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한반도 유일의 남북경협 사업이자 남북 간 일상적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공간이다. 그래서 개성공단만은 잘 살려 나가야 한다는 데 남북 간 이견이 없었고, 그 때문에 온갖 어려움에도 이만큼 발전해왔다. 그런데 북한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상적 운영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노동규정을 개정해 최저임금을 5.18%로 인상한다고 남측 기업에 통보한 바 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폭 5%를 넘는 것일 뿐 아니라, 임금 문제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남북이 협의한다는 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북측은 노동규정 개정은 자신들의 입법권에 해당하는 사안이고, 기업 사정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인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무시하는 일방적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정부는 지난주 남북 공동위원회 제6차 회의 개최를 제안했으나, 북측은 통지문 접수를 거부했다. 북한은 여전히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이런 북한의 태도 때문에 기업들은 북한 노동자의 3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북측은 북측대로 잔업 거부, 태업으로 맞서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북측은 기업을 압박하면 임금 인상분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이런 조치를 취한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은 남북 당국의 협조가 있어야만 공단에서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다. 북측이 압박으로 해결하겠다는 자세라면 남측 기업들을 더 이상 공단에 들어오게 할 유인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남북간 긴장감이 조성되는 가운데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정기섭 개성공단협회장(가운데)을 포함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이런 여건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 임원들이 지난 15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측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을 면담한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협회 회장단은 4월분 임금을 인상 전대로 제공하되, 남북이 합의하는 대로 인상분에 대해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북측이 공단을 중단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이런 단계적 해법에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북측은 4월분 임금 지급 기간인 20일 이전에 현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수용하고 계속 협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당장 공단 수익금을 늘려야겠다고 일방적으로 임금을 올리는 행위가 용납돼서는 안된다. 그걸 허용하면 공단은 결코 안정적 제도에 의해 뒷받침될 수 없고, 북한의 자의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런 공단이라면 경쟁력 있는 남한 기업이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북한에 손해로 되돌아간다. 북한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남과 북 모두에 손해가 되는 이런 자해적 게임을 중단하고 공동위원회에 나와 대화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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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3월부터 일방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하고 정부는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개성공단 사무처를 통해 근로자들의 올해 최저임금을 5.18% 인상하겠다고 일방 통보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으로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개정할 때 예견됐던 일이다. 북한은 대북 제재 조치인 5·24조치로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 때문에 수입이 늘지 않자 무리수를 쓴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은 2013년 8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임금문제를 포함한 공단 운영에 관한 사항은 남북공동운영위원회에서 협의해 해결하도록 합의했다. 그러므로 북한이 임금인상을 원한다면 공동운영위를 개최해 남북 간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그런 절차 없는 일방 통보는 합의를 위반하는 행위이다. 기업들로서는 임금을 조금 올려 주더라도 공장 가동이 멈추는 최악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북한은 이런 기업들의 약점을 이용해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궁지에 몰린 기업들이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그 결과 5·24조치가 철회되기를 바라며 이런 강경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남북간 긴장감이 조성되는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정기섭 개성공단협회장(가운데)을 포함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_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은 2003년 4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와는 상관없는 일로 북측 근로자를 일방 철수, 가동을 중단했고 그 때문에 남북 모두 피해자가 되었다. 다행히 재가동하면서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합의를 했지만, 북측은 합의 이행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만일 이번 조치로 남북이 다시 대립하고 공단의 정상적 가동이 어려워지는 사태가 재발한다면, 북측 피해가 북한이 생각하는 남측 피해 못지않을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경협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물론 경협이 경협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남북관계, 한반도 주변 정세와도 밀접히 관련된 문제이므로 북한의 소극적 태도만 지적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그런 태도는 북한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북한이 진정 경협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우선 기존 합의를 충실히 이행, 상호 신뢰를 쌓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북한은 남측이 제의한 공동운영위에 즉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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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동유럽이 무너지고 청년들은 실업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때 프랑스의 용병제도는 이들에게 일종의 돌파구였다. 영국 BBC에서 이들을 취재했다. 만일 프랑스와 너희들 조국과 전쟁이 있다면, 총구를 누구로 향할 것인가 물었다. 청년들은 되물었다. 그 질문에 꼭 대답을 해야 되느냐고. 기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들은 자기의 조국을 향해 총구를 돌리겠다고 대답했다.

국가와 민족은 이제 경제적 권력 앞에서 그 의미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지금 북한 사회에는 시장경제의 싹이 트고 있다. 인민들은 배급경제의 피곤한 기대에서 벗어나 자립경제의 와중에서 살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발버둥을 쳐야 하는 현실이 힘들다.

경제가 그들의 국방과 사회, 그리고 정치의 이면에 실질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은 개성공단을 통해 주문자 상표 부착의 형태로 북한의 노동을 활용하고 있다. 저임금에다 소통이 가능한 북한 인력은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되고, 북은 개성공단을 통해 인민들의 일자리와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이것이 아마도 흔히 얘기하는 ‘윈윈전략’의 일환으로 나아가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호전적이고 시대착오적 전쟁놀이를 무시하면서, 한편으로는 공존과 호혜적 경제활동에 우리가 발을 들여놓은지도 오래다.

한국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이 뚜렷하거나 실질적인 대안을 갖지도 않은 채 그동안 여러 제안을 해온 것을 생각하면 개성공단은 성공적인 남북관계의 시금석이 되는 사업일 수도 있다.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적 대의 앞에서 작고 용이한 영역에서부터 상호협력과 이해를 해나가는 수단은 아마도 정치보다는 경제적 교류의 길이 우선일 것 같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북측의 임금인상 요구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설명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한 견지에서 제2의, 제3의 개성공단이 건설되어야 함은 분명한 것 같다. 북한은 그동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용서가 안되는 일들을 벌이고 있지만, 한발 물러서 동북아 역내에서의 한반도 입지를 고려할 때, 우리의 민족적 이해를 찾아가는 차원에서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적 한반도인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 여겨진다.

결코 신뢰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하고 우리들은 착시에 의한 오해와 편견이 아닌, 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물러나 미래지향적이고 대국적 견지에서 용서하는 자세는 어떨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총리는, 용서는 하나 잊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 비극적 역사를 잊지 않고 힘들고 지친 현실을 극복한 유태인들의 오늘은, 비록 그들이 갑의 오류를 때로 저지를지라도, 일단은 평가받고 있다.

정치를 떠나, 우선 남북한이 경제의 영역에서 상호 대폭적인 협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물적 유통의 시간과 공간적 이동의 자리로 보일지라도, 그곳에는 항상 인적교류가 필수적으로 자리하게 된다.

북한지역에 남한의 기업과 기술, 그리고 자본이 서서히 흘러들 때, 그것은 절반의 성공으로, 통일의 길로 진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이후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한반도인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진환 | 방송대 강원지역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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