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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나 경쟁자와 불가피하게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있다. 어제는 적이었지만 오늘은 친구로 지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원한 친구는 아니고 언제든 다시 적이 될 수 있다. 소위 ‘프레너미(Frenemy)’이다. 친구라는 뜻의 ‘프렌드(Friend)’와 적을 의미하는 ‘에너미(Enemy)’를 합쳐 만든 말이다. 철천지원수인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배에 타서 풍랑을 만난 오월동주(吳越同舟) 상황, 한 남성을 차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다투다가 어느새 함께 웃고 수다를 떠는 여성, 대기업에 맞서기 위해 경쟁 관계인 중소기업끼리 구축한 연합 전선 등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전 세계를 상대로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보조를 맞추는 미국과 중국도 대표적인 프레너미 관계이다. 2012년 2월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인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하자 미 언론은 “프레너미가 왔다”고 표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프레너미’로 분석하기도 한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40년 지기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죗값을 덜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겨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원수지간이 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뒤편 왼쪽에서 두번째)가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켈리언 콘웨이(뒤편 왼쪽) 등과 함께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칼럼니스트,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욕 _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엊그제 뉴욕타임스를 방문해 이 신문을 ‘세계의 보석’이라고 극찬했다. 함께 만난 20여명의 기자에게는 “내가 잘못하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 기쁘게 들을 것”이라고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대선 동안 힐러리 클린턴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여성 편력과 세금 탈루 의혹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도 대선 기간 뉴욕타임스를 망해가는 신문사라고 부르는 등 적대감을 표출했다.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가 뉴욕타임스를 프레너미로 삼으려 한다며 우호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정자라면 언론의 선의 있는 비판은 수용해야 한다. 민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프레너미와 어감이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정치인 등 취재원과 언론의 이상적인 관계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가까워 유착이 생겨도 안되고, 너무 떨어져 소통이 불가능해도 안된다는 의미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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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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