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에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찬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북·미 정상회담 사전협상을 진두 지휘해온 폼페이오가 북한에 대해 ‘번영’이란 표현을 두 차례나 사용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폼페이오의 방북에서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에 도달하면 체제안전 보장은 물론 제재 완화와 경제적 보상을 하는 방안이 북·미 간에 심도 있게 협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이 비핵화 행동에 나선 일정 단계에서 국제기구의 대북 융자나 외국기업의 대북 투자를 막아온 미국 국내법령이나 독자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미국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 _ AP연합뉴스

 

그동안 북·미대화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한 대북 체제 보장과 평화체제 구축 방안은 자주 거론돼 왔지만 경제적 보상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올 들어 조성된 한반도 대화국면에서 핵심 쟁점은 비핵화이지만, 북한으로서는 비핵화를 지렛대로 체제안전 보장은 물론 경제발전을 위한 제재 해제를 얻어내는 것이 주요 목표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폼페이오의 ‘북한 번영을 위한 협력’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발걸음을 가볍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북한의 움직임도 고무적이다. 북한은 오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으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및 남한 기자들을 초청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북한은 국제 기자단을 위해 원산에 숙소와 기자센터를 설치하고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특별전용열차를 편성하는 등 취재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이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확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한달 앞두고 양측이 발신하는 긍정적 신호들은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양측의 긍정적 조치와 언급이 ‘불가역적인’ 약속으로 굳어지도록 문재인 정부가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은 그래서 중요하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다면 최선의 조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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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그제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선언하며 국가주의를 강조했다. 도덕이 아닌 힘의 과시, 외국인 혐오 등 저강도 파시즘 색채도 숨기지 않았다. 세계 경찰을 자임해온 미국의 새 출발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은 착잡하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살육되고 있다”는 살벌한 언사까지 동원하며 그 주체로 기성 정치권, 야당 등 반대파를 겨눴다. 국민을 동지와 적으로 나누는 ‘두 국민 전략’을 재임 기간에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존과 자유, 평등, 정의 등 미국 대통령이 단골로 제시하던 가치 대신 자국 이기주의로 연설문을 채웠다.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 미국 우선 외교정책, 일자리 창출과 성장, 미군의 재건, 법질서의 회복,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등 백악관이 발표한 6개 국정과제도 같은 궤적 안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워싱턴 백악관 뒤편 세인트존스교회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내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규제 완화와 감세정책을, 대외적으로는 무역장벽 강화를 공표한 것이다. 대미 수출국과 기업을 향한 관세장벽과 미국 직접 투자 및 고용 압력이 거세질 것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 대상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최강 미군 재건’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 비판’은 위험한 도박으로 보인다. 그는 “다른 나라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우리 군대는 매우 애석하게도 고갈되도록 했다”고 말해 동맹의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어제의 동지를 오늘의 적으로 삼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손잡고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면 동북아 정세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북핵 문제 등까지 맞물린다면 한국은 거대국가들이 가하는 압박에 숨 막힐 수도 있다.

 

국수주의·파시즘으로 받아들여질 법한 섬뜩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모두 위대한 미국 깃발을 향해 경례한다”며 “극단 이슬람 테러리즘에 맞서 문명화된 세계를 단합해 이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뿌리 뽑을 것”이라고 했다. 6대 국정과제 중 ‘법질서 회복’ 항목은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짓는 일 등에 전념할 것”이라고 못박아 놓았다.

 

무엇보다 국제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행보의 불확실성과 포퓰리즘이다. 그는 벌써 공적 시스템을 통한 논의보다는 실세, 측근과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시민과의 소통 방식도 한 게시물 글자를 140자로 제한한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의존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즉흥적으로 공언한 내용을 다음 순간 뒤집는 일도 다반사다. 세계는 지금 보편적 규범과 가치를 뒤로 돌린 채 미국 우선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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