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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지만 중동은 여전히 테러의 계절을 살고 있다. 죽음의 포연이 파란 하늘을 가리고 분노와 복수의 다짐들이 길 위의 예쁜 꽃들을 마구잡이로 꺾어놓는다. 왜 유독 중동에서만 테러가 그치지 않고 알카에다나 IS 같은 테러조직들이 갈수록 늘어만 나는가? 왜 그들은 그토록 서구에 저항적이고 친미세력에 복수적이어야 하는가?

미국 노스플로리다 대학의 파르베즈 아흐마드 교수의 최근 분석에 의하면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4조3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모되었으며, 6800명의 미군이 사망하고, 97만명의 부상병이 생겨났다. 그러나 중동에서는 민간인 22만명이 사망하고, 무려 630만명이 전쟁 난민으로 고통 속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라크에서 미군은 떠났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군 채비를 하면서 궤멸 대상이었던 탈레반과 권력 분점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종전선언이지 피해자의 입장에선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이다. 분노와 복수의 응어리가 하늘을 찌른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따라서 전쟁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테러의 잔혹성을 입에 올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본질을 비켜가는 행위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전쟁을 시작한 쪽은 미국과 그 동맹세력이다. 물론 먼저 도발한 것은 알카에다였다. 문제는 알카에다와의 전쟁으로 진정한 적은 궤멸되지 않고, 오히려 테러조직을 비난하던 너무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폭격으로 숨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오사마 빈라덴 사살 이후에도 중동에서 테러가 급증하는 근원적인 이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9·11테러 13주년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글로벌 테러자료센터(GTD)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3년까지 43년 동안 2437개에 달하는 테러조직들에 의해 약 12만5000건의 테러가 발생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2002년 이후에 일어났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중동전쟁 개입 이후 반미라는 목표를 내건 새로운 테러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1991년 불과 7개였던 이슬람 급진 테러조직이 2001년 20개로 늘어났고, 2013년에는 그 두 배가 넘는 49개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테러대원들의 숫자도 급증하여 유럽 국적의 젊은 전사 3000명을 포함하여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결과 2007년 100건 정도에 불과했던 알카에다와 연계조직들의 테러 횟수는 2013년 900건 이상으로 9배 넘게 늘어났다. IS는 수많은 테러조직들 중에 최근 새롭게 부상한 한 조직일 뿐이다.

가족을 잃은 처참함과 극단적인 복수심이 팽배한 중동에서 어떤 이성적 협상카드나 정책도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테러조직 거점을 향한 어떤 무차별 공습도 민간인 희생을 동반한다면, 궤멸되는 테러조직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더욱 가공할 테러조직들이 독버섯처럼 생겨날 것이다. 서방이 안고 있는 태생적인 딜레마이다.

그렇다면 반인륜적 테러행위를 방치할 것인가? 해결은 의외로 분명하고 간단하다. 첫째, 미국은 중동에서 더 이상 승산 없는 패권적 전쟁을 멈춰야 한다. 둘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IS라는 공통의 적을 향해 수니-시아 갈등과 지역 패권 헤게모니 경쟁을 유보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 셋째, 나쁜 독재자이지만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인위적으로 붕괴시키기보다는 존속시켜 극단적 과격 테러조직의 위협에 맞서게 해야 한다. 넷째,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부 걸프국가들은 급진적 이슬람 이념인 살라피즘의 전파를 중단하고, 관련 이슬람 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공존이라는 평화 로드맵을 실천하도록 미국과 서방세계가 강력한 이스라엘 압박공조를 해야 한다. 중동에서의 테러는 복수와 저항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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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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