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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오전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전날 저녁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행사에서 이마무라가 2011년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두고 “도호쿠여서 다행”이라고 말했다가 비판이 쇄도하자 서둘러 수습한 것이다. 부흥청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후 도호쿠의 재건을 위해 설치됐다. 이곳의 수장이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망언을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부흥상으로서 피해자의 신뢰를 잃는, 지극히 부적절한 언동”이라며 사과했다. 그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후쿠시마를 지역구로 둔 요시노 마사요시(吉野正芳) 중의원 의원을 부흥상에 임명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도호쿠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망언은 이뿐이 아니다. 이마무라는 지난 4일에도 원전사고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의 귀향에 대해 묻자 “그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책임은 없냐는 질문에 “재판이든 뭐든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했다. 기자가 끈질기게 국가 책임을 묻자 “시끄럽다. 당신, 나가라. 다시 오지 마라”며 핏대를 올렸다.

 

지난달 8일에는 차관급인 무타이 슌스케(務台俊介) 부흥정무관이 “내 덕분에 장화업계가 상당한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했다가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9월 태풍 피해를 입은 도호쿠 이와테(岩手)현을 시찰할 때 장화를 준비하지 않아 수행원의 등에 업혀 물웅덩이를 건너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2014년 6월에는 자민당 소속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환경상이 원전사고로 생긴 오염토의 중간저장 시설 건설과 관련해 “결국 가격이 얼마냐일 것”이라고 말했다가 ‘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사죄했다. 민주당 정권의 하치로 요시노(鉢呂吉雄) 경제산업상은 피해지역을 ‘죽음의 거리’라고 불러 사임했다.

 

아베 총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후쿠시마는 거의 수습됐다”고 했다. 이날도 “도호쿠의 재건 없이 일본의 재생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도호쿠 재건에 2조6896억엔(약 27조1600억)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무라의 발언은 후쿠시마의 현실을 최대한 숨기고 싶은 정치인들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 버렸다.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치인의 망언은 사회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전사고로 피난한 학생들은 ‘세균’이라고 불리며 집단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도호쿠 지방의 한 주민은 아사히신문에 “잘려 버려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도호쿠의 재건을 향한 여정은 아직 멀어 보인다.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