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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어제 스위스에서 개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 관료, 기업가 등이 참석해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주제로 인공지능의 발전 등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해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주목되는 테마는 단연 불평등이다. 포럼은 향후 10년간 지구촌을 위협할 요인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지목했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이 제출한 ‘99%를 위한 경제’ 보고서는 의미심장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우선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 갑부 8명의 재산이 4260억달러(약 503조원)로, 전 세계 소득 하위 50% 인구인 36억명의 재산의 합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한국도 이건희·이재용 부자 등 갑부 18명이 소득 하위 30%와 비슷한 수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47차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위 10%의 연간 소득 증가액은 3달러지만 상위 10%는 1만1800달러씩 불어났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연봉은 방글라데시 노동자 1만명이 버는 것과 같다” 등 보고서 곳곳에는 불평등의 실체가 담겨 있다. 여성임금이 너무 낮아 지금 추세라면 남녀 급여가 같아지는 데 170여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익은 자본가에게 집중되고, 하위 계층에는 쥐꼬리만큼만 분배되는 자본주의의 단면이다. 수년 전부터 국제통화기금 같은 성장론자들까지 성장을 위해서도 불평등 해소가 절실하다고 말해왔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된 셈이다.

 

글로벌 리더들이 이 시점에 불평등을 다시 거론한 것은 낙수 효과 없이 부가 극소수에 흡수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본주의가 지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성장론자들은 자본주의 덕분에 세계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8명 중 1명은 배고픈 채로 잠자리에 든다. 과실이 고루 나눠졌다면 훨씬 많은 빈곤층이 가난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불평등 심화가 미래의 토대를 약화시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도한 주주자본주의, 부자 감세, 노동자 쥐어짜기 등이 불평등을 심화시킨 요인이라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 교육과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비롯해 노동자 임금 인상, 안전망 확충 등 해법은 나와 있다. 성장의 목적은 다수의 삶의 증진이다. 한국은 노인빈곤율, 남녀 임금차,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보스가 던지는 화두를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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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출범했다. 특히 리커창 총리가 책임총리의 모습을 보이면서 투톱체제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첫 해외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해 세계전략을 짜고 에너지 협력을 비롯한 맞춤형 외교행보를 하는 동안, 리커창 총리는 소형 버스로 상하이와 장쑤 지역의 민생현장을 돌면서 도시화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새 지도부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과 맞물린 집권기간 중에 ‘중국공산당과 사회주의가 진정으로 중국을 구했는가’라는 세기적 질문에 답하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위해 시동을 걸었다.


12기 전인대의 시진핑과 리커창 (경향DB)


그러나 중국에 놓인 것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무엇보다 성장의 그늘로 생긴 불평등과 격차가 심각하다. 이른바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0년 만에 발표한 중국 정부 통계로도 0.474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민간연구소는 이미 심각한 사회적 불안정이 시작되는 0.6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격차는 비단 소득뿐 아니라 지역 간, 도시와 농촌 간, 업종 간,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간에도 확산됐다. 여기에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음성소득인 이른바 ‘회색소득’을 독점하는 관료 부패도 격차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따라서 ‘나라는 부자가 되었지만 국민들은 가난하다(國富民窮)’는 자조가 넓게 퍼져 있다. 이러한 불만은 실제로 집단시위와 인터넷 항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분출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크게 보면 두 개의 덫에 걸려 있다. 하나는 중진국 함정이다. 즉 많은 국가들이 높은 성장을 이루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전후에 이르면 산업고도화의 정체, 노동력 부족, 빈부격차의 확대, 부패와 같은 요인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중국도 2012년 말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5432달러에 달하면서 이 구간에 접어들었다. 또 하나는 체제 이행의 덫이다. 이것은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득권 집단이 효과적인 개혁을 저지해 경제사회 발전이 왜곡되고 격차가 확대될 뿐 아니라, 환경파괴와 같은 문제도 만연하는 현상이다. 중국에서도 고위간부의 자제들이 공공기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이에 따른 정경유착은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만연시키고 있으며 환경오염은 중국인의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현재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경향DB)


이러한 두 개의 덫을 중국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새 지도부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이미 국무원 핵심 싱크탱크에 ‘중진국함정 문제연구팀’을 꾸려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정책화하고 있다. 새 지도부가 등장하자마자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공금으로 먹고 마시는 풍조를 배격하는 공직기강 확립 캠페인을 벌였다. 이것은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였지만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정책과 제도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두 가지 덫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정책의 하나는 현재 52.6%에 불과한 도시화 수준을 집권기간 내에 6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약 8조위안을 투입하는 대형 국가개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중국의 도시화는 경제적으로는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물질적 토대이고, 사회적으로는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만연한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종합처방인 셈이다. 또 다른 정책은 체제 이행의 덫을 벗어나기 위한 정치개혁이다. 비록 새 지도부가 다당제와 같은 서구식 제도를 도입하지는 않겠지만 더 많은 선거, 더 많은 참여를 확대하는 조치는 불가피할 것이다. 중국의 발전비결은 국가대전략 청사진을 만들어 멀리 본다는 것, 항상 위기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 모든 정책을 사전에 치열하게 토론하고 준비한다는 것, 검증된 인재를 적소에 배치해 추진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 역동성을 잃고 있는 우리 정부가 아프게 참고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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