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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전 세계 인구의 4.3%지만 전 세계 민간인이 가진 총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1968년 이후 미국에서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남북전쟁과 수많은 해외 참전에서 죽은 사람보다 많다. 비극적인 총기 난사 사고가 반복돼도 미국은 총기 규제로 좀체 나아가지 못했다. 총은 자기방어라는 미국적 신념의 결정체인 전미총기협회(NRA)는 너무도 거대했다.

 

그런 미국에 요즘 균열이 보인다. 지난달 14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17명이 숨진 후 일어난 총기 규제 여론은 종전과 좀 다르다. 총기를 규제하자고 외치다 거듭 좌절된 절박함이 임계점을 넘은 것일까. 총기를 규제하자고 하는 이들은 이제 ‘행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해시태그가 있다. 해시태그는 이제 ‘총기규제(#guncontrol)’를 넘어 ‘보이콧NRA(#boycottNRA)’로 진화했다. NRA에 투자하거나 NRA 회원에게 할인을 제공하거나 NRA의 홍보 채널을 가진 모든 연관기업이 보이콧 리스트에 올랐다.

 

‘#보이콧NRA’는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고 이틀 뒤 은퇴한 교장 주디스 피어슨이 트위터에 “내용 없는 애도에 신물이 난다. 이제는 (총기 난사의 주범인) 반자동 소총 AR-15를 불법화하고 이에 응하는 모든 이에게 상을 주자”고 제안하면서 해시태그를 단 것이 시작으로 꼽힌다. 여기에 사고에서 살아남은 10대들과 운동가들이 가세하면서 거대한 캠페인으로 번졌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연방법원 앞에서 17일(현지시간) 학생들이 ‘돈이 내 친구들을 죽였다’ 등 팻말을 들고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포트로더데일 _ 로이터연합뉴스

 

6년 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정치인들에게 NRA의 후원을 거절하라는 운동이 벌어졌지만 아예 NRA의 돈줄을 끊겠다는 전략은 새로운 양상이다.

미국의 거대 민영은행 내셔널 뱅크 오브 오마하를 시작으로 델타항공,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트루카, 허츠, 에이비스, 알라모, 시만텍 등이 불매운동에 손을 들고 NRA와 연을 끊었다. NRA가 24시간 총기를 홍보하는 방송을 내보내는 TV 채널을 아마존에서 내리라는 청원에는 5일 현재 28만여명이 참여했다. 아마존이 계속 침묵하자 이들은 #보이콧아마존(BoycottAmazon)과 #가입취소아마존(CancelAmazon)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회원가입을 철회한 뒤 이를 인증하는 화면사진을 찍어 서로 공유하자, 모든 포스팅에 아마존 보이콧 해시태그를 달라는 주문은 구체적이다.

 

해시태그가 사회운동의 핵심 도구로 쓰이면서 ‘해시태그 행동주의’라는 말을 낳았다. 해시태그는 소셜미디어에 흩어진 목소리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준다. 내 목소리가 거대한 파도의 일부임을 느끼게 한다. 

 

#미투(MeToo)는 고립돼 있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줬고 #미퍼스트(MeFirst), #위드유(WithYou) 같은 공감으로 확산됐다. 인종차별적 공권력 남용에 저항하는 ‘#흑인의생명도중요하다(BlackLivesMatter)’는 흑인의 분노를 거리로 불러냈다. 

 

하지만 해시태그 행동주의는 ‘소심하고 게으르다’는 비판도 받았다. 아무리 해시태그가 널리 퍼져도 실제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미셸 오바마가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납치한 여학생들을 석방하라며 ‘#우리소녀들을돌려달라(BringBackOurGirls)’는 해시태그를 달고 수많은 사람이 리트윗을 해도 보코하람이 트위터를 보고 ‘아, 우리가 마음을 바꿔야겠다’고 하지는 않는 것처럼.

‘미투’의 종착점은 성폭력을 낳는 뿌리 깊은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이어야 한다. ‘흑인의생명도중요하다’도 시위를 넘어 흑인을 차별하는 제도를 바꾸는 일로 나아가야 한다. 

‘#NRA보이콧’이 총기 규제라는 미국의 수십년 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소셜미디어와 현실의 무력한 괴리를 좁히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이인숙 뉴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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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