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5일 난민에게 국경을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터키에는 현재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온 난민 약 350만명이 있다. 이들 난민이 유럽 국가로 들어가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지난해부터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을 위협하는 발언이다. 지난 7월 쿠데타 진압 이후 불거지고 있는 유럽과 터키 간 정치적 갈등의 불똥이 난민문제로 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전날 유럽의회의 결정이다. 터키와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중단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권위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터키를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표결로 나타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이후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약 4만명을 구속하고, 12만명 이상을 공직에서 추방했다.

 

유럽의회의 결정은 비강제 결의다. 따라서 터키의 EU 가입 협상이 실제로 중단될 가능성은 적다. 독일, 프랑스 등 EU 내 주요국은 유럽으로의 ‘난민 유입 차단’에 있어 터키의 중대한 역할을 잘 인식하고 있다. 올해 3월 터키와 난민송환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는 터키에서 출발한 난민은 다시 터키로 돌려보낸다는 것이 골자다. 그 대가로 EU는 터키에 2018년 말까지 약 4조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가속화하겠다고 합의했다.

 

따라서 터키 대통령의 국경 개방 위협에는 나름 근거가 있다. 강제적이지는 않지만 유럽의회의 결의가 난민송환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EU와 터키 간 갈등 속에서 난민 처지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송환 합의로 난민은 최대 경유국 터키에 발이 묶여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EU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터키가 수백만명의 난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터키는 EU 가입을 1987년부터 추진했다. 협상은 장기간 난항을 겪어왔다. 실제로 EU는 여러 구실과 이유로 터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7월 터키의 쿠데타 발생과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반대 명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총리는 터키가 ‘수준 떨어지는 나라’라며 공개적으로 EU 가입 불허를 촉구했다. 직후 터키가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일부 유럽 국가와는 직접적인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종교도 터키의 30년 EU 가입 노력의 장애가 되어왔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EU 국가는 이슬람 국가에 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꺼리는 눈치다. 9·11테러 이후 특히 지난해 11월 파리테러 이후 유럽 내 ‘이슬람 공포증’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를 틈타 유럽 내 극우세력이 급부상하고 있다. 장기적 경기침체, 실업, 그리고 난민 유입과 테러 환경 속에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을 강조하는 강경우파가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대선과 총선에서도 극우파 후보가 약진하고 있다.

 

‘자유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일부 무슬림 여성이 착용하는 수영복 ‘부르키니’를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최근 헝가리의 한 국경마을은 이슬람 사원 건설과 여성 복장을 전면 금지했다. 이 헝가리 마을은 발칸반도에 머무는 난민이 세르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할 때 거치는 경로에 있다. 극우성향의 시장이 당선되면서 생긴 변화다. 대부분 난민이 이슬람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취한 조치다.

 

유럽의 ‘난민 떠넘기기’와 터키의 ‘난민 볼모 이용’ 그리고 이슬람 공포증 분위기 속 난민의 절망은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유럽 곳곳의 난민촌에서 소요사태와 폭동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간의 난민캠프 생활 그리고 북유럽으로의 이동 차단으로 일부 난민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부분 난민은 장기화하는 전쟁과 내전으로 돌아갈 곳도 잃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수용소 생활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을 정치적으로까지 이용하는 일은 너무 가혹하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