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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07 미국 정체성 묻는 중간선거
  2. 2017.02.08 햄릿과 파우스트

오늘은 미국 중간선거 투표날이다. 이번 선거의 주인공은 공화당과 민주당이다. 공화당의 상·하원과 주지사 권력 독점이 계속될지, 민주당이 하원 권력을 분점할 수 있을지 확인할 순간이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선거다. 트럼프 정권 2년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그가 제시한 미국과 미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승인 여부를 확인할 기회다.

 

미국 유권자들에게 이번 선거의 의미를 물어보면 꼭 언급하는 단어가 트럼프다. 지난 주말 하원의원 선거 박빙지역인 버지니아 7지구에서 만난 유권자들도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했다. 그가 여론의 중심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반이민 이슈가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전 6일간 11개 주를 돌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이름의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백인들로 가득한 유세 현장에서 그가 제시한 공화당 선택의 가장 큰 근거는 반이민이었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은 그를 유력 정치인으로 부각시킨 배경이자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자신을 “민족주의자”라고 부르며 강한 반이민 레토릭을 쏟아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날인 5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지원유세를 앞두고 무대에서 대기하고 있다. 포트웨인 _ AFP연합뉴스

 

그는 미국 국경에 도달하지도 못한 중남미 이민자 행렬을 “침략”이라고 규정하고 군대 파견을 명령했다. 이민자들이 돌이라도 던진다면 발포할 수 있다고 위협해 논란을 키웠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헌법적 권리인 출생시민권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트위터에 미국 경찰을 살해한 멕시코 불법이민자가 등장하는 인종차별 정치 광고도 올렸다. 광고는 ‘민주당이 그를 우리나라로 들여보냈다’고 주장했다. 이민자들은 미국인을 죽일 것이고, 그것은 민주당 때문이란 의미다. 이민 이슈로 미국을 둘로 쪼개고 반이민을 원하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다. 시대에 맞게 이민 제도를 손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인종주의는 다른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레토릭은 미국과 미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고,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들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멜팅팟(melting pot)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미국은 다른 나라다. 그는 반이민 구호를 통해 백인들의 속마음에 숨어 있던 백인 우월주의, 백인들의 위대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역사학자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워싱턴포스트에서 “남북전쟁 이후로 멜팅팟 이야기를 파괴하려는 대통령은 본 적이 없다. 그것은 자부심의 요인이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는 구분을 원한다. 진짜 미국인과 가짜 미국인이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말하는 진짜 미국인은 백인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백인 지지층 결집을 위한 트럼프식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는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가 말하는 반이민은 결국 절대적 지위를 잃어가고 있는 백인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백인 우월주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은 이제 백인의 나라도 아니다. 백인 인구는 60%로 아직 다수이지만, 2007년 이후 출생한 소수인종 인구는 이미 백인 인구를 넘어섰다.

 

다행히 공화당 내부에서도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이 골수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겠지만 중도층의 반공화당 투표를 조장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 사회가 백인 우월주의 유혹을 떨쳐낼 수 있을지는 곧 확인된다. 미국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에 이어 또 한번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으로 포장된 백인 우월주의에 손을 들어준다면 그들이 원하는 위대한 미국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개방성과 포용성을 상실한 미국은 더 이상 제국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아메리카 제국이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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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가 연일 퇴행하고 있다. 인종주의, 반시장주의, 전체주의라는 단어가 쉽게 등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신임 대통령이 역주행의 주역이지만 따져보면 그만의 책임은 아니다. 미국은 3권분립이 엄연한 국가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트럼프의 독주를 견제할 권력을 가졌다.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는 반이민 행정명령의 시행을 중단시키며 3권분립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 문제는 비겁한 의회다. 민주당은 복수를 다짐하면서도 끊임없이 번민하는 햄릿의 모습이다. 독살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면서 현실 앞에서는 회의하고 주저한다. “백일몽이나 꾸는 얼간이 바보처럼 악당에게 아버지를 살해당한 채 가만히 서서 속수무책이구나.” 햄릿의 자책이 들리는 듯하다. 백악관에 상원까지 한 손에 쥘 줄 알았다가 길거리 야당을 하라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시국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은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정체성 혼란 상태다. 민주주의와 진보를 외쳤지만 노동자 계급은 그들을 외면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월스트리트 큰손들의 돈을 좇아다니면서도 ‘노동자 계급의 음유시인’이라는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읊조림에서 진보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노동자들이 신자유주의 칼바람과 맨몸으로 싸울 때 민주당은 곁에 없었다. 노동자들은 익숙한 컨트리뮤직을 택했다. ‘미국우선주의’를 외치며 “잊혀진 그들”의 이름을 불러준 것은 트럼프였다. 민주당은 이제 길을 찾아야 한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제 버락 오바마라는 인기 있는 대통령을 가진 여당도 아니다. 민주당은 소수당(minority)이란 현실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트럼프를 견제할 야당(opposition party)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은 비겁하다. 트럼프의 억만장자, 인종주의자, 무경력자 내각 후보들 중 누구 하나 막아낼 힘도 용기도 없다. 민주당 전략가 밥 슈럼은 “지금은 역사의 순간이다. 사람들은 이 순간을 돌아보고 당신은 무엇을 했는지 물을 것이다”라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경고했다. 하지만 그들은 두려운 게 아주 많다. 당장 공화당이 1년 넘게 청문회 개최조차 거부하던 연방대법관 후보를 이제 트럼프가 지명했는데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2018년 상원 중간선거에 나설 민주당 현역 의원은 25명이고, 이들 중 10명의 지역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곳이다. 트럼프의 채찍이 자신을 향할까 조마조마하다. “기도하는 적을 죽이면 천국으로 보내주는 것”이라며 칼을 뽑지 못하는 자신을 변명하는 햄릿과 다를 바 없다. “내 생각의 속을 넷으로 갈라보면 지혜는 고작 4분의 1이고 나머지 세 쪽은 겁쟁이가 아닐까.”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4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해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최신호 표지를 그린 팻말을 들고 있다. 슈피겔은 이날자 잡지 표지에 참수한 자유의 여신상 머리와 피 묻은 칼을 든 트럼프의 만화 이미지를 실어 논쟁의 중심에 섰다. 슈피겔과 만평가는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트럼프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트럼프와 이슬람 극단주의를 단순하게 동일시하면서 테러 희생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덴버 _ AP연합뉴스

 

공화당은 권력을 위해 사탄과 거래한 파우스트의 모습이다. 대선 내내 트럼프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았던 공화당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그의 권력 앞에서 무릎 꿇었다. 트럼프의 문제투성이 내각 인사에도 인종주의 반이민 행정명령에도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심한 사람들(deplorables)’의 힘에 매료됐다. 자신들의 핵심 정강인 시장주의를 흔들고 반무역주의를 밀어붙여도 한마디 말이 없다. 이 기회에 트럼프의 힘을 빌려 금융·환경 규제 철폐, 조세 감면 등 자신들의 버킷리스트를 지우느라 바쁘다. 언제 이런 힘을 가져봤던가. 오바마 정부에서 여당의 독단을 비판하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제 “상원의 혼란은 모두 민주당(야당) 때문”이라며 트럼프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속도전의 선봉에 섰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 서명마저도 “미국에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방어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도 경고했다. “공화당 파우스트들은 악마와 너무 값비싼 거래를 했다. 그들은 영혼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위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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