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핫한’ 베이커리 ‘파린(Farine)’이 문을 닫았다.

과거 프랑스 조계지였던 우캉루(武康路)에 위치한 이 베이커리는 프랑스 제빵사가 프랑스서 직접 공수해 온 재료로 최고의 빵을 만든다고 알려지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국의 블로거들도 상하이 맛집으로 여러 차례 소개한 집이다. 케이크 한 조각의 가격이 40위안(약 6500원)으로 웬만한 한 끼 식사 값을 넘지만 관광객들뿐 아니라 인근 국제금융센터의 고소득 화이트칼라들이 몰려 보통 30분씩 줄을 섰다.

 

상하이 최고 베이커리 파린의 몰락은 내부자의 고발로 이뤄졌다. 한 직원은 이 가게가 유통기한이 지나 시퍼런 곰팡이가 핀 밀가루를 사용하고, 주방도구는 더러운 물에 대충 헹궈 쓰고 있었으며, 주방에는 쥐가 들끓었다는 사실을 알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상하이 식품안전당국에 이 동영상을 보냈고, 조사에 나선 당국은 곰팡이가 핀 밀가루 2800여 포대를 찾아냈다. 외국인을 포함해 관련자 8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베이커리 ‘파린(Farine)’

 

베이커리 문화가 발달하고, 품질도 세계 여느 대도시 못지않다고 여기던 상하이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이 가게의 이름인 파린은 프랑스어로 밀가루라는 뜻이다. 상하이시는 지난달 20일 가장 엄격한 식품안전법규라고 내세운 ‘상하이시 식품안전조례’를 실시했다. 이 조례에 따라 예전 같으면 벌금형으로 끝났을 이번 사건은 형사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화려한 명성에 가려진 추악함을 들춰낸 이 직원의 용기를 계기로 중국에서는 내부고발자라는 뜻의 ‘추이샤오런(吹哨人)’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영어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에서 따 호루라기 부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 직원은 아이들이 곰팡이가 핀 밀가루 빵을 먹는 모습을 보고 ‘호루라기를 불게 됐다’고 밝혔다.

 

시안(西安)시 지하철 3호선에 쓰인 불량 전기케이블 사건도 내부자의 호루라기 덕분에 알려졌다. 전선회사인 아오카이(奧凱)에서 생산된 불량 케이블이 시안시 지하철에 쓰였고, 시안뿐 아니라 다른 지역 지하철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발’ 지하철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중국인들의 분노는 더했다. 이 회사는 뒷배경도 수상하다.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인 2014년부터 전기 케이블 생산을 시작해 굵직한 납품을 따냈다. 2년간 2억5000만위안(약 407억원)을 벌어들였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빠른 성장에는 검은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심증이 굳어진다.

 

가짜 분유, 가짜 계란, 가짜 소고기 등 파동을 겪어 온 중국에서 내부자들의 역할은 절실하다. 특히 언론이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못하고 있어 더하다.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소비자의 날(3월15일)을 맞아 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晩會)>를 방송한다. 소비자 권익을 신장시킨 공로도 있지만 애플·금호타이어 등 외국 기업을 겨냥하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이 프로는 올해 방송에서 일본 무인양품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무인양품은 방송 후 CCTV가 회사 소재지를 생산 지역으로 둔갑시켜 잘못 방송했고, 중국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상하이 식품안전위원회도 무인양품의 식품이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됐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CCTV는 체면을 구겼다.

 

각 지방 정부는 내부고발 독려책을 내놓고 있다. 선전시 식품안전관리 당국은 보상금으로 최고 60만위안(약 9889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시 식품안전관리 당국은 최대 30만위안(약 4890만원)의 보상금과 고발 전용 핫라인 ‘12331’을 만들어 내부고발자의 신변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자들의 호루라기 소리는 아직 미미하지만 중국 사회가 거는 기대는 크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KHross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