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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 간에 대화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주 가을 정상회담을 갖자는 내용의 아베 신조 총리 친서에 박근혜 대통령은 전과 달리 부드러운 반응을 보였다. 유엔총회 기간 한·일 외무장관 회담 개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음달 초에는 한·일 차관급 대화가 열릴 예정이다. 이런 대화 복원 속도로 미루어 10월 혹은 11월 다자회담 때 자연스럽게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양 국 정상이 취임 후 한 번도 회담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양국 간 대화 분위기는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정부가 전략적으로 주도한 결과라기보다 외부 상황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북·일이 납치자 문제로 접근하고 일본이 중·일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자 외교적 고립 상태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대일 접근법을 바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환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정부의 경직된 위안부 문제 연계 때문이다.

정 부는 그동안 일본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는 한·일관계 정상화도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할 경우 대화 복원 가능성이 낮다는 걸 뜻한다. 게다가 내년은 한·일관계 정상화 50주년, 광복 70주년이다. 남북관계 단절 상황에서 한·일 갈등까지 겹치는 걸 그대로 두기가 부담스럽다. 대일 강경 입장을 철회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외교적 실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당초 위안부 문제를 한·일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묶기보다 분리·병행해야 했다.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 사실의 문제일 뿐 아니라 과거사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베 정권의 인식을 바꾸는 일을 단기 과제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일본과의 대화 복원은 단기적 과제다. 위안부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이를 연계시키면 자칫 한·일 정상회담 때문에 위안부 문제 해법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가 섣불리 양보할 문제가 아니라면 분리·병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동안 한·일 정상회담은 일상적인 대화 통로였다. 따라서 정상회담 한 번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큰 성과를 얻는다는 목표를 세울 필요가 없다. 정상회담 한 번으로 양국 현안을 최종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박근혜·아베 회담은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문제 해결의 출발선에 서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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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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