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8.11.09 [사설]중간선거 이후에도 ‘비핵화 협상’ 의지 확인한 트럼프
  2. 2018.10.11 [사설]프란치스코 교황, 한반도 평화 정착 위해 방북 용단을
  3. 2018.09.21 [정동칼럼]평양 선언문 속 ‘협상의 예술’
  4. 2018.09.17 [기고]김정은과 트럼프의 ‘비핵화 의지’ 국제사회에 공개, 검증받게 하자
  5. 2018.09.13 [사설]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남북 넘어 북·미 간 연락도 맡기를
  6. 2018.09.12 [조호연 칼럼]연내 워싱턴-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을 기대한다
  7. 2018.09.12 [사설]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비핵화-평화’ 빅딜을 기대한다
  8. 2018.09.07 [사설]“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 공약한 김정은, 미국이 응답해야
  9. 2018.08.22 [사설]트럼프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발언을 주목한다
  10. 2018.07.25 [사설]북한 미사일발사장 해체 시작, 미국도 상응 조치 취해야
  11. 2018.06.20 [사설]훈련 중단과 비핵화의 선순환을 기대한다
  12. 2018.06.20 [기고]판문점과 싱가포르, 낙관의 위험성
  13. 2018.06.19 [박용채 칼럼]김정은은 덩샤오핑이 되고, 원산은 상하이가 된다
  14. 2018.06.14 [사설]과도한 북·미 정상회담 비판론을 경계한다
  15. 2018.06.14 [사설]김정은과 트럼프, 평화의 행진을 시작하다
  16. 2018.06.12 [사설]북·미 정상, 냉전구조 해체의 위대한 출발선에 서다
  17. 2018.05.15 [조호연 칼럼]김정은의 ‘평화외교’
  18. 2018.05.11 [사설]불확실성 걷어낸 북·미 정상회담, 이제는 디테일이다
  19. 2018.05.09 [사설]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또 전격 방중한 김정은
  20. 2018.05.02 [사설]‘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트럼프·김정은의 결단을 기대하며

미국 정부가 북·미 고위급회담의 연기가 단순한 일정 조율의 문제라며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중간선거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내년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회담 연기는 “순전히 일정을 다시 잡는 문제다. 일정이 허락할 때 다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 고위급회담이 돌연 연기된 데 대한 의구심을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서 불식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패배 후에도 계속 외교적인 북핵 해법을 추구한다는 신호다.   

 

북측의 연기 사유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미 양측 간 심각한 이상기류는 보이지 않는다. 국무부는 회담 연기가 제재 해제와 관련돼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우리는 꽤 좋은 상황에 있다”고 단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일정이 분주하니 연기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미국이 우리에게 설명해줬다”며 “양측이 회담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전과 달리 북한이 먼저 회담 연기를 요청했다는 것인데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1월9일 (출처:경향신문DB)

 

북한이 회담을 연기한 것은 미국과의 약속을 무겁게 여긴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제재 완화와 핵리스트 신고의 선후를 둘러싸고 북·미 간 이견은 있는 듯하다. 북한이 조기 제재 완화 조치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제재를 없애고 싶지만 그들(북한) 역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회담 연기는 결정적 갈등이 아니라 북·미가 핵 협상에 앞서 마지막 호흡을 조절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위급회담 일정을 놓고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미 모두 역지사지의 태도로 대화를 진척시켜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리스트를 신고하면 공격지점을 다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면 미국도 제재 완화 등 실질적인 관계 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이 잡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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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청와대가 지난 9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8일(현지시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어서 방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오찬을 한 뒤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이야기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정상회담 때 방북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달 25~28일 바티칸에서 교황청의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고 1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름가량 시일이 지난 만큼 검토를 끝낸 교황이 문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방북 여부와 구체적인 방북 희망 시기를 밝힐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매우 긍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교황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들여 방북 용단을 내려줄 것을 희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들어 한반도의 주요 국면 때마다 기도와 축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1일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은 “예수의 씨앗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의 결실을 맺어 지역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인 29일 미사 때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를 추진한 양쪽 지도자들의 용감한 헌신에 나의 기도를 덧붙인다”고 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일 미사에서는 “우리 모두 성모 마리아가 한반도에 임해 이 회담을 인도하기를 기도하자”고도 했다. 교황의 언어에 오랜 고난의 땅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이입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력으로 본다면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대전환의 흐름을 굳건히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종교의 자유 등 인권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만큼이나 인권 개선도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한 데는 앞으로 이런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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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이 평양 선언문을 통하여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이것이다.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든다는 의미는 남북 간에 종전을 선언한 것이다. 전쟁이 없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은 재래식 위협뿐만 아니라 핵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그리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의미는 미국에 직접 위협을 가할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을 우선적으로 포기하고, 사찰, 검증을 받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와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에 대한 위협은 우선적으로 사라진다. 미국에 대한 위협을 이러한 방식으로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터이니 이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할 차례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면 그다음 단계인 영변의 미래 핵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 그리고 계속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면서 현재 핵과 과거 핵까지 폐기하여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한반도 전역의 전쟁 위험 해소 등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이번 평양 선언문은 1조에서 4조에 걸쳐 남북관계, 특히 남북 간의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방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5조는 행간을 읽어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간접적으로 기술되었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간에 집요하게 줄다리기를 했던 북한의 핵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고, 그 의미가 포함될 수 있는 다른 말들로 문장이 처리되었다.

 

그래서 행간을 읽어보니 북한은 우선 미국과 미국민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는 것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읽힌다. 아직 미완성 단계인 ICBM 개발과 관련된 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고, 남북 간에는 종전이 되었으니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 메시지는 다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미국을 향한 북한의 도발을 멈춘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여 왔는데 이제 단순히 도발을 멈춘 것을 넘어서 위협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선언을 하였으니 말이다. 트럼프가 본인의 치적으로 충분히 내세울 수 있을 만한 북한의 선물인 셈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인 종전선언을 연내에 해준다면, 그다음에는 김 위원장도 다음 단계의 핵폐기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물론 이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인물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어떤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수도 있다.

 

평양 선언문의 이러한 문장과 구조는 절묘한 한 수다.

첫째, 완벽한 핵신고는 부담스러워서 못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자랑해 온 미국에의 직접 위협 중단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둘째, 남북 간의 실질적인 종전선언을 하여 남북관계 때문에 미국민에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반도에 주한미군을 보낸 미국 부모, 형제, 부부, 자식들에게 보냈다. 셋째, 일본에 대한 위협과 주일미군에 대한 위협 제거 내용이 빠져있다. 왜냐하면 일본과의 적대관계 청산을 언급하지 않았고, 일본을 향한 중거리 미사일에 대한 언급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이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남겨두고 있는데, 주일미군에 대한 위협 때문이라도 일본 정부는 북한과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하여 북·미관계와 보조를 맞추어 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빠졌다. 조만간 북·일 정상회담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이를 받아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가이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미국의 핵 비확산론자들과 강성 매파들의 견제를 넘어설 결심을 할 수 있을까이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 위협 제거와 핵비확산은 다른 문제이다. 전자는 북한과 미국의 양자관계이지만 후자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 걸린 문제다. 강경파와 비확산론자들은 확실한 비핵화의 증거가 있어야만 종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터이고, 정치인 트럼프는 미국과 동맹국에의 직접 위협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한다면 종전선언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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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현 단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의지와 신뢰의 선순환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어떻게 해서든 양국 간에 신뢰를 쌓으려 할 것이고, 신뢰가 쌓여 나가면 핵문제 해결 의지도 더욱 강해지는 선순환이 작동할 것이다. 6월12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의 구조가 바로 그러한 선순환을 반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해 언론과 대화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러한 선순환을 만드는데 유리한 지도자는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이다. 그 이유는 미국과 같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의회의 견제, 언론의 견제, 보좌진의 견제, 그리고 여론의 견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주변의 견제가 약하기 때문에 의지만 강하다면 상대방과 신뢰를 쌓기에 유리하다.

 

지금 북한 비핵화는 이 의지와 신뢰의 선순환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의지를 왜 미국이 안 믿어주는지 답답하다는 심경을 표현할 정도로 일단 비핵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물론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때의 비핵화 의지를 의미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의 견제에 의하여 그 의지가 상당히 약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장 종전선언 문제만 보더라도, 이는 이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통전부장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기로 약속한 사안인데, 존 볼턴 안보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등 주변의 견제로 인하여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의 복스(Vox)뉴스가 여러 정보 소스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중간선거를 앞둔 국내정치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였으며,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줄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약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급속한 레임덕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내의 이른바 행정 쿠데타를 폭로한 책 &lt;공포&gt;와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능력을 비판한 고위관료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악재가 더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이렇게 흔들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악마국가’로 인식되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과연 강력한 의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에 더해 더욱 불안한 징조는 현재 북한 비핵화 협상에 직접 관련이 없는 재무부와 법무부까지 비핵화 협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2005년 이른바 ‘BDA 제재’의 기억을 되살린다. 이 제재는 미 재무부가 ‘애국법’ 311조를 적용하여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그곳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인데, 그 결과 순항하던 당시 비핵화 프로세스가 파행하고 북한은 핵실험으로 대응하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미 재무부가 9월13일 북한의 IT 노동자 국외 송출과 관련하여 북한인 1명과 중국·러시아 기업 2곳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했고, 법무부는 9월6일 ‘박진혁’이라는 이름의 북한인과 북한 기관을 2014년 소니 영화사의 해킹과 영국 및 방글라데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최근 러시아, 중국,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러한 악재들이 법무부와 재무부에서 터져나오는 것은 거의 전 부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견제를 하는 모양새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웬만한 선물로는 종전선언에 합의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설사 북한의 핵신고와 종전선언이 있어도 1994년의 경험에 미뤄보면 검증 단계에서 위기가 또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시련이 생각보다 빨리, 강하게 닥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외교를 통하여 이 국면을 타개해 나가려 하고 있으나, 이제는 친서보다는 북한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비핵화의 로드맵과 시간표를 국제사회에 전격적으로 공개해야 할 시점이다. 누가 진정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를 국제사회가 판단, 검증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근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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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의 핵심 합의사항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4일 개성공단 내 청사에서 개소식을 열고 즉시 가동에 들어간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남측 소장, 북측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소장을 맡아 교섭·연락, 당국 간 회담·협의,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보장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통일부가 12일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로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갖게 됐다. 남북관계의 상시화·제도화 토대가 마련되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장이 책임 연락관이자 대북 교섭·협상 대표의 기능을 병행하며, 필요시 쌍방 최고책임자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대면 협의로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연락사무소 설치는 특사의 상시 파견과 맞먹는 효과를 갖는 셈이다. 남북의 책임자들이 한 건물에 상주하면서 얼굴을 맞대고 남북관계 현안을 조율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서로 전통문을 주고받으며 날짜를 정해야 열릴 수 있는 남북 당국 간 회담에 비춰보면 시간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상주체제가 남북관계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효과는 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12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건물 외벽에 ‘남북정상회담 성공 기원’ 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연락사무소의 당면과제는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와 산림협력 등 판문점선언 이행과 관련한 실무적인 논의들이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서 제재가 해제되면 남북경협의 명실상부한 거점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좀 더 진전되면 연락사무소 체제에서 서울·평양 상호대표부 체제로 확대될 수 있다. 정권의 성향이나 정세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온 남북관계가 제도적 도약을 하는 출발점이 연락사무소인 셈이다.

 

국내 보수세력과 미국 내 일각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고 하거나, 남북관계의 독주 사례로 꼽는다. 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한 유류 등 대북 물자 반출을 놓고 한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연락사무소 설치는 주권국가의 외교활동으로 대북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관계 발전만이 아니라 비핵화와 북·미관계를 촉진하는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북측은 비핵화 등 북·미 현안을 남측과 협의할 정도로 태도가 유연해졌다. 통일부가 연락사무소가 “비핵화 협의의 진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판단일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지원하는 거점이 되도록 남북이 노력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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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한과 미국의 ‘정상 담판 카드’가 재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 요청하고 백악관은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두 정상이 교착상태를 뚫으려면 다시 한 번 직접 협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북·미 교착상황은 협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시적인 장애가 아니다. 협상의 의미가 퇴색될 만큼 장기화되거나 아예 협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만일 협상이 파탄난다면 한반도는 70년 냉전이 기약없이 연장되고 전쟁 분위기로 흉흉했던 과거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와 김정은도 정치 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후 북·미 관계는 답보를 거듭했다. 정상회담이 압박과 제재의 기존 비핵화 문법을 뛰어넘는 인식의 대전환을 보여준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북핵 문제를 양국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풀자는 방식은 창의적이고 대담한 발상이었지만 미국 내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최고지도자들이 북핵 해결의 원칙과 방향을 정했으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 시스템이 작동해야 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생각을 보좌하기는 커녕 그에 반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를테면 미 재무부는 지난달 15일과 21일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며 제재 조치를 취했다. 지난 6일엔 미 법무부가 사이버공격을 주도한 혐의로 북한 해커를 처음 기소하고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는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는 싱가포르 합의문 제1항의 정신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전후로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와 장거리미사일실험장 해체, 미군유해 송환 등 미국에 대한 선제적 조치들을 취했다. 지난해 시작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하나하나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력 중시의 통치 철학에 반하는데다 수십년 핵개발 논리를 부정하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응조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가 전부였다. 등가성도 상호성도 떨어진다. 미국 일각에서는 북한의 경제노선 채택을 약점 삼아 제재·압박의 실효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마저 엄존한다.

 

미국의 이런 자세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오만에서 나온다. 도덕적으로 패륜국가, 정치적으로 깡패국가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항복을 받을 순 있어도 협상 상대로 존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 만능심리도 이와 관련이 깊다. 미국 강경파 입장에서 제재·압박은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고사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협상에서도 양보와 타협보다는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 역시 70년 적대 역사의 무게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협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시대착오적인 벼랑끝전술을 내놓았다. 김계관의 미국 비난 성명, 김영철의 편지는 협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최고지도자들이 합의한 내용을 측근과 실무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원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인간적 신뢰 뿐이다. 두 사람은 비핵화 협상을 통해 상호 의존성을 높여가며 공생관계를 형성해왔다. 국내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던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 후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익명기고문’ 위기는 물론 11월 중간 선거에서 원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도 국제지도자로 부상했다. 모두 비핵화 협상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선물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인 무게는 1차 못지 않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변이지만 그러려면 상식과 관성을 뛰어넘는 대담한 결단이 요구된다. 김정은은 이미 ‘트럼프 임기내 비핵화’를 제안했다. 절대적인 북한의 핵의존도와 촉박한 시간을 감안하면 정권과 자신의 운명을 건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상응하는 조치로 호응해야 한다. 먼저 ‘임기내 북·미 수교’ 제안은 필수다. ‘비핵화-체제보장 프레임’의 출구 시한 완성을 위해서다. 하지만 북·미 실무자들을 추동하고 비핵화협상을 불가역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간 단계의 깜짝 이벤트도 필요하다. 연내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개설과 일부 핵탄두 폐기의 교환이 하나의 방법이다. 둘다 현재로서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간주되지만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건투를 빈다.

 

<조호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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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백악관은 2차 정상회담에 열려 있고,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혀 양측이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교착상태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두 정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의 목표에 합의했으나 이후 석달간의 후속 협상은 ‘디테일의 악마’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예정된 방북일정을 취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양측은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가졌다.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이 탐색전의 결과로 양측이 주고받을 현실적인 타협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거나, 그럴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협상교착의 원인인 ‘핵신고-종전선언’ 대립이라는 난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정상들이 만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9월7일 (출처:경향신문DB)

 

두 정상이 다시 만나야 할 필요성은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협상에서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만큼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북·미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 가면서 외부투자와 지원을 받아내 경제성장의 마중물로 활용하려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이 11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2차 정상회담 추진은 지난 5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두 정상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던 결과이기도 하다. 실무협상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서도 상호 존중심을 잃지 않고 친서외교로 신뢰를 쌓아온 것이 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이 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상 간의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때 엇박자 평가를 받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의 궤도로 복귀하게 된 것도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해야 할 ‘빅딜’을 위해 남북이 지혜를 모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사단 파견을 시작으로 중재역에 다시 시동을 건 문재인 정부의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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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까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 간 70년간 적대역사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하면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일정에 대한 구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더 이상 의심하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비핵화 의지 표명이라고 본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촉진제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남북이 이달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도 의미가 크다. 개최 합의는 이미 이뤄졌고 이번에 일정이 확정된 것이지만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다는 징표로 충분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세번째 정상회담이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신뢰구축을 구체화하도록 남북 모두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최대 과제는 역시 비핵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 인도 뉴델리 팔람 공군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델리 _ AFP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는 지난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한 ‘1년 내 비핵화’와는 1년가량 차이가 있다. 하지만 ‘1년 내 비핵화’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에 김 위원장이 답한 형식이어서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번 시간표는 비핵화에 소요되는 시간과 검증 등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현실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임기는 2021년 1월까지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제시했던 비핵화 시간표와도 일치한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북한 매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표현을 통해 진정성을 거듭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미국이 먼저 종전선언에 나서야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의 종전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을 문제 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틀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지 않고 이 점만을 떼어내 문제시한다면 단견이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도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가 의심하는 것에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특사단은 전했다. “여러 차례 분명하게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실천해 왔는데 이를 선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에둘러 표시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게 됐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 협력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실천방안을 도출한 뒤 이를 토대로 북·미 협상을 재가동시키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빅딜’이 이뤄지도록 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일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미를 대표하는 수석협상가 역할을 요청한 바 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에 감사한다. 우리는 잘해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약화와 무관하다’고 직접 밝히며 미국 일각의 의심 해소에 나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길 바란다. 연기했던 폼페이오 방북부터 재개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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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추가 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고 시기와 장소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한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폼페이오가 지난 12일 “머지않아 큰 도약을 만들어내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최근 미 행정부 안팎에선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된다.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양측 간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핵리스트 제출 등 비핵화 초기 조치에 나서고 미국은 북한이 희망하는 종전선언을 수용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의 발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은 이런 기대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의 방북으로 북·미 협상이 타결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놓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설사 폼페이오의 방북 성과가 미흡하다고 해도 정상 간의 ‘큰 거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 들어 본격화된 북·미대화가 ‘톱다운’ 방식으로 움직여온 데다 실무협상의 교착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은 ‘친서외교’를 통해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정상외교가 교착국면을 해소하고 실무협상에 추동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어떤 맥락에서건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 꼬인 매듭을 풀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힘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9월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상외교가 다시 한번 숨가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도 읽힌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정상외교 시즌2’가 펼쳐질 수 있다는 뜻이다. 9월 중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도 예상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핵신고·종전선언 교환’이 타결되고,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하반기 정상외교가 ‘종전선언’으로 귀결된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크게 진전하게 된다. 폼페이오 방북이 성과를 내 하반기 정상외교의 시동이 힘차게 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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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미국 현지시간)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핵심시설 해체 시작’ 보고서에서 평북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위성사진 판독결과를 토대로 분석했다. 청와대도 이 동향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밝혔다.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핵심 시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곧 폐쇄할 것이라고 말한 미사일 엔진시험장이 바로 이곳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8노스의 관측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본격적인 비핵화 관련 조치를 이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사일발사장 해체는 비핵화와 관련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못지않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중단을 확증하기 위한 선제조치를 취함으로써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트럼프 행정부가 움직일 명분을 제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를 향한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평가한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은 한국전쟁의 종전선언 문제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조치를 위한 초기적 안전보장 장치로 보고, 조기에 종전선언을 할 것을 미국에 요구해 왔다.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이 전쟁종식을 선포하는 차원을 넘어 불가침선언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는 내부 반론 탓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선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 대외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23일 “종전선언 문제는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중요한 합의사항의 하나”라면서 “유감스러운 것은, 최근 미국이 입장을 돌변해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 것은 현재의 답보 국면을 정확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시설 해체에 착수한 것은 교착국면을 선제적으로 풀면서 미국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일 것을 촉구한 의미가 있다.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사항을 실천에 옮기면서 미국에 공을 넘긴 셈이다.

 

미국은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의 해체작업이 던진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화답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발사장 해체 조치에 상응하는 것으로 종전선언만 한 게 없다. 북한이 요구할 뿐 아니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토대이기도 하다. 미국으로서도 비핵화의 마중물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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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오는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하기로 했다. 유예기간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훈련이 재개될 것 같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 후속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북한은 연합군사훈련을 대표적인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간주한다. 지난달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예정일 새벽에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도 그런 인식의 결과였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연합훈련 유예 조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조치의 진전을 대내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다. 비핵화가 체제 보장에 기여하는 것을 실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세번째)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중국 관영 CCTV가 공개했다. 리설주 여사(왼쪽)와 펑리위안 여사(오른쪽)도 함께 촬영했다. 연합뉴스

 

과거에도 연합훈련 중단은 일시적이나마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1992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때 북한은 핵물질을 자진신고했고, 지난 3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상호신뢰를 쌓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군사훈련 중단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한·미가 북·미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하기 전에 훈련 유예를 결정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 전 북한이 실시한 핵·미사일 실험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 선제 조치에 호응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이 이런 조치들을 주고받는 것은 상호신뢰를 쌓고 정상회담 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을 담보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이른 시일 내 훈련중단에 값하는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한·미 일각에서 비핵화 조치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군사훈련을 중단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은 길고 험난한 길인 만큼 이해당사자들의 지원과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주목을 끈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정상적인 외교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석달 새 3번이나 방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얼어붙은 북·중관계 복원의 필요성이나 한반도 급변정세를 감안하면 크게 이상할 게 없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자신의 잦은 중국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을 외면하면 안된다. 이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김 위원장의 방중 모두 비핵화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관련 당사국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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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특히 한국에서 한반도의 미래와 장기적 평화 전망에 대한 전례 없는 낙관주의를 촉발했다. 6개월 전에 광범위하게 퍼졌던 전쟁 가능성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고, 남북과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에 대한 희망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상 첫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생각과 평정심이 필요하다.

 

세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북한과 바깥 세계 간의 더 큰 변화를 막을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정의하는 비핵화와 한국·미국의 비핵화 사이에는 엄청난 의미의 차이가 있다. 둘째, 관련 국가들의 기대와 (정의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시간표는 말할 것도 없고) 합의된 절차나 로드맵이 없다. 셋째, 신뢰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핵합의의 필요조건은 정보 공개와 북한에 대한 접근, 국가 주권에 대한 양보를 포함하며 이는 북한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경제클럽’ 오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_ AP연합뉴스

 

비핵화 정의의 간격은 단순한 의미론의 문제 이상으로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주장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은 채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은 같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고, 그 의미를 정의하는 일은 미국과 북한에 맡겨두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들을 종결시키는 데 동의했다고 믿지 않는다.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에 있는 핵국가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북한은 모든 협상은 군축에 관한 것이지 비핵화에 관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이 근본적인 문제를 애매하게 만들고 무시하려고 시도했다. 예를 들어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는 남북 간 의제 중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판문점선언의 끝부분에 배치됐고 거의 지나가듯이 언급됐다.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핵 문제 취급은 더 걱정스러웠다.

 

성명은 애매하고 희망적인 목표로 후퇴했다. 2005년 9·19 6자회담 공동성명이나 기존 북·미 간 핵 합의보다 훨씬 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담기지 못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것이 선언의 실제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어떤 결정적이고 명확한 언어에도 동의하는 것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상회담 선언에서 이 이슈에 대해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면, 북한의 핵무기를 소유하려는 결심과 미국이나 한국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 사이의 양립불가능성이 드러났을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에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의지를 전달해왔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미국은 앞으로 2년 반 안에 주요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시간표와 로드맵 관련 문제들이 명확해지고, 구속력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을 가속화하고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몇 주와 몇 개월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이런 큰 목표들을 진전시켰는지, 그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와 약속이 충분한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위험성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와는 별개의 정치적 필요와 목표들이 있고 그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세계와의 끊임없는 적개심을 수정하지 않고도 자신의 의제들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란 점이다. 두 대통령들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이 번영하고 두 나라와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은 북한에 미국의 비적대적인 의도를 확신시키기 위해 당면한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래에는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도 가능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힌트를 줬다. 지난 65년간 전쟁을 억지해 온 (한·미) 안보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들도 암시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있어 전례 없는 돌파구를 찾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정상은 김 위원장이 핵 없는 미래를 위한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두 정상이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입장에 있다고 보증 없는 가정을 하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

 

<조너선 폴락 |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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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공동성명 서명직전 “세상은 이제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겁니다”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이었다. 중대 변화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지만 곧 모습이 드러날 터이니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사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포기와 그에 걸맞은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했던 투자자들 시각에서 보면 북·미 공동성명은 흥미로운 결과물은 아니었다. 핵만 포기하면 북한은 부자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트럼프가 회담말미에 핵포기 시 북한의 미래 영상을 보여주면서 “북한은 훌륭한 해안선을 갖고 있다. 훌륭한 호텔을 지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김 위원장도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게 위안거리이다. 이쯤 되면 북한 핵포기와 경제발전은 암묵의 동의어다.

 

과연 북한은 부자나라가 될 수 있을까. 된다면 언제쯤 가능할까. 북한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이다. 이런 북한에 북·미관계 정상화와 그에 따른 경제지원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명약관화하다. 북한의 개방모델을 놓고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모델이 거론되지만 결국은 국가개입과 당 관리하에서 성장가능한 모델을 선택할 것도 불문가지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린 채 걸어가고 있다. 싱가포르 _ 로이터연합뉴스

 

따지고 보면 중국과 베트남의 성장과실은 30~40년에 걸친 개혁·개방의 결과물이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뒤 1992년 남순강화를 거치면서 저임금에 매력을 느낀 외자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고도성장이 시작됐다. 1986년 도이모이정책을 시작한 베트남도 1994년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2001년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거쳐 한국·일본의 주력제품 생산기지가 옮겨오면서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외부와의 단절, 사회주의 잔재가 남은 상황에서 시작한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작업에 비하면 북한의 여건은 훨씬 유리하다. 김 위원장은 집권 뒤 그간 억눌러왔던 시장을 암묵적으로 허용했다. 시장경제 예비군인 장마당은 이미 400개를 넘어섰다. 4개였던 경제특구도 20개 이상으로 늘었다. 게다가 북한 곁에는 세계 10위권 한국 경제가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쟁쟁한 글로벌 자본들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비핵화만 이뤄지면 개혁·개방에 가속도가 붙을 것은 명확하다. 김 위원장도 지난 4월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새 노선으로 채택하면서 혈통이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제 재건으로 민생이 개선되면 권력기반이 강화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최빈국 수준이다. 2016년 현재 1인당 소득은 150만원이다. 3500만원인 한국의 25분의 1 규모이다. 교역규모는 9016억달러 대 65억달러, 외국인 직접투자는 108억달러 대 0.9억달러이다. 경제 전체를 보면 한국의 50분의 1 수준이라는 게 정설이다. 북한의 개혁 방향을 놓고 말이 많지만 우선적으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1차 산업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외자가 들어오면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특구 개발에 속도가 날 것이다.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그런 다음에는 소비혁명이 기다린다. 제대로만 진행되면 10년이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북한의 기회는 한국의 기회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은 파트너이다. 한국의 자본과 산업화 경험이 북한의 인력, 자원 등과 결합하면 획기적 도약이 일어날 수 있다. 한발 나아가 남북 단일시장이 형성되면 더 큰 것을 누릴 수 있다.

 

70년간 적대관계였던 북·미 정상이 마주 앉은 것은 역사적 진전임이 분명하다. 과거 핵을 포기하면 대가를 준다는 방식에서 벗어나 적대관계 해소를 먼저 다룬 뒤 미국이 먼저 양보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는 방식은 기존 문법과는 다른 역발상이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이미 비가역적 변화는 시작된 셈이다. 경제분야라고 역발상을 못할 게 없다. 경제자위론은 핵자위론 못지않다. 경제가 번영하면 상호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 위원장이 덩샤오핑처럼 개혁개방의 전도사가 되고, 원산이 상하이가 되면 자연스레 전쟁은 멀어진다. 등산 애호가인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뒤 백두산·개마고원 트레킹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부동산 사업자인 트럼트는 평양 대동강변에 세워질지 모를 트럼프타워에서 퇴임 뒤 꽃놀이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강릉의 안목해변처럼 원산 해변가의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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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론이 제기된다. 공동성명에 비핵화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방적으로 김정은에 놀아난 실패한 회담”이라고 혹평했다. 트럼프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방침에 대한 안보 우려도 나온다.

 

공동성명이 기대치를 밑도는 것은 맞다. 전문의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과 3번째 합의 사항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확약’은 포괄적이다. 미국이 강조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렵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업무오찬 직후 싱가포르 카펠라호텔 주변을 함께 산책하고 있다. 싱가포르_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회담은 여타 정상회담과 성격이 다르다. 70년간 적대해온 두 나라의 정상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한 것만도 평가받을 일이다. 공동성명에 못 박지 않았지만 두 정상이 후속조치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것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엔진 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도 미국의 신뢰 구축 조치에 상응하는 “선의의 조치”를 취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회담의 성패를 단정지을 때가 아닌 것이다.

 

북·미가 비핵화에 대해 단순한 핵폐기를 넘어 관계정상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북핵 문제는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이므로 이를 해소하지 않고 핵만 폐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적대관계가 계속되는 한 언제든 핵개발의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및 북·미 수교를 추구하기로 한 것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꾀한다는 의미가 있다.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평화를 위한 여정에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더구나 북한은 벌써 6개월째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해오고 있다. 한·미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연합군사훈련을 일시 유예하지 않았는가. 안보 측면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건전한 비판을 넘어 비난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모처럼 마련된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 구축 작업의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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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안전 보장을 제공하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 북한의 4·27 판문점선언 재확인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 북한 지역의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또 정상회담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이른 시점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격이 맞는 북한 고위급 인사 간에 후속 협상을 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백악관 방문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70년 적대관계를 털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의 길을 함께 가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지구상 유일의 냉전 지역이던 한반도가 군사적 대결 상태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번 회담은 포괄적이며 선언적이다. 특히 합의에서 미국이 원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빠졌다. 비핵화의 구체 조치나 시한이 담기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 입장에서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 재확인’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70년 동안 대결해온 양국의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나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큰 틀의 공동 목표를 설정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냉전과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엄중한 현실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비핵화 로드맵은 실무자들 간의 후속 회담에서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양국 정상 간 합의는 실무자들이 관여한 종래의 북·미 합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북한이 절대적 존재인 김 위원장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싶다. 북한이 CVID란 표현에 대해 무조건 항복이 연상된다며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CVID와 유사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4·27 판문점선언도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돼 있다.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CVID 없이 이뤄질 수는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체제안전 보장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약속한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에 따른 필수적인 상응 조치이자 북·미 적대정책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번에 체제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핵화 이행 조치를 협상하는 후속 회담 과정에서 다뤄질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북·미 수교 역시 매우 중요하다. 비핵화를 촉진하고, 비핵화를 완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핵 폐기와 수교를 통해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기 바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합의는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료와 평화협정이 체결될 길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기회에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해체해 지구상 유일한 냉전을 제거해야 한다. 특히 종전선언은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 보장의 첫 단계로, 남·북·미만의 뜻만 모아지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매우 도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 기간 동안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할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공식적인 합의 못지않은 중대 사안이다. 북한이 그간 미국의 적대행위와 핵개발의 원인으로 한·미 군사훈련을 지목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맥락 없이 불쑥 언급한 것이어서 한·미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이 단독 및 확대 회담과 오찬을 함께하며 신뢰를 쌓은 것은 합의 못지않게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김정은 위원장은 안보와 번영을 위한 역사적 인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단 하루 회담했지만 신뢰가 쌓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정상이 자주 만나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미국의 북핵 우려와 북한의 체제안전 우려를 불식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정상이 계속 만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번에 70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신뢰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두 정상이 정상회담을 열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 노력을 약속한 것만 해도 진전이다. 그러나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 특히 비핵화 합의가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미국 주류와 보수층을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간 미국 내 여론이 공동성명에 CVID 표현이 담기는지 주목해왔다는 점에서 회담 성과 논란이 심화될 수도 있다.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 때 그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진 것이 그런 관측을 낳게 한다.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비핵화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 가급적 빨리 북·미 간 후속 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합의를 뒷받침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트럼프와 김 위원장은 이제 공동운명체가 되었다. 정상들이 직접 나선 만큼 북핵 해결 과정을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뿌리 깊은 반목과 갈등이 일거에 해소될 수는 없다. 만남과 협상을 통해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진전된 조치를 만들어 나가는 길밖에 없다. 한국 정부의 지원과 중재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오랜 세월 한반도를 압박해온 분단과 냉전을 끝내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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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세기의 만남’이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다. 북·미 두 정상이 성공적인 합의를 이뤄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적대관계가 청산되는 전기가 마련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만 남은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위대한 출발선에도 두 사람은 나란히 서게 된다. 70년간 반목과 대립을 거듭해온 양국 정상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 자체만으로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사변적 의미가 있다. 이미 두 정상이 이틀 전인 10일 싱가포르 현지에 입국해 리셴룽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등 사전 일정을 시작한 것은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부여하는 무게감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북한이 요구해온 ‘불가역적’ 체제안전 보장 및 제재해제가 어떤 수준에서 거래되느냐일 것이다. 두 정상이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의 전체 일정을 포괄적으로 합의하되 그 과정을 최대한 압축해 단계적·동시적으로 이행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비핵화-체제 보장의 초기 조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아낼지가 초점이 될 것이다. 북한이 통 크게 비핵화 초기 조치를 이행하고, 미국도 종전합의는 물론 외교관계 수립 일정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방안이 합의될 수도 있다.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에는 눈에 띄는 점들이 적지 않다. 우선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러·몽골이 아닌 제3국을 정식 방문한 것은 1984년 김일성 주석의 동유럽 순방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 합중국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첫 상봉과 회담을 위해 중국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출발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이라고 회담의제를 공개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외국 방문을 귀국 전에 보도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타국 항공기 편을 이용한 사실을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공개한 것도 파격이다. 체면과 자존심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의 성향이 반영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회담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북한의 각오도 엿보인다.

 

미국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발신해온 메시지는 가변적이지만 이제는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출발에 앞서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단 한번의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회담을 ‘과정의 시작’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북한과 관계 맺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회담에 그치지 않고 워싱턴 혹은 평양에서 후속 회담을 이어가며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최종목표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트럼프의 표현대로 북·미 정상회담은 ‘미지의 영역’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 위에 두 사람이 서게 될 줄은 반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양측 당국자들의 성의있고 진지한 노력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이 더해져 비로소 열린 길이다.

 

70년에 걸친 뿌리 깊은 적대관계와 북핵 문제가 한 차례 회담으로 일거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두 정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이 평화로 가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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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기싸움 과정에서 북한의 대응은 인상적이었다. 그 백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다롄 방문이었다. 미국이 비핵화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인권문제까지 거론하며 압박해오자 맞불카드를 꺼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해 소원했던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미국과의 담판을 앞둔 상황에서 뒷배를 든든히 다져놓은 바 있다. 그런 그가 불과 40일 만에 다시 중국을 찾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을 버팀목 삼아 미국에 맞선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미국은 비핵화 요건을 원래 수준으로 완화했고, 추가적인 요구사항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이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실리를 챙기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과거 북한의 등거리외교를 연상시킨다.

 

싱가포르 유력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가 11일자 신문 1면 톱기사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회담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_ AP연합뉴스

 

중·소 분쟁 시절 균형외교는 북한의 생존전략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중국과 소련 사이를 오가며 막대한 원조와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소련이 6·25전쟁 차입금을 탕감하고 화력발전소와 정유공장을 지어주면, 중국도 뒤질세라 거액의 차관을 제공하고 고무타이어공장을 건설해주는 식이었다. 공산권 패권과 이념을 놓고 갈등하던 중국과 소련은 우군확보를 위해 빚을 내면서까지 북한 지원에 매달렸다. “북한이 외교 하나는 잘한다”는 외교 속설이 나올 정도였다. ‘줄타기외교’란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탁월한 외교술이 북한의 생존과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북한은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공산권이 붕괴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과 수교하면서 균형외교를 펼 상대가 사라진 것이다. 1994년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기간 내내 그럴 기회를 아예 갖지 못했다. 이때 북한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비롯된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서방의 제재가 집중되고 공산권으로부터는 지원이 끊기는 이중의 곤경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국력 쇠퇴와 체제 위협의 가중으로 이어졌다. 북한의 핵개발도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김정은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선보인 전략은 ‘신균형외교’라 할 만하다. 중국과 소련의 경쟁 구도가 사라진 상황에서 핵폐기를 수단으로 균형외교를 할 수 있는 국제적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대를 건너뛰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외교재능 DNA를 물려받았는지 모른다. 북한에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60년간 균형외교를 이끌어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란 외교자산이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김영남은 1928년생으로 올해 만 90세의 고령이지만 김정은의 외교 가정교사로 부족함이 없을 터이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여정과 방남한 그는 꼿꼿한 자세와 조리 있는 말솜씨로 녹록지 않은 존재감을 알렸다. 북한이 40여년의 공백을 뛰어넘어 가장 잘했던 것을 다시 시작하게 된 셈이다.

 

사실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은 어느 한 국가를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등거리외교가 필수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대륙세력과 해양 세력, 공산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의 접점에 자리한 지정학적 위치 탓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본디 반도국가는 지정적학 위치에 따른 득과 실의 잠재적 가치를 갖지만, 남북은 전략 요충지나 교두보로서의 이익보다는 오히려 완충역할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물론 남북이 미국과 중국 및 소련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 중 상당 몫을 반목과 갈등 비용으로 도로 지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6·25나 각종 군사 충돌로 인한 인적 피해를 고려하면 결코 제대로 실리를 챙겼다고 볼 수 없다.

 

우리가 김정은의 신균형외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비단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기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70년간 남북한 7000만 민족을 옥죄어온 적대와 군사적 대결을 제거하고 한반도 평화가 조성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과 중국이 아닌,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견제와 균형을 주조로 하는 균형외교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북한은 중국의 완충국가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친미국가, 미국의 우방국이 될 수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제사회와 조화롭게 지내는 정상국가 북한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북한이 어느 길을 선택하든 한반도 평화, 남북 화해 및 공동 번영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는 믿음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근본틀이 깨지는 과정에서 고통과 혼란이 있겠지만 그것은 즐거운 혼란일 터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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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10일 “(폼페이오 장관이) 조미(북·미) 수뇌회담 준비를 위하여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주민에게 북·미 정상회담 사실을 알린 것은 좋은 신호다. 이제 북한에 정상회담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폼페이오 장관도 김 위원장 등과 “의제로 올려놓으려는 사안들에 대해, 그리고 성공적 회담을 위한 여건들을 확실히 갖추기 위해 어떤 식으로 조율해 나갈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며 웃고 있다. 평양 _ AP연합뉴스

 

북·미의 이런 움직임은 정상회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을 시사한다. 최근 미국 측이 비핵화의 수위를 ‘완전한 비핵화(CVID)’에서 ‘영구적인 비핵화(PVID)’로 높이는가 하면, 대량살상무기, 북한 인권 등을 새롭게 요구하고, 이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생성된 난기류가 가신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직전 비핵화 수위를 애초의 CVID로 낮춘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수준과 달성시한에 동의했고, 미국도 체제안전 보장에 대해 북한이 만족할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중앙TV가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한 대목이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8일 방중 과정에서 거론한 ‘대북 적대정책과 안전에 대한 위협 해소’에 대해 미국이 진전된 답안을 내놨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태까지 일방적인 비핵화만 요구하던 미국이 그 반대급부를 제시했다면 정상회담에서의 ‘빅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그동안 억류해온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해 폼페이오의 귀국길에 동행케 한 것도 호재다. 북·미 양측이 마지막까지 진지한 대화로 요구사항을 조율해 나가는 모습은 회담 전망을 밝게 한다.  

 

이로써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으로 가는 막바지 고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빅딜’의 이행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대해 미국은 “잘게 쪼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세밀한 추가 조율이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중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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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중국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8일 전용기 편으로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고 북한과 중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2012년 집권 후 북한을 벗어난 적이 없는 김 위원장이 지난 3월에 이어 40일 만에 중국을 재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생전 처음 항공기를 타고 외국방문길에 나선 데다 방문지도 수도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아무래도 급하게 시 주석을 만나야 할 사정이 생긴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판문점선언에서 중국의 한반도 평화체제 당사자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느낀 시 주석 역시 방중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8일 중국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다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다롄 _ 신화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난기류 조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 개최 장소 및 일정 발표가 지연되고, 미국 측에서 비핵화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요구들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이 대량살상무기와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 측의 공세를 경고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방중이 문제될 것은 없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기싸움의 일환으로 보면 될 터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회동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확고부동하고 명확한 입장”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유관 각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이 또 “북·미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를 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하자”고 말한 것은 단계별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에 대한 다자적 보장 및 이행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한반도 평화구축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을 도리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비핵화 문제를 미·중 패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미만의 힘으로 풀기 어렵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이해당사국이자 지지세력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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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리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양한 곳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DMZ(비무장지대)의 평화의집·자유의집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야기했고, 문 대통령을 통해 북한과도 연락했다”고도 했다. 미국과 북한이 내부 검토를 넘어 문 대통령을 매개로 ‘판문점 개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판문점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리는 ‘역사의 메카’가 될지 주목된다.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사이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으로 넘어 가고 있다. 서성일 기자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는 북·미 양측에 통상적인 정상회담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북·미 정상회담이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회담인 데다 한반도와 세계평화가 걸린 세기의 담판이기 때문이다. 양국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경호나 홍보 등 실무적인 문제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평양과 워싱턴은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체제에 대한 합법성 부여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북한은 워싱턴에서는 경호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싱가포르나 몽골은 나쁘지 않은 후보지일 수는 있어도 어디까지나 차선책일 뿐이다. 

 

판문점은 이런 고민들을 해결해주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우선 중립적 성격을 띠는 ‘제3의 공간’이기 때문에 북·미 모두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판문점이 갖는 한반도 분단과 화해의 상징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휴전협정이 조인된 곳에서 평화체제로의 대전환을 협상한다는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북한군과 유엔사가 관할하기 때문에 경호가 용이하고, 서울과 개성을 베이스캠프 삼아 차량 이동도 편리하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생중계가 완벽하게 이뤄진 점은 흥행 효과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도 맞을 것 같다. 판문점이 다른 해외 후보지와 달리 회담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장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북·미 간 사전 협상이 잘돼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정상회담 기간에 석방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과 동행 귀국하는 장면은 판문점에서만 보여줄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개최지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도 매우 밝아진 상황이다. 더 이상 개최 장소 문제로 소모적 논쟁을 벌일 시간도, 이유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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