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반격에 나섰다. 이른바 ‘트럼프 쇼크’ 때문에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며. 그래서 초장에 강하게 밀어붙여 끌어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야당이 한심하고 밉다. 그러나 단순히 ‘트럼프 쇼크’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은 야당만의 잘못이 아니다. 미국의 주류언론만 무작정 베낀 우리 언론과 국민들의 오래된 편견(공화=보수, 민주=진보)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원칙주의자 이미지의 붕괴에서 연유한다. 그 이미지는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까보니 완전히 그 반대. 마찬가지로 미국의 주류언론은 트럼프를 반미치광이로 몰았다. 그런 트럼프가 당선되었으니 ‘쇼크’ 운운은 당연지사. 그러나 갤럽의 조사가 보여주듯 대다수 미국인들은 언론이 트럼프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미국 언론은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미국의 정치가 월가와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금권정치로 변모한 상태에서 그 콩고물을 얻어먹기 위해서는 그들의 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냈다. 미국 중산층의 붕괴를 직시했고, 좌절한 중산층들의 표심을 한껏 자극했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아무도 입도 뻥끗 못할 때 클린턴은 국기문란의 주범이니 감옥에 보내겠다고 천명했다. 사실 클린턴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은 박근혜와 막상막하다. 우리는 보수언론까지 나서 난리지만, 미국 언론과 정치권은 그저 클린턴에 관해서는 모르쇠였다. 그럴 때 트럼프가 입바른 소리를 냈다. 그런데 이런 자를 무슨 반쯤 미친 괴짜로 몰다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항의하는 시위가 12일(현지시간) 뉴욕, 캘리포니아, 필라델피아, 오리건 등 미국 곳곳에서 계속됐다. 1만명이 시위에 나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_ UPI

 

하나만 더. ‘트럼프 쇼크’를 말하는 하나의 요인, ‘미국우선주의’다. 나는 그것이 왜 쇼크거리인지, 왜 지금 문제가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미국이 언제 자국의 실리를 우선으로 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미국은 패권국가로 군림해 왔는데, 마치 아니었던 것처럼 새삼스럽게 호들갑이라니.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가 말하려는 것은 실리 추구의 결과물을 미국인 전체가 나눠 갖지 못하고 극소수만 향유했고, 따라서 과거의 미국은 국민 위주가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구화’에 대한 회의와 통한다. 전지구화로 인해 미국의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일환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재고이다. 이 지점에서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를 고립주의라며 비난하는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모순된 시각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자유무역협정이 서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며 반대하던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시각과 일맥상통한다. 이 점에 있어서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나는 트럼프가 극히 제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를 무슨 반미치광이쯤으로 보는 우리 국민의 시각은 미국의 CNN과 뉴욕타임스 등 주류언론을 그대로 베껴 쓰는 우리나라 언론의 잘못된 습성 탓이 크다. 그래서 우리나라 언론은 미국을 언급하려면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제대로 파악하는 공부가 더 필요하다. 그래야만 미국을 정확히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안되니 우리나라 언론(보수와 진보)이 트럼프를 반미치광이로 몰아 ‘트럼프 쇼크’라며 난리법석을 피웠고 그 순간, 박근혜가 회생의 기회를 엿보게 되었다. 현재까지 혼이 비정상적인 이로 판명된 것은 트럼프가 아니라,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아서 근본도 없는 자들에게 이양한 박근혜다. 그래서 위기는 트럼프 당선이 아니라, 초등생들의 입에서조차 조롱의 대상이 된 박근혜가 하야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후안무치한 박근혜에게 이제 국민들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토요일 국민들의 함성이 그것을 들려준다. 해서 ‘트럼프 쇼크’는 없다. 오직 ‘박근혜 쇼크’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잔머리 굴리지 말고 당장 하야하라.

 

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