교류 협력과 신뢰 구축을 치밀하게 상시적으로 마련하고 실천하는 일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올해의 판문점선언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숙원이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국제법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틀을 넘어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 국제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첫째, 유엔 안보리 제재 자체가 ‘외교관계 빈 협약’에 따라 대사관 등 외교시설을 북한에 설치할 권리를 인정한다(안보리 2375호, 27항). 국제법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외교관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유엔 회원국인 한국은 이 조항을 적극 원용할 수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 설비를 북한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 한국의 국제법적 권리다. 마치 유엔 제재상 불가능한 것인데 예외를 인정받는다는 식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회원국으로서의 외교권에 포함된 권리라는 기본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의 단독 대북 제재 대상도 아니다. 미국 연방 법령도 정부 활동은 처음부터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보편적인 허가 사항’이라고 한다(미 연방 법령집 83 FR 9182, § 510.513). 미국 법이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허용하는 ‘미 연방정부의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다. 정부 기관이 권한이 있거나, 행정적 의무가 있거나 또는 자문을 할 수 있는 일체의 업무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 지역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하여 하는 일체의 활동은 한국 정부 업무에 해당한다.

 

한국이 북한과 함께 북한 지역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유엔 제재와 미국 단독 제재와 하등 관계없이 주권국가로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엄중한 시기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모든 일을 톱니바퀴가 서로 잘 맞물려 선순환을 이루도록 치밀하게,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유엔 제재는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나 제재만으로는 충분히 평화를 만들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제재가 아니라 신뢰와 정의에 기초해야 한다.

 

한국이 국제법적으로 가지는 권한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야말로 평화를 만드는 신뢰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한방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서로 정교하게 맞물려 앞으로 나갈 톱니바퀴 체계를 잘 마련해야 한다. 선순환의 톱니바퀴를 생산하는 공간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한국이 주도해서 설치해야 한다. 석탄이 문제가 아니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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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2일, 김정은과 트럼프의 역사적인 만남은 어쩌면 한반도에 70년간 지속된 냉전체제를 실제로 종식시키는 중대한 사건일지 모른다. 그것은 냉전의 울타리를 유지하려는 정치적 반복 퇴행술이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냉전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의 기호가 아니었을까. 불행하게도 한반도 종전의 선언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없기에 이 만남이야말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70년 동안 불가능했던, 완벽하게 서로 다른 두 체제의 만남이 가능했던 것은 사실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불과 올 초만 하더라도 이 둘은 핵을 매개로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막말을 서로에게 늘어놨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올 1월8일,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북한이 미국에 대한 위협을 계속한다면 ‘화염과 분노’, 직설적으로 말해 세계가 본 적 없는 힘을 맞닥뜨릴 것”이라고 겁박했다. 김정은은 곧바로 트럼프를 향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응수했다. ‘로켓맨’ ‘자살미션’이라는 트럼프의 막말에 김정은은 ‘겁먹은 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늙다리’로 되갚았다. 힙합 신으로 비유하자면, 둘 다 말로 전쟁을 선포한 하드코어 래퍼 같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극과 극은 통해서였을까, 살벌한 말싸움을 벌이고 불과 몇 달 되지 않아, 로켓맨 김정은은 늙다리 트럼프와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났다. 두 정상의 만남을 기다리는 미국의 성조기와 북한의 인공기는 흡사 자매국가처럼, 치명적으로 조화로운 색상과 디자인을 표상했다. 극단적 자본주의의 아이콘 트럼프와 극단적 전체주의의 아이콘 김정은의 만남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인 시뮐라크르의 이미지를 생산했다. 사실 강력한 두 체제를 극단적으로 표상하는 두 아이콘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김정은을 상징하는 일명 ‘언더컷’으로 불리는 헤어스타일은 할아버지 김일성을 복제하고 싶은 열망을 담은 정치적 복제물이다. 사실 언더컷은 누구나 모방 가능하다. 그러나 인민복을 입고 고도비만조차 닮으려 했던 언더컷의 소유자, 김정은의 실제 캐릭터는 그 누구도 복제 불가능한 아우라를 가진다.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생산하는 김정은의 이미지는 사실 현실에서는 복제 불가능한 복제물이다. 그 누구도 그와 같은 정치적 위치를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견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불가역적인 시뮐라크르의 최강자는 다름 아닌 트럼프이다. 트럼프의 금발 역시 김정은처럼 강력한 스프레이로 고정시킨 것이다. 건강 문제로 복용한 약이 탈모를 일으켜 그의 금발의 헤어스타일은 마치 모발이 풍성한 것처럼 위장해야 한다. 김정은의 헤어스타일과 다른 점은 트럼프는 머리를 옆으로 감아올렸다는 점이다. 위장술로서 금발의 헤어스타일과 원색의 넥타이, 풍성한 양복매무시, 그리고 싼 티 나는 입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허영을 표상한다. 이는 그 누구도 복제 불가능한 복제물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두 사람의 얼굴을 서로 바꿔치기하는 합성사진이 유행이었다. 극단적으로 서로 다를 것 같았던 두 사람은 합성, 즉 거짓 복사물을 통해서 둘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해 얼굴을 서로 마주했다. 성조기와 인공기처럼, 복제 불가능한 두 복제물은 마치 다른 듯하지만, 완전히 다르지 않은, 똑같은 것 같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시뮐라크르이다. 냉정한 냉전의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이렇듯 순식간에 사건을 일으키는 비현실적인 두 시뮐라크르가 출현한 것이다. 아마도 지금 평화와 통일의 순간은 이 두 사람 같이 비현실적이지만, 새로운 차원의 사건을 가능케 하는 시뮐라크르의 영웅을 원했는지 모르겠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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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일대 전기가 될 북·미 정상회담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5일 이틀 연속 “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며 곧 공개할 것처럼 언급한 북·미 정상회담 일정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회담 개최지도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가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 주말로 예상됐던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의 송환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미국이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미관계 진전 국면과 어울리지 않는 적대적 언술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난기류가 회담 흥행을 위한 트럼프의 뜸들이기나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북·미 간 신경전 이라면 큰 문제는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7일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소식도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 조야가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트럼프가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좀 더 확인하고 미사일 등에서 확실한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워싱턴에 팽배해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은 핵폐기 원칙으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제시하고, 생물·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영구적 폐기와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의 미국 비판 성명은 이에 대한 거부의 표시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이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양측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조정 및 중재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북한의 핵폐기와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접근해야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양측 간 신뢰를 조성하면서 북핵폐기방안에 대한 이견을 메우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핫라인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9일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모처럼 맞은 북핵 및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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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는 초당적 결의안이 미 하원에서 발의됐다. 민주당 소속 툴시 가버드 의원과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인 공화당 테드 요호 의원이 판문점선언이 나온 직후 이 결의안을 발의해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 의회에서 여야가 초당적 결의안을 낸 것은 처음이다. 여러 정책을 두고 대립해온 공화·민주 양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오자 한목소리로 트럼프의 대화 정책을 뒷받침하고 나선 것이다. 싸우다가도 필요하면 당을 떠나 협력하는 모습이 부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이 정책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논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립과 논쟁은 시민과 공동체 전체를 위해 협력·보완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 정치엔 이런 과정이 없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외교안보 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외교안보 현안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거나 이념적 성향이 강한 정치지도자가 당을 이끌면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 국론을 모아 시민의 불안을 불식시키기는커녕 당리당략에 따라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합리적 비판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 객관적인 사실마저 왜곡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일에도 판문점선언을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되지도 않은 북핵폐기를 다 된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며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 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과거 여당 시절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요구한 것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판문점선언은 이전 남북 합의보다 진일보한 데다 최대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초당적으로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미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부러워만 할 때가 아니다. 우리도 이참에 초당적 협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여권은 야당과 정보를 공유하고, 야당은 합리적인 비판과 토론으로 대응책을 함께 찾아야 한다. 이는 정치권이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정세균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판문점선언 이행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여야 대표들과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게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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