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가 시내 한복판이 아닌 서민 아파트나 후미진 뒷골목에 주차돼 있는 일이 꽤 있다. 재개발 등으로 벼락부자가 된 중국인들은 부를 과시하려 고급 수입차를 사들이곤 한다. 그러나 앞으로 고가 수입차 소비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강력한 세금 ‘칼날’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당국은 1일부터 130만위안(약 2억2200만원)이 넘는 ‘슈퍼카’에 대해 10%의 소비세를 판매 단계에서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벤틀리, 페라리, 포르셰, 마세라티, 애스턴마틴 등 고가 수입차 대부분이 과세 대상에 포함돼 호화 외제차 업계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재정부는 소비세 추가 부과 이유에 대해 “에너지 절약과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감소를 촉진하고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여러 속내가 숨어 있다. 우선 소형차 세금 감면이 11월 말로 만료되기 때문에, 슈퍼카에 세금을 더 매기는 방식으로 소형차 판매를 지원하는 효과를 보려 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자동차협회는 “정부가 고급 수입차 중과세 정책을 펼치면 소형차 감세 혜택이 연장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판매 단계에서 소비세를 징수하면 과세표준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운동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지난 2012년 말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후 정책적으로 반부패 드라이브를 펼치면서 중국 내 고급 수입차 판매가 큰 타격을 받았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이던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몰락도 페라리와 함께 시작됐다. 아들 링구(令谷)가 만취 상태로 페라리 슈퍼카를 몰다가 사망한 후 현장을 은폐한 것이 발단이 됐다.

 

2014년 정점을 찍은 중국 수입자동차 시장은 이미 현지 브랜드 파워가 커지고 고급차의 국산화가 이뤄지면서 하향세를 걸었다. 특히 현지 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시장점유율이 절반 이상이다. 롤스로이스와 애스턴마틴, 람보르기니 등은 스포츠카보다 큰 차량을 선호하는 중국 고객들을 겨냥해 고가의 SUV를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 주석의 반부패 정책으로 타격을 본 고급차 업체들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전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세계 자동차 업계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베이징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