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미국의 도발적 행태 역시 군사적 불안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미국은 연일 일관성 없는 거친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잇따라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예방전쟁’을 언급했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먼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각료들과 북한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핵개발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풀어야 할 과제를 미국이 안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 대국이자 국제사회의 지도적 국가로 전쟁 위험에 대해 신중하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은 지금껏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술 더 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9일 ‘정권의 종말과 파멸’ 운운했다. 북한을 자극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기로 작정한 듯한 발언이다.

 

인류 역사에서 지도자의 우발적 행동이 전쟁에 단초를 제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트럼프 리스크를 걱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고 “핵 무기를 왜 사용하지 못하느냐”는 트럼프라 해도 남의 나라 운명까지 결정할 자격은 없다. 그런데 어제 그의 측근들은 트럼프의 대북 경고가 즉흥적인 발언이었다며 주워 담았다. 초군사강국의 지도자가 이처럼 경거망동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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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지만, 5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핵기폭장치와 기초적인 핵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개발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북핵 불용’은 한·미뿐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가 유지하고 있는 기본 입장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외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북핵 불용’이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기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다.

 

가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정치인들을 본다. 이 말은 형용 모순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북한에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이유도 없고 협상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인정해야 할 것은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서 북한의 국가적 실체이지 핵보유국 지위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_ AFP연합뉴스

 

이 대목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명확해진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느슨해지면 그것이 곧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한 제재는 절대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에 지속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국제법적 지위를 갖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가 줄줄이 이어지고 각국의 독자 제재도 날로 강화되고 있음에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북 제재의 효용성은 심하게 의심받고 있다. 중국이 뒷문을 열어주고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기 때문에 대북 제재는 소용이 없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제재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 제재가 없었다면 북한은 일찌감치 핵강국이 됐을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에 착수한 지 수십년이 지나도록 아직 완전한 핵억지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제재 강화로 핵관련 장비·기술 이전을 차단하고 경제적·정치적 제약을 가해온 결과다. 제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무줄처럼 조여오는 특성이 있다. 빈틈을 찾아가면서 견뎌낼 수는 있지만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북한처럼 전방위적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가 유지된다면 핵무기를 아무리 많이 가져도 정상적인 국가가 될 수 없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의지가 약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경각심을 높이는 것은 북핵 당사국인 한국의 책무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재가 북핵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이 손익계산을 따져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른 길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협상이다. 제재는 상대를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오고 유리한 입지에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협상을 염두에 두지 않은 맹목적 제재로 핵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은 환상이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고 말한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부터 대북 선제타격, 전술핵 재배치, 미·중의 전략적 결정에 의한 해결 등등을 모두 모색한 뒤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다. 테이블에 올려진 모든 옵션에서 불가능한 것을 하나씩 제외시키는 ‘네거티브 셀렉션’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현실적인 대안이 남을 수밖에 없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국제비확산체제를 무너뜨릴 수도 없고 막대한 인명피해가 따르는 전면전을 감수하고 선제타격을 선택할 수도 없다. 만일 미국이 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한다면 국제사회와 한국이 이를 뜯어말려야 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제재와 협상의 병행 추진’이라는 기존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굳이 차별화를 꾀한다면 ‘더 강력한 제재와 더 적극적인 협상’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 줄 ‘실버 불릿’은 없다. 지금까지의 북핵 접근법이 실패를 거듭한 이유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 제재와 협상 중 하나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지 못한 탓이며 북핵 당사국 간의 일치된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력과 인내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합리적 해결책은 ‘제재와 협상’이라는 상식적이고 약간은 진부해 보이는 틀 안에만 있다. 조만간 들어설 한국의 새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차분하고 인내심 있게 북핵 문제에 접근하기를 바란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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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직접 거론,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데 양국이 합의했다. 북한도 연일 초강경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협상 한 번 없이 북·미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_ AFP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그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발언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윤 장관은 “(대북 선제타격론이) 과거보다 미 의회, 학계 등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고 일부 행정부 내에서도 그런 데 대한 검토나 분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어제 “미국 조야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국방장관회담을 포함해 양국 간 이야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 행정부 외교안보 담당자들의 언행은 대북 강경 분위기를 반영한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그제 “(미국이) 곧 다른 신호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며 “상상을 뛰어넘어 의심의 여지 없는 수준의 군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의 위협을 단념시키고 격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선제타격이 눈앞에 있지 않다고 해도 윤, 한 두 장관의 처신은 주무장관답지 않다.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여과없이 선제타격론을 전하는 것은 혼란과 불안을 낳을 뿐이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장하며 상황을 위기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조기 배치 명분을 찾기 위해 상황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을 상대로 한 선제타격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인들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마치 남 얘기하듯이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에 편승하는 외교안보정책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북 압박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미국을 향해 한국의 의사에 반하는 대북 정책, 특히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타격은 절대 안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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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번째 군사적 도발이다.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평화와 안녕을 위협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한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고, ‘무수단급(사거리 3000~3500㎞)’ 개량형 미사일로 추정된다. 획기적으로 사거리를 늘리거나 운반 능력을 높인 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도발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미 신임 대통령이 꾸린 행정부의 반응을 떠보려는 시험적 성격이 짙다. 그렇다고 미사일 발사의 부당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핵·미사일 실험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선제 북한 타격론까지 운위되는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 점검 및 조정 시기에서 북한이 도발로 얻을 이익은 사실상 전무하다. 오히려 격동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스스로를 험지로 몰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_ AFP연합뉴스

 

이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10일(현지시간)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양국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 대처, 미·일동맹 등 안보 및 통상 협력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일본은 군사력 확대를 상호 보장하며 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이익에 뜻을 같이했다. 북 미사일 발사는 이런 양국 주장에 정당성을 더해준 셈이다.

 

북한은 우방인 중국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관계는 냉랭했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를 계기로 정상회담까지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중국의 대북지원 명분을 약화시켰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는 어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 도발을 규탄하고 강력하게 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북 미사일 발사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도발 억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은 당연한 조처다. 그러나 강경 대응만 고집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당장 효율적인 강경 대응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반도 정세는 엄중해졌다. 더구나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로 리더십 공백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주변 국가들과 함께 역내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벌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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