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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올 9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가 열릴 중국 남부도시 샤먼(廈門)에는 특이한 이름의 도로가 있다. 2009년 개통된 이 도로명은 ‘성공의 큰길’이라는 뜻의 성공대도(成功大道)다. 같은 발음인 ‘성공까지 닿는다’는 의미도 담았다. 시내와 공항을 잇는 이 도로의 원래 이름은 봉황(鳳凰)이었지만 막힘없이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개명했다.

 

세계에서 이름짓기에 가장 민감한 나라 중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사업의 첫 단추는 회사나 브랜드의 중국어 네이밍이다. 좋은 뜻과 발음을 두루 고려한 좋은 이름이 사업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다롄 조선소에서 첫 자국산 항공모함인 001A형 항모를 진수했다. 옛 소련의 항모를 개조한 첫 항모인 랴오닝함과 달리 레이더, 통신, 무기 같은 핵심 시스템을 중국의 독자 기술로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새 항모의 이름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랴오닝함처럼 지역 이름을 따 산둥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지만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다.

 

국력과 직결되는 항모를 자국 기술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중국인의 체면을 세워줬다. 이런 항모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를 놓고 여론은 달아올랐다. 한 홍콩 매체가 30만명의 중국 누리꾼을 상대로 함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대만함, 베이징함, 광둥함같이 지역명을 딴 이름이 우세했다. 샤먼과 대만을 근거지로 명나라 부흥운동에 나선 정청궁(鄭成功) 장군의 이름을 딴 정청궁함이나 손오공을 뜻하는 제천대성(齊天大聖)함도 나왔다.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대만함이다.

 

대만 매체들은 이 대만함이라는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랴오닝함 항모전단이 지난해 12월 보하이만을 출발해 서해, 동중국해, 서태평양으로 해역을 넓혀 가면서 훈련을 벌였다. 중국 언론은 중국 항모전단이 처음으로 제1도련선(열도선)을 돌파했다고 흥분했고, 대만은 F16 전투기 2대를 긴급 출격시키며 경계했다. 첫 국산 항모 이름을 대만함으로 정하자는 여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국방부 대변인 양위쥔은 지난달 월례브리핑에서 대만함이 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온라인 투표는 누리꾼들의 관심의 표현일 뿐”이라며 “갯가재함이라는 함명을 제의한 누리꾼도 있었고 적지 않은 이들이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투표를 한다고 해도 갯가재함이라는 이름이 채택될 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함명이 정식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관영매체들은 첫 중국산 항모 앞에 ‘국지중기(國之重器)’라는 표현을 덧붙여 쓰고 있다. 나라의 중요한 기구라는 뜻으로 옥새를 뜻한다. 제왕의 인장을 옥으로 만든 것은 예로부터 군자를 옥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옥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오래가는 특성을 군자의 도덕 수양과 비교했다.

 

아무리 스스로의 기술을 높이 평가한다고 해도 항모를 옥새에 비유해 부르는 것은 너무 나간 듯하다. 항모는 자국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에 불과할 뿐이다. 일본이 자위대 헬기 탑재 호위함 등을 진수하면서 ‘가가’ ‘이즈모’ 같은 군국주의 시절 이름을 되살려낼 때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해왔다. 때로는 이름이 실체보다 더 중요한 작용을 한다.

 

다시 샤먼의 ‘성공의 큰길’로 돌아간다. 개통된 지 8년이 지난 지금, 성공대도는 급증한 교통량과 교통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신호체계로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2억2000만위안(약 3603억원)을 쏟아부은 이 도로는 결국 이름값을 못했다. 현지 운전자들은 ‘가장 성공하지 못한 도로’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하물며 자국민뿐 아니라 인접국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항공모함은 어떻겠는가.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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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