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나아가 전 세계는 6번째 핵실험으로 한껏 높아진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즉각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결정,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 트위터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언급한 뒤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북핵 대응책을 협의하기도 전에 평화적 해결을 주장한 동맹국을 공개 비판한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책임전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부인은 트럼프 강좌에 참석 한 후 북한 공격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의 한국 비판은 부적절한 수준을 넘어선 적전분열로까지 비칠 수 있는 심각한 전략적 실패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에서 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북·미 간의 일이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개발에 나섰고, 협상력 제고를 위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트럼프 자신도 미국의 역대 정권들이 북한을 잘못 다뤄 북핵 위기가 고조됐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할 일은 정책을 재점검하고 한국과 함께 북핵 문제를 풀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엉뚱하게도 북한의 핵실험 책임을 한국 정부 탓으로 돌렸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한·미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어 이득을 취하려는 북한의 전술에 놀아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들은 ‘협상가’ 트럼프가 북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보고받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금까지 보여준 북핵 대응은 실망스럽다. 군사적 해결 방안과 대화를 통한 해법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일관성을 잃었다. 북핵의 본질을 잘못 파악했을 뿐 아니라 자칫 호도하려는 태도마저 엿보였다. 북한의 도발 와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언급한 것은 정상적인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 그의 잘못된 북핵 인식에 모험적 대응이 겹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핵은 확고한 대북정책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접근해도 풀기 어렵다. 군사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을 압박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려면 미국과 그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인식하는 게 먼저다. 트럼프가 진정 책임있는 지도자가 되려면 동맹국을 탓하고 엉뚱하게 압박하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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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2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중단하고 곧바로 폐기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한·미 FTA에 대해 참모와 논의하겠다”고 밝혀 모종의 변화를 시사했다. 다만 백악관이 정말로 협정 폐기를 고려하는 것인지,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엄포용’인지는 불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한 협상이 단 한 차례 열렸는데 협정 폐기를 운운하는 것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22일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미국은 협정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 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조속한 개정협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측은 한·미 FTA가 미국의 적자 원인이 아니므로 양측의 전문가들을 구성해 객관적으로 평가·조사하자고 요구했다. 첫 회의가 불만족스럽다고 곧바로 협상테이블을 걷어차는 미국의 태도는 애초부터 협상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들게 할 뿐이다. 한·미 FTA가 미국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많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한·미 FTA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협정체결 이후 미국의 한국시장 점유율도 8.5%에서 10.6%로 높아졌다. 또 한국의 대미 자본투자는 48억달러에서 129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올 들어 한국 기업들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작금의 한반도 주변상황은 더욱 공고한 한·미관계를 요구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한·미 FTA 폐기 카드는 양국 간 통상마찰과 동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한·미 FTA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논의가 경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전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에 따른 대응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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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미국 주요 방송과 신문들은 매일 북한과 미국의 전쟁 가능성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괌 포위사격 발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경고로 위기의식은 최고조에 달했다. 온라인에서는 핵전쟁 대피시설과 비상식량 등 전쟁 대비 물품들의 판매가 급증했다. 곧 전쟁이라도 날 것 같던 미국 언론들의 호들갑은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트럼프의 백인 우월주의자 폭력사태 두둔 발언 이후 북한 뉴스는 찾기 어려워졌고 화제는 미국 사회의 현존하는 병폐인 인종주의 문제로 급반전됐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 시민들의 반응이 더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 서울 주재기자는 최근 이번 사태를 회고하는 기사에서 “북핵 위기에 대해 보도할 때마다 마치 두 개의 현실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적었다. 전쟁 위기를 전하는 긴박한 뉴스에 비해 서울 시민들의 반응은 너무나 차분하고 심지어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한국 시민들은 20년 넘게 반복되는 북핵 위기를 한반도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10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베드민스터_AP연합뉴스

 

미국 사회의 위기감은 흙탕물 가라앉듯이 진정되고 있지만 물밑의 현실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위기는 이제 본격화됐다는 게 맞는 말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 연합사령관의 말처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는 “게임 체인저”였을 수 있다. 미국은 이제 북핵을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임박한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미국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에 대한 속내를 상당 부분 드러냈다. 한국 입장에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의 순간’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 때문이다.

 

2년 후라고 가정해보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핵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터득하고 활용 가능한 ICBM을 모처에 실전배치했다고 발표한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ICBM 완성까지 2년으로 예상했다가 1년 앞당겼다고 하니 내년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순간 한·미는 어떻게 대응할까. 트럼프 정부의 군사적 옵션은 더 이상 공허한 협박이 아닐지 모른다. 군사적 긴장은 극에 달할 것이고 각종 군사적 옵션이 거론될 것이다. 한반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거기(한국)서 죽는 것이지 여기(미국)서 죽는 게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전쟁불사론을 폈다는 공화당 의원의 전언은 새삼 공포스럽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미 공격 징후가 없어도 예방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는 지난 20일 “2002년 이라크전 이후 백악관에서 적국에 대한 선제적 군사행동의 장단점에 대해 이렇게 많은 토론이 이뤄진 적이 없다”고 전했다.

 

다른 선택도 있다. 북한을 파키스탄처럼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 중 일부는 이미 북핵을 현실로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DNI 국장을 지낸 제임스 클래퍼는 “이제 우리는 북핵을 받아들이고 한계를 정하거나 통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머리에 핵을 이고 살아야 한다. 내부적으로 전술핵 도입, 핵개발 등 핵으로 핵을 대응하자는 요구도 이어질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을 시작으로 며칠 잠잠하던 한반도는 다시 시끄러워질 조짐이다. 미국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 북핵 위기가 몇 번 더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전쟁이냐 북핵 인정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진실의 순간’만은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20년을 넘게 끌어온 북핵 외교에서 한·미의 완패를 의미한다. 서울 시민들은 무관심하지만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외교관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한 채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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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미국의 도발적 행태 역시 군사적 불안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미국은 연일 일관성 없는 거친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잇따라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예방전쟁’을 언급했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먼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각료들과 북한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핵개발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풀어야 할 과제를 미국이 안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 대국이자 국제사회의 지도적 국가로 전쟁 위험에 대해 신중하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은 지금껏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술 더 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9일 ‘정권의 종말과 파멸’ 운운했다. 북한을 자극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기로 작정한 듯한 발언이다.

 

인류 역사에서 지도자의 우발적 행동이 전쟁에 단초를 제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트럼프 리스크를 걱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고 “핵 무기를 왜 사용하지 못하느냐”는 트럼프라 해도 남의 나라 운명까지 결정할 자격은 없다. 그런데 어제 그의 측근들은 트럼프의 대북 경고가 즉흥적인 발언이었다며 주워 담았다. 초군사강국의 지도자가 이처럼 경거망동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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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니미’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임명 열흘 만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코미디처럼 해임됐다. 기존 비서실장을 정신병자로 공격하더니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에 의해 바로 잘렸다. 스카라무치가 잃은 건 명예만이 아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달 29일 스카라무치의 부인이 최근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부인은 스카라무치가 노골적인 정치적 야망을 위해 정신 나간 듯이 워싱턴을 추구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때문에 이혼한 사례는 또 있다. 플로리다 지역지 팜비치포스트는 지난달 28일 미국프로풋볼(NFL) 치어리더 출신으로 열성 트럼프 지지자인 부인 린 애런버그와 팜비치 카운티 주 검사로 열성 민주당원인 남편 데이브 앨런버그의 ‘트럼프 이혼’ 사례를 소개했다. 남편은 부인의 트럼프 지지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고 둘은 “정치적 견해 차이 때문에” 결혼 3년 만에 이혼했다. 트럼프는 대선 직후부터 미국 사회의 스트레스 거리였다. 워싱턴주에서는 22년을 함께 살던 남편이 트럼프를 찍었다고 고백하자 바로 이혼을 선언한 부인도 있었다. 대선 한 달 후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이후 절친한 사람과 관계를 끊었다는 응답이 13.4%나 됐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미국 백악관 신임 공보국장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회견 직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사임 소식이 알려졌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트럼프 본인도 세 번 결혼을 했으니 두 번은 이혼을 해봤다. 첫번째 부인은 체코 출신 모델 이바나였다. 두번째 부인은 유부남 트럼프와 스캔들을 일으켜 첫번째 부인과의 이혼으로 몰고간 배우 말라 메이플스였다. 지금 부인은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다.

 

트럼프의 이혼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또 한 번의 이혼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멜라니아와 헤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트럼프의 세번째 이혼은 집권과 국정운영을 위해 정략결혼한 공화당과의 정치적 이혼이다. 성장 배경도 성격도 딴판인 사람들의 사랑 없이 떠밀려 한 결혼이 오래가기는 어렵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처음부터 궁합이 맞지 않았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주류 정치를 ‘하수구’라며 개혁 대상으로 설정하고 공격을 퍼부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성폭행이나 자랑하는 더러운 입을 가진 부동산 졸부를 지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겼고 둘에겐 정략결혼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트럼프는 의회의 힘이 필요했고, 공화당은 10년 만에 집권당이 됐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의 비서실장 임명은 화해의 상징이었다.

 

트럼프는 취임 6개월 만에 결국 공화당과의 연결고리였던 프리버스를 경질했다. 뉴욕타임스가 전했듯이 비서실장에게 대통령 집무실의 파리를 잡는 역할이라도 맡기며 참으려 했으나 한계에 도달했다. 트럼프가 보기에 공화당은 무능 그 자체다. 오바마케어 하나 폐지하지 못하는 공화당을 향해 트럼프는 대놓고 “바보”라고 비난한다. 트럼프는 이제 포퓰리스트로 돌아가 자신을 사랑하는 ‘한심한 사람들’과 함께 주류 정치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 생각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프리버스가 없으면 트럼프는 정당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이혼 협박이 잘한 선택인지는 모르겠다.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이 과반 여당이란 든든한 배경을 버리고 골수 지지층만 끌어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화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더욱 원론적 목소리를 내며 트럼프를 옥죌 것이다.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정책에 반기를 들었듯이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의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어쩌면 트럼프는 집권 6개월 만에 레임덕에 빠진 미국의 첫번째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섣불리 이혼을 거론할 게 아니라 숙려기간을 두고 깊이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공화당이 진짜 이혼을 결심하면 가장 불행해질 사람은 트럼프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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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라크 침공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시사주간) 타임 표지로 14번 또는 15번 나왔다. 타임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인 지난 1월21일에 한 말이다. 둘 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트럼프는 이라크 침공을 찬성했다. 트럼프가 타임 표지에 나온 횟수는 11번이며, 가장 많이 표지에 등장한 인물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닉슨은 55차례나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뉴욕타임스가 그의 거짓말 목록을 지난 23일 공개했다. 취임 첫날부터 지난 22일까지 총 154일을 분석했다. 거짓말을 한 날은 114일이다. 4일 중 3일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특히 취임 당일부터 2월 말까지 40일 연속 거짓말을 했다. 신문은 거짓말을 ‘명백한 거짓말(lie)’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falsehood)’로 구분했다. 명백한 거짓말을 한 날은 취임 다음날부터 53일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트럼프가 한 거짓말 횟수는 모두 99건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한 날은 취임 당일을 시작으로 61일이나 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은 날은 40일이다. 이유가 있다. 주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위터 글쓰기를 하지 않거나, 자기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골프 치는 날이다. 거짓말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거짓말하지 않은 최장 기록은 5월에 세웠는데, 총 17일이었다. 트럼프가 매우 바빴던 시기다. 그의 대선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터졌고, 첫 해외순방(20~27일) 일정이 있었다. 특히 15일부터 20일 사이에는 거짓말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15일)와 뉴욕타임스(16일)가 연속으로 ‘러시아 게이트’ 연루 관련 특종을 터트리자 대책회의에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업가 기질 탓인지 트럼프의 말에는 근거 없는 주장이 많다.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는 언론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깎아내린다. 이 때문에 그의 주장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가 미국 언론들의 고민이었다. 뉴욕타임스 분석은 이 같은 논란에 쐐기를 박는, 의미 있는 일이다. 트럼프의 말을 검증하는 일은 언론의 기본 역할이기 때문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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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미 전 FBI 국장은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하며 이같이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제기돼온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을 ‘가짜뉴스’라며 책임을 회피해온 트럼프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특히 수사 중단 압력이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면 트럼프는 탄핵 소추 등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왼쪽 사진)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개입 등에 대해 증언했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사법방해’인지를 놓고 미 정가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미의 증언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러시아 게이트 수사 방해와 그의 해임을 둘러싼 사태의 전모가 드러났다. 트럼프는 회유책을 먼저 썼다. 트럼프는 취임 일주일 뒤인 지난 1월27일 백악관에서 코미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미는 대통령이 “모종의 후원 관계를 만들려”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트럼프의 제왕적 대통령관을 드러낸 것으로, FBI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다. 회유에 실패한 트럼프는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 트럼프는 지난 2월14일 코미를 백악관에서 만나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을 받고 있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에 대해 “나는 플린을 놔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코미는 “대통령이 플린 수사를 멈추라고 요구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트럼프는 코미와 단둘이 대화하려고 다른 참석자들을 내보냈다. 지난 3월30일에는 코미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구름’이라며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물었고, 빨리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회유와 압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트럼프는 지난 5월9일 코미를 전격 해임했다.

 

코미의 증언에서 탄핵 소추의 사유가 되는 사법방해에 해당할 수 있는 대목은 2월14일 대화와 3월30일 전화 통화다. 트럼프의 행위가 사법방해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법방해로 탄핵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집권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탄핵은 쉽지 않다. 코미의 증언으로 트럼프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중동의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열흘여 남은 한·미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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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만큼 당사자에게 더 큰 조롱이 있을까. 일흔 살이 넘은 한 나라의 대통령, 그것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어떨까. 한국이라면 ‘불경스러운 일’이라는 비난이 쇄도할 만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버젓이 다뤄진다. 그것도 최고 신문 뉴욕타임스(NYT)에서 말이다.

 

지난 5월 중순 ‘트럼프가 어린애냐 아니냐’는 논쟁이 NYT를 달궜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어린이가 세계를 이끌고 있는 시대’라는 글이 발단이었다. 브룩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동안 한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그를 ‘유아기에 머문 어른’을 일컫는 미성숙자(infantilist)라고 규정했다.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대부분의 성인들이 차분히 앉아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는 교실에서 뛰어다니는 7세 초등학생 같다. 둘째, 성인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지만 트럼프는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셋째, 성인은 상대의 미묘한 생각을 이해하는 법을 알지만 트럼프는 ‘마음이론’을 발달시키지 못했다.

 

이틀 뒤 NYT 오피니언면에 발달심리학자들의 반박 편지가 실렸다. 제목은 ‘아이들을 트럼프와 비교하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고, 끊임없는 인정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공감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심리학 교수의 ‘4살짜리도 트럼프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반박 글이 이어졌다. 글쓴이는 4살 아이의 특징들을 열거하면서 트럼프와 어린애를 비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 국장

‘트럼프=어린애’ 비유는 대통령이 된 후 트럼프가 한 결정이나 행동을 어린애의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취임 전 트럼프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 책임자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사례를 보자. 마치 화난 아이가 맘에 들지 않는 장난감을 던져버리는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는다는 발상은 어떤가. 자기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심술꾸러기의 심보를 빼닮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 분담금을 더 내라고 한 것은 골목대장이 나약한 아이에게 “내 말 안 들으면 알지?”라며 협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물론 미국의 안보 우산에 기대어 무임승차만 하려는 회원국들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는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나토 정상회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몬테네그로 총리를 밀치거나 새파랗게 젊은 프랑스 대통령과 힘겨루기 악수를 하는 모습은 어떤가. 떼를 써서라도 원하는 걸 가지려는 어린애의 행동 아닌가. 이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태는 친구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못되어 먹은 아이와 뭐가 다를까.

 

심리학자들이 꼽는 어린애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충동 조절을 잘 못한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한다, 인간의 행동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 못한다 등이다. 이 기준을 트럼프에게 적용하면 꼭 들어맞는다. 아무리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고 자기만족에 빠진 나르시시스트이지만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을 터이다. 부유층으로 자란 트럼프는 어릴 때부터 우월감과 승부욕이 넘쳤다. 그런 기질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러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 이유였다. 트럼프는 “어릴 때부터 자립심이 있었으며 폭력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내 생각을 알리고자 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트럼프 부모는 아들의 고약한 기질을 바로잡기 위해 13세 때 규율이 엄격한 군사학교에 보냈다. 거기서는 어땠을까. 해병대 출신의 거칠고 엄격한 선생을 만난 트럼프는 존경과 환심을 사는 행동으로 매질을 피하는 영악함을 보였다고 한다.

 

울며불며 대드는 아이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감정을 추스르도록 다독이며 다정하게 안아주는 일이다. 그러고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인이 된 이후 어른다운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지금부터라도 어른처럼 행동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그럼에도 지금 그에게 성숙함이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자신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를 위해서도 그렇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트럼프는 다시 ‘러시아 게이트’ 스캔들을 마주하고 있다. 탄핵 이야기가 나올 만큼 스캔들은 미국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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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9일간 중동 및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28일 트위터에 “이번 순방은 미국에 큰 성공이었다”고 썼다. 트럼프의 첫 순방은 미국의 핵심이익인 중동과 전통적인 동맹인 유럽 국가에 맞춰진 만큼 대외정책의 근간인 미국 우선주의와 유럽 동맹국과의 협력관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첫 순방은 그의 평가처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익을 앞세운 나머지 미국과 유럽 간 동맹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킨 점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중동 방문은 큰 이변 없이 순조로웠다. 이란 핵무장 반대,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보인 행보는 달랐다. 유럽 안보나 러시아 위협은 안중에 없이 국익에만 치중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집단방위를 규정한 나토 협약 5조 준수 거부, 방위비 분담금 확대 요구는 회원국의 분노를 샀다. 1949년 나토 창설 이후 정상회의에서 협약 5조 준수를 거부하고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 트럼프 관점에서 미국의 안보 우산에 기대고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나토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협정을 유일하게 반대하고,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독일을 “매우 나쁘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기민·기사당 합동 행사에 참가해 연설 도중 맥주잔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뮌헨 _ AFP연합뉴스

 

미국 안에서는 트럼프의 유럽 순방을 두고 고립주의에 대한 단호한 거부이자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인해 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이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가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동맹국 관계도 해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유럽 최강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G7 회의를 마친 뒤 “미국은 독일이나 유럽에 믿을 만한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브렉시트와 미국 우선주의 속에서 미국과 유럽 동맹관계를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 우선주의가 계속된다면 미국 주도로 구축된 유럽 질서는 변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미국과 세계에 불확실성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제협력과 번영의 기회도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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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대선 때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러시아 게이트’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탄핵론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게이트는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 캠프가 러시아의 도움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e메일을 해킹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 2월 러시아와 비밀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비밀접촉 연루 의혹을 수사해온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전격 해임으로 불거졌다. 지난 16일 뉴욕타임스가 플린 전 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트럼프가 요구했다는 ‘코미 메모’의 존재를 보도하면서 의혹은 정점에 다다랐다. 게다가 트럼프가 동맹국이 준 IS 관련 기밀을 러시아에 넘겨줬다는 전날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와 맞물리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터져나오는 의혹으로 미 정가는 극도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의혹을 권력남용으로 보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탄핵론을 제기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민주당의 탄핵론에 동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백악관은 백악관대로 대통령과 보좌진 간 불화에 휩싸여 있다. 트럼프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미국인의 실망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38%에 불과한 최악의 국정 지지도와 48%에 이르는 탄핵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탄핵은 쉽지 않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코미 메모’가 탄핵 가능성의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사 중단 요구가 사법방해죄에 해당될 경우 탄핵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 직전까지 몰렸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사임했을 때도 수사 중단을 요청한 내용이 담긴 백악관 녹음테이프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

 

이번 사태의 여파는 결코 미국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동맹국이 준 기밀을 타국에 넘긴 행위는 미국과 동맹국 관계를 해치는 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태도에 영향을 받는 한국으로서는 사태 추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내 정치 문제로 곤경에 처한 트럼프가 이를 모면하기 위해 북한 핵 문제로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문제로 인한 한반도 불안이 없도록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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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라고 말할 것이다.

 

역대로 백악관 대변인에게 방탄복을 취임 기념선물로 준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론과 정권 사이에 낀 대변인 역할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미국 언론의 중평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워싱턴에서 최악의 직업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워싱턴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한다.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자유로운 언론들에 맞서 입만 열면 거짓말인 도널드 트럼프를 대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해보라.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하고 언론과의 전쟁을 해왔다. 스파이서는 그 전쟁의 맨 앞에 서서 언론의 화살을 맞고 있다. 그의 첫 임무는 취임식에 역대 최대 축하객이 왔다는 트럼프의 거짓말을 뒷받침하는 일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게 위성사진으로 증명됐지만 스파이서는 “하객이 역대 가장 많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근거도 없이 오바마가 자신을 도청했다고 주장했고, 스파이서는 근거를 내놓으라는 기자들의 추궁을 맨손으로 며칠간 버텨냈다. 기자들을 향해 “절대 고개를 가로젓지 말라”며 위협하고, “의도적으로 거짓 보도를 한다”고 도발도 했다. 덕분에 그는 코미디 프로그램 SNL 등에서 전 국민의 조롱거리가 됐다.

 

션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3월 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파이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에 중국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 “지난 주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보듯 사드 배치는 한국 방어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스파이서를 정말 딱하게 만드는 것은 세간의 조롱이 아니다. 그는 아마 미국 정부의 간판인 백악관 대변인이란 권력을 얻었으니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보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언론에 전해지는 트럼프의 평가는 항상 부정적이다. “트럼프는 스파이서 임명을 매일 후회하고 있다” “트럼프가 생각한 대변인은 스파이서가 아니었다”. 최근에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고 그 핵심 대상이 스파이서라는 보도가 계속 나온다. 본인은 최전방 전투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데 후방에서는 지원은커녕 비난만 하고 있으니 미칠 노릇일 것이다.

 

트럼프의 대변인이란 자리는 누가 맡아도 고난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많다. “스스로를 위대한 존재로 인식하는 메시아 콤플렉스가 있는 데다 양심과 공감능력이 없는”(영국 행동심리학자 조 헤밍스) 트럼프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수석 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뉴욕타임스에서 트럼프의 대리인들은 결국 “거짓말쟁이 또는 바보처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좋아할 만한 대변인은 없을까.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독재자들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사례를 찾아보자. 세계 최고 독재자로 통하는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최근 아프리카·프랑스 정상회의 만찬에서 눈을 감고 졸고 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 논란이 됐다. 그러자 짐바브웨 홍보 담당관은 “대통령은 잠시 눈을 쉬게 한 것일 뿐이지 잠을 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당초 대변인으로 고려했던 켈리언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대안 사실’이란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서 트럼프의 역대 최다 취임식 참석자 주장을 옹호했다. 물론 이런 경지에 이르기가 쉽지는 않다. MSNBC의 간판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는 15일(현지시간) 콘웨이도 지난해 대선 때 카메라 앞에서는 트럼프를 적극 옹호했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내가 하는 말이 너무 더러워서 샤워를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제 그런 것에 익숙해진 것 같다”는 평도 빼놓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스파이서는 트럼프의 신뢰를 얻기에는 아직 너무 양심적인 게 아닌지 모르겠다. 슬픈 미국의 현실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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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일 한반도 쪽으로 이동한다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열흘이 지나서야 선수를 돌렸다고 한다. 한반도 4월 위기설의 한 축이었던 칼빈슨호의 한반도 조기 배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칼빈슨호가 긴급히 항로를 변경했다는 소식에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걱정한 한국민으로서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미국은 거짓 정보로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킨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칼빈슨호의 한반도 이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최고당국자들이 확인해주면서 기정사실화됐다. 미 태평양사령부가 처음 거론한 뒤 지난 10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재확인,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등이 이어졌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비하기 위해 호주로 향하던 뱃머리를 긴급히 돌렸다는 메시지가 분명했다. 그러나 칼빈슨호의 한반도 조기 배치는 지난 15일 이 항모가 인도양에서 호주와 연합훈련 중인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미 언론들은 칼빈슨호의 항로 논란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소통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백악관은 “오도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양을 지나고 있다. ㅣ미 해군

 

칼빈슨호 항로 논란이 미 행정부의 착오인지, 의도된 전략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한반도뿐만 아니라 미국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수행 능력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나아가 트럼프의 행동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이는 북한을 오판하게 만들어 최악의 실수를 초래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이번 소동에 대해 “북한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 미국의 전쟁 위협에 더 많은 의심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의 거짓 정보에 속지 않게 북한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경고까지 보냈다.

 

전쟁은 때로 어처구니없는 과정과 동기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민감한 군사 정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번 사례로 ‘트럼프 리스크’는 빈말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미국을 믿고 한·미 공조만 앞세우는 외교안보 당국에 불안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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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직접 거론,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데 양국이 합의했다. 북한도 연일 초강경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협상 한 번 없이 북·미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_ AFP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그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발언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윤 장관은 “(대북 선제타격론이) 과거보다 미 의회, 학계 등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고 일부 행정부 내에서도 그런 데 대한 검토나 분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어제 “미국 조야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국방장관회담을 포함해 양국 간 이야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 행정부 외교안보 담당자들의 언행은 대북 강경 분위기를 반영한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그제 “(미국이) 곧 다른 신호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며 “상상을 뛰어넘어 의심의 여지 없는 수준의 군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의 위협을 단념시키고 격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선제타격이 눈앞에 있지 않다고 해도 윤, 한 두 장관의 처신은 주무장관답지 않다.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여과없이 선제타격론을 전하는 것은 혼란과 불안을 낳을 뿐이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장하며 상황을 위기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조기 배치 명분을 찾기 위해 상황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을 상대로 한 선제타격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인들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마치 남 얘기하듯이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에 편승하는 외교안보정책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북 압박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미국을 향해 한국의 의사에 반하는 대북 정책, 특히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타격은 절대 안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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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번째 군사적 도발이다.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평화와 안녕을 위협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한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고, ‘무수단급(사거리 3000~3500㎞)’ 개량형 미사일로 추정된다. 획기적으로 사거리를 늘리거나 운반 능력을 높인 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도발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미 신임 대통령이 꾸린 행정부의 반응을 떠보려는 시험적 성격이 짙다. 그렇다고 미사일 발사의 부당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핵·미사일 실험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선제 북한 타격론까지 운위되는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 점검 및 조정 시기에서 북한이 도발로 얻을 이익은 사실상 전무하다. 오히려 격동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스스로를 험지로 몰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_ AFP연합뉴스

 

이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10일(현지시간)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양국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 대처, 미·일동맹 등 안보 및 통상 협력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일본은 군사력 확대를 상호 보장하며 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이익에 뜻을 같이했다. 북 미사일 발사는 이런 양국 주장에 정당성을 더해준 셈이다.

 

북한은 우방인 중국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관계는 냉랭했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를 계기로 정상회담까지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중국의 대북지원 명분을 약화시켰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는 어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 도발을 규탄하고 강력하게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북 미사일 발사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도발 억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은 당연한 조처다. 그러나 강경 대응만 고집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당장 효율적인 강경 대응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반도 정세는 엄중해졌다. 더구나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로 리더십 공백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주변 국가들과 함께 역내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벌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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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가 연일 퇴행하고 있다. 인종주의, 반시장주의, 전체주의라는 단어가 쉽게 등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신임 대통령이 역주행의 주역이지만 따져보면 그만의 책임은 아니다. 미국은 3권분립이 엄연한 국가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트럼프의 독주를 견제할 권력을 가졌다.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는 반이민 행정명령의 시행을 중단시키며 3권분립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 문제는 비겁한 의회다. 민주당은 복수를 다짐하면서도 끊임없이 번민하는 햄릿의 모습이다. 독살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면서 현실 앞에서는 회의하고 주저한다. “백일몽이나 꾸는 얼간이 바보처럼 악당에게 아버지를 살해당한 채 가만히 서서 속수무책이구나.” 햄릿의 자책이 들리는 듯하다. 백악관에 상원까지 한 손에 쥘 줄 알았다가 길거리 야당을 하라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시국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은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정체성 혼란 상태다. 민주주의와 진보를 외쳤지만 노동자 계급은 그들을 외면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월스트리트 큰손들의 돈을 좇아다니면서도 ‘노동자 계급의 음유시인’이라는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읊조림에서 진보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노동자들이 신자유주의 칼바람과 맨몸으로 싸울 때 민주당은 곁에 없었다. 노동자들은 익숙한 컨트리뮤직을 택했다. ‘미국우선주의’를 외치며 “잊혀진 그들”의 이름을 불러준 것은 트럼프였다. 민주당은 이제 길을 찾아야 한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제 버락 오바마라는 인기 있는 대통령을 가진 여당도 아니다. 민주당은 소수당(minority)이란 현실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트럼프를 견제할 야당(opposition party)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은 비겁하다. 트럼프의 억만장자, 인종주의자, 무경력자 내각 후보들 중 누구 하나 막아낼 힘도 용기도 없다. 민주당 전략가 밥 슈럼은 “지금은 역사의 순간이다. 사람들은 이 순간을 돌아보고 당신은 무엇을 했는지 물을 것이다”라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경고했다. 하지만 그들은 두려운 게 아주 많다. 당장 공화당이 1년 넘게 청문회 개최조차 거부하던 연방대법관 후보를 이제 트럼프가 지명했는데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2018년 상원 중간선거에 나설 민주당 현역 의원은 25명이고, 이들 중 10명의 지역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곳이다. 트럼프의 채찍이 자신을 향할까 조마조마하다. “기도하는 적을 죽이면 천국으로 보내주는 것”이라며 칼을 뽑지 못하는 자신을 변명하는 햄릿과 다를 바 없다. “내 생각의 속을 넷으로 갈라보면 지혜는 고작 4분의 1이고 나머지 세 쪽은 겁쟁이가 아닐까.”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4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해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최신호 표지를 그린 팻말을 들고 있다. 슈피겔은 이날자 잡지 표지에 참수한 자유의 여신상 머리와 피 묻은 칼을 든 트럼프의 만화 이미지를 실어 논쟁의 중심에 섰다. 슈피겔과 만평가는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트럼프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트럼프와 이슬람 극단주의를 단순하게 동일시하면서 테러 희생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덴버 _ AP연합뉴스

 

공화당은 권력을 위해 사탄과 거래한 파우스트의 모습이다. 대선 내내 트럼프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았던 공화당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그의 권력 앞에서 무릎 꿇었다. 트럼프의 문제투성이 내각 인사에도 인종주의 반이민 행정명령에도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심한 사람들(deplorables)’의 힘에 매료됐다. 자신들의 핵심 정강인 시장주의를 흔들고 반무역주의를 밀어붙여도 한마디 말이 없다. 이 기회에 트럼프의 힘을 빌려 금융·환경 규제 철폐, 조세 감면 등 자신들의 버킷리스트를 지우느라 바쁘다. 언제 이런 힘을 가져봤던가. 오바마 정부에서 여당의 독단을 비판하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제 “상원의 혼란은 모두 민주당(야당) 때문”이라며 트럼프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속도전의 선봉에 섰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 서명마저도 “미국에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방어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도 경고했다. “공화당 파우스트들은 악마와 너무 값비싼 거래를 했다. 그들은 영혼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위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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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난민의 미국 입국을 120일간 중단하고, 이라크와 이란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맞서 미국 연방법원들이 공항에서 발이 묶인 입국자의 강제송환 금지 결정을 잇따라 내리고, 국내외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트럼프는 “무슬림을 금지하는 게 아니다. 유럽에서 (난민 유입과 테러 빈발 등)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며 행정명령을 고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조치에 서명한 데 이어 무슬림 입국 거부까지 트럼프의 고립정책이 강도높고 신속하게 실행되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수천명의 시위대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톰브래들리국제공항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히틀러로 그린 깃발 등을 들고 반이민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_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행정명령 파장은 단순한 무슬림의 국내 입국 금지에 그치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동맹을 한순간에 배제함은 물론 적으로 돌린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제안보 질서는 미국이 수십년 전부터 동맹들에 한 약속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약속들이 자국에 불리하다고 하루아침에 파기하는 것은 지구촌을 유지해온 평화의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한 것은 과거의 선택이지만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당장 이를 흔들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또한 이민정책으로 나라를 발전시켜온 미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이다. 미국은 자본과 노동의 국경을 넘은 자유로운 이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다. GE와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대기업들과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 그 증거다. 실리콘밸리는 물론 미국의 과학계는 전 세계에서 우수인력을 공급받은 덕에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차별 철폐의 길을 걸어온 인류의 흐름과 보편적 가치에도 어긋난다. 미국 혼자 편해지자고 전 세계를 빈곤과 폭력에 내모는 반이민 행정명령은 거두어야 한다.

 

트럼프의 행정명령 발동 방식도 적이 우려스럽다. 미국은 이라크 등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중동 전문가들의 조언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향후 중국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할 경우 그 파장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으로선 끔찍한 일이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테러리스트들의 명분을 강화해주는 역효과만 낼 것이다. 이런 막무가내식 행동은 세계의 지도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번 조치를 환영한 것은 유럽의 극우정당들뿐이라는 사실을 트럼프는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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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의 본색을 예상보다 빨리, 더 강력하게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한 무역협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걷어찬 것이다. 전날 백악관 참모진 시무식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을 밝힌 데 이어 자국 위주의 보호무역주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정도로 강력하게 보호무역주의를 드러낼지 대부분은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이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발을 빼고 보호무역주의로 나가면서 세계무역 질서는 대격변의 전환기를 맞게 됐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세계시장의 위축, 미·중 간 주도권 경쟁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월 25일 (출처: 경향신문DB)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외국의 싼 제품이 물 밀듯 들어와 미국의 일자리 감소, 부채 증가, 중산층 붕괴를 일으켰다고 본다. 따라서 공장을 불러들여 일자리를 늘리고 이를 통해 성장, 궁극엔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한다. 언제든 주먹을 휘두를 준비도 돼 있다는 뜻이다. 조약이나 협상을 무효화하거나 재협상을 벌여 유리하게 바꾸고, 말을 듣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물려 굴복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명목상 ‘미국 우선주의’이지만 힘의 우위를 통해 패권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실패한 무역협정을 거부하고, 미국에 해가 되는 국가에는 철퇴를 내릴 것”이라는 백악관의 경고는 노골적이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의 간판을 내건 이상 한국에 닥칠 위협은 시간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기간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 내 일자리 10만개가 줄어들고 무역적자도 두 배로 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3.4%,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23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재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을 중국 등과 함께 환율조작국으로 몰아갈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룰 브레이크’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은 앞으로 보호무역주의의 높은 장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머리를 맞대고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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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그제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선언하며 국가주의를 강조했다. 도덕이 아닌 힘의 과시, 외국인 혐오 등 저강도 파시즘 색채도 숨기지 않았다. 세계 경찰을 자임해온 미국의 새 출발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은 착잡하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살육되고 있다”는 살벌한 언사까지 동원하며 그 주체로 기성 정치권, 야당 등 반대파를 겨눴다. 국민을 동지와 적으로 나누는 ‘두 국민 전략’을 재임 기간에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존과 자유, 평등, 정의 등 미국 대통령이 단골로 제시하던 가치 대신 자국 이기주의로 연설문을 채웠다.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 미국 우선 외교정책, 일자리 창출과 성장, 미군의 재건, 법질서의 회복,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등 백악관이 발표한 6개 국정과제도 같은 궤적 안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워싱턴 백악관 뒤편 세인트존스교회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내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규제 완화와 감세정책을, 대외적으로는 무역장벽 강화를 공표한 것이다. 대미 수출국과 기업을 향한 관세장벽과 미국 직접 투자 및 고용 압력이 거세질 것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 대상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최강 미군 재건’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 비판’은 위험한 도박으로 보인다. 그는 “다른 나라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우리 군대는 매우 애석하게도 고갈되도록 했다”고 말해 동맹의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어제의 동지를 오늘의 적으로 삼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손잡고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면 동북아 정세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북핵 문제 등까지 맞물린다면 한국은 거대국가들이 가하는 압박에 숨 막힐 수도 있다.

 

국수주의·파시즘으로 받아들여질 법한 섬뜩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모두 위대한 미국 깃발을 향해 경례한다”며 “극단 이슬람 테러리즘에 맞서 문명화된 세계를 단합해 이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뿌리 뽑을 것”이라고 했다. 6대 국정과제 중 ‘법질서 회복’ 항목은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짓는 일 등에 전념할 것”이라고 못박아 놓았다.

 

무엇보다 국제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행보의 불확실성과 포퓰리즘이다. 그는 벌써 공적 시스템을 통한 논의보다는 실세, 측근과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시민과의 소통 방식도 한 게시물 글자를 140자로 제한한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의존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즉흥적으로 공언한 내용을 다음 순간 뒤집는 일도 다반사다. 세계는 지금 보편적 규범과 가치를 뒤로 돌린 채 미국 우선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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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세계경제가 폭풍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어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달러는 너무 강하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다”는 트럼프의 발언으로 출렁였다. 트럼프 당선 직후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로 주가와 달러화 가치가 올랐지만 취임일이 다가오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달러 약세가 진행되는 등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중 통화전쟁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트럼프가 취임도 하기 전에 달러화의 방향성까지 언급한 것은 중국 견제가 빠른 속도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그동안 “중국은 환율조작을 통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며 비판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이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 수출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트럼프는 이와 별도로 ‘미국에서 제품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며 자동차업체들을 압박, 줄줄이 백기투항을 받아내는 등 미국 우선주의를 강행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런 움직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보호주의는 스스로를 어두운 방에 가두는 것과 같다”(다보스포럼 기조연설)며 강대강 대응 방침을 내놨다. 중국은 미국 국채 매도를 비롯해 중국 내 미국 기업 규제 등 통화전쟁과 보호주의에 맞설 여러 카드를 갖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후폭풍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이는 수출주도의 경제구조, 그것도 중국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사안이다. 지난해 초 미·중 통화전쟁 조짐으로 위안화 절하가 잇따르자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일어났던 것은 기억에도 새롭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발표만으로 중국의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미·중 갈등이 겹치면 한국 경제는 어려운 처지가 될 것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시장금리 상승이 현실화하면서 경제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는 고령화, 생산성 정체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3%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일호 부총리가 어제 트럼프의 발언에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반응한 것은 실망스럽다.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다. 불확실성에 대비한 위기관리에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미국이 통상·환율 문제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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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국무부 내부 게시판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연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나 그 외 발언을 주저 않고 미국의 정책이라고 여겼다. 그럼 트위터는?” 이 글을 올린 외교관은 “외교 공무원은 당선자의 즉흥적 트위터 발언을 어떻게 취급해야 하나”라며 국무부에 명확한 공식적 메시지를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영화 대사를 인용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 꽤 험난한 길이 될 거야”라고 적었다.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찾아 헤아려 보니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9일부터 지난 17일까지 69일 동안 330개가 넘는 트윗이 올라왔다. 매일 평균 5개 정도씩 쓴 거다. 하루에 10개 넘게 쏟아낸 날도 있다. 반면, 기자회견은 지난 11일 딱 1번 있었다. 그것도 언론과 내내 싸우다 끝났다.

 

주류 미디어를 불신하는 그는 당선 후에도 트위터로 세상과 대면하고 있다.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것도, 주요 인선 발표도 여기서 이뤄졌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연일 국제사회에 폭탄을 던졌다. 37년간 묵인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론하면 왜 안되느냐고 했고, 핵합의를 타결한 이란과 관계정상화 중이던 쿠바를 다시 협박했고, 미국의 핵무기를 늘릴 수 있다고도 했다. 또 미국이 제재하고 있는 러시아와 “잘 지내면 좋은 일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영국 더타임스 웹사이트에 실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인터뷰. 더타임스 웹사이트

 

트럼프의 예측불가능하고 충동적인 트윗은 외교와 상극이다. 외교의 본질인 일관성, 의전, 비슷비슷한 말 사이에 담긴 예민한 뉘앙스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복잡한 이해 당사국이 걸린 외교는 한번 꼬이면 풀기도 어렵다. 교과서 같은 정상회담 문구 하나도 두꺼운 보고서와 수없는 물밑 조율의 결과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퇴임을 앞두고 “외교정책이 트위터의 140자 안에서 만들어진다면 마땅히 져야 할 합리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고 결국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것을 짜여진 대로 통제해야 하는 중국 같은 나라가 진의를 알 수 없는 트위터로 트럼프에게 ‘주적’ 취급을 당하고 있으니 그 황당함은 짐작이 가능하다.

 

트럼프의 ‘트윗질’을 걱정하는 건 다 비슷하다. 지난 10일 퀴니피악대학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4%가 트럼프가 개인 트위터 계정을 닫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를 담당한 팀 말로이는 “아마 140자로는 트럼프에게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그가 트위터를 끊기를 원하는지 설명해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는 사이 비난하고 걱정할 시기도 지나고 있다. 이제 듣도 보도 못한 ‘트위터 외교’는 현실이 된다. 하루 뒤면 트럼프는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오른다. 그는 백악관에 들어간 뒤에도 트위터를 놓을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국무부는 당장 어려운 숙제를 떠맡았다. 측근들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과연 미국의 외교정책인가? 트럼프가 계속 트위터로 외교하겠다면 국무부는 얼마나 개입해야 할까? 각국의 외교안보 부서도 정색해야 할지 말지 헷갈린다.

 

혹자는 트럼프가 트위터로 의도한 것이 혼선 그 자체라고 보기도 한다. 판을 아예 흔들어 타협의 여지도 없던 문제마저 협상테이블에 올리는 효과를 노린다는 거다. 실제 재미도 봤다.

 

대통령 전용기도 비싸다고 튕겨 보잉사에 값을 깎았고 ‘국경세’ 협박에 포드, GM, 도요타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이 손을 들었다. 트럼프가 자랑해 마지 않는 ‘거래의 기술’이 외교에도 통할까. 아니면 트위터 해독에 씨름하다 허망하게 4년이 흘러갈 것인가. 트럼프 본인도 답을 알지 못하는 모험이다. 분명한 건 트위터가 힘을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 꽤 유용한 메가폰이 될 거라는 점이다. ‘트위터 골목대장’이 오고 있다.

 

국제부 이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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