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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제66회 칸 영화제가 빗속에서 개막되었다. 심사위원장에 할리우드의 대표적 아이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선정되고, 개막작으로 미국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선정되었던 것부터, 이번 칸 영화제를 둘러싼 프랑스 영화계의 분위기를 심상치 않게 만들었다. 


개막 이틀 전, 프랑스 문화부가 발표한 문화정책 개혁안 ‘문화적 예외’ 시즌2도 예사롭지 않았다. 개혁안이 현 프랑스의 문화 환경을 위협하는 주적(主敵)으로 미국 인터넷 관련 업체의 4대 공룡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화계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역대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영화 관객수는 연 2억명을 돌파했고, 연간 제작 편수도 230편을 넘어섰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오스카상도 프랑스 감독과 배우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국가가 뒷받침하는,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영화 제작시스템을 가진 나라로 꼽힌다. 

해질 녘의 프랑스 파리 라 빌레트 야외 영화 상영제 모습 (경향DB)

그중 대표적인 것은 언젠간 영화를 잡아먹을 것만 같았던 텔레비전이 영화 제작의 가장 막강한 재정 지원자가 되도록 강제하는 법률을 들 수 있다. “창작된 문화상품을 유통하고 싶다면, 창작에 기여하라.” 바로 이런 원칙이 Canal+ 같은 민간채널이 연간 1억7600유로(2012년)를 영화 제작에 투여하게 하고, 이를 통해 매년 평균 110편의 프랑스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생활 전반에 침투하기 시작한 지 불과 10여년. 이제 더 많은 영화들이 영화관과 텔레비전이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유통된다. 그러나 이들은 프랑스 방송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창작에 대한 참여의 의무를 전혀 지고 있지 않다. 이 무임승차자들이 점점 더 큰 수혜자가 되면서 불만은 팽배해져 갔다.


거기에다 전반적인 호황 속에도 불구하고, 대작 위주로 이 수많은 지원금들이 배분되어가는 구조가 중·소 규모 제작자들의 불만을 가중시켰고, 급기야 화살은 배우들에게까지 돌아갔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배우들의 지나치게 높은 출연료가 영화 제작의 걸림돌이 된다는 폭로전이 이어지며, 큰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이런 내적인 균열은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두려움에 비하면 사소한 투정에 불과할지 모른다. 유럽의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틈을 타, 미국이 유럽의 무역장벽과 규제들을 허물기 위한 공세에 나선 것이다. 올여름부터 유럽연합은 미국과 자유무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유무역’의 대상 속에는 시청각 분야가 포함된다.


프랑스는 자유무역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던 최초의 시점부터 문화부 장관 자크랑이 주창한 ‘문화적 예외: 문화는 교역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이다’의 원칙을 고수해 왔다. 이제 막, 문화부가 인터넷 시대의 강자들에게도 창작지원의 의무를 지게 하기 위해 스마트폰, 아이폰 등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들에 세금을 부과(약 1200억원)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문화적 예외’ 시즌2의 문을 열려고 하는 그 순간, 또 다른 한편에서는 문화적 예외의 원칙 자체를 거대한 자유무역의 바람 속에 멀리 떠나보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영화인들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반발하며 ‘문화적 예외’의 원칙은 결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 (경향DB)

문화는 제도를 통해 만들어지진 않지만, 최소한 그것을 통해 파괴를 최소화하고, 쾌적하게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는 있다. 그것을 가장 강력하게 입증해오던 프랑스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변화된 시대에 발맞춰진 더욱 강력해진 문화적 예외의 시즌 2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문화적 예외를 자유무역의 파고 속에 영영 떠나보내게 될 것인지.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