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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민생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한 약속이다. 손에 물 한번 안 묻히고 살아온 그가 민생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최소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대통령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대통령이었다. 국가와 국민만 생각하면서 일할 줄 알았다. 생각의 올바름과 능력의 뛰어남은 의심했지만 노력하려는 마음만은 인정하려 했다.

 

그는 이제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국민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쫓겨날 처지다. 전국에서 200만 촛불이 그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4년 만에 상황이 천양지차로 뒤집어졌다. 무슨 짓을 해도 지지하던 영남지역 어르신들의 마음도 돌아섰다. 신뢰가 추락했다. 믿었다가 배신당한 것이다. 청와대에 들어간 후 관저 히키코모리형 근무를 하고, 대통령의 권능은 최순실이 시키는 심부름을 하는 데 쓰면서 지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돌아선 민심은 무섭다. 지지율 4%라는 신기록도 수립했다. 이제 그의 표정에서는 사이비종교 신자 같은 불편한 독선만 보인다.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순회연설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미국인들은 최근 새 대통령으로 부동산 개발업자 도널드 트럼프를 뽑았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결과였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를 앞세워 미국 주류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세계화의 피해자인 백인 노동자계급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주겠다는 약속의 힘은 강했다. 성폭행 시도를 자랑하고, 세금을 내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속물이란 소리를 들을까봐 조용히 투표장에 나간 숨은 트럼프 지지자(샤이 트럼프)도 많았다.

 

대선 캠페인 기간에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의 쇠락한 작은 도시 문타운십에서 만났던 50대 트럼프 지지자 제프 레이는 “이번이 미국의 마지막 기회”라며 트럼프가 자신들을 구원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레이의 기대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다수다. 트럼프가 운영하는 미국의 미래 예측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인들, 특히 트럼프를 열렬 지지한 백인 노동자계급은 대통령에게 배신당할 가능성이 높다.

 

배신은 이미 시작됐다. 초대 내각은 장관들의 재산을 합하면 40조원이 넘는 ‘갑부 내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천억원을 가진 갑부들이 노동자들의 간난한 삶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워싱턴과 월스트리트의 기득권을 정리하겠다던 ‘고인 물 빼기’ 약속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세 자녀들에게 재산관리를 맡긴다지만 그들이 권력을 사업에 활용하지 못하게 막을 방화벽은 전혀 없다. 건강보험개혁법 ‘오바마케어’ 폐지는 노동자들의 발등을 찍을 것이다.

 

2013~2015년 오바마케어 덕분에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1300만명이 구제됐고, 그중 800만명 정도가 대졸 미만의 백인들이었다. 이들 다수는 트럼프를 지지했고, 내년부터는 보험 없이 불안하게 지내거나 더 비싼 새 보험에 들어야 한다.

 

트럼프는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방식으로 2000년 이후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하려면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꼬집는다. 트럼프 승리를 맞힌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탄핵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거나 사적 이익을 추구하다 탄핵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배신을 눈치채지 못하게 안팎으로 갈등을 키우고, 분노를 표출할 공공의 적을 찾아내는 분열의 정치를 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주연 리얼리티쇼는 이제 막 시작됐고, 결말은 아직 열려 있다. 정치권과 시민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정권의 운명은 지금 생각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처럼 이번에도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가기를 바란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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