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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7월 유효구인배율은 1.52배였다. 일자리를 구하는 100명이 취업할 수 있는 기업이 152곳이라는 뜻이다. 유효구인배율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했다. 같은 날 취업정보회사 리쿠르트가 발표한 내년 봄 졸업예정인 대학생의 내정률(취직이 결정된 사람의 비율)은 84.2%였다. 지난해 79.3%보다 4.9%포인트 올랐다. 2개 이상 기업들에 취직이 결정된 대학생도 64.2%나 됐다. 최근 일본에서 이어지고 있는 ‘구직자 우위’ 취직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이쯤 되면 일본 젊은이들의 표정이 모두 밝아야 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젊은 사원들이 적지 않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취직이 이렇게 잘되는 시대에 우울증이라니. ‘취업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한국 입장에선 “무슨 배부른 소리냐” 싶겠지만, 일본에선 우울증 치료를 받거나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젊은 사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와세다대 4학년생은 “1년 위 선배가 입사하고 곧바로 우울증에 걸려 회사를 그만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밝혔다. 도쿄대 법학대학원생은 “사회인이 된 친구들이 정신적으로 앓고 있다는 글을 자주 본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산업전문의도 “신입사원의 우울증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런 ‘신형 우울증’의 특징은 직장에선 침울한 상태지만, 일터를 떠나면 밝아지곤 해서 상사들이 ‘진짜 우울병 맞나’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악화될 경우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마음의 병’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신형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든다. 우선 젊은 세대들이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耐性)이 약하다는 점을 거론한다. 달리기 경주에선 순위를 매기지 않고, 성적 순위를 발표하지 않는 등 20대가 거친 경쟁에 노출되지 않은 채 자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좋은 아이 증후군’이다. 항상 ‘좋은 아이’로 비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이를 조장한다. ‘연결’된 친구들은 많지만,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별로 없는 탓에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인 가운데 과정을 중시하는 ‘착실한 사람’이 많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런 사람은 중도에 좌절을 겪으면 ‘수정’이 안된다.

 

확실히 요즘 일본 젊은이들 가운데 스트레스를 못 견디는 사람이 적지 않다.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를 응대하는 게 괴로워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약해 빠졌어”라고만 생각하면 문제 해결은 난망하다. 젊은이들에게 과도한 압력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사회 구조나 사회적 분위기를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우울증 등 ‘마음의 병’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인정된 사례는 498건으로 해당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원인별로는 ‘파워하라’(직장 상사의 횡포)로 대표되는 직장 내 괴롭힘, 왕따, 폭행이 74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0명 증가한 107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일손 부족으로 인해 20대가 ‘즉시 전력감’으로 여겨지면서 직장에서 과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요즘 일본에서 거의 매일 듣는 말이 ‘일하는 방식 개혁’이다. 일본 정부는 장시간 노동 근절, 유연근무제 확산 등 실행계획들을 내놓고 있는데,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력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실행계획들 속에 뭔가 빠져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 사회는 개인보다 회사를 우선해야 한다는 ‘회사주의’가 뿌리 깊다. “주변의 공기를 읽는다”는 집단주의 문화도 여전하다. ‘좋은 아이’로 보이고 싶은 젊은이일수록 걸리기 쉽다는 ‘신형 우울증’도 이런 사회 구조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게 아닐까.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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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