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드 배치와 한·미동맹에 대해 논쟁하는 동안 미국 학계에선 조용히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중국과 거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미국 내 여론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직접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논쟁은 올해 3월 카네기 평화연구소의 마이클 스웨인 박사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칼럼으로 점화되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한반도 통일 후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보장을 해줘야만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북핵 문제를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유하며 케네디가 소련과 협상하기 위해 터키에서 미국의 미사일을 철수한 것처럼 트럼프 정부도 주한미군의 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과정을 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의 로버트 켈리 교수도 내셔널인터레스트 칼럼에서 중국에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언약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물론 반론이 뒤따랐다. 미국 국방대의 제임스 프리스텁 박사는 주한미군 철수가 사실상 한국인들의 운명을 패권지향적인 중국 손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철수는 중국이 오랫동안 바라온 대로 아시아 지역 내 미국 동맹체제가 와해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앤드서 코어는 포브스 칼럼에서 엘리슨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단순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 한국을 중국 영향권에 방기하는 것은 미국이 수호하려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면서, 엘리슨 교수의 주장은 하버드대 내에 확산되는 중국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토론은 새로운 현상이다. 그 이면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제재와 대화의 양분법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이전엔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만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통일이 오히려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이런 사고의 연장선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보장해서라도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간 한국의 외교전략을 논할 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언제나 상수로 다뤄졌다. 그런데 최근 논의는 주한미군이 오히려 가장 큰 변수로 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또다시 강대국의 손에 결정되는 상황의 전조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미·중 간 타협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결정된다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악몽이 재현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통일 후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하여 현재 한국은 미국에 자신의 의사 반영을 요구할 만큼 명확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야 할지, 계속 주둔을 요청해야 할지, 38선 이남에만 주둔할 것인지, 중국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에서 공개적 논의를 장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통일을 논하려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선 미국 내 여론 동향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조용한 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간 전문가들은 토론에 참여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한국의 관점이 진지하게 고려되도록 국제무대에서 의견 발표와 언론 기고를 통해 미국 내 여론 조성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는 정답이 없는 문제다.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자신들끼리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때 수수방관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서로 이견이 있을지언정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 전문가들과의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조성민 미국 조지타운대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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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한반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기존 한·미동맹과 대북정책 기조를 흔드는 발언을 거듭해왔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단순한 궤도 수정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질서를 뿌리째 흔들 만큼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정작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구상을 밝힌 적이 없다. 그의 한반도 관련 언급들도 확정된 정책으로 간주하기에는 단편적이고 논리적으로 허술하다. 대외정책 방향이나 외교 역량을 가늠할 만한 자료나 근거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해방 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고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대면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가 표방하는 대외정책 기조는 미국이익 우선주의다. 그는 한·미동맹도 이 원칙에 따라 재조정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은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문제라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한반도 안보질서는 물론 지구적 핵확산방지체제를 송두리째 흔드는 발상이다. 핵확산방지체제를 미국이 주도해온 것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기도 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10일 (출처: 경향신문DB)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며 기존 정책과 다르지 않은 주장을 했지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과거엔 북한 원자로 정밀 타격을 주장한 적도 있다. 극단을 오가는 그의 대북 발언으로는 그 방향과 내용을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선거 승리를 위해 도 넘는 발언을 했을 뿐 실제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는 합리적인 정책을 채택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트럼프도 당선 직후 “미국을 우선하지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유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모순적인 언급을 한 것을 고려하면 이 발언 역시 믿을 만한지 두고 봐야 한다.

 

한국은 이 예측 불가능성이란 새로운 도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의 등장은 한반도 안보를 미국의 대북정책에 종속시키고 미·중 갈등의 하위 변수로 전락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실책을 바로잡을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안을 마련, 주변국을 설득하는 주도적 역할은 바로 한국이 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마비 상태지만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회복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침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에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에게 한반도 평화를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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