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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는 제재로 대응하고, 북한은 정전협정 파기와 상호불가침조약 백지화를 선언했으며, 남북 간 통신망도 단절했다. 일부 주민에게 공습 대피훈련을 시키고, 김정은은 전방초소들을 방문하는 등 전쟁 분위기를 조성했다. 미국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에서 이례적으로 핵전폭기 B-52를 발진시키면서 한반도 핵우산을 재확인하는 행동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선제타격에 관한 설전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충돌에 대한 위기감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상반된 분위기들도 함께 감지되고 있다. 먼저 이런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면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는 전쟁 종결은 아니지만 60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온 정전체제의 내구성, 그리고 정도와 빈도는 다르지만 그동안 이런 식의 긴장 조성이 반복되어 온 관성 탓도 있다. 또한 한·미동맹의 전력이 북한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믿음도 한몫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거론하며 각성을 촉구하지만, 냉철하게 보면 사재기에 나서며 불안을 키우던 과거에 비하면 오히려 성숙해진 국민의식이다. 비판받아야 할 측은 위기상황에서 앞으로는 전쟁불사의 큰소리를 치면서 뒤로는 한가로이 골프나 치는 안보 책임자들이다.


(경향신문DB)


두 번째는 누구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각국의 눈치 보기다. 대응과 맞대응의 상승작용에 편승만 하고 해결에는 수동적인 행태가 앞에서 지적한 안보불감증보다 훨씬 심각하다. 동북아 6개국은 공히 새로 출범한 정권들이기에 내부적 권력 공고화라는 시급한 목표를 위해 대외위기를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져 있다. 북한과 일본이 가장 선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각국의 상황은 비슷하다. 그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중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유엔 제재에 합의하고, 북한에 보다 단호한 자세를 보이는 등 일련의 변화 움직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가 과대평가되어 왔던 것처럼, 이 역시 희망적 사고에 가깝다. 북한의 핵보유보다는 북한체제의 안정이 중국의 국익에 더 중요하다는 원칙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해결보다는 신중한 관리에 주력할 것이다. 러시아 역시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 지지라는 원칙론만 표명할 뿐 변수가 되지 못한다. 


결국 미국과 한국인데 역시 눈치만 보고 있으며, 외교에 대한 무력감과 피로감까지 겹쳐 있다. 미국은 북한 제재 체제를 주도하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회복에 골몰하며, 해결보다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간보기’를 하는 모양새다. 부시 행정부 8년과 오바마 1기 4년을 북한 붕괴의 요행수만 붙들고 낭비하는 바람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와 위험성만 더 키웠는데, 지금도 북한의 핵보유보다는 핵확산 방지에 주력하며 또다시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꼬를 터줄 한국 정부의 역할이 시급히 요구된다. 북한과의 협상 재개는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 또는 도발에 대한 굴복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한·미 협의 채널을 통해 북·미 대화도 촉구해야 한다. 북한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거나 가르치려는 근본주의 성향은 버릴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에 맞는 소위 ‘신뢰할 만한’ 북한이 되는 날은 가까운 장래에는 없다. 시간은 결코 우리의 편이 아니다. 


1994년 10월 극적으로 북·미 제네바협정을 타결하고 돌아온 로버트 갈루치는 북한에 속아서 맺은 굴욕적 유화외교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갈루치는 그렇다면 당신들의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수차례의 반문에도 비판자들은 하나같이 제네바협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뿐 대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했다고 한다. 똑같은 질문을 우리는 지금 던질 필요가 있다. 협상이 해결책이 아니라면, 대안은 무엇인가?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