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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치러지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때아닌 주한미군 문제가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미국의 외교 전문 잡지인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쓴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보수야당은 주한미군 철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문 특보의 해임을 요구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과는 무관하다”며 논란 확산에 선을 긋고, 문 특보에게 경고메시지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북·미 정상회담 후보지로 판문점을 거론한 데 이어 수일 내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것이라고 하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 사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로널드 레이건(1983년 11월14일), 빌 클린턴(1993년 7월11일), 조지 W 부시(2002년 2월20일), 버락 오바마(2012년 3월25일) 전 대통령이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 초소에서 망원경으로 북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논쟁은 소모적이다. 문 특보의 기고가 시점상 부적절하긴 했어도 내용상 특별히 문제 삼을 만한 것을 찾기 어렵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이고, 한·미동맹은 1차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당사국 간 평화협정을 체결해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면 기존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의 재검토는 피할 수 없다. 북한 위협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대북 억지를 위한 동맹과 미군이 과연 필요한지는 충분히 논의해봐야 할 사안이다.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나타날 다양한 안보 현실을 고려해 활발하게 논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주한미군 문제는 신성불가침의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보수야당이 문 특보의 개인 발언을 키우는 것은 정치쟁점화하자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주한미군 문제만 나오면 맥락 없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주한미군에 대한 한반도 당사국들의 입장은 대충 드러나 있다. 남·북·미는 주한미군이 어떤 형태로든 동북아의 평화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언론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입장도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한다”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과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주한미군 철수를 비핵화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 않다고 문 대통령이 전한 바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소모적 논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

 

지금은 평화체제·비핵화 논의에 집중해야 할 때다. 때아닌 주한미군 문제가 정쟁화되면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보수야당이 개인적 발언을 키워 정쟁의 소재로 삼는 것은 구태의연한 행태이다. 문 교수도 학자이기에 앞서 대통령특보라는 신분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Posted by KHross

우리가 사드 배치와 한·미동맹에 대해 논쟁하는 동안 미국 학계에선 조용히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중국과 거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미국 내 여론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직접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논쟁은 올해 3월 카네기 평화연구소의 마이클 스웨인 박사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칼럼으로 점화되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한반도 통일 후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보장을 해줘야만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북핵 문제를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유하며 케네디가 소련과 협상하기 위해 터키에서 미국의 미사일을 철수한 것처럼 트럼프 정부도 주한미군의 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과정을 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의 로버트 켈리 교수도 내셔널인터레스트 칼럼에서 중국에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언약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물론 반론이 뒤따랐다. 미국 국방대의 제임스 프리스텁 박사는 주한미군 철수가 사실상 한국인들의 운명을 패권지향적인 중국 손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철수는 중국이 오랫동안 바라온 대로 아시아 지역 내 미국 동맹체제가 와해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앤드서 코어는 포브스 칼럼에서 엘리슨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단순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 한국을 중국 영향권에 방기하는 것은 미국이 수호하려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면서, 엘리슨 교수의 주장은 하버드대 내에 확산되는 중국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토론은 새로운 현상이다. 그 이면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제재와 대화의 양분법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이전엔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만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통일이 오히려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이런 사고의 연장선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보장해서라도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간 한국의 외교전략을 논할 때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언제나 상수로 다뤄졌다. 그런데 최근 논의는 주한미군이 오히려 가장 큰 변수로 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또다시 강대국의 손에 결정되는 상황의 전조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미·중 간 타협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결정된다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악몽이 재현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통일 후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하여 현재 한국은 미국에 자신의 의사 반영을 요구할 만큼 명확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 통일 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야 할지, 계속 주둔을 요청해야 할지, 38선 이남에만 주둔할 것인지, 중국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에서 공개적 논의를 장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통일을 논하려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선 미국 내 여론 동향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조용한 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간 전문가들은 토론에 참여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한국의 관점이 진지하게 고려되도록 국제무대에서 의견 발표와 언론 기고를 통해 미국 내 여론 조성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는 정답이 없는 문제다.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자신들끼리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때 수수방관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서로 이견이 있을지언정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 전문가들과의 통일 후 주한미군 지위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조성민 미국 조지타운대 박사 과정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