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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살포 중단 여부를 둘러싼 지난 주말의 남북 갈등은 불안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새로 부각된 변수 하나가 토대를 흔들고 있어서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자 남측은 부당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로써 2차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지난달 4일 고위급 회담 개최에 합의했던 남북이 어깃장을 놓아가며 회담 개최 무산으로 가는 길로 서로를 몰고가고 있는 형국이다. 화해 분위기가 채 한 달도 안돼 대결 양상으로 바뀌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대북 전단은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모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북측이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지도자 모독행위는 체제에 대한 모독이 된다. 그런데 전단을 보내는 곳은 남한의 일부 시민단체로,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전단 살포를 남북대화의 전제조건화하는 것은 대화 의지 부족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남북대화는 화해·협력과 그 여건 및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먼저 환경 조성이 안되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은 합리적 태도가 아니다.

북측으로 살포된 대북전단 (출처 : 경향DB)


그러나 전단 문제에 관한 한 남한 당국도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문제삼았지만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초강수로 일관했다. 김정은 제1비서 최측근 3인방을 남한에 보내 고위급 접촉 합의를 일구는 등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나름 최고의 성의를 보인 북한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은 셈이다. 상대의 요구를 정면으로 묵살하면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없는 것은 국제관계의 관례이며 이는 남북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아가 정부의 고위급 접촉 무산 발언은 당국자의 해석이라고 해도 매우 성급한 처사다. 박근혜 정부 내내 살얼음판을 걷다가 겨우 이뤄진 고위급 접촉 개최 합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무책임한 발언이기도 하다. 조그마한 불씨라도 살려야 할 판에 판을 깨는 식의 발언은 금물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남북이 대화 파기 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 먼저 남측이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북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은 회담에서 논의하면 된다. 이런 점에서 대화의 문을 열어 두고 있다는 당국의 말을 믿고 싶다. 또한 정부는 북한 주문과는 별개로 전단 살포를 제지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는 연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단은 남북대화의 장애물이 되는 것 외에 어떤 효과도 입증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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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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