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1월15일자 칼럼에서 일본 자민당의 헌법개정안을 다뤘다. 요즘 2006년 쓴 책 <憲法は、政府に對する命令である>(헌법은 정부에 대한 명령이다)의 후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헌법개정안을 최근 몇주간 좀더 주의깊게 연구했다. 이 칼럼에서는 최근 연구에서 알게 된 것들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한국의 독자들도 이웃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일본국 헌법은 전후시대의 산물로, 대일본제국 정부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일본 국민들에게 넘겨준 것이다. 헌법 제정 이후 자민당은 그 권력을 자신들이 되찾아오기를 원했으나 국민들은 자민당에 다시 권력을 넘겨주는 것을 거부했다. 현행 자민당 헌법개정안은 국민으로부터 그 권력을 다시 빼앗아오는 식으로 설계돼 있다. 국회에서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의석수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요즘 자민당의 인기를 감안하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헌법개정안은, 사실은 완전히 새로운 헌법인데, 천황의 지위를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 헌법의 1조는 천황을 “국가수반”으로 선언한다. 현행 헌법 3조는 천황이 국사(國事) 행위를 위해 내각의 “조언과 승인”을 구하도록 하고 있지만, 새 헌법에서는 “승인”이란 말이 빠져있다. 현행 헌법 4조는 “천황은 국가의 원수로서 통치권을 총람하고, 이 헌법의 조항에 따라서만 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제한의 의미를 담은 ‘~만’이 삭제됐다. 그리고 지난번에 썼듯이 현행 헌법 99조는 ‘천황’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들에게 헌법을 “존중하고 준수할” 의무를 규정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천황을 뺐다. 쉽게 말해 현행 헌법은 천황을 법의 틀 내에 포함시켜놓고 권력을 제어하지만, 새 헌법에서는 천황을 이 구속에서 해방시킨다.


이 역시 지난번에 지적했는데, 현행 헌법이 공공복리에 부합하는 한 인권을 조건없이 보장하는 반면, 새 헌법에는 “공공질서”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한다. 이는 인권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대상에서, 정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사람들에 한해 허용하는 것으로 변모시킨다. 추가적으로, 새 헌법은 인권이 전체적으로 유예되는 “비상사태” 조건을 새로 만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총리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를 지운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새 헌법은 현행 헌법 9조가 부인해온 정부의 교전권을 부활시킨다. 이는 일본 군인들이 다시 전쟁에 나가 살인죄에 저촉될 우려 없이 사람들을 죽일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자위대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아오모리 시내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경향DB)


나는 예전 칼럼에서 현행 헌법의 화자(話者)는 분명히 일본 국민이라고 썼다. 그러나 새 헌법의 화자는 불분명하다. 그 이후 새 헌법의 화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민당 지도부다. 그 점은 새 헌법의 내용과 어조에서 분명해진다. 새 헌법안의 내용을 보면 그들의 정치 사상뿐만 아니라 그들 특유의 상투적 표현, 미적 감각, 선입관, 특정한 것에 대한 열정, 역사관 그리고 그들이 강조하고자 하는 문제와 그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공백이 모두 담겨있다. 새 헌법안의 어조를 보면 뽐내고, 성마르고, 화내고, 때론 자신감이 없으며, 일본 국민에 대한 깊은 불신을 담은 자민당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국민에 대한 불신은 아마도 이 헌법의 화자 즉 주권(主權)의 목소리가 국민의 것이 아니라 자민당의 것임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따라서 102조에 새로 삽입된 “모든 국민은 이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 자체를 주권적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


(AP연합뉴스)


자민당이 국민에 분노하고 그들을 불신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차대전 종료 이래 일본 국민들은 한동안 자민당을 여당으로 선출해주긴 했지만 자민당에 자유로운 통치권을 주지는 않았고, 활동에 제한을 가했다. 자민당에게 가장 성가신 일은 헌법 개정이 해마다 국민들의 방해로 막힌 것이다. 새 헌법안은 그러한 국민들에게 벌칙을 주려는 차원에서 고안된 것 같다.




더글러스 러미스 | 미국 정치학자, 오키나와 거주


Posted by KHross