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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이 아직 북한의 위협에 주도적으로 초동 대응을 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요청을 들어줬다는 박근혜 정부의 설명은 절반의 진실도 보여주지 못한다. 이미 한번 연기해 놓고 또다시 연기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에 애초 부정적 반응이 많았던 미국이 왜 기꺼이 응했는가 하는 물음에 동맹국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배려심 덕분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미국 국내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29일 부임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6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과 나눈 대화가 실마리를 제공해줄지도 모르겠다. 리퍼트는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긴장고조 행위를 어떻게 억지하고 있느냐’는 매케인의 물음에 싱가포르, 호주,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대한 미군 순환배치를 통해 이 지역에서 더 많은 군 기지 접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리퍼트가 주한 미대사의 권한을 넘어서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한 것은 그가 국방부 아·태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으로 동북아 군사전략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이어 매케인은 “(평택) 캠프 험프리로의 이전은 잘 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리퍼트는 미군 주택비용 등 돈 문제가 최대 도전이라고 했다. 매케인은 “분명 기지 이전은 해야 하는 일이고, 또 전작권 문제도 걸려 있으니 당신이 잘 처리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리퍼트는 당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을 상대로 전작권 전환 재연기 협상도 하고 있었다.

‘캠프 험프리 이전’은 한국 내 104개 미군기지를 5대 기지 중심으로 모으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일부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다.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국이 대부분 비용을 부담해야 맞지만 갈수록 한국 부담이 늘고 있다. 이번 합의에 따라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 한국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됐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국이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미군 무기에 최대한 의지함으로써 향후 방위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국방부 설명도 맞을 것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시기 재연기를 위한 각서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_ 연합뉴스


하지만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안보를 책임졌던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위협이나 한국의 방위능력이란 상당 부분 주관적이고 정치적 판단에 기초함을 알 수 있다. 익명의 한 정부관계자는 “순수하게 한반도 방위만 놓고 본다면 미국은 자국 국방비를 추가하지 않아도 한국 스스로 지킬 능력이 돼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미국은 최근 몇년 새 중국의 능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주한미군의 기능을 북한에만 국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이번 합의에서 전작권 전환을 재론하기 위한 조건으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안정적 한반도 안보환경 말고도 동북아 지역의 안정적 안보환경을 포함시킨 것에서 확인된다. 최근 중·일 갈등을 봤을 때 이 조건의 달성이 요원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도널드 럼즈펠드가 2000년대 초에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을 때에 비해 지금 동북아 안보환경은 북한 때문이 아니더라도 중국, 일본, 한국 등의 공세적 태도로 한층 더 불안정해졌다”며 “당분간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작권을 갖고 있는 것이 동북아 안정에 이로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먼저 요청하지 않았어도 미국은 전작권 유지의 수요가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내 부담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부담하게 된 셈이다. 또 주한미군의 활동 영역을 한반도에 국한하려는 한국의 바람과 한반도 밖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필요는 이라크전쟁 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한·미간 갈등 소재가 될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비용까지 짊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손제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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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TAG 전작권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넘겨받는 시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제 넘겨받을지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설정해 전작권 전환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 문제다. 정확히 말하면 전작권 전환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백지화’한 것이며, 더 나아가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전작권 전환을 할 수 없도록 ‘대못질’을 한 것이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등을 내세우고 있다. 뻔뻔하고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안보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모든 나라가 추구해온 국방 목표다. 안보 환경은 항상 변한다. 불안정에 대비하는 것이 군의 임무다. 바로 그 때문에 전작권이 필요하다. 전작권이란, 말 그대로 안보를 위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주권이다. 안보 환경이 안정될 때까지 전작권을 미국에 맡겨두겠다는 것은 전쟁이 필요 없는 태평성대를 미국이 만들어 주면 그때 가서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겠다는 말과 같다.

이 조건이 비현실적이어서 사실상 무기연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에 대해 국방장관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 가관이다. 그는 “갑자기 통일이 된다거나 (북한의) 비핵화가 된다든지 하면 전작권 전환을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통일이나 북한의 비핵화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나라 국방장관은 적어도 그때까지는 전작권을 갖고 오지 않을 심산인가 보다. 또 전작권도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붕괴되는 급박한 상황을 맞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 능력을 갖춰야 전작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은 ‘영원히 안 갖고 오겠다’는 말의 동의어다. 미국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 전작권을 맡겨놔도 이 문제는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 미사일방어 체계는 만들어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미사일 개발에 맞춰 지속적으로 보완·개발해 나가는 끝없는 군비 경쟁의 시작이다. 미사일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그 대응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다. 미국도 냉전시대부터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 신뢰할 만한 방어체계는 갖추지 못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전작권 환수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 나라 정부 인사들과 보수층이 한사코 전작권을 마다하면서 내세우는 첫번째 핑계는 안보 불안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전작권 전환은) 국가안위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한다. 한국이 전작권을 갖게 되면 국가 안위가 위태롭다는 정부의 처절한 자기 고백이다. 북한보다 30배 이상 많은 국방비를 쓰고 미국의 핵 억지력과 방위 공약을 제공받으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자신이 없는 정부라면 정권을 반납해야 마땅하다.

스스로 나라를 지킬 능력이 없다고 자기 비하를 하고 동맹국의 선의에 안보를 위탁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못난 국가를 존중해줄 나라는 없다. 이미 한국은 이를 경험하고 있다. 남북 간에도 핵문제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부가 아무리 주장해도 북한은 남측을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고 미국만 찾는다. 만일 북·미가 핵문제나 정전협정 등을 놓고 군사회담을 갖는다 해도 한국은 테이블에 앉지 못하고 물 주전자나 들고 왔다 갔다 해야 할 판이다. 중국은 한국을 미국에 군사적으로 종속된 국가로 간주한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적극 지지하는 미국이 미심쩍고 못마땅하면서도 한·미·일 안보협의에서는 미국을 따라가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게 한국의 처지다. 이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단추가 전작권 전환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당장 미국과 전작권 전환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그리고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의 첫머리에는 군 개혁과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올려져야 한다. 무능하고 비겁한 군 체질을 개선하고 부정부패와 사기행각에 물든 ‘군피아’를 척결하는 동시에 군이 안보 정책에 개입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이것은 국가다운 국가에서 살기를 열망하는 국민의 명령이다.


유신모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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