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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전 세계를 공포의 경제위기로 몰아넣었던 금융위기는 월가의 파생상품 거래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수세에 몰려 한동안 바짝 몸을 낮추는 듯 보였던 월가가 되레 금융위기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복귀했다는 징후가 최근 포착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름 아니라 대형 금융기관들이 또다시 파생상품 시장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생상품은 탈규제의 온상에서 탄생한 것으로 이윤극대화의 최적화된 수단으로 개발된 매우 악의적인 금융상품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대형 금융기관이 파생상품에 아예 손을 못 대게 하는 도드-프랭크법을 마련했다. 이로써 파생상품 중 하나인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량이 금융위기 전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월가에서 위축된 CDS 시장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악습을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 하는 월가의 행보다.

그러나 이는 2014년 12월 중순 미국 의회에서 새해연도 예산안이 통과될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예산안 통과와 함께 새로운 도드-프랭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대형 금융회사의 파생상품 거래 금지조항의 폐지를 담고 있다. 이는 겉으론 공화당과의 협상에서 예산안 통과와 도드-프랭크법 개정안 통과를 맞바꾼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로비스트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살포한 대형 금융회사에 여야 정치인들이 자진해서 규제 철폐라는 선물을 안겼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매우 적다. 물론 그 와중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올 1월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도드-프랭크법의 파생상품 거래 금지조항 폐지를 위해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가 쓴 로비자금과 정치자금은 2014년 한 해에만 11월16일 현재 약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이는 그 법이 만들어지던 2010년 당시에 이들 회사가 입법 저지에 썼던 돈보다 훨씬 많은 액수이다. 신문은 이번 도드-프랭크법의 무력화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예외 없이 사기업체의 대정치권 ‘교과서적 로비’가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이에는 오바마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애초 법안의 발의자인 바니 프랭크 의원은 “대통령도 의료보험 개혁에서 보였던 열의와 의지가 이번 금융개혁에선 전혀 보이지 않는 미온적 태도를 견지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힐러리와 함께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은 “현재 월가 대형 금융기관의 워싱턴 정가 장악력은 전례가 없이 막강하다”고 행정부와 의회의 탈규제 움직임을 일갈하며 개정안 통과에 끝까지 반대했다. 요약하면 금융규제 목소리는 월가의 전방위적 로비에 의해 완전히 잠식된 것이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불행하게도 이제 대형 금융기관의 파생상품 거래의 물꼬는 다시 트였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의 국민 배신행위는 일단 논외로 치자. 왜냐하면 그 트인 물꼬가 전 세계에 던지는 함의를 간파하는 것이 우리에겐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째, CDS 시장의 활성화 조짐은 전 세계에 또다시 거대한 위기의 쓰나미가 도래하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이다. 왜냐하면 CDS는 위기가 증폭되면 될수록 커지는 결실을 탐닉하는, 즉 위기를 숙주로 하는 파생상품이기 때문이다. 둘째, 파생상품의 성행은 곧 일시에 꺼질 신용 거품이 현재 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거품을 더 부풀리기 위해 파생상품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거침없이 유동성을 빨아들인다. 탐욕에 눈이 먼 대형 금융회사들에는 이윤창출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위기와 거품은 단지 무대 위의 소품과도 같은 하찮은 것이다. 그러나 그 “제 버릇 개 못 준” 소품 장난질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와 대다수 국민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월가의 최근 행보를 보며 우리가 바짝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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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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