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북핵·한반도 정책에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은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가에 군사적 조치로 맞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했던 가치나 대선후보 시절 공약과는 다른 방향으로,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6차 핵실험 이후 정부는 대통령이 공언했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탄두중량을 무제한으로 늘렸다. 또 한국의 방위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핵잠수함 도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일본 지도자보다 훨씬 강력한 표현으로 대북 제재 강화를 말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9월4일 (출처: 경향신문DB)

 

이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 ‘안보상황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보상황이 엄중해져서 군사적 조치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은 일리가 있지만 위험하다. 그 말대로라면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핵무장까지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북한이 이끄는 대로 깊은 군비경쟁의 늪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한국은 이 악순환에서 빨리 빠져나와 다른 국면으로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의 노력도 그런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

 

박근혜 정부가 ‘알박기’ 해놓은 사드를 철회할 수 없었다면 다른 것을 얻어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사드 배치의 대가로 받은 것은 미사일 탄두중량 해제였다. 미사일 족쇄를 푸는 것은 자주국방 차원에서 한국에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탄두중량을 늘리는 것이 지금 한국의 안보상황에서 그토록 시급한 일이었는가. 사드를 배치하는 대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대담한 대북 접근법을 시도해보자고 미국을 설득하고 북핵 국면을 전환해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는 왜 하지 못했는가.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워싱턴에서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전술핵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 있다”고 전하면서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말했다. 전술핵 배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장관이 이렇게 말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전술핵 배치 주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핵잠수함 도입에 동의해달라는 것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군비증강에 매달리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언제까지 미국에 의존해서 살 수 없으니 독자방위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사드를 배치하고 탄두중량을 늘리고 핵잠수함을 도입하는 식으로 군비를 늘리는 것이 한반도 위기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 남한에 무기를 쌓아 놓는 것이 아니다. 자주국방도 필요하지만 동북아 군비경쟁이 촉발되고 그 피해를 한국이 고스란히 받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 그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한 주간지 기자가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 북한과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기고 있는 것’이라며 옹호한 적이 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글을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통일·외교·안보 분야 행보에 대한 가장 정확한 분석”이라고 소개했다.

나도 문 대통령이 치밀한 계산속에 계획된 행보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그런 믿음을 주기에는 너무 허술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오락가락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급할 때는 말 바꾸기도 했다. 지난 6월 문정인 특보의 이른바 ‘워싱턴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은 “나는 선거 과정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와 조정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명백한 사실을 부인했다.

 

또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 대법원 판례이며 정부도 그런 입장에서 과거사 문제에 임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뒤 일본의 거듭된 해명 요구에 “이 문제는 한·일 합의에 의해 해결된 것”이라면서 자신의 말을 정정한 적도 있다. 섣부른 ‘레드라인’ 발언으로 혼란을 자초하는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원유수출 금지를 공개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인권변호사 출신 한국 대통령이 독재자 푸틴에게 “그런 조치는 북한 주민을 다치게 한다”는 훈계를 듣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다.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 외교안보 분야에서만큼은 철저히 준비된 정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상황은 박근혜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당분간 더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나라는 어떤 모습인지,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외교전략을 가져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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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대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과 그 집행 과정을 종잡을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동안 한반도 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지만 그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트럼프가 최우선 과제로 꼽은 북핵 문제를 놓고 미·중 정상이 마주 앉았는데도 정리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집행하는 팀은 엉망진창 그 자체다. 외교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세 측근들에게 밀려 존재감조차 없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낙마했고, 어제는 캐슬린 맥팔런드 부보좌관도 자리를 내놨다. 불확실성이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9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 원’을 타고 워싱턴의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미국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있자 호주로 향하던 미 핵항모 칼빈슨호의 항로를 한반도로 돌리고 전략자산을 잇따라 투입하고 있다. 군사 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라는 트럼프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 등을 강행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한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국을 주요 당사자로 지칭한 적이 없다. 북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일본 하고만 상의했다. 한국 외교안보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화로 “사드에 대한 미국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밝힌 것에 안도하는 눈치다. 그러나 20분간 통화하면서 얼마나 밀도 있는 협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할 채널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이 안갯속일수록 한국이 중심을 잡고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에 편승할 생각은 그만두고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 대북 압박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도 촉구해야 한다. 미국이 진정한 동맹국이라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북한을 공격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대선후보들도 안보불안을 씻을 수 있는 외교·안보 구상을 밝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미국과 중국을 향해 할 말을 하면서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방안을 내놓을 때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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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번째 군사적 도발이다.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평화와 안녕을 위협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한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고, ‘무수단급(사거리 3000~3500㎞)’ 개량형 미사일로 추정된다. 획기적으로 사거리를 늘리거나 운반 능력을 높인 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도발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미 신임 대통령이 꾸린 행정부의 반응을 떠보려는 시험적 성격이 짙다. 그렇다고 미사일 발사의 부당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핵·미사일 실험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선제 북한 타격론까지 운위되는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 점검 및 조정 시기에서 북한이 도발로 얻을 이익은 사실상 전무하다. 오히려 격동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스스로를 험지로 몰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_ AFP연합뉴스

 

이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10일(현지시간)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양국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 대처, 미·일동맹 등 안보 및 통상 협력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일본은 군사력 확대를 상호 보장하며 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이익에 뜻을 같이했다. 북 미사일 발사는 이런 양국 주장에 정당성을 더해준 셈이다.

 

북한은 우방인 중국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관계는 냉랭했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를 계기로 정상회담까지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중국의 대북지원 명분을 약화시켰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는 어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 도발을 규탄하고 강력하게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북 미사일 발사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도발 억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은 당연한 조처다. 그러나 강경 대응만 고집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당장 효율적인 강경 대응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반도 정세는 엄중해졌다. 더구나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로 리더십 공백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주변 국가들과 함께 역내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벌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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