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남북 군비통제를 통한 전쟁 위협 제거. 남북 경제통합을 기초로 한 점진적 통일 지향. 실용적인 미·중·일·러 등 주변 4강 외교. 국방개혁 및 국방 문민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선후보 문재인’이 내세웠던 외교안보 분야 주요 공약이다.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은 강대국이나 다른 평범한 국가와 다르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해야 한다. 이 공약들은 국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자 목표다. 국민들이 선거에서 문 후보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발표하던 날 이 공약들을 다시 꺼내 읽어봤다. 임명된 사람들은 과연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추진할 적임자인가.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임명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이론 구축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다. 정부와 학계 모두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문 교수는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하는 등 햇볕정책의 전도사 역할을 수행했다. 사진은 통일외교안보특보에 임명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연합뉴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장에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를 임명했다. 여권의 ‘원조 외교관 출신’ 인사로 오랫동안 문 대통령과 여당을 위해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예우를 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외교부 장관에는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발탁했다. 유엔 사무총장 3대에 걸쳐 중용된 다자외교의 실력자다. 하지만 이 인선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전략을 발견할 수 없다.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내정자

 

강 내정자는 외교부의 유리천장을 깬 사상 최초의 여성 장관인 데다 탁월한 실력까지 갖췄다. 더구나 그는 비(非)외무고시 출신이다. 외교부에 만연한 정치권 줄서기와 파벌, 순혈주의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인물이다. 대중들은 그를 외교장관에 임명한 것에 열광하고 있다. 그 하나만으로도 이번 외교안보라인 인선 전체를 ‘잘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강 내정자는 지금 한국 외교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 상황과는 상관 없는 업무를 해온 인물이다. 유엔 업무는 한 나라의 생존전략을 다루는 개별 국가의 외교와 다르다. 그는 한국에 사활적 문제인 북핵과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중·일·러 등 주요국과의 양자 업무 등을 해본 적이 없다. 10년 이상 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국내 환경에도 익숙지 않다.

 

강 내정자는 훌륭한 외교관이다. 하지만 적재(適材)를 적소(適所)에 쓰는 것만이 인사의 전부는 아니다. 얼마나 적시(適時)에 기용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핵·미사일 능력을 극도로 키우고 있는 북한과는 아무런 긴장관리 장치가 없고, 중국·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으며, 외교안보를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미국에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언사를 일삼는 예측불허의 대통령이 앉아 있는 엄혹한 시기는 그를 외교장관으로 기용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다.

 

청와대는 강 내정자 인선 배경으로 다자외교에 익숙하고 국제인권분야 전문가라는 점을 들었다. 역시 납득할 수 없다. 다자외교를 잘못해서 한국 외교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 상황이 지적받는 이유는 선거 개입·언론 장악·간첩 조작·노동 탄압 같은 정부의 잘못 때문이지 외교장관이 인권에 무지해서가 아니다.

 

강 내정자 인선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측은 “외교는 장관(만)이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리드하고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청와대 사정도 마찬가지라는 게 문제다. 정의용 신임 안보실장은 통상교섭조정관, 국제노동기구(ILO) 의장 등을 지낸 통상 전문가다. 그의 경력은 외교·통일·국방·정보 분야를 아우르며 외교안보 전략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국가안보실 기능을 강화한 것은통일·외교·국방 정책을 통합관리하면서 국가전략을 지휘하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는 현역에서 물러난 지 십수년이 지난 원로 통상관료 출신에게 돌아갔다. 청와대는 이 같은 약점을 의식한 듯 2명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특보를 신설했지만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인 문정인 특보는 비상임이라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홍석현 특보는 문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동지적 관계가 아니다. 안보실 차장 인사가 남아 있지만 이들은 실무자이지 국가전략을 짜는 사람은 아니다. 도대체 누가 청와대에서 외교부를 리드하고 보완한다는 말인가.

 

다시 ‘문재인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으로 돌아가 보자. 하나하나가 모두 사력을 다한다는 각오로 매달려도 될까 말까한 중대한 사안들이며 각각 유기적으로 연결된 고차방정식이다. 매 사안마다 넓고 높게 바라보고, 세밀하게 계산하고, 거칠게 싸우고, 끈질기게 설득해야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외교안보라인은 목표 의식을 갖고 난제를 해결하려는 인선이 아니라 환영과 찬사를 얻기 위해 안배와 외형 관리에 치중한 인선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훌륭한 공약들을 그대로 내팽개칠 참인가. 아직 배가 출항한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부디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1953년 형법에 만들어진 간통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 하지만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유령처럼 죽지 않고 여전히 한반도를 떠돌고 있다. 비핵화 공동선언의 연원을 거슬러 가보자. 때는 1991년 여름과 가을 사이, 한·미 양국은 하와이에서 남한 내에 배치된 전술핵 철수와 관련해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노태우 정부의 김종휘 청와대 안보수석과 아버지 부시 행정부의 국방차관 폴 월포위츠가 각각 대표로 나섰다. 이 회동 결과로 부시 대통령은 1991년 9월27일 남한 내의 전술핵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노태우 정권은 같은 해 12월18일 ‘대한민국 어디에도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핵부재를 선언했다.

북한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핵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간 실무대표접촉이 1991년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판문점에서 열렸다. 여기서 북한은 그동안 주장해오던 비핵지대화 주장을 철회하고, 우리가 마련한 비핵화 선언에 응하면서 합의에 이르게 된다. 이어서 1992년 1월20일 남한의 정원식 총리와 북한의 연형묵 총리가 서명하고 남북고위급회담 6차 회담에서 서명한 문본을 교환하면서 2월19일자로 정식 발효됐다.

그 이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강산만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북한은 2006년, 2009년 그리고 2013년에 핵실험을 했다. 세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는 비핵화 공동선언의 첫째 조항을 보란 듯이 내팽개쳤다. 북한은 결과적으로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와 ‘남과 북은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는 나머지 조항들도 위반했다.

2007년, 당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한반도의 비핵화 논의를 위해 북한으로 건너가 조선반도 북한 외무성미주국 리근국장과 만났었다. (출처 : 경향DB)


하지만 우리만 동 선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마저 비핵화 공동선언이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할 경우 오히려 북한 핵무장을 공고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정부 내에서 우세하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의 핵비확산 정책에 대한 외부의 의심과 미국 등으로부터 외교적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이 비핵화 공동선언의 이른바 ‘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짧은 생각이다.

첫째, 우리는 이미 누더기가 된 비핵화 공동선언을 대체하는 성명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아니하고 동 선언만 폐기한다면 농축과 재처리를 포함하는 핵무기 물질 보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심을 충분히 살 만하다. 동시에 국민적 합의를 모은다는 차원에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도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둘째, 대체할 문건에는 핵비확산에 대한 우리의 독자적인 의지가 담겨져야 함은 물론이다. 원자력 기술을 포함하는 플랜트 수출을 고려한다면 세계가 보편적으로 수용하는 기준에 맞는 비확산 관련 법들을 새롭게 제정하거나 기존의 각종 규정들도 신속하게 재정비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질서가 책임은 지지 않고 권리만을 주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핵비확산을 위한 정책적 고려를 한층 강화하여야 한다. 이를테면 핵무기 보유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가 지금보다 훨씬 넓게 퍼져 나가야 한다. 핵비확산이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하나의 운동으로서 비확산 문화 프레임을 잡아 나가야 한다.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시민운동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비확산센터 소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Hross
TAG 비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