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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 인증을 거부했다. 미국·이란과 국제사회가 함께 잘 이행하던 합의에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핵합의에 서명한 국가 정상들의 만류도 귓등으로 넘겼다. 트럼프의 일방적 조치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불인증은 중동은 물론 전 세계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심각한 행위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P5(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1(독일)’ 간 협상을 통해 이란의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이란 제재를 해제한 것이다.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전범을 마련하면서 비핵화라는 인류의 목표를 향해 한발 다가가는 조치에 전 세계가 환영했다. 미 대통령은 이 합의에 근거해 석 달마다 이란의 핵합의 준수 여부를 검증해 의회에 보고해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취임 후 잘해오던 인증을 세 번째에서 갑자기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가 미국이 체결한 가장 일방적 거래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일방적인 미국우선주의로 평화를 파괴하는 장본인은 트럼프 자신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몰래 핵을 개발하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조치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불승인은 트럼프가 다자외교를 통해 이끌어낸 핵합의마저 언제든지 깰 수 있음을 확인해준 사건이다. 그 때문에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1994년 미국의 빌 클린턴 정부와 체결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조지 W 부시 정부 들어 지켜지지 않자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고 비난해왔다. 이번 일로 미국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북핵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미국이 방치하는 동안 북핵 위협이 커졌다는 사실을 미국의 조야는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트럼프의 조치가 이란 핵합의 자체를 파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도 합의를 계속 지켜 나가겠다고 했다. 핵합의의 최종 결정권자인 미 의회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전 세계인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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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 인증을 거부했다. 미국·이란과 국제사회가 함께 잘 이행하던 합의에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핵합의에 서명한 국가 정상들의 만류도 귓등으로 넘겼다. 트럼프의 일방적 조치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트럼프의 불인증은 중동은 물론 전 세계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심각한 행위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P5(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1(독일)’ 간 협상을 통해 이란의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이란 제재를 해제한 것이다.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전범을 마련하면서 비핵화라는 인류의 목표를 향해 한발 다가가는 조치에 전 세계가 환영했다. 미 대통령은 이 합의에 근거해 석 달마다 이란의 핵합의 준수 여부를 검증해 의회에 보고해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취임 후 잘해오던 인증을 세 번째에서 갑자기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가 미국이 체결한 가장 일방적 거래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일방적인 미국우선주의로 평화를 파괴하는 장본인은 트럼프 자신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몰래 핵을 개발하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조치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불승인은 트럼프가 다자외교를 통해 이끌어낸 핵합의마저 언제든지 깰 수 있음을 확인해준 사건이다. 그 때문에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1994년 미국의 빌 클린턴 정부와 체결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조지 W 부시 정부 들어 지켜지지 않자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고 비난해왔다. 이번 일로 미국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북핵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미국이 방치하는 동안 북핵 위협이 커졌다는 사실을 미국의 조야는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트럼프의 조치가 이란 핵합의 자체를 파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도 합의를 계속 지켜 나가겠다고 했다. 핵합의의 최종 결정권자인 미 의회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전 세계인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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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만큼 당사자에게 더 큰 조롱이 있을까. 일흔 살이 넘은 한 나라의 대통령, 그것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어떨까. 한국이라면 ‘불경스러운 일’이라는 비난이 쇄도할 만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버젓이 다뤄진다. 그것도 최고 신문 뉴욕타임스(NYT)에서 말이다.

 

지난 5월 중순 ‘트럼프가 어린애냐 아니냐’는 논쟁이 NYT를 달궜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어린이가 세계를 이끌고 있는 시대’라는 글이 발단이었다. 브룩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동안 한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그를 ‘유아기에 머문 어른’을 일컫는 미성숙자(infantilist)라고 규정했다.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대부분의 성인들이 차분히 앉아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는 교실에서 뛰어다니는 7세 초등학생 같다. 둘째, 성인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지만 트럼프는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셋째, 성인은 상대의 미묘한 생각을 이해하는 법을 알지만 트럼프는 ‘마음이론’을 발달시키지 못했다.

 

이틀 뒤 NYT 오피니언면에 발달심리학자들의 반박 편지가 실렸다. 제목은 ‘아이들을 트럼프와 비교하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고, 끊임없는 인정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공감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심리학 교수의 ‘4살짜리도 트럼프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반박 글이 이어졌다. 글쓴이는 4살 아이의 특징들을 열거하면서 트럼프와 어린애를 비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 국장

‘트럼프=어린애’ 비유는 대통령이 된 후 트럼프가 한 결정이나 행동을 어린애의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취임 전 트럼프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 책임자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사례를 보자. 마치 화난 아이가 맘에 들지 않는 장난감을 던져버리는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는다는 발상은 어떤가. 자기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심술꾸러기의 심보를 빼닮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 분담금을 더 내라고 한 것은 골목대장이 나약한 아이에게 “내 말 안 들으면 알지?”라며 협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물론 미국의 안보 우산에 기대어 무임승차만 하려는 회원국들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는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나토 정상회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몬테네그로 총리를 밀치거나 새파랗게 젊은 프랑스 대통령과 힘겨루기 악수를 하는 모습은 어떤가. 떼를 써서라도 원하는 걸 가지려는 어린애의 행동 아닌가. 이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태는 친구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못되어 먹은 아이와 뭐가 다를까.

 

심리학자들이 꼽는 어린애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충동 조절을 잘 못한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한다, 인간의 행동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 못한다 등이다. 이 기준을 트럼프에게 적용하면 꼭 들어맞는다. 아무리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고 자기만족에 빠진 나르시시스트이지만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을 터이다. 부유층으로 자란 트럼프는 어릴 때부터 우월감과 승부욕이 넘쳤다. 그런 기질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러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 이유였다. 트럼프는 “어릴 때부터 자립심이 있었으며 폭력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내 생각을 알리고자 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트럼프 부모는 아들의 고약한 기질을 바로잡기 위해 13세 때 규율이 엄격한 군사학교에 보냈다. 거기서는 어땠을까. 해병대 출신의 거칠고 엄격한 선생을 만난 트럼프는 존경과 환심을 사는 행동으로 매질을 피하는 영악함을 보였다고 한다.

 

울며불며 대드는 아이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감정을 추스르도록 다독이며 다정하게 안아주는 일이다. 그러고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인이 된 이후 어른다운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지금부터라도 어른처럼 행동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그럼에도 지금 그에게 성숙함이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자신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를 위해서도 그렇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트럼프는 다시 ‘러시아 게이트’ 스캔들을 마주하고 있다. 탄핵 이야기가 나올 만큼 스캔들은 미국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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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9일간 중동 및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28일 트위터에 “이번 순방은 미국에 큰 성공이었다”고 썼다. 트럼프의 첫 순방은 미국의 핵심이익인 중동과 전통적인 동맹인 유럽 국가에 맞춰진 만큼 대외정책의 근간인 미국 우선주의와 유럽 동맹국과의 협력관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첫 순방은 그의 평가처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익을 앞세운 나머지 미국과 유럽 간 동맹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킨 점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중동 방문은 큰 이변 없이 순조로웠다. 이란 핵무장 반대,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보인 행보는 달랐다. 유럽 안보나 러시아 위협은 안중에 없이 국익에만 치중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집단방위를 규정한 나토 협약 5조 준수 거부, 방위비 분담금 확대 요구는 회원국의 분노를 샀다. 1949년 나토 창설 이후 정상회의에서 협약 5조 준수를 거부하고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 트럼프 관점에서 미국의 안보 우산에 기대고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나토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협정을 유일하게 반대하고,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독일을 “매우 나쁘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기민·기사당 합동 행사에 참가해 연설 도중 맥주잔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뮌헨 _ AFP연합뉴스

 

미국 안에서는 트럼프의 유럽 순방을 두고 고립주의에 대한 단호한 거부이자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인해 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이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가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동맹국 관계도 해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유럽 최강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G7 회의를 마친 뒤 “미국은 독일이나 유럽에 믿을 만한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브렉시트와 미국 우선주의 속에서 미국과 유럽 동맹관계를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 우선주의가 계속된다면 미국 주도로 구축된 유럽 질서는 변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미국과 세계에 불확실성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제협력과 번영의 기회도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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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대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과 그 집행 과정을 종잡을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동안 한반도 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지만 그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트럼프가 최우선 과제로 꼽은 북핵 문제를 놓고 미·중 정상이 마주 앉았는데도 정리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집행하는 팀은 엉망진창 그 자체다. 외교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세 측근들에게 밀려 존재감조차 없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낙마했고, 어제는 캐슬린 맥팔런드 부보좌관도 자리를 내놨다. 불확실성이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9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 원’을 타고 워싱턴의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미국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있자 호주로 향하던 미 핵항모 칼빈슨호의 항로를 한반도로 돌리고 전략자산을 잇따라 투입하고 있다. 군사 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라는 트럼프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 등을 강행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한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국을 주요 당사자로 지칭한 적이 없다. 북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일본 하고만 상의했다. 한국 외교안보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화로 “사드에 대한 미국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밝힌 것에 안도하는 눈치다. 그러나 20분간 통화하면서 얼마나 밀도 있는 협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할 채널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이 안갯속일수록 한국이 중심을 잡고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에 편승할 생각은 그만두고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 대북 압박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도 촉구해야 한다. 미국이 진정한 동맹국이라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북한을 공격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대선후보들도 안보불안을 씻을 수 있는 외교·안보 구상을 밝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미국과 중국을 향해 할 말을 하면서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방안을 내놓을 때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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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나 경쟁자와 불가피하게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있다. 어제는 적이었지만 오늘은 친구로 지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원한 친구는 아니고 언제든 다시 적이 될 수 있다. 소위 ‘프레너미(Frenemy)’이다. 친구라는 뜻의 ‘프렌드(Friend)’와 적을 의미하는 ‘에너미(Enemy)’를 합쳐 만든 말이다. 철천지원수인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배에 타서 풍랑을 만난 오월동주(吳越同舟) 상황, 한 남성을 차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다투다가 어느새 함께 웃고 수다를 떠는 여성, 대기업에 맞서기 위해 경쟁 관계인 중소기업끼리 구축한 연합 전선 등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전 세계를 상대로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보조를 맞추는 미국과 중국도 대표적인 프레너미 관계이다. 2012년 2월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인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하자 미 언론은 “프레너미가 왔다”고 표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프레너미’로 분석하기도 한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40년 지기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죗값을 덜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겨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원수지간이 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뒤편 왼쪽에서 두번째)가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켈리언 콘웨이(뒤편 왼쪽) 등과 함께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칼럼니스트,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욕 _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엊그제 뉴욕타임스를 방문해 이 신문을 ‘세계의 보석’이라고 극찬했다. 함께 만난 20여명의 기자에게는 “내가 잘못하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 기쁘게 들을 것”이라고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대선 동안 힐러리 클린턴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여성 편력과 세금 탈루 의혹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도 대선 기간 뉴욕타임스를 망해가는 신문사라고 부르는 등 적대감을 표출했다.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가 뉴욕타임스를 프레너미로 삼으려 한다며 우호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정자라면 언론의 선의 있는 비판은 수용해야 한다. 민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프레너미와 어감이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정치인 등 취재원과 언론의 이상적인 관계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가까워 유착이 생겨도 안되고, 너무 떨어져 소통이 불가능해도 안된다는 의미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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