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직접 거론,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데 양국이 합의했다. 북한도 연일 초강경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협상 한 번 없이 북·미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_ AFP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그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발언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윤 장관은 “(대북 선제타격론이) 과거보다 미 의회, 학계 등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고 일부 행정부 내에서도 그런 데 대한 검토나 분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어제 “미국 조야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국방장관회담을 포함해 양국 간 이야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 행정부 외교안보 담당자들의 언행은 대북 강경 분위기를 반영한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그제 “(미국이) 곧 다른 신호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며 “상상을 뛰어넘어 의심의 여지 없는 수준의 군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의 위협을 단념시키고 격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선제타격이 눈앞에 있지 않다고 해도 윤, 한 두 장관의 처신은 주무장관답지 않다.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여과없이 선제타격론을 전하는 것은 혼란과 불안을 낳을 뿐이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장하며 상황을 위기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조기 배치 명분을 찾기 위해 상황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을 상대로 한 선제타격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인들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마치 남 얘기하듯이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에 편승하는 외교안보정책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북 압박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미국을 향해 한국의 의사에 반하는 대북 정책, 특히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타격은 절대 안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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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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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이렇게 냉랭한 분위기로 맞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한·일 양국에 새 정권이 출범한 지 2년 반이 되도록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이지만,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에 엄중히 대응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는 단호한 자세를 유지하더라도 외교장관 회담은 좀 더 일찍 가동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동안 대외적으로 한국의 대일외교 자세가 지나치게 경직되었다는 인상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외교장관 회담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자칫 썰렁해질 뻔했던 50주년 기념행사에 윤병세 장관이 참석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것이 침체된 한·일 관계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21일 도쿄의 외무성 이이쿠라 공관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_ 연합뉴스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주의할 점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눈높이 맞추기다. 회담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눈높이를 너무 높게 잡아서는 안 된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한·일 간의 외교채널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지난 5월 한·일 재무장관 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를 분리하는 ‘투 트랙 외교’가 뒤늦게나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외교장관 회담 개최를 통해 이러한 정책 기조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현재 양국 간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아베 담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집단적 자위권 해금에 따른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 등 여러 가지 현안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한 차례의 외교장관 회담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게다가 아베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자기주장이 강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맞대응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일본을 상대하려면 치밀한 논리적 무장과 얼음 같은 냉정함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무리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들이 스스로 눈높이를 조절해 줄 필요가 있다.

반대로 정부가 눈높이를 함부로 낮추지 말아야 할 문제가 있다. 자칫 국민 여론을 잘못 읽고 안이하게 눈높이를 낮게 잡았다가는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막바지 협상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외교장관 회담에서 어떤 성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문제는 조속한 해결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이 더욱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되어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 정부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일본에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청구권협정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180도 다른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는 지난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주장을 양보할 수도 없다. 이것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이다.

50년 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에는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이라는 현실적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에 과거사 청산이라는 명분을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명분에 치우쳐 실리를 잃어서는 안된다는 외교의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다른 문제는 몰라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만큼은 실리보다 명분을 지켜달라는 것이 피해자와 국민들의 여망이 아닐까.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이 90세에 가까운 점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핵심적인 부분을 쉽게 양보하고 타협해서는 곤란하다.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이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이 정상회담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8월의 아베 담화를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판단해야 한다. 처음부터 정식 정상회담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우선 한·중·일 정상회담 등 하반기 다자외교 기회에 정상회담을 갖는 우회 전략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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